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바람이 우리 두 사람의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내 몸이 떨기 시작하자 도련님은 어떻게든 체온을 따뜻하게 하기 위함인지 양팔로 나를 감쌌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내 얼굴은 그대로 도련님의 품속에 파묻혔고.
"따뜻해?"
"...매우 따뜻해요."
도련님의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맡아오던 냄새가.
생각해보니 도련님은 언제 이렇게 커지신 걸까.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내 키의 반도 안 되신 분이 지금은 이렇게 커지시다니.
우리는 건물 옥상 난간에 한 발짝 올라갔다. 어둠으로 짙은 밤이었지만 도련님이 나한테 선물로 드레스가 반대편 빌딩의 빛으로 인해 반짝이고 있었고. 이 드레스 마음에 무척 들었는데. 칠흑의 밤처럼 검은색으로물들어진 드레스와 함께 선물로 받은 파란색 장미를 머리에 꽂은 체 도련님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었는데.
"저기 모모."
"네 도련님."
주인님의 따뜻한 손길이 내 머리 위로 느껴지면서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주인님의 따뜻한 품에 파묻혀있던 나의 얼굴을 들어보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눈에 보였었다. 그의 갈색 눈동자에는 거울처럼 나의 모습이 보였었고.
"마지막으로 남은 마법의 힘. 이젠 빌어도 돼?"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마법 소녀는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이러면 마법의 힘이 사라질 텐데. 하지만 그의 말은 곧 나의 눈에 뜨거운 물이 몇 방울 흘리더니 결국 우는 소리가 목소리로 나오게 되었다.
"물론…이죠...흐윽...도련님."
도련님은 엄지로 내 눈에 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 뒤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미안해 라고 작게 말하면서.
내 손이 배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이자 도련님의 손길도 내 배에 닿았다. 덕분에 울고 있던 내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그려졌고.
그녀를 만난 것은 내가 한참 어린아이였을 때였다. 평소에 나는 매지컬 모모를 즐겨봤다. 또래 애들은 남자애가 무슨 여자애가 나오는 모모냐 라고 하거나 남자애라면 램파리온을 봐야 하지 않겠어? 라고 말하겠지만 나한테는 모모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부모님은 일로 인해 집을 많이 비워두신다. 집에 있는 것은 애완견과 콘스탄챠나 바닐라 같은 메이드 바이오 로이드밖에 없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은 하나같이 상냥하고 잘 놀아주지만 사실 나한테 있어서 진정한 낙이 있었으니.
-짜안-어린이 여러분 모모가 도착했어요!-
바로 매지컬 모모 였다.
-마법 소녀 매지컬 모모가 있는 한 꿈과 희망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어린이 여러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해서는 안 돼요!-
매지컬 모모가 있는 한 꿈과 희망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이것이 내가 모모에게 빠져든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외로워도, 집에 혼자 있어도 매지컬 모모가 같이 있어 주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비롯해 어떠한 악이라도 굴복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어린 나로서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에헴 도련님 아직도 그 이상한 프로를 보십니까?"
언제 왔는지 바닐라가 거실로 들어왔다. 책 여러 권을 그대로 두면서.
"슬슬 공부할 시간입니다. 이번 주 내로 외우라는 주인님이 내주신 숙제를 잊으신 건 아니죠?"
"이것만 보고 바닐라."
내색하지 않았지만 나는 여러모로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모모와의 시간은 제발 누구라도 방해받지 않았으면 했다. 지금 아니면 모모를 내일까지 못 보니까.
"주인님도 이젠 13세가 돼가시는데 언제까지 그런 어린이용 방송을 보실 겁니까? 이러다가 미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마님께서도 슬슬 걱정 중입니다."
"13세도 아직 어린애다 뭐 바닐라. 15도 아니잖아."
"말은 잘하시는군요."
이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생 어린애 였으면. 그러면 평생 모모랑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이런 것을 보면 피터 팬 증후군이라고 하는 건가.
오늘의 에피소드가 끝나자 바닐라가 TV를 끄려던 찰나...
"잠깐 바닐라! 멈춰봐!"
바닐라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뭐가 더 남았습니까? 라고 말하자 TV에서 모모가 다시 나타나더니...
-어린이 여러분 좋은 소식이야! 모모가 시즌 2 종료 기념으로 어린이 여러분이 살고 있는 가까운 곳에 희망과 꿈을 나누기로 했어!-
한복을 시작해서 유카타, 킬트 등 각 나라를 상징하는 복장을 한 모모가 마법의 빛으로 하나둘씩 나타났다.
-모모는 전 세계를 누비면서 수많은 어린이를 만날 생각이야! 그러니 모모가 나타나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돼 알았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라마다 날짜가 적혀졌다. 한국은 언제인지 보기 위해 화면 바뀌기 전에 샅샅이 뒤져보았는데.
"음…. 도련님 생일이시군요."
찾기도 전에 바닐라가 먼저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맞았다는 듯 한국 방문 시간은 1월 22일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설마 가시려는 겁니까?"
"당연하지."
당연히 가야 한다. 모모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한번 놓치면 영영 못 보리라.
"이것이 곧 나의 생일 선물이 될 테니까."
그리고 그때만 해도 나는 몰랐다.
나의 진정한 생일 선물은 단순히 모모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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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구상해본 모모 소설입니다. 원래는 안드바리 소설을 마저 쓰기로 했는데 갑자기 이게 먼저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먼저 써봅니다.
이번 소설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58.227.***.***
216.181.***.***
이번에는 스토리가 진행되려면 부잣집 도련님 외에는 안되죠. 이번 글 내용 자세히 특히 시작 부분 보면 좀 놀랄 만한 장면 있을겁니다 허헛.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힌트랄까요. | 23.01.31 14:20 | |
222.237.***.***
216.181.***.***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그런 내용일거 같아요... | 23.02.01 08: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