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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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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미래는 장편입니다. 전편을 보고 오시는 편이 이해가 쉽습니다.
*검색창에 "조금미래" 키워드 입력하시는 것으로 모두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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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굉장하죠?”
하룻밤이 지난 뒤.
어젯밤, 언니들과 함께(그리고 언니들의 아들딸, 그러니까 신시아에게는 이복오빠,언니들과 함께) 이런저런 놀이라거나 이야길 하며 불편함을 누그러뜨리는 데 간신히 성공한 신시아는, 엔젤과 함께 에클레지아 에오룸을 돌아보며 이곳저곳 설명을 듣고 있었다.
다행히 언니들은 모두들 친절했다. 신시아에게 큰 소리로 버럭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잘못했다고 벌을 세우거나, 문 밖에 세워 둔다거나 하지 않았다. 때리는 건...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안심시켜 줬으니까.
“정말 예뻐요...”
“후후, 그렇게 말해 주니 기쁘네요. 이걸 만들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어? 직접 만드신 거예요?”
“물론이죠.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 편이 아니라서 거드는 정도였지만요.”
대종루부터 시작해서, 영묘? 라는 묘지라던가, 대정당이나 예배당, 이런저런 시설들도 안내받고는, “딱 이 시간대에 가장 예뻐요” 라며 엔젤 언니가 데려온 이곳은.
정말 아름다운, 색이 입혀진 창문이... 그러니까... 그래! 스테인드글라스. 스테인드글라스가 죽 이어진 복도? 였다.
눈앞에 펼쳐진 장엄 그 자체인 모습에, 신시아는 긴장도 잊고 탄성을 흘리고 말았다.
어제 보았던, 티아멧 언니의 결혼식에서 본 것과 비슷했지만... 여기에 있는 건, 하이에나 언니 말대로.. 급이 달랐다.
단 세 개.
단 세 개일 뿐이지만- 너무나도 크고, 너무나도 장엄하다.
신시아가 언니들의 목말을 타고 올라가도 닿지 않을 만한 높이였다.
아무래도 레이 오빠가 7명은 있어야, 아니, 10명은 있어야 꼭대기에 닿을 것 같다.
그 정도로, 거대하다.
“아름답죠?”
“네...”
신시아에게 빙그레 웃으며 말한 엔젤 언니는, 자부심이 드러난 표정이었다.
어젯밤부터 신시아를 정말 잘 챙겨 준 엔젤 언니에게만은 신시아도 긴장을 풀 수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엔젤 언니는, 잘 놀아 주기도 했고. 머리장식이라던가 이것저것 선물해 줘서... 응. 무섭지는 않다.
... 다른 언니들도, 다들 친절했지만... 아직, 사라카엘 언니와 베로니카 언니는 조금 무섭고. 아자젤 언니는... 대하기가 어렵다.
... 딱 한 명, 이상하게 처음 보자마자 익숙한 것처럼 느껴져서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언니가 있긴 했는데...
“어때요? 예쁘죠? 노을이 비쳐드는 시간대에는.”
문득 엔젤 언니의 말이 들려와, 신시아는 퍼뜩 고개를 들곤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해요. 이런 건 정말로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후훗, 그래요? 기쁘네요. 저희 대성당의 자랑거리이자... 천군님, 즉 시아 양의 아버지께서 가장 공들여 만든 곳이거든요.”
“네? 아빠가요?”
“네. ...스테인드글라스를 잘 보세요. 그림 같지 않아요?”
그림... 언니의 말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유심히 바라보던 신시아는, “어” 하고.
“...혹시, 이거... 엄마, 예요?”
무시무시하게 그려진 쇳빛 용과. 거기에 혼자서 맞서 싸우는.
아무리 봐도 탈론페더 언니가 보여주었던 옛날의 엄마, ‘신속의 칸‘ 으로서의 엄마의 모습.
마치 영웅담의 한 장면처럼 새겨진 그 모습에 신시아가 놀라자, 엔젤 언니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이건 칸 님의... 아니, 영웅 ‘신속의 칸’ 님의 최대의 무공, 단독으로 저 용을 무찌른 걸 그려 넣은 거예요.”
“우와... 어? 그럼, 혹시?”
신시아가 고개를 돌려 다른 부분도 살피니, 곳곳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엄마와 등을 맞대고 싸우는 케시크 언니도 있고.
마치 여신님처럼, 숲 속에서 노니는 세레스티아 언니도.
아빠와 엄마를, 언니들을 괴물들에게서 지켜주는 리리스 언니도...
신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천천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엔젤 언니는 어딘가 자랑스러워하듯 말했다.
“과거, 함께 싸웠던 분들과의 기억을, 추억을 그려넣은... 이곳의 자랑거리 중 하나랍니다. 그리고...”
그리고는, 복도 맨 끝... 기도하는 자리인 듯 방석과 십자가, 작은 테이블이 놓인 곳에서. 멈춰섰다.
세 스테인드글라스 중앙의 것.
가장 커다랗고,
가장 아름답고.
비쳐드는 석양에 물들어서, 애수가 감도는.
누군가의, 뒷모습.
“...이건...”
“...이 분이. 떠나가신 영웅님들 중에서도 가장 존경받으시는... 아직까지도 그 이름을 교과서에까지 찾아볼 수 있는. 천군님의 맹우, 브라우니 137 님이십니다.”
“... 떠나가신?”
“네. 이 분은... 돌아가셨어요. 아주 먼 옛날. 아직 인류가 재건되지도 않았을 때... 스러져 간 많은 영령들 중 한 분이시죠.”
“...”
아빠가 가지고 다니는 사진.
언제나 지갑 속에 넣어 다니며 종종 꺼내 보곤 하는 사진 속의 언니.
본 적 있다. 분명히 그 언니다.
신시아는 그 언니가. 다른 ‘언니’ 들 중 한 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분이셨던 거구나.
그래서. 아빠가 아직도...
“여기 오는 사제님들은 모두 여기서 한 번씩 기도를 하고 가신답니다.”
“그렇구나...”
“시아 양도 한 번 해 볼래요? 아까 가르쳐 준 기도문.”
엔젤 언니는 빙긋 웃으며, 울타리... 라고 해야 할까? 관람객이 함부로 앉지 못하게 막아 둔 듯한 울타리에 손을 댔다. 그러자, 신시아가 기대어도 꿈쩍 않던 울타리가 슬며시 열린다.
언니는 신시아의 손을 잡고 함께 자리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자아, 같이 하죠” 하고. 신시아에게 눈짓했다.
“시, 실례합니다...”
조심스레 중얼거리고는,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양손을 모았다.
성구를 읊고. 십자를 긋고. 기도문을 읊고... 엔젤 언니의 나직한 기도를 따라, 조금 더듬거리긴 해도 끝까지 기도했다.
엔젤 언니의 기도는, 언니들의 기도는, 죽은 사람들에게까지 들린다고 했다.
그럼... 지금 나는, 언니의 옆에 있으니까.
내 목소리도, 저 언니에게까지 들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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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훌륭하게 외웠네요. 시아 양.”
“아, 아뇨. 언니가 하는 걸 따라했을 뿐인걸요...”
“그래도 그것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들도 많거든요. 시아 양처럼 한 번에 배우는 분은 한 분뿐이었어요. 흐음... 시아 양, 공부 잘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공부 하고 있나요?”
“아.. 네. 언니들이 가르쳐 주고 있어요.”
기도를 올리고, 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어나오는 참이었다.
“공부 잘 한다는 말 듣죠? 이 언니에게 거짓말은 안 통하니까 솔직하게 말해 봐요.”
“으, 으음... 배우는 게 빠르다는 말은...”
“응응, 그리고?”
“... 말도, 나이에 비해 엄청 잘 한다고 그랬어요.”
알렉산드라 언니... 였을 것이다.
신시아를 앉혀두고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 주곤, 놀란 표정으로 아빠에게 뭐라고 말하시던 게 기억이 난다.
신시아는 시험을 제대로 못 친 걸까 불안해했지만, 오빠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다들 화들짝 놀라더니 나를 엄청 칭찬해줘서. 기뻤는데.
“후후, 공부 잘 하면 좋죠~ 그거 알아요? 레이 군은...”
“-아, 저기 계시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띈 엔젤 언니가 웃으며 뭐라고 말하려던 그때,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깜짝 놀라며 무심코 엔젤 언니의 옷소매를 잡은 신시아였지만, 엔젤 언니는 “으응?” 하고, 고개를 갸웃하곤 중얼거렸다.
“... 대사실 자매님이잖아? 무슨 일이시지?”
대사실...?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한 것도 잠시,
“엔젤 님~!! 추기경님!! 치품천사님!!! 허억. 허억..! 겨우 찾았네...!”
“아이 참... 자매님. 제가 치품천사는 맞지만, 치품천사님은 아자젤 님에게만 쓰라고 말씀드렸는데. 무슨 일이예요? ... ... ... 잠깐, 무슨 일이죠?”
갑자기 달려온 수녀님에게 어리둥절한 시선을 보내던 엔젤 언니는, 곧장 표정을 굳히고 되물었다.
“큰일이... 이런. 누가 쓰러졌군요? 어디죠?”
“그게, 그러니까...! 관서사제님께서, 라미엘 님께서 또..! 또 지하에...!”
라미엘 님?
라미엘 님- 아니, 라미엘 언니라면. 분명.
은발에, 왜인지 모르겠지만 친숙해 보였던 언니... 내가 편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언니?
그 언니가, 왜?
어리둥절한 신시아였으나, 엔젤 언니는 라미엘 언니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표정을 급격히 굳혔다.
그리곤, 긴박함이 숨겨지지 않는 목소리로,
“시아 양? 미안해요. 다른 곳들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안 될 것 같아요.”
“네?”
“나머지는 다음에 소개해 줄게요. 그러니까 잠깐 저를 따라서... 아니다. 이 편이 좋겠어요. 잠깐 실례할게요!”
“네, 네? 꺄악?! 언니?!”
“미안해요! 하지만 잠시만 참아주세요..! 무섭겠지만 이게 빨라요!”
하고,
겁먹은 신시아를 끌어안더니- 전력으로, 날았다.
날았다. 말 그대로. 날고 있다... 마, 말도 안 돼! 날고 있어?!
눈이 핑글핑글 돌고, 상상 이상의 속도며 급격한 방향전환, 더하여 놀란 관람객들의 시선까지. 신시아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심 종합 선물 세트.
겁먹는 걸로도 모자라서 기절할지도 모르겠다고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생각하는 신시아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엔젤 언니가 비명처럼 말했다.
“미,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치만 시아 양을 두고 갈 순 없고, 급한 일이라...! 1분, 아니, 30초만 눈 감고 참아 주세요!”
“누, 눈 감으면 더 무서워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이따가 맛있는 거 사 줄게요, 미안해요!”
엔젤 언니가 진심으로 미안한 듯 사과를 연발하며 몇 번째인지 모를 방향전환 후 돌진한 곳은... 이상하게도, 위가 아닌 아래로 가는 계단.
“자, 잠깐만요, 언니! 이쪽은 아까 발전 시설이라고...”
“네, 맞아요...! 으으, 정말! 왜 항상...!”
아까 전 안내받을 때, 여기에 들어가면 한여름 더위는 겨울처럼 느껴질 만한 뜨거운 공기가 가득해서 순식간에 녹아내릴 거라는 말로 겁을 주었던 것이 생각나 비명처럼 소리쳤지만, 엔젤 언니는 알면서도 날아가는 건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노, 녹는 거야? 녹아 버리는 거야?! 그렇게 죽는 건 싫은데?!
“아아아, 아니예요! 안 죽어요! 제가 왜 시아 양을 죽이겠어요...! 읏차! 다 왔다!”
“꺗...!”
그리고, 힘차게 날갯짓한 언니가 출발할 때와 비슷하게 급제동을 걸었다.
얼마 전에 배운 관성 때문인지 몸을 짓누르는 엄청난 압력에 무심코 작게 비명을 지르자, 엔젤 언니는 “으으... 미안해요! 이래서야 천군님을 뵐 면목이 없는데...!” 하며 필사적으로 신시아를 껴안고 달래 준다.
그러고는,
“시아 양! 저는 잠깐 여기에 들어갔다 와야 해요. 절대 들어오면 안 돼요, 아시겠죠?! 저와 아자젤 님 같은 일부 분들이 아니면 여긴 문을 넘어가는 순간 연옥이라구요!”
“읏, 네, 네...!”
“잠깐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 자, 잠깐만요! 언니...!”
거기 엄청 위험하다고 그랬잖아요?! 라고, 비명처럼 소리쳤지만.. 엔젤 언니는 전혀 들리지 않은 듯 다시 날개를 펼치고, 문을 쾅 걷어차버리고 날아들어갔다.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하니 서 있던 것도 잠시, 엔젤 언니의 비명 비스무리한 목소리가, 알아듣지 못할 만큼 울리며 흘러나와서, 깜짝 놀라며 물러선 직후,
“이... 익!”
“꺅?!”
다시 한 번, 쾅 하고 열린 문에서 엔젤 언니가 누군갈 안은 채 쐐액 날아왔다.
들어갈 때와 달리 기운이 완전히 빠져 버린 듯 처진 날개로는 아까처럼 급제동을 걸기 어려웠던 건지, 언니는 힘껏 제동을 걸려고 했지만 팍 하고 기운이 풀려 버렸고,
쿠당탕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안고 있는 누군가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어, 언니! 괜찮아요?!”
“끄응... 으으, 허리야... 아직 둘째 얼굴도 못 봤는데 벌써부터 허리가... 아, 시아 양... 휴우, 다행히 괜찮은 것 같아요... 올라가서 아무나 사제 한 분만... 불러와주실래요...?”
“으, 네, 넷!”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신시아는 지쳐 일어나지 못하는 듯한 엔젤 언니 대신 황급히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그리고, 중간에 힐끗 본, 엔젤 언니가 안고 나온 사람이 누구인지, 그제서야 깨달았다.
라미엘 언니가, 이만큼이나 떨어진 거리에서도 확연히 보이는 눈물 자국을 지우지도 못한 채, 땀을 마구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4)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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