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검열 사태로 빡치신 분들 많을 겁니다. 저도 기분이 매우 안 좋아서 누굴 어떻게 비판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게임물관리위원회 회의록을 잠깐 들여다 봤습니다.
일단 처음부터 뭔가 이상합니다. 아래 스샷을 보면, 2019년 1월 9일에 처음 심의를 받은 녀석이 하나 있고, 뜬금 없이 올해 7월 11일에 심의를 받은 녀석이 있습니다. 전자는 신청자가 '밸로프'로 되어 있는 반면, 후자는 '주식회사 스튜디오 발키리'로 되어 있습니다. 올해 7월 11일이면 신청자가 무조건 밸로프일 텐데 왜 발키리가 갑자기 등장하는지 의문이군요.
전자의 맨 아래를 보면 '등급유지결정'이 쭉 이어지다가 2023년 7월 28일자로 '반려결정'이 떠 있습니다. 정황 상 반려결정이 한 번 뜨면 무조건 별도 심의 건으로 다시 통과를 해야만 하는 사안 처럼 보입니다. (더 상세히 아시는 분은 설명좀..) 이제 날짜를 알았으니 회의록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볼 차례입니다. 2023년 27차 회의록을 보면, 라스트오리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수정 사항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고 나옵니다.
여기서 '내용수정신고'란, 모바일 게임 같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게임에 대해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확실치 않음) 지적 사항(?)을 보면, 1) 장기간 신고가 없었고, 2) 이용방식이 현저히 변경됐으며, 3) 전신 혹은 외음부가 완전히 드러난 수준의 여성 캐릭터 묘사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위의 심의 이력과 함께 보면, 2022년 9월 27일 이후 게임 업데이트 사항에 대해 게임사 측의 '내용수정신고' 이력이 없었고, 새롭게 신고한 내용이 기존과 판이하게 다르며, 2022년 9월 27일에는 볼 수 없었던 전신-외음부가 과도하게 드러나는 업데이트가 있었기에 등급분류에서 반려를 먹었다고 보여집니다.
22년 9월 27일 즈음에 뭐가 있었나 패치 노트를 확인해보니 9월 26일자로 엔라이가 풀렸습니다. 엔라이의 중파는 다들 아시다시피 부러진 칼을 외음부(...)로 꽉 잡고 있는 자세입니다. 그러니까 27일 심의 버전은 26일 업데이트 버전이 아닌 셈이겠지요. 22년 11월에는 스마조->피그 이관 발표가 있었습니다. 23년 7월 28일은 대략 11구역 나온 직후, 인어의 섬 이벤트 즈음입니다.
주기적/비주기적 업데이트에 대한 '주기적'인 신고가 없으면 다른 이유 없이도 '내용수정신고'에 반려를 때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23년 7월 앞뒤로 몇 건의 회의록만 훑어봐도 그런 사례가 몇 있긴 합니다. 그리고 이 주기적인 신고가 그전까진 길어봤자 다섯 달 주기로 이루어졌는데, 갑자기 열 달 만에 신고를 한 셈입니다. 그러니까 안 그래도 과감한 스킨 업데이트로 쫄리는 상황에 주기적인 신고도 미루다 신고하니까 이것저것 같이 얻어맞은 느낌이 좀 크긴 합니다. '이용방식이 현저하게 변경'되었다는 부분은 패치 노트를 훑어봐도 뭔지 이해가 안 가더군요. 심의를 다시 해야할 만큼의 큰 변화가 있었나...
정리하자면,
(추정)스마조->피그 이관 즈음부터 (아마도) 주기적인 '내용수정신고'에 관한 업무 인수 인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한동안 신고가 누락됐으며, 23년 7월 28일자로 여성의 전신/외음부가 완전히 드러나는 묘사에 대한 제재 의견을 받았음에도 이 이후로 계속 동일한 제재에 걸릴 만한 스킨을 출시하다가, 돌고 돌아 24년 7월 11일에 전부 제재에 맞춰 수정한 것입니다.
1차적인 비판 대상은 당연히 게임물관리위원회입니다. 성인이 "전신•외음부가 완전히 드러난 수준의 여성 캐릭터 묘사"를 보지 못하게 막을 합리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피그/스튜디오발키리로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악법에 맞서는 방법은 싸워서 바꾼다, 혹은 순응한다, 혹은 악법의 영향이 없는 곳으로 도망친다 정도가 있을 텐데, 피그/스튜디오발키리는 그 중 어떤 방식도 제대로 취하지 않았습니다. 제재 발표 이후에 나온 스킨을 보면 엔라이 미스오르카, 샐러맨더 교복(장신구 제거), 다프네 초콜릿 같이 이번 검열로 수정된 스킨도 있지만, 동시에 보련 (원)교복(보련 방과 후 이발 스킨도 검열 됐네요), 블프 미스 오르카, 포티아 크고 아름다운 제과제빵, 이번에 나온 베타 중파나 에라토 중파 같이 제재를 교묘히 회피하면서 입 떡 벌어지는(= 유저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스킨도 출시했습니다. 무슨 말이냐하면, 어차피 법규정 바꿀 힘이 없는 소규모 업체라면, 적어도 자사 게임의 주요 이용자들이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라스트 오리진은 게임 특성 상 특히나 검열에 민감할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손 놓고 한~~~~참 있다가 '아차 검열당해서 이거랑 저거랑 요거랑 바꿀 예정입니다'하는 말도 안 되는 뒷북을 치니, 악법에 순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셈입니다.
예상 외로 이번 사태에서 제일 불쌍한 건 큰 똥을 받아서 꾸역꾸역 열심히 처리한 밸로프인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모로 참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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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얼마 전 라오 검열 소식이 알려진 뒤 유게에서 싸펑을 언급하는 경우가 간혹 보여서 이번에 찾는 김에 싸펑 심의 회의록도 찾아봤습니다.
.... 싸펑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캐릭터 만드는 과정,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옷 입히는 과정 중에 남녀 할 것 없이 아랫도리가 훌렁훌렁 공개됩니다. 그런데 저 '연구원'께서는 '여성 캐릭터의 선정적인 신체 노출'이라고 여성만 콕 짚어놨네요. 심지어 여성기는 한 종류만 있는 반면, 남성기는 포경 유무와 크기까지 조절할 수 있고 심지어 캐릭터를 회전시키면 남성기에도 물리엔진이 들어가 있어 아주 리드미컬하게 흔들리는데 남성 캐릭터의 선정적인 신체 노출은 불편하지 않으신가봅니다. 만약 라오가 여성향 노출겜이라 예를 들어 다프네 초코 스킨의 도끼자국 대신 남성기에 초콜릿 도포한 모양새였다면, 과연 검열에 걸렸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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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저쪽에서는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운영사와 게임을 욕하고 싶어서 안달난 관종들이 죽어라 설치고 있으니 분위기만 요상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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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관위/게등위의 졸속 처리에 이어 라인게임즈-스발의 방임이 이런 식으로 터져버린거군요. 하...참,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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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에서 폭탄이 미루고 미뤄지다가 밸로프가 짬처리한 상황이란 거군요 검열을 관리하는 게관위의 기준도 애매모호한 상황인거구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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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처리가 깔끔하지 않아 걀국 이렇게 된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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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로프 화이팅이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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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에서 폭탄이 미루고 미뤄지다가 밸로프가 짬처리한 상황이란 거군요 검열을 관리하는 게관위의 기준도 애매모호한 상황인거구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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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처리가 깔끔하지 않아 걀국 이렇게 된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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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관위/게등위의 졸속 처리에 이어 라인게임즈-스발의 방임이 이런 식으로 터져버린거군요. 하...참,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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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저쪽에서는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운영사와 게임을 욕하고 싶어서 안달난 관종들이 죽어라 설치고 있으니 분위기만 요상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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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게도 마찬가지였죠 참 아직도 저러는 애들이 있다는게 웃길뿐 도대체 이 게임에 뭐가 있어서 저러나 싶을뿐임 ㅋㅋㅋㅋ | 24.08.06 23: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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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로프 화이팅이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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