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그거 때문에 나를 이렇게 묶어놓은 건가?"
의자에 꽁꽁 묶인 채 대령은 남자를 노려보았다. 정말 화가 났는지 씩 씩 거리면서.
"고작 그거 때문에… 발할라의 계집들 때문에 이 짓을 벌이고 있는건가-"
"....."
"왜 기회를 걷어차는 거지! 나만 따라갔으면 맨션에서 바이오 로이드 계집들에게 후한 대접을 받으면서 삶을 더 편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
"생각해봐! 호화로운 저택에 고급 술잔에 그리고 자네가 감히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까지! 군침이 돌지 않나!? 이 모든 것을 자네에게-"
남자가 M9으로 열린 입에 총구를 들이대자 대령은 또 조용해졌다. 어린아이 우는소리가 입 밖으로 들려오면서 토끼 똥 같은 눈물이 눈가에서 흘러 내려왔고.
"댁은 이해 못 하겠지. 온실에 화초처럼 자란 인간들은 더욱더."
방아쇠를 손에 쥔 검지가 미약하게 움직이자 총구를 입에 물고 있던 대령은 더욱더 몸을 떨었다.
"난 애초부터 그런 거 원하지도 않았어. 그딴 가공된 평화 따위를 말이야. 그저 사람다운 사람들과 같이 지내고 싶었어. 그들이 죽는다면 나도 한 명의 병사로서 끝까지 싸우다 죽고 말이야."
"우웁-우웁-"
"왜 뭐 할 말 있어 돼지?"
총구를 빼놓자 대령은 침을 퉤-하고 뱉었다. 구역질 나는 침이 얼굴에 묻힌 남자는 표정 변화 없이 대령을 노려보았고.
"하! 혼자서 고결한 척하고 있구먼! 그렇게 말해 놓고서는 자네가 왜 남기를 원하는지 내가 뻔히 다 알고 있네! 그 꼬마 계집 안드바리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
"...그만."
"자네가 왜 정부군에게 잡힌 그 계집을 배신하면서까지 구하려고 했는지 앙헬 회장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아 물론 나도 포함해서."
"그만하라 했다."
"왜 그런가? 겁먹었나? 그 안드바리 계집이 죽을까 봐? 피를 흐르면서? 사지가 잘린 체로? 머리에 구멍이 뚫린 체로? 마치..."
꿀꿀-하는 돼지 울음소리를 내던 대령은 입에 찢어질 듯 미소를 지었다. 잠시의 침묵을 지킨 뒤...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먼저 뒈진 자네 딸처럼 말일-"
타앙---!!!
고막을 찢을 듯한 소리와 함께 총알은 대령의 왼쪽 볼과 귀를 스쳐 지나갔다.
줄자처럼 그어진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 하다가 가만히 있던 대령은 자신이 입은 옷이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자 이내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남자는 대령의 허리춤에 찬 무전기를 꺼내었다.
"이걸로 발할라 전 부대에게 말해."
"무… 무엇을….말인가?"
"이 시간부로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기지가 눈더미로 덥히기 전에 빠져나갈 것. 그리고..."
거대한 숨을 내뱉어지는 소리가 남자에게서 들려오면서 여전히 떨리는 그의 손은 화를 참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대령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여기서 그의 심기를 한 번만 더 건드렸다가는 그대로 머리에 구멍 낼 거라는 것을.
"각자의 운명을 스스로 정하라. 끝까지 싸우든 도망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든 너희들의 선택으로 결정하라."
"...고….\ 고작 그것뿐인가?"
"그것뿐이야. 아 그리고 엉뚱한 생각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대령을 본 뒤 레오나 대장의 주파수를 맞춰 놓은 뒤 대령의 귀에다가 갖다 댔다. 치익-하는 소리가 들려온 뒤 레오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오나입니다-
"레...레오나 대장-새로운 명령이다-"
-대령님? 떠나신 줄 알았는데...?-
"그건 됬고! 오…오늘 시간부로...!"
말이 끊기자 남자는 총구를 더욱더 가까이 갖다 댔다.
마저 말해
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이 대령에게 대놓고 말하고 있었고.
-대령님 무슨 일입니까? 왜 말을...-
"오…. 오늘부로 자네들은 자유다! 명령 안 따라도 되고! 너희들 운명은 너희들이 정해!"
-그게 무슨...-
"아 그리고 조만간 발할라 기지는 눈사태로 덮어질 거야! 빠져나가든 말든 알아서 해! 이건 명령이야!"
말이 끝마치기 무섭게 남자는 통신을 껐다. 대령은 훌쩍거리면서 남자를 올려다보았고.
"이..이젠…. 가도 되나? 자네가 하라는 대로 다 해줬네! 이젠 풀어줘!"
한참 동안 돼지를 바라보던 남자는 속으로 이런 말을 하였다.
한심한 애ㅅㄲ.
저 인간은 오래전 폴 루이스보다 못한 인간이었다. 비록 무능하긴 했지만 적어도 끝까지 저항이라도 했지 이 인간은 제발 풀어달라고 애원하고.
남자는 대검을 꺼낸 뒤 그대로 풀어주었고 대령은 뒤뚱거리는 몸으로 일어섰다.
"당장 나가시오. 가서 술 처마시든 여자 껴안든 맘대로 하시죠."
"에 그러니까…. 자넨-"
"나가!"
남자가 소리를 지르자 대령은 그대로 나가버렸고 남자는 긴장이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휴우-하는 긴 숨을 내뱉으면서.
"크크큿…. 멍청하긴..."
대령은 나가면서 작게 웃음을 내뱉었다. 한참 뛰다가 지쳤는지 벽에 기대면서 숨을 고르면서.
"자네가 나를 놔준 것이 최고의 실수였어. 내가 대피소로 도망가자마자 회장에게 연락할 거야."
한 발짝 걸어가면서 그는 자신을 배신한 그 ㅅㄲ가 낸 상처를 손으로 이루어 만져보았다. 아프다 정말 아프다고. 망할 자식 감히 내 얼굴에 상처를 내? 이런 나를? 세계의 주인에게 선택받은 나에게?
지가 뭔데? 결국 병사 한 명이잖아. 총 없으면 바보인 주제에.
"역시 인간을 믿는 게 아니었어. 벌써 사소한 일로 나를 배신해버리니..."
나가자마자 명령을 다시 내릴 것이다. 발할라의 명예를 위해 전원 ㅈㄱ하라고. 남자가 보는 앞에서. 군용 헬기니까 하나 정도는 있겠지.
"나를 배신한 대가로. 최고의 고통을 내려 주겠..."
티잉-
"응?"
대령의 발밑은 줄이 걸려 있었다. 검은 줄이.
M4 라이플을 들면서 남자는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중간에 시가 하나를 태운 뒤 입에 물면서 걸어가다가 철퍽-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오길래 고개를 내려보았다.
"거참 돼지 한 마리가 도축됐네."
곳곳에는 고깃덩어리가 튀겨져 있었고 머리는 반이 사라진 채로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바닥은 피웅덩이로 변해 있었고.
"나를 원망하지 마소."
남자는 자기 신발에 더러운 피를 묻히기 싫은지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여유롭게 시가를 태우면서.
"놔준다고 했지, 살려준다는 얘기는 안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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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완결각이 보이네요.
완결까지 무사히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75.215.***.***
말 그대로 놔주기만 했네요. 영화 코만도의 아놀드마냥... ("그 녀석은 어떻게 했어?" / "놔줬다.")
58.227.***.***
216.181.***.***
에 그렇긴 하네요 멸망전을 생각해보면. 근데 왜 뜬금없이 이런 댓글을? 소설하고 연관이 없는 내용인듯 합니다만... | 23.01.28 14:31 | |
58.227.***.***
저중에 살아남을 발할라 인원의 수가 얼마나 될지 생각해봤네요. 인게임에서도 알래스카에서 멸망 전 발할라 대원을 만나지는 못했으니. 알래스카에서 벗어난다해도 레모네이드의 세력권이고. | 23.01.28 14:49 | |
216.181.***.***
음 8-2 EX 였나? 철충의 탑이었나 이름이 그랬을거임. 거기에서 안드바리가 발견되긴 하죠. 아예 없는것은 아니라. 뭐 그래도 살아남을 발할라 대원들이 상당히 적긴 적겠네요. 극지방의 환경을 생각하면 말이죠. (생존왕 베어 그릴스로 각성한다면 모를까) | 23.01.29 12:23 | |
58.227.***.***
스테이지 드랍 전투원은 진짜 거기서 만난다는게 아니라 밸런스상 임의 구현으로 알고있습니다. 스토리에서 오르카 저항군이 멸망 전 발할라 대원을 만났다는 묘사는 안나온거로 아네요. 히루메처럼 멸망전부터 알래스카에서 살아남은 케이스도 있으니 나중에 멸망 전 발할라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요. | 23.01.29 12:49 | |
175.215.***.***
말 그대로 놔주기만 했네요. 영화 코만도의 아놀드마냥... ("그 녀석은 어떻게 했어?" / "놔줬다.")
216.181.***.***
코만도스 오래전에 힌반 봤는데 설마 똑같은 장면이 있었나요? | 23.01.28 19:29 | |
175.215.***.***
저 대사를 보니까 생각이 났을 뿐입니다. 상황 전개는 전혀 다르지만요. "너는 마지막으로 죽이기로 했었지." "그래 대령, 사.. 살려줘!" "그건 거짓말이었다." "울랄라ㅏㅏㅏㅏㅏㅏ" | 23.01.28 23:53 | |
175.215.***.***
https://youtu.be/_wk-jT9rn-8 원본 영상입니다. | 23.01.28 23:53 | |
216.181.***.***
와아...말그대로 떨어뜨리네요. 마지막에 죽인다 해놓고서는 일찍 죽인건가. 근데 악당 죽을때 정말 울랄라 하네요. | 23.01.29 12:25 | |
175.215.***.***
자세한 건 직접 보시는 게 파악하기 쉬울 거에요. | 23.01.29 12:32 | |
222.237.***.***
216.181.***.***
거짓말은 안했죠 정말로. 이것이야 말로 레알 희망고문. | 23.01.30 01: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