이번 유닛라이브는, 극장판까지의 정규 스토리 진행을 "넥스트 스파클링!"으로 끝낸 이후, 네 번째 정규 음반인 "미체험 호라이즌"을 내놓고 나서 최초로 이루어지는 정규활동이 되겠습니다. 비록 네 번째 정규음반의 으뜸노래인 미체험 호라이즌을 지난 9주년 페스티벌에서 불렀지만, 이 9주년 페스티벌은 네 그룹이 9주년을 기념하여 함께 모여서 그 동안의 활동을 결산하는 자리이자, 3년 9개월만에 마침내 돌아온 뮤즈의 부활을 최종적으로 선언하는 자리였기에 앞으로 이루어질 아쿠아의 활동을 보여주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의 2020년도 유닛라이브 어드벤처와, 5월 초에 있을 3자 합동무대인 "퍼펙트 월드"야말로, 아쿠아의 앞으로의 모습을 보여줄 자리가 되겠습니다. 그렇기에 중요하지 않은 무대는 없다지만, 이번 길티키스 첫째 유닛라이브는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 하겠습니다. 아이돌에게 있어서 첫 번째 공연은 다른 모든 정기공연이나 비정기공연을 다 합친 것보다 중요합니다. 이걸 망치면 그 아이돌의 앞으로의 활동도 완전히 끝장나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다행히도 이번 무대는, 제 4차 정기공연 "세일링 투 더 선샤인"만큼이나,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첫공연을 이렇게 잘해버리면 샤론하고 아젤리아한테 엄청 부담이 될 거라구요ㅋ"라는 투정이 마음 속으로 들긴 했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과거 2011년부터 뮤즈를 접했고, 2014년에 메가박스가 러브라이브 관련 공연들을 실시간중계할 때, 그리고 2015년의 과열된 팬덤과 2016년의 일련의 사태들, 그리고 2017년과 2019년의 무대들 (이 무대를 실물로 봤다면, 자손 대대로 당당하게 자랑해도 좋습니다!!) 보면서 항상 들었던게 잘해야 할텐데,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공식아 우리새끼들 어떻게 우리가 키웠는데....ㅠㅠㅠ
그러나 뉴 로맨틱 세일러즈가 나오는 순간 그런 걱정은 퀘이사 너머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리코쨩 레이저 비이이이이이이이이임~~~ (2019년에 보셨잖아요. 리카코씨... 다시 보고 싶으시잖아요.....ㅠㅠ), 그리고 길티 나이트, 길티 키스는 예전 란티스마츠리 in NYC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흥겹게 흔들어댈 수 있었죠. 그리고 할로윈데이나 발푸르기스의 밤에 어울리는 노래인 러브 펄서에서 '너무 초반부터 빡세게 달리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힘이 남은 걸 생각하면 그때 대놓고 "이히히히히히~~"하면서 조커처럼 웃어댈 걸 그랬나요. 그리고 길티키스 3인 라이브를 준비하면서 소감 등등을 MC에서 이야기해 주었고요.
두 번째 파트는 첫 번째 파트가 초반부터 마구 달려서 그랬는지, 여기에서는 길티키스 치고는 살짝 잔잔하게 느껴지는 셰도우 게이트 투 러브에서 시작해서 2기 한정곡인 길티? 페러월 파티로 흘러갔었죠. 여기까지는 예상이 쉬웠지만 뜻밖에도 세 번째로 나왔던 노래가 아쿠아 TVA 2기 3화의 명곡인 마이마이 투나잇이었습니다. 민요대회에서 입상한 적이 있었던 스즈키 아이나에게 딱 알맞는 노래를 고른 셈이죠.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번 공연의 세트리스트는 길티키스 멤버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들었습니다. 아쿠아에서 전통악곡 분위기를 내는 노래를 논하자면 미숙 드리머와 이 마이마이 투나잇이라 할 수 있는데, 아젤리아에게 어울리는 노래가 전자라면 길티 키스에 어울리는 노래는 후자라는 생각입니다. 메탈을 좋아하는, 그리고 카난과 다이아의 단짝인 오하라 마리에게의 헌정곡이라 하겠네요.
그리고 모두들 흥미있게 보셨던 길티키스의 우당탕탕 우주탐험..... 역시 선라이즈 사가 예전에 만들어 왔던 물건들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었죠. 게다가 이번 길티키스의 컨셉이 80~90년대 우주활극에 대한 오마주가 강하게 섞여있음을 생각하면 가장 화끈한 패러디 및 크로스오버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다음 샤론! 유닛라이브는 놀이공원 대소동이 되고, 아젤리아 유닛라이브는 다이아, 카난, 그리고 하나마루 이 초보운전자 3인방의 바닷가 드라이빙 대소동이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무슨 인터스텔라처럼 끝나더니, 두 번째에서는 웜홀을 통과해서 뜻밖의 적들(?)을 만나고 붉은 행성 근처까지 가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과연 잘 착륙했으려나요. 아니, 모양새를 보아하니 가스 행성이라서 착륙은 못했을 것 같네요.
그 다음은 세 사람의 단일 곡들이었습니다. 길티키스 3인방으로 활동할 때와는 완벽하게 다른 모습의 간극이 인상깊었네요. 특히 리코의 "피아노포르테 모놀로그", 마리의 "뉴 와인딩 로드", 그리고 요시코의 "인 더 언스테이블 월드" 물론 요시코는 원래 그런 아이여서 적응이 되었고, 피아노포르테 모놀로그는 원래 제가 좋아하는 노래이긴 하지만 죄책감이 들더군요. 원래 리코쨩은 저런 아이였는데...ㅠㅠ 그리고 TVA에 나왔던, 누구보다도 학교를 사랑했고 많은 눈물을 보이고 친구와 사이가 나빠지기까지 했던 마리쨩의 가슴앓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가슴앓이를 하면서, TVA 2기와 극장판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였었죠. 물론 가장 성장한 모습을 보인 사람은 루비쨩이었지만... 그리고 아쿠아클럽 2018과 함께 나온 노래인 홉-스텝-와이!에서, 그리고 아쿠아클럽 2019의 점프 업 하이!에서, 다섯번째 정규라이브와 니지동의 첫째 정규라이브, 그리고 럽페스 등을 거치면서 크게 한 짐을 내려놓고 드디어 안심한 아쿠아 멤버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노래에서야 비로소 뮤즈 파이널이라든가, 작년 다섯번째 정규라이브라든가, 그리고 니지동 첫째 정규라이브 등에서 느꼈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노래들은 전부 과거 란티스마츠리 NYC의 추억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죠. 그 때 동대문에서 보긴 했지만 그전날 술을 진탕 마셨는지라 좌석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간신히 보았고, 이 노래들을 제대로 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너무 늦게(?)야 나온 팬텀 로켓 어드밴처. 어딘가에서 농담으로, 머메이드 페스타 Vol.3인 언밸런스드 러브 (퓨어걸즈 프로젝트의 버금노래)에 이은 머메이드 페스타 Vol.4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머메이드 페스타 Vol.1은 라틴 팝 느낌이 강하게 묻어나는 노래이고, 이 노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우수와 가사에서 느껴지는 서글픈 느낌이 그러하죠. 왜 하나요가 센터인 노래는 전부 뭔가 쎄한 느낌인가요..ㅠㅠ 그래도 이 노래는 리코, 마리, 요시코 전부 나름 어른스러운(?) 캐릭터들이라 그 정도로 쎄하지는 않았지만 우수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그리고 인 더 언스테이블 월드에 이은 또 하나의 요시코 솔로곡인 데이드림 워리어 (물론 솔로는 아니지만 요시코가 메인인 노래죠)에 이은 스릴링 원 웨이가 사실상의 절정부였습니다. 이전 2017년 내한에서 봤었던 바로 그 느낌이었죠. 사실 2019 내한이 온갖 전설을 만들어냈지만 저는 2017 내한을 최고로 간주합니다. 데이드림 워리어에 스릴링 원 웨이로 폭풍우와 같이 이어지는 화끈한 노래의 향연에 이어서 빛의 바다로서 지구를 한 바퀴 감아버린 모든 일이 만들어진 것이 2017 내한 팬미팅이었거든요. 그리고 2기 닫는노래인 "용기는 어디에? 너의 가슴에!"가 마지막으로 나온 것, 그리고 가사를 띄워줘서 같이 부르게 해 준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난 2017 내한 팬미팅 때도 랜딩 액션에서 가사와 한글독음을 띄워준 것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앙코르에서 세 곡이나 불렀던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워터 블루 뉴 월드.... 제가 못 듣는 뮤즈 노래는 "우리들은 하나의 빛", "모멘트 링", 그리고 "안녕이란 말에 안녕!"입니다. 뮤즈의 활동 재개로 인해 해금되었어도 가슴이 아려서 못 듣기는 똑같습니다....ㅠㅠ 결국 그 때에는 학교는 폐교 절차를 밟고 있었고, 아쿠아에게는 돌아갈 곳도 없어졌지만 절망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모습이기에 외부적 요인이 아닌 그 자체로 가슴이 아려서 듣기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온갖 다른 유명한 소설이나 시들보다도, 문자향 서권기 (文字香書卷氣)를 가장 강렬하게 느꼈던 것이 이 노래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노래가 끝인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시련과 역경이 있었지만, 그를 마침내 이겨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 모습이죠. 이 노래가 넥스트 스파클링으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마치 모차르트의 마지막 세 교향곡 중에서, 가장 마지막인 주피터 교향곡과 같은 느낌의 노래이죠. 그리고 다시 한 번 "뉴 로맨틱 세일러즈!"
이전에 아이카 씨가 우리는 해산하지 않는다고, 항상 함께할 거라고 울먹이면서 방송에서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우리의 염려를 완전히 찢어서 퀘이사 너머로, 종족 3 항성의 잔해 너머로 날려버린 무대가 이번 유닛라이브 2020이라 하겠습니다.
23일에 백석에서 뵙겠습니다. 물론 그 때는 길티키스 포스터가 아닌, 샤론 포스터를 들고 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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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렇게, 아무 생각 안하고 그냥 즐길 수 있었던 건 오랜만의 일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물론 중국은 모든 영화가 푹삭 망했지만) 중국 딜레이뷰잉+무대인사까지 날아가 버린 걸 생각하면.... 정말 러브라이버들에게는 바람 잘날이 없었죠.ㅠ | 20.02.09 21: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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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MC는 다 잊어버렸는데 세트리스트를 직접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바로 머릿속에 남았었죠. 앞으론 저 아홉 분들은 이미 위치가 단단해졌기 때문에 샤론이나 아젤리아도 저렇게 세트리스트를 직접 만들 겁니다. 퍼펙트 월드도 마찬가지겠죠? | 20.02.09 21: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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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과연 솔로곡+유닛곡 다 합쳐도 세 시간 채우기 어려운데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있었죠. 그렇지만 3인버전 어레인지, 솔로곡들, 기타 등등.... 다음 라이브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겠다는 것을 확인했음에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막간 애나메이션... 샤론은 놀이공원 대소동, 아젤리아는 드라이빙 대소동이 되려나요.ㅋ | 20.02.09 22: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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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기대하겠습니다! | 20.02.09 22:3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