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 뻥끗 안하네요.”
“어떻게 물어보는데 한 마디도 안 할 수 있나.”
알파와 감마는 눈 앞에 심문대상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순항훈련 원정함대 진주만 베이스캠프 안으로 어련히 알아서 기어들어온 로버트를 심문실로 데려다가 심문하였지만, 로버트는 그 알파와 감마의 그 어떤한 외압에도 입도 뻥긋하지 아니하였다.
사실 외압이라고 해봐야 달리 한 것도 없긴 했지만 말이다. AGS라서 평범한 물리력 행사로는 효과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코어를 강제로 해킹하자니 그건 그거대로 윤리적, 인도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AGS라고 해도 엄연히 인격이 있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인간에 준하는 권리와 대우를 행사하고 있으며, 그것은 제 아무리 적이라 할 지라도 포로로 사로잡았으면 그렇게 대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설사 그런 것들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코어를 해킹한다 해도 과연 이 거대한 네 팔의 AGS를 해킹하는 것이 가능할 지부터가 문제였다. 아니, 할라면 할 수는 있었다. 케스토스 히마스는 결코 폼으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었으니깐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진짜 문제는 다른 것들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렇게 해서 AGS의 코어를 해킹하는 것이 결코 도의적으로도 인도적으로도 보기 좋은 이미지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만약에라도 지금 자신들이 펙소 콘소시엄에 몸을 담고 있었다면 그래도 될 것이다. 당장 레모네이드 오메가 그 년부터가 회장들이 부활할 것을 대비하여 이미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바이오로이드들을 핍박하고 있었으니깐.
바이오로이드들을 그렇게 노예로 부리는데, AGS야 뭐 얼마나 막대해도 되겠는가.
“정말 아무 말도 안 할 텐가?”
“...”
“이대로 있어봤자 손해보는 건 네 일텐데?”
“... 크큭...”
“음?”
“과연 그럴까.”
드디어 로버트가 입을 열었다. 희미한 조소는 마치 자신을 심문하는 알파와 감마를 비웃는 듯 하였다.
일말의 감정 하나 느껴지지 않는 매우 차가운 논조로, 로버트가 말하였다.
“과연 누가 손해일 것 같나?”
“레모네이드 알파, 레모네이드 감마...”
“우리 이름을 아네?”
“모를 이유는 없지 않겠나?”
“뭐,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네. 어차피 우리도 네 주인이 누구인지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으니깐.”
“단지 우리가 원하는 건 예상이 아니라 확실한 대답이다.”
“네 주인이 레모네이드 오메가가 맞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있는 건지?”
“그리고 북쪽 숲에 타이런트를 푼 것도 당신인지.”
“... 너희들 여유가 넘치는 군.”
“뭐?”
“이렇게 날 묶어놓고 느긋하게 질문할 시간이 있냐는 말이다.”
“시간이야 많지. 단지 뭐, 우리도 우리 나름의 입장이 있다보니 너한테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야.”
“그럼 계속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시간이나 끌게나.”
“그게 나한테 더 이득일 테니깐.”
로버트의 목소리에서 여유가 넘쳐흘렀다. 아예 대놓고 시간을 끄는 것이 자신에게 이득이라고 할 정도였다. 필시 그것은 타이런트 때문이었을 터. 이 또한 오메가처럼 확정적인 것은 아니나, 호놀룰루 북쪽 산 중턱에 나타난 타이런트도 눈 앞에 로버트와 사실상 관련이 있을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게 로버트가 저런 당당하면서도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였다. 알파와 감마가 보기에 속이 뻔히 보이는 수법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타이런트가 곧 여기까지 내려와서 깽판을 치기 만을 기다리는 것 같은 눈치였다. 움직이는 전술핵병기, 혹은 준전략핵병기로 불리우는 타이런트가 진주만까지 내려와 꺵판을 친다면야 로버트는 얼마든지 인간들에게 붙잡힌 현재의 상황을 다시 타개하고,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고 난 다음에 그들의 시체를 제물 삼아 신인류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로버트의 눈에 비춰진 알파와 감마도 여차하면 싹 쓸어버리고 난 뒤 신인류 프로젝트의 제물로 받칠 생각으로 가득했다. 무려 한 꺼번에 3만 명이 넘는 인간들을 데려다가 새로운 인류를 만들겠다는 그의 원대한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알프레드와 달리 표정이 없어 로버트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여유 넘치는 로버트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는 그의 감정은 알파와 감마, 나아가서 정규군대인 자신들 군대를 향한 비웃임과 자만심이었을 것이다.
허나 로버트는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시간을 끈다... 라고...”
“... 믿는 구석이 있나본데, 그거 의미 없거든.”
“우리도 타이런트에 대해서 이미 파악은 다 끝난 상황이라 말이지.”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지금 네 놈들의 병력이 그 녀석을 상대하러 간 모양인데, 잘 생각해보게나.”
“과연... 너희들의 병력으로 그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한 번도 마주해본 적이 없을 텐데.”
“상대고 자시고 간에...”
“... 아니다. 뭘 믿고 그러는지는 아니까 딱히 뭐 더 말할 필요가 있으려나.”
“자신만만하구만, 펙스의 배신자 녀석들.”
“오, 이제 그냥 뭐 대놓고 말하는거야? 오메가 년의 부하라고?”
“어차피 죽은 목숨들일 텐데 굳이 안 알려줄 이유도 없지 않겠나?”
“우와~ 너무 여유로운걸? 거기에 선심까지 써주다니, 이거 감동스러워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네.”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을까?”
“글세, 근데 애초에 그거 숨 통을 열 댓 마리는 끊어본 양반이 가 있어서 말이지.”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우리도 꽤나 여유로운 상황이거든.”
“... 뭐?”
로버트의 여유로움에 절로 감탄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상황이 조급하지 않은 것은 알파랑 감마도 매한가지였다.
이렇게 대답을 하니 로버트는 순간 자신의 귀가 잘못되었나, 이 하등한 살덩이들이 겁대가리를 상실해서 헛소리를 하나 싶어 다시 되물으려 하였다.
그러던 그 순간...
“나 왔다.”
터덜터덜 걸음으로, 하지만 표정은 한 껏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누군가 알파와 감마가 로버트를 심문하고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먼지 한 가득 뒤짚어 씌우고 매쾌한 화약 냄새 한 가득 풍기면서 심문실로 들어온 사람은 민하준 장군. 오르카 인류 저항군 합동참모차장인 민하준 육군 원수였다.
터덜- 터덜- 힘 빠지는 걸음으로 들어오면서 무슨 집에 들어온 남편마냥 말하는 그의 모습에, 그의 부하이자 해군참모차장인 감마 해군 대장은 얼탱이가 없는지 상관에 대한 경례 대신에 볼멘소리를 건넸다.
“아니 무슨 집에 돌아오는 남편네도 아니고...”
“누가보면 퇴근하고 온 줄 알겠네.”
“왜?”
“저거 정리하고 왔으면 퇴근한 거 맞지, 안 그러냐?”
“전시 상황에서 퇴근은 무슨...”
장군의 위엄은 어디가고, 소탈하게 왔다며 인사를 건네는 민하준 원수의 모습에 감마 대장은 최소한의 체면치레조차 없는 그를 보며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알파는 애진작에 결국 민하준 원수에 대해서 이해를 할 생각 자체를 포기하였다.
민하준 원수는 돌아오자마자 감마와 짧은 만남을 주고 받고, 곧 로버트의 존재를 눈치채고 감마 대장에게 물었다.
“뭐냐, 이 깡통은?”
“깡통이라고?!”
“지금 말 다 했...!!!”
“감마야, 이 깡통은 대체 뭐냐?”
“하등한 살덩이 주제에 감히 내 말을 무시하다니...!!”
“딱 보면 알잖나.”
“저 녀석일세. 마을 주민들 납치해다가 실험하고, 북쪽 숲에다가 타이런트를 풀어놓은 게.”
“그렇구만. 그게 너였구먼.”
“하여튼 이 동네는 AGS들이 문제구만, 아주...”
“네 녀석...!!!!”
“아 참, 오는 길에 주웠다.”
민하준 원수는 포박된 채로 앉아있는 로버트의 발밑으로 무언가를 내던졌다. 거대한 쇠구가 땅에 떨어지듯 둔탁한 소리를 내며 구르다가 딱 로버트의 발 밑 앞에서 멈춰세워졌다.
로버트는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이건... 서, 설마 네 녀석...?!?!”
“대체 무슨 짓을?!?!?!”
“이야, 드디어 주인을 찾은 것 같네.”
“얘가 거 니네 집 강아지인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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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19화까지 연참이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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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생각하려했으나, 머리가 아파졌으므로 생략했으빈다 | 23.09.26 10: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