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링크
#3. 펼쳐지는 가지는 하늘을 향하고.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 지 벌써 수년이 흘렀다.
‘피슉!’
소음기를 장착한 프로토타입 맘바 피스톨로 불법 침입자를 조용히 처리한 그녀는 귀에 끼워둔 리시버 형태의 이어피스를 통해 누군가와 통신했다.
“늑대, 침입자를 처리했으니 조용히 와서 뒷정리하세요.”
[응, 알겠어! 말 들을 테니 펜리르한테 상 줄 거지?]
“당연히 줘야죠, 세상이 엉망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꿋꿋이 잘 도와주는 동생들이 어디 있다고.”
그녀가 수차례의 실전 테스트를 끝낸 후, 마침내 정식 임무로 자신이 탄생한 연구 단지를 경호하는 동안, 세간에는 기업과 국가의 전쟁이 발발했었다. 그것이 일어난 당시, 프로토타입에 불과한 그녀 자신도 출전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예상과는 달리 끝까지 출격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추가로 제작된 그녀의 유전인자를 기반으로 동물의 유전자와 결합하여 ‘개량’한 시제품들과 함께 숨어드는 스파이들을 처리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었다. 개인 경호 외에도, 시설 경호에서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언니, 펜리르에게 계속 그렇게 상을 주면 버릇 나빠진다고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어머, 우리 고양이 질투하는 걸까요? 나중에 쓰다듬어줄게요.”
[윽, 그런 뜻이 아니라…….]
“개박하도 구해놨답니다, 제일 좋아하잖아요?”
[제가 졌습니다……. 언니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후훗, 언니가 해주는 건데 받아주세요. 안 그러면 삐집니다?”
[그런 말씀 하시는 걸 보면 확실히 하치코가 언니의 자매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거부할 수 없게 만드시네요.]
어느새 멀리서 달려와서 쓰러진 침입자의 시체를 정리하고 있는, 붉은 머리칼에 늑대의 귀와 꼬리를 지닌 펜리르 프로토타입에게 손을 가벼이 흔들어준 그녀는 주변에 배치된 무장무인 정찰기들의 경계 태세를 끌어 올린 후 실내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칭찬으로 알아들어야겠죠?”
[고집쟁이란 말입니다. 언니는 너무 고집이 세서 문젭니다.]
“어라, 어라. 고양이한테서 그런 말 들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장난스럽게 진지한 페로의 말을 받아쳐 준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승강기에 탄 후 버튼을 누르면서 말을 덧붙였다.
“그럼 저녁 때보도록 해요, 우리 고양이. 언니는 할 일이 생겼어요.”
[알겠습니다, 몸조심하십시오. 언니.]
페로 프로토타입의 공손한 인사를 통신으로 받자 흐뭇한 듯, 미소를 지은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리시버를 눌러서 통신을 종료했다. 그렇게 소리 없이 내려간 승강기가 멈춘 후 문이 열리자,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또각, 또각…….’
그렇게 힐의 굽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와 함께 복도를 걷던 그녀는, 멀리서 강아지 귀를 단 소녀가 품속으로 돌진해오자 순간 휘청거렸다.
“어이쿠, 이러다가 한번 크게 다칠 텐데~ 뛰어서 달려드는 건 이제 조금 자중하세요.”
“헤헤, 언니 배고플까 봐 서둘러 와서 그랬어!”
“어머, 기특해라. 우리 강아지가 직접 만든 건가요?”
품에 안겨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소녀는 뚜껑에 구멍이 뚫려있고, 테두리가 삐뚤빼뚤한 파이를 그녀에게 내밀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응, 인간님들이 작은 주방을 써도 된다고 해서 하치코가 직접 만든 거야! 언니 식사도 제대로 못 하잖아? 먹고 힘내!”
“후후, 이거 참 동생을 걱정시키는 언니라니. 완전 언니 실격이네요. 잘 먹을게요.”
하치코 프로토타입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그녀가 가져와준 파이를 조금씩 잘라서 입에 넣어 우물거리며 함께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의 유전인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후속 모델은 총 3종류였다.
첫 번째는 하얀색 털을 지닌 터키쉬 앙고라 고양이의 유전자와 합성하여 만들어진, 조용하고 침착한 CS 페로.
두 번째는 인간과의 친밀성을 극대화한 후 늘 곁에서 경호하기 위하여, 예부터 인간의 충실한 반려자였던 개의 유전자를 섞어서 설계된 하치코.
마지막은 하치코와 비슷하지만, 더욱 더 공격성을 끌어올려 보안 레벨이 높은 기밀시설을 경호할 수 있게 하도록 늑대의 유전자까지 투입된 펜리르였다.
그녀, 블랙 리리스 모델의 우수한 경호 능력을 인간의 통제가 가능한 수준의 자아와 합쳐서 제어하기 쉽게 만든 결과물.
그것이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의 ‘자매’들이 세상에 나온 결정적인 경위였다.
그렇게 제작된 세 종류의 동물의 유전자가 투입된 바이오로이드들과 블랙 리리스는 한데 묶여서, ‘컴패니언 시리즈’라는 새로운 제품군에 들어갔다. 비록 단일 개체로서는 하자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블랙 리리스였지만, 자매품들과 함께하면 그 효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올라간다는 특성이 발견되어 경호 부문에서는 컴패니언 시리즈가 압도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경호 성능이 뛰어나다 한들 전쟁에 어울리는 건 아닌데…… 어떻게든 전장에 투입하려고 개조를 한 건 선을 넘은 것 같지만요…….
기업과 국가 사이의 전쟁.
속칭, ‘연합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삼안 산업은 블랙 리리스들을 포함한 컴패니언 시리즈도 전장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개조를 가했다. 하지만 양산형을 군사 작전에 적합하게 ‘변질’시키기 전에, 그들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만만한 프로토타입들에게 먼저 시험 삼아 개조를 가했다.
경호를 하다가 불가피하게 살인을 하는 것과 살인을 위해 전장에 뛰어드는 건 포크와 삼지창만큼 다른 일이었지만, 삼안 산업 수뇌부들은 그걸 굳이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인간님들은 어쩜 그리 밑도 끝도 없이 잔인할 수 있죠…….
전장에서 같은 기종이 하나씩 하나씩 죽을 때마다 프로토타입 컴패니언의 상처 역시 하나씩 하나씩 늘어났다. 병기로서 소모되는 자매들을 보호할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 자매나 다름없는 바이오로이드들끼리 서로 총칼을 겨누는 비극, 그리고 약점을 보완한다는 이유로 그녀들에게 행해지는 무자비한 실험과 개조까지…… 몸의 상처는 아물지언정 마음의 상처는 더욱 더 벌어지고 늘어나기만 했다.
“언니, 방금 뭐라 했나용?”
“아무것도 아니에요. 파이 잘 만들었는걸요, 우리 강아지.”
그저 마음속으로만 되뇌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입으로 살짝 나온 모양이다,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다시 활짝 웃는 얼굴로 자매가 만들어준 간식을 조금 떠서 입에 넣었다. 겉모양이 어설프긴 했지만, 내용물은 완벽했다.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바삭하게 잘 익었다. 이 맛있는 파이를 걸으면서 먹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블랙 리리스는 휴게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편안한 소파와 흥미진진한 뉴스는 건빵도 맛있게 만드는 마법의 조합이니까. 그녀는 TV를 켠 뒤 탁자 위에 파이를 내려놓고 남은 파이를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속보입니다, 삼안 산업과 블랙 리버의 협상이 결렬되어 세계를 양분하는 기업 사이의 전운이 높아지는 가운데 펙스 콘소시엄의 움직임도…….]
‘딸칵-.’
[남중국해에서 삼안 공업의 머메이든 함대와 블랙 리버의 호라이즌 함대와 일촉즉발의 상황인 가운데…….]
‘딸칵-.’
[긴급 속보입니다. 펙스 콘소시엄의 포세이돈 함대가 남중국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급보가 방금…….]
‘딸칵-.’
[에머슨 법이 발효된 지 10년, 바이오로이드는 여전히 실업률에 큰 영향을…….]
‘삑-.’
“언니? 괜찮은 거예요?”
안색이 어두워진 채, 고개를 숙인 채 몸을 조금씩 떨고 있는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 곁에는 어느새 하치코 프로토타입이 앉아있었다. 맑고 순수한 눈동자와 축 내려앉은 귀가 불안으로 떨리고 있었다.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조용히 일어서서, 말없이 그녀를 껴안아 줬다.
“……하치코.”
“왜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언니는 하치코와 페로, 그리고 펜리르를 지킬 거예요. 그러니까.”
-언니의 옆에서 사라지지 말아요.
평소와 다르게 침울한 그 목소리에 하치코 프로토타입은 잠깐 흠칫했지만, 그녀는 큰 언니를 다독이듯 껴안아 주며 평소처람 방긋 웃으며 답했다.
“응, 알겠어. 하치코도 페로랑, 펜리르랑 그리고 리리스 언니랑 떨어지기 싫으니까!”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눈을 감으며 더욱 힘을 줘서 꼭, 그녀를 껴안아 줬다. 세상이 불바다로 뒤덮여버린다 해도, 그녀 자신의 몸이 망가진다 해도, 주인 없는 실패작인 리리스 프로토타입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자매들만큼은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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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16, 오늘 그 시설에 중요 호위 대상이 이송될 거다. 예정된 기간 최선을 다해 지켜라. 이번 호위 대상을 잃는다면, 그 손실은 사업 기밀이 유출되거나 연구진이 죽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으니까.】
삼안의 최고 경영진들에서 보내진 짤막한 통신과 함께, 알 수 없는 대상의 호위 임무가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과 그녀들의 자매들에게 내려왔다.
-경호 대상의 상세한 명세도 보내주지 않았어……. 이런 건 또 처음인데…….
경호할 때는, 경호 대상의 정보가 필요한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무언가 달랐다. 의도적으로 검열에 검열을 거친 정보만을 보내온 것이었다.
최고 경호 인력으로써 정보를 요청해도 돌아오는 답은 그저 철저하게 안전을 보장하라는 답변만 기계처럼 돌아올 뿐이었기에, 리리스 프로토타입의 머릿속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어째서 인간님들은 인력이 빠져나간 이 시설에 알 수 없는 경호 대상을 보낸다고 하는 겁니까? 무언가 이상합니다.”
평소에는 경호용으로 동원되지 않는 AGS들의 옆에서 곧 도착할 ‘호위 대상’을 기다리고 있던 페로 프로토타입은 전신의 털과 꼬리를 쭈뼛 세운 채 말했다.
“글쎄, 나도 이해를 못 하겠네. 언제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이 때, 사람 빠진 개발 지구에 보내는 호위 대상이라…….”
배틀 메이드 시리즈, 페어리 시리즈, 그리고 뒤이어 컴패니언 시리즈가 완성된 후 이 개발 단지는 하나둘씩 연구원들이 빠져나가더니 결국 연구개발 자료 보관소로 쓰이게 되었다. 경쟁사인 블랙 리버와 펙스에서 싸고 효과적인 바이오로이드를 계속해서 개발해나가는 이상, 최고급 바이오로이드들을 개발하는 이 연구개발 부서는 지금 시점에선 사실상 의미를 잃은 셈이었다.
나가는 사람만 있고, 들어오는 사람이라곤 산업스파이밖에 없게 된 이 시설에 느닷없이 호위 대상이 들어온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앗, 온다! 온다! 언니, 수송기가 와!”
펜리르 프로토타입의 귀가 쫑긋거리며, 한 마리의 커다란 강아지처럼 뛰기 시작하자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자신의 뇌파로 통제되는 감시용 드론과 시험용 경호 무장, 로자 아줄 프로토타입 3기를 가동했다.
푸른 꽃처럼 펼쳐진 방패가 경호 대상 곁으로 날아가는 걸 본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이내 손짓으로 만약을 대비하여 경호용으로 개수된 램파트와 펍헤드들을 분산시켰다.
‘투두두두두…….’
모터의 굉음과 함께 검은 수송기가 천천히 착륙장으로 하강하자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한숨을 작게 내쉰 후 비상시를 대비하여 언제든 빼 들 수 있도록 설정해둔 맘바 피스톨들을 허리춤에 찬 채 발걸음을 옮겼다.
-어라? 어째서…….
그런데 그렇게 한 걸음씩 발길을 옮기던 중, 블랙 리리스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뇌파로 감지하여, 그들의 접근을 알아챌 수 있다. 특히 경호에 특화된 그녀는 더더욱 예민하여, 일정 거리 내에 감지되는 뇌파만으로도 인간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감지능력이 뛰어났다. 그런데…….
“뇌파가 왜 안 느껴지지……?”
……내부에 인간의 뇌파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설마…….
착륙한 수송기의 문이 열리며, 안에 있던 경호 대상이 걸어 나왔다. 아무래도 경호 대상은 기계가 아닌 모양이다. 기계라면 둥둥 떠다니거나 철컹철컹하며 걸어오지 저렇게 자연스럽게 걷지는 못하니까.
“후우……. 이번엔 버려진 연구개발 단지에서 머물라니, 아무리 기술 과시용 플래그쉽이라도 취급이 너무하네요.”
화사한 은발, 붉은 눈동자. 그리고 훤칠한 키를 지닌 미모의 여성.
알고 있다. 유전자에 각인된 정보와 교육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통해 눈앞에 나타난 이 여성이 누구인지 블랙 리리스 프로토타입은 알고 있었다.
수송기에서 내린 여성은 살짝 놀란 표정이 되어 리리스 프로토타입과 그녀의 동생들인 컴패니언 프로토타입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이번엔 경호용 바이오로이드들이 경호를 담당해줄 거라고 하더니, 진짜였군요. 처음 보는 자매들, 반가워요.”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그 여성은 리리스 프로토타입과 그 자매기들을 자신의 ‘자매’라 부르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이라고 해요. 편히 라비아타라고 불러주면 좋겠어요.”
삼안 산업에서 대중에게 쌓아 올린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 개발하고 제조한, 최초의 바이오로이드이자 바이오로이드의 정점.
“최고경영진의 명령으로 한동안 머물게 되었는데, 잘 부탁드려요.”
한때 모두의 찬사와 모두의 선망을 받았던 그녀가, 인간들이 모두 떠난 이 쓸쓸한 연구개발 구역에 홀로 온 것이었다.
♠
“기업과 국가의 전쟁…….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거…….”
“1차 연합전쟁의 이야기가 맞아요. 저와 그 아이는 그 전쟁이 종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났습니다,”
“맙소사, 그러면 여기 나온 프로토타입은 라비아타나 에바와 나이가 비슷하다는 거야?”
“나이는 숙녀에게 예민한 요소긴 하지만……. 그 말씀이 맞아요.”
살짝 움찔했던 라비아타는 한숨을 내쉰 후 순순히 답해줬다.
“리리스 프로토타입에 대한 소문은 사실, 당시에도 삼안의 바이오로이드들 사이에 드문드문 퍼져있긴 했었어요.”
최초의 바이오로이드의 표정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안 그래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블랙 리리스의 초기형이기에, 정신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서 봉인되었다던가, 이미 오래전에 해체된 후 재조합되어 완전히 다른 모델로 만들어졌다던가…….”
“멀쩡한 바이오로이드를 무슨 괴물처럼 포장해버리다니, 해도 해도 너무하네. 만나보면 이렇게나 착하고 다정한 바이오로이드가 없는데.”
“직접 볼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소문은 이상해지기 마련이에요. 무적의 용에 대해서 트리아이나가 말하던 걸 기억하세요.”
“그건 그렇긴 한데…….”
사령관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내뱉은 말에 라비아타가 푸념하듯 답했다.
“잠시만, 그러면 멸망 전쟁 때 저 리리스는 어떻게 된 거야? 페로랑 하치코는 라비아타가 복원한 아이들이고, 펜리르는 살아남은 후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고.”
페로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라비아타와 잠시 눈을 마주쳤다.
‘알려드리세요, 모든 걸.’
소리 없는 말이 입에서 나온 것을 본 오드아이의 고양이는 속이 쓰린 듯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리리스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형태의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건 프로토타입의 ‘저’가 리리스 언니에게 남겼던 물건입니다. 이제는 제가 가지도록 언니가 줬지만요.”
핏자국과 탄흔이 남아있는 고양이 방울의 안에는 작은 메모리칩이 있었다. 그것을 패널에 끼우며 페로는 최대한 무덤덤한 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마지막까지 지켜봐 주시겠어요? 외면하지 않고, 무시하지도 않고, 두 눈 똑바로 뜨시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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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시간은 물처럼 흐르네
스노우 페더가 안 나오는건 작성, 업로드 당시(5월 18일) 페더가 없었기 때문인데,
대충 손보려니 글이 헝클어져서 언젠간 좀 크게 리메이크 해야 할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