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르라면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그 현자 미미르인가? 유그드라실 나무 아래에 위치한 마시기만 하면 똑똑해진다는 지혜의 셈의 파수꾼이자 아스가르드의 왕 오딘의 절친. 바니르 신족들에 의해 머리가 베어져서 오딘이 그의 머리를 살리기도 하였고.
"현자이신 분이 왜 이런 누추한 나무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미미르라면 알래스카가 아니라 유럽쪽에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만."
"왜 아가씨. 현자가 알래스카에 있는거에 불만이야?"
"......"
"거 뉘집 부모가 가르킨건지 모르지만 교육을 판타지로 받았나 보구만. 웃 어른에게 그런식으로 말하면 안-"
"가자 토르"
"월!"
"어 야! 야!"
뭐야 저 아저씨...라면서 홱 돌아서 갔고 토르도 더이상 볼게 없다는 듯 내 뒤를 따라갔다. 그러자...
"거 가려면 나 떨어뜨리고 가 최소한!"
다급해져가는 목소리는 내 뒤를 돌아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나무가지에 촘촘히 작혀진 소나무 잎들 사이에는 하얀색의 둥그런 무언가가 보였다.
"탑돌이?"
무엇인지 알아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렘린 언니가 필요한 부품을 가지러 올때마다 늘 옆에 강아지마냥 걸어다니는것을 많이 봤는데.
"야 너 설마 정말로 나무가 살아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건 아니겠지? 무슨 마법도 아니고 말이야."
"그쪽이 먼저 나한테 현자의 나무라고 했습니다만.....?"
"으흠 그게 말이야-"
헛기침 하는 소리가 들려온뒤...
"내가 사람하고 마지막으로 얘기한지 어디보자....약 10년 가까이나 되가지고 한번 농담 해본거여."
"농담은 무슨."
내가 듣기로는 그 아빠가 말하신 관심종자 같은 데요? 라고 입밖으로 나오는것을 간신히 참았다.
"아가씨도 보아하니 누구랑 얘기해보는것은 간만인거 같은데, 이왕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나좀 떨어 뜨려줘 좀."
"잠시만요..."
안그래도 나무를 베어낼 생각이었는데 잘 됬네. 썰매에서 도끼를 꺼낸 뒤 다가가자...
"어이 잠깐 설마 그걸로 나무 자르려는거야?"
"마침 땔감이 필요했는데 잘됬네요. 흔들려도 참으세요."
"그러다가 아저씨 다치면 어떻하려고 그래?"
"알아서 피하세요 그쪽이."
라면서 도끼를 치켜 들려 하는 순간...
"흐음"
눈앞에 보이는 솔방울 덕분에 머리위에 무언가가 스쳐갔다. 생각해보니 저 나무에 솔방울이 많이 열렸네. 여기서 이 나무 베어버리면 저 솔방울들을 더이상 따지 못해 장작 불 피는데 애로사항이 생길거고...
나는 도끼를 다시 썰매에 집어 넣은 뒤 갈고리가 달린 막대를 꺼내었다.
"조금 따끔할거에요."
"너 이젠 꼬챙이로 만들 생각이야?"
"아니요."
툭-툭-
"떨어드릴건데요?"
끼야악-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현자라 칭했던 탑돌이가 떨어졌다. 월! 하고 울부짖은 토르는 땅에 잡기 전에 그대로 입으로 물어버렸고.
"나이스 캐치 토르."
"이...이것 좀 진작에 말하라고...놀랬잖아."
"그쪽이 먼저 장난 쳤잖아요. 저도 장난좀 칠줄 알아요."
골탕좀 먹이려는것도 있었지만.
한참전의 실랑이와 함께 다시 오두막집으로 돌아오니 어느세 해가 지고 있었다. 오렌지 색의 태양빛은 알래스카의 눈빛을 비춰주고 있었고, 나는 숲속에서 구한 땔깜과 사냥감 그리고 스스로 현자라고 칭하는 이상한 깡통을 하나씩 꺼내었다.
"여기가 자네가 사는 집인가?"
"네."
장작들을 놓기 시작하자 이 관심종자 아저씨는 말을 걸기 시작했다.
"혼자 살아?"
"네."
"저 멍멍이랑 단 둘이서?"
"네."
"자네 자매들은 어디로 가고?"
장작을 놓던 중 들려오던 말로 인해 손을 멈추었다. 토르도 이에 반응 했는지 으릉-하고 짧게 울었고.
"자네 보아하니 C-33 안드바리 모델 바이오 로이드지? 시터즈 오브 발할라 소속에 군수물품 관리를 담당하는."
"....그렇습니다만?"
"자네 자매들은 어디로 가고 왜 혼자만 남았나."
내 손이 서서히 M9이 들어진 홀스터에 다가가면서 이런 생각이 오고 갔다.
아 저 깡통 자식 말이 많네.
입도 없는데 테이프로 입 다물게 할수도 없고.
"그 C-33은 전투력이 대원들중 가장 아랫 단계라서 혼자 둘리가 없을텐데? 최소 한두명 정도 붙어서 붙게 할거고. 설마..."
탕!
손에 든 M9의 총구에 연기가 나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말이 많았던 저 자칭 현자의 입은 그대로 다물어지게 되었고, 토르는 놀라기는 커녕 이빨을 들어대면서 사납게 으르릉 하고 있었다.
토르는 그대로 다가가 물려고 하는 것을 나는 제지하면서 썰매에 들어진 탑돌이를 양손으로 들었다.
"한번만 더 그런걸로 입 뻥긋했다가는 저기 바닷가에 던져버릴테니 그리 아시죠?"
"....으...응..."
"이건 경고에요. 알아들었죠?"
알아 들었다는듯 기계음으로 치잉-치잉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바닥에 대충 내려놓으면서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원래 같으면은 온 전신에 총 구멍을 내고 싶어 했지만 왜 그때 그냥 경고하는걸로 끝냈을까? 얘기할수 있는 누군가랑 간만에 만나서? 아니면 성격이 많이 누그러져서?
내가 야생에서 살다보니 참 나도 많이 변했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르카호 군수물품을 담당하는 그 아이도 오죽하면 "언니는 참 감정 컨트롤을 잘하시네요" 라고 할 정도였고. (망할 꼬맹이 두명은 내가 충분히 무섭다고 하지만. 야생에 던져서 장작 캐는 벌을 내리고 싶을 정도로.)
"그건 그렇고 나 신경 쓰고 있었는데."
"또 뭔데요?"
지잉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자칭 현자분이시라는 탑돌이에게서 네개의 발이 나왔다. 그리고는 웃샤-하는 소리와 함께 썰매에서 나오셨고.
"내 옆에 있던 비버 시체 말이야. 이걸로 뭐하려고 잡아온겐가?"
"뭐하긴요."
썰매에 있던 통통한 비버를 바라보았다. 숲속에 강이 있길래 혹시나 해서 가보았는데 거기에는 비버 서식지가 있었다. 덕분에 한마리 잡아오는데 문제가 없었고.
"오늘 저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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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 소설 리메이크 작업하느라 직장 다니느라 정신 없네요 허헛...
그래도 약속한데로 4편 올렸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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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 고기가 상당히 육즙이 많고 부드러워 터키하고 돼지고기 맛하고 비교할 정도고 특히 꼬리 부분이 제일 맛있는 부위라고 하더군요. | 23.09.24 15: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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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판타지 요소는 거의 없을 예정입니다. 판타지 요소는 모모 소설에서 충분히 보였고요. (그렇다고 아주 없는것은 아니겟지만) | 23.09.25 11:2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