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에게서 받은 일기 세트. 너무 귀엽고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라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는 중이다.
일기라는것을 난생 처음으로 써본다.
그동안 연기에 집중하느라 일기 같은것을 쓰는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도련님이 나를 거둬 주신 뒤 업무중 하나를 주신거다.
일기를 매일 빼먹지 말고 쓸것.
일기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현재 혹은 과거에 있던 내용들을 종이책에다가 적는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늘부터 한번 이 일기라는것을 써보기로 해본다. 도련님이 선물해주신 귀여운 디자인의 노트에 하나씩 빠짐 없이.
도련님은 착한 어린이시니까 꼬박 일기를 쓰신다고 콘스탄챠 언니가 신신당부 하셨으니 모모도 열심히 써야겠다. 모모도 착한 마법 소녀이니까.
p.s 바닐라 언니는 여전히 까칠하시다. 좀 부드러워 지셨으면. (자신은 부드럽게 대하는거라 하시지만.) 때가 되면 매지컬 러블링을 바닐라 언니에게 뿌려야지-♬
눈을 뜬 뒤 가장 눈에 보였던 것은 전등의 불빛이었다.
처음에는 뭐지? 하다가 내 몸을 감싸던 하얀 이불을 비롯해 얼굴이 반쪽이 무언가에 감싸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옆에 놓인 거울을 바라보았는데...
얼굴의 반이 하얀 붕대로 감싸져 있었다. 마치 미이라나 다름없던 내 얼굴을 한번 쓱 만져보니 붕대의 감촉이 손으로 전달되어오면서 머릿속에 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공연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테러리스트들의 습격, 그리고 어쩌다가 내 얼굴이 이렇게 됐는지도.
"꿈이 아니었구나."
이 일기장을 쓰면서 나는 지금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악몽이었으면 했는데. 그냥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고약한 악몽이기를 기대했건만.
"여어-깼나보군."
"매니저."
문이 열리면서 매니저가 들어왔다. 한 손에 서류용 가방을 쥐면서.
"몸은 어떤가. 얼굴은 안 아프고?"
"좀 욱신거리는 것을 제외하면..."
나는 비틀거리는 몸을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려 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내가 이러고 있는 사이 수많은 어린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허 뭐 하는 건가. 지금은 그냥 쉬고 있어."
"하지만 어린이들이 매지컬 모모를 기다리고 있어요. 아직 공연 다 끝마치지 못했는데."
"너는 오늘부로 은퇴야."
"...네?"
잘못 들은 건가요? 라는 말이 목소리 밖으로 나올 뻔했다. 에이 참 매니저도 방금 매지컬 조크를 하신 거죠?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현시간부로 너는 연예계에서 은퇴하라고 본사 측에서 연락왔다. 얼굴에 흉터가 난 모모는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말이야."
"하지만! 흉터는 지울 수 있어요! 매지컬 힐링으로...!"
"어느 세월에 다 지우게? 너 하나로 인해 회사가 피해를 입힐수 없다. 너를 대체할 모모는 이미 준비해 두었고."
그때의 기분이 일기장을 쓰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눈이 돌고 돌아 세상이 돌아가면서 심장 맥박도 평소보다 빠르게 뛰어갔고 동시에 마음속 깊숙한 곳에 무언가가 무너져 욱신거리는 듯한 느낌...
"저…. 저는 이젠…. 어떻게 되는 건가요? 마법을 사용 못 하게 되는 모모는 이젠..."
"그래. 우리도 너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했다. 원래 같으면은 은퇴한 배우는 테마파크나 콜로세움으로 보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니저는 서류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무엇인가요? 라고 얼굴로 물어보자 나한테 답하듯 서류 및 사진을 건네주셨는데...
"축하한다. 너의 새로운 주인이다."
검은색 계통의 머리카락과 갈색 눈동자를 지닌 10대 정도의 소년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의 얼굴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왼손으로 붕대가 감싸진 얼굴을 이루어 만져보았다. 기억하는 게 맞다면 이 소년은 분명….
몇주전 사건 날
사건은 빠르게 수습되었다. 테러리스트들은 금세 잡혀서 그대로 끌려갔고 나는 콘스탄챠와 바닐라랑 같이 대피소로 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주인님 뭐 마시고 싶으신 거 있으신가요?"
"난 괜찮으니까 콘스탄챠 먼저 마셔. 나 찾느냐 수고했는데."
"하여간 이럴 때만 어른스러운 척한다니까요. 평소에도 그랬으면."
"평소에도 얌전하다 뭐."
"그렇다고 모모 보겠다고 혼자 도망치는 게 어디 있습니까? 덕분에 저와 언니까지 혼나게 되었습니다."
"자자 바닐라 너무 그러지 말고. 우리 모두 무사하잖아."
바닐라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맞는 말이긴 했다. 내가 멋대로 행동하는 바람에 우리가 모두 혼나게 되었으니.
많은 사람이 대피소로 모여 있었다. 애 어른 가릴 거 없이 모두의 표정이 말 그대로 침울한 표정이었고. 그럴 만도 하지. 나를 포함한 여기 있는 모두가 모모 보겠다고 왔는데 갑자기 하늘 위에 벼락 떨어진 꼴이니.
"네 회장님. 회수는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운 곳에 양복을 입은 사내가 전화로 누군가라 얘기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이마쪽이 긁힌 것을 비롯해 못에 긁히기라도 했는지 아주 1자로 흉터가 생겼습니다. 의사 양반 말에 의하면 지워지기까지가..."
긁혀진 이마 1자로 생긴 흉터…. 딱 내가 봤던 모모의 상처였다. 내가 직접 가까이 가서 보고 잠바로 피를 닦아주기까지 했는데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저분은 그럼 매니저라도 되는 건가?
남자는 말을 멈추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답을 듣고 있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습니다. 폐기처분 절차를 시작하겠습니다. 곧바로 테마파크에다가 연락을 주겠고요."
폐기처분이라는 말에 내 눈이 크게 떠졌다. 아직 어린아이였던 나로서 폐기 처분이란 단어가 이렇게 들려왔을지도 모른다.
모모가 폐기처분 된다는 것은 더 이상 모모를 볼 수 없게 된다는 것. TV에서도 못 보고 공연도 못 보고.
이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모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 말고 그녀를 구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까지도 했고.
참 그때 생각해보면 나도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런 생각까지 다 하고.
"저기 바닐라, 콘스탄챠."
"네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
"아버지가 분명히 나한테 말하지 않으셨어? 생일 선물 아무거나 딱 하나만 가져도 된다고."
"어머 - 도련님 뭐 가지고 싶으신 것이 생기셨나 보죠?"
콘스탄챠의 말에 대답이라도 해주듯 나는 한 손에 핸드폰을 들어 아빠의 번호를 눌렀다.
"아빠 저에요."
-...바쁜 데 무슨일로 전화했느냐-
차가운 목소리가 내 귀로 들려온다. 그때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면 뭔가 귀찮다는 듯한 목소리 그 자체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잠시 침묵을 지킨 뒤 한번 심호흡을 하였다.
-용건이 없으면 끊겠...-
"저 가지고 싶은 선물이 하나 생겼어요."
다시 현재
서류를 읽던 중간에 병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니저 말고 나한테 방문할 사람이 있나? 어린이 손님인가? 라고 생각할때쯤...
"저기…안녕하세요 모모?"
나의 크기의 반도 안 되는 소년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의 뒤에는 메이드 계통 바이오 로이드인 콘스탄챠와 바닐라가 뒤에 서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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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하고 모모는 이렇게 해서 만났습니다. 모모의 메이드 삶의 시작이고요.
피드백 및 오타 지적 환영입니다.
58.227.***.***
216.181.***.***
...에...그렇게 가는것이 더 부드러운 전개가 가능했을지도 모르겟네요.(동시에 잘하면 드라마틱한 전개도 가능할테고요) 제가 구상할때 테마파크로 팔려갈 위기에 처한 모모를 생일 선물로 샀다 라는 걸로 했는데...내가 너무 생각이 짧앗네요 하핫... | 23.02.03 14:34 | |
58.227.***.***
어릴때부터 만나 인연을 쌓는 것도 좋죠. 다음화 기대하겠습니다. | 23.02.03 14: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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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181.***.***
추천 감사합니다! 꾸벅. | 23.02.04 11: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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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모모...이 소설을 계기로 모모 메이드 스킨이 만들어졌음... | 23.02.05 01: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