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못 들은 거요 레오나 대장?"
"이미 결정됐어 병장."
작전 회의실에는 레오나를 비롯해 다른 발할라 대원들도 서 있었다. 다 같이 짓는 무거운 표정으로 인해 분위기는 매우 삭막해진 상태였고.
"오늘부로 병장은 포로가 아니야.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고."
"갑자기 뜬금없이 왜 그런..."
"대령님의 명령이야."
대령이라는 말에 남자의 몸이 멈칫해졌다. 그 인간 또 무슨 짓을 저질러 버린 거야. 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병장은 대령님과 같이 인류 보호 지역으로 옮기게 될 거야. 그곳이라면 분명히 병장도 무사하겠지."
"하지만 여태까지 발할라 대원들하고 잘 싸워 왔잖소. 난 그대로 남아서 그대들과..."
"애초부터 발할라 대원이 아니야 그전에."
레오나의 말은 분위기를 더욱더 차갑게 만들었다. 남자와 친했던 바이오로이드들 특히 안드바리하고 발키리 그리고 알비스는 표정을 가리듯 고개를 내리고 있었고.
"병장은 애초부터 발할라의 포로였지 발할라의 병사가 아니었어. 여차했으면..."
레오나는 고개를 내린 뒤 잠시 침묵을 지킨 뒤 말을 이어갔다.
"총알받이로 내세우려고 했지. 우리 자매들의 생존을 더욱더 올리기 위해. 무엇보다..."
"...?"
"병장도 슬슬 뭔가 깨달았을 거야. 철충이라 불리는 그 벌레들의 특성을 말이야."
그녀의 말이 끝나면서 병장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장면이 스쳐 가기 시작했다. 발할라 대원들과 같이 싸울 때 그 철충인가 뭔가 하는 것들이 유독 자신에게 공격한다는 것을. 기습 공격할 때도 정면 공격할 때도 이상하리만큼 자신을 최우선으로 공격하는 느낌을 버리려야 버릴 수가 없었다.
"그 녀석들은 우리 자매가 아닌 인간들을 최우선으로 공격해. 그래서 오히려 발할라 자매들에게 자칫하다가는 발목이 잡힐 수도 있어."
"그러면 제가 오히려 남아야 하는 것이 아니오?"
남자는 추워진 공기로 인해 큰 숨을 내뱉은 뒤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이렇게 된거 저 또 한 전장에서 싸우다 죽을 생각이었소. 저도 그대들처럼 바이오 로이드가 아닌 인간이지만 나 또한 병사란 말이오."
"...아저씨..."
"나의 존재로 인해 내가 오히려 유인하는 사이 발할라 대원들에게 퇴각할 시간을 벌어줄 수도 있잖소. 아니면 그 점을 이용해 반격을 시도해볼 수도 있고."
안드바리는 어떻게든 설득하려는 아저씨를 바라보면서. 오랜 시간 동안, 1차 연합 대전 때 부터 가까이 지내온 사이이다 보니 알 수 있었다. 남자의 표정은 변화 없지만 속으로는 필사적이라는 것을. 어떻게든 남고 싶어서.
하지만...
레오나 대장도 일리가 있었다. 아저씨가 남음으로써 자매들의 목숨도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동시에 보급품도 철충들의 공격으로 인해 끊긴 상황인데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대령 양반에게 알려주시오. 난 떠나지 않겠다-"
"그 정도 해주세요."
눈앞에 진한 푸른색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양손에 루거를 든 체.
"...안드바리?"
"그만 떠나주세요. 어른답게 행동해 주시고요."
표정 변화가 없던 남자의 양 눈은 크게 떠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안드바리가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는 것을.
한 발짝 다가왔지만, 눈매가 더욱 매서워지면서 루거를 내릴 생각이 없었다.
"아저씨가 계시면 저희 자매가 더욱더 위험해져요. 떠나주시는 것이 도와주는 거예요."
"그치만..."
"더 이상의 변명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미약하게 보였었다. 방아쇠를 쥔 안드바리의 검지가 살짝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아저씨도 이미 아시겠죠? 저 쏜다면 정말 쏜다는 거."
남자는 굳어져 있었다. 마치 시간 그 자체가 그의 주변을 멈춰 버린 듯.
"그래 챙길 거 다 챙겼나! 으하하핫!"
짐을 다 싼 뒤 나와보니 대령이 기다리고 있었고 남자는 아무 말도 없이 저 돼지를 지나쳤다.
"뭘 그리 울상인가!"
대령은 등을 토닥토닥 치면서 걸어갔다. 마치 아이를 달래듯.
"우리는 이젠 전쟁이 없는 낙원으로 가는 것일세. 거기라면 이젠 총도 안 잡아도 되는 오로지 인간들만을 위해 살아가고 접대하는 바이오 로이드들 수두룩 할테니!! 이 촌구석도 이젠 바이 바이고!"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걷고 있었지만 남자의 미간은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안 그래도 기분 나쁜 데 이 돼지 ㅅㄲ가 꿀꿀거리니 말이다.
"어차피 저 바이오 로이드 계집들은 곧 죽을 거야. 눈더미에 말이야. 내가 일러뒀거든 우리 인간들이 안전하게 떠날 수 있게 여기 기지에 남아 싸우다 죽으라고. 그러니 여기를 얼른 떠나는 것이 좋을테니까. 걱정하지 마! 도착하면 최고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앙헬 회장님에게 설득할 테니까! 나를 구한 영웅이잖나! 으하하하핫-!
멀리서 다음 전투 준비를 하고 있던 발할라 부대. 눈으로 쌓인 보급품들을 노트패드로 체크하던안드바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옆에 있던 허스키 토르도 끼잉-거리면서 같이 바라보았고.
아저씨가 걸어간 방향을.
"이걸로 된거야."
아저씨는 이젠 안전하다. 더이상 싸우실 필요도 없으시고.
아저씨는 인간이지만 자신은 바이오 로이드였다. 인간을 섬기기 위해, 인간을 위해 싸우다 죽기 위해.
자신은 발할라의 대원이기도 하였다. 싸우다 죽기 위해. 죽어서 발할라로 먼저 간 자매들이랑 재회하기 위해서.
이것이 아저씨를 위한 자신의 최소의 배려였다.
"아저씨."
안드바리의 입에 옅은 미소가 그려지면서 눈가에 눈물이 흘러졌다. 아저씨와 함께 한 시간도 사진을 보듯 보이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1차 연합 대전때 정부군에 잡혔을 때 눈 마주 친것이 첫 만남이었다. 그뒤 죽기 살기로 둘이서 산을 넘어서 발할라 기지에 도착하고 전쟁이 끝난 뒤 같이 낚시도 해보고 개썰매도 타보고 사냥도 해보고 다 같이 고기도 구워 먹어 보고...
바이오 로이드로서 이정도면 충분히 재미있고 즐겁게 살아온것이다.
"부디 행복하세요."
"잠깐."
"뭐 빠진 거라도 있나?"
"방금 뭐라 했소? 발할라 대원들이 눈더미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남자는 짐을 내려놓은 뒤 고개를 들자 대령의 온몸은 소름으로 돋아났다. 어느 정도라면 남자가 한 발짝 다가올 때마다 대령이 뒤로 물러갈 정도로.
"자…자네 왜그런가? 뭔가 문제라도?"
"눈더미? 다 같이 죽어? 남아?"
"이…. 일단 진정 좀 하게! 왜 그런...!"
퍽-
눈 위에 기절한 대령을 질질 끌면서 가까운 건물로 향하였다.
치이익-치이익--하는 눈 밀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남자는 한탄했다.
"...거 참 돼지 ㅅㄲ 얼마나 처먹은 거야. 정말 무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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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쓰는 안드바리 소설이네요.
기존에 쓰던 소설 잠시 쉬는 사이 안드바리 소설 마저 완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창작 의욕은 끊을수가 없네요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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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1.27 10: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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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옛날 발할라 기지에 홀로 남아서 뇌를 지킨다는 전개이려나요. 생체 컴퓨터 케이스는 멀린이 이미 나왔고요. 혼자 남은 대원은 광기로 인해 뇌만 남은 대원들하고 대화할정도로 미쳐있고...아 내가 썼지만 맵네;;; | 23.01.27 11: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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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 생각하면 뇌만 남았더라도 대화할 수는 있겠죠. 대원들이 전부 죽고 뇌만 남은 상태가 되어 봉인된 절대방위지역에서 ags에게 보호받으며 멘탈 나간다든지. 멀린은 그나마 펍헤드가 곁에서 대화도 하며 멘탈케어 도와줬지만, 절대방위지역의 ags들은 호위 대상으로만 여기고 대화 상대가 되주지 않아 홀로 자매들을 그리워한다든가. | 23.01.27 12: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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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사실 제가 안드바리 소설 이후 생각해본 발할라 이야기가 있어요. 같은 배경에 인류 멸망 이후의 이야기 정도? 등장 인물은 오르카호의 안드바리고 그리고 또다른 주인공으로....아 이거는 좀 스포니까 넘어가죠. (원한다면 쪽지로 알려줄수는 있음) 어쩌면 위에 언급하신 뇌만 남은 대원이 빌런으로 나와도 되겠네요. | 23.01.27 12: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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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으로 나오면 성역 스토리 느낌이 되겠군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대하겠습니다. | 23.01.27 12: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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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이 타락 아자젤이 보스로 나오는거였나요? 엔젤이 처음 나오고. | 23.01.27 12: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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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죠. 코헤이 스토리 재밌게 나온 스토리였고. | 23.01.27 13: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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