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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느지막한 오전 햇살은 벌써부터 따가웠다. 천막 안은 바람이 불어와서, 그리고 핵융합 배터리로 작동하는 간이 냉방기가 작동해서 훨씬 시원했지만. 사실은, 천막 안이 너무 서늘해서 케시크의 경우는 카펫을 덮고 웅크려야 했을 정도다. 옷을 입었으면 좀더 나았겠지만, 그녀는 지금 속옷조차 없이 완전히 벌거벗고 있어서. 그녀가 안겨 있는 사령관의 체온과 카펫만이 그녀를 데워 줄 수단이었다.
“끄으응...”
그렇게 살과 살이 뒤엉켜 있는 틈바구니에서 그녀의 상체가 비틀비틀 일어났다. 노출된 맨어깨, 쇄골, 등, 그리고 가슴이 냉방기가 냉각한 사막의 바람에 노출되자 선뜻 몸이 떨려왔다. 그 기묘한 느낌 속에서 케시크는 어젯밤 벌어진...그...뜨거웠던 밤의 남은 잔해들을 둘러보았다.
“....와우”
‘진심 사령관 모드’가 대단하다 대단하다 들었지만 그걸 직접 경험하는 건 완전히 다른 거였다. 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사령관은 한 마리 거칠디거친 짐승과 같았고 그를 상대하는 건 케시크로서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 어젯밤이 기분좋지 않았다는 건 아닌데, 어제의, 그...질펀한...
“....”
거기까지 생각하자 케시크는 자신의 헐벗은 몸의 체온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어젯밤의 일들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비현실적이었다. 지금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다.....뭐, 그건 그럴 기회가 또 와 봐야 알겠지만.
‘그럴 기회라.’
자신도 모르게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어제 사령관은 진심으로 그녀를 상대했다. 그저 위로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말인즉슨...
“....그러니까, 나도, 나름 봐줄 만은 하단 소린가.”
오르카의 그 넘치는 미녀들 앞에서 주제넘는 오만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사령관이 그녀를 사랑해 줄 수 있다면, 그건, 다시 말해. 그녀도 사랑받을 수 있단 얘기일까.
T-4 케시크. 그녀는 군용으로 만들어졌다. 성적 매력을 발산하라고, 혹은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라고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멸망 전이라면 그녀는 틀림없이 그저 군용 목적으로만 쓰이고, 쓸모가 없다고 판단되면 버려졌을 것이다. 애초에 그것 외에 그녀에게 다른 가치는 없었으니까. 멸망 전에는 그랬다. 멸망 전에는. 하지만, 지금은....
호오, 하, 하고 숨쉬어 보았다. 자신의, 실 한 오라기 안 걸친 ‘작은’ - 어디까지나 오르카 기준으로 -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보였다. 그러면서 그녀, 케시크는 어제 칸이 말한 것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앞길. 멸망 후의 바이오로이드들에게는 단순히 자기가 만들어진 목적 이상의 길이 열려 있다. 그저 열심히 그 길을 따라 나아갈 뿐, 초조할 필요는 없다. 그녀가 따라가야 할 ‘앞의 존재’란 없으니까.
어젯밤에 그녀는 깨달았다. 케시크, 그녀의, 멸망 후의 생소한 세계에 내던져진 그녀의 이야기는, 바로 그렇기에,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가끔은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도, 가끔은 떠들썩한 파티를 즐기는 것도, 가끔은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 것도, 그리고, 가끔은, 사랑도...해볼 수 있다. 정해진 길은 없다. 그녀는 그녀의 길을 찾아 나간다.
“으으음..”
“아, 일어나셨어요?”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사령관이 뒤척였다. 그도 그녀처럼 어제의 ‘뜨거운 밤’의 흔적으로 흥건했지만, 그래도 아직 기운이 남아 있는지 옆에 있던 케시크의 가느다란 허리를 껴안고 거기에 얼굴을 묻었다.
'어쩐지 귀여우신데'.
이게 어제의 그 난동부리던 짐승 같은 남자라니. 바이오로이드 주제에 이런 말하긴 주제넘지만 그 모습이 어린애 같기도 하다. 아니, 한번 일 치룬 여자는 상대방에 대해 이렇게 느끼기도 하는 건가? 경험해본 게 한 번 뿐이라 모르겠다. 아직도 지난 밤의 달달한 분위기가 감도는 와중에 이런 생각이나 하다니. 케시크가 스스로에게 피식 웃고선 뭔가 더 할 말을 찾으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천막 바깥이 시끌시끌해졌다. 좀, 많이, 요란하게.
“?”
뭔가가 난동을 부리는 듯한 소음, 아우성. 바깥이 소란스럽더니 갑자기 천막의 문이 홱 열렸다. 짐짓 유쾌한 - 실제로 유쾌해 보이긴 했다 - 목소리와 함께.
“여어! 일어났어?”
덕분에 케시크는 그만 꺅하고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페더가 말한 것처럼 ‘참 좋은 목소리’로. 아니 왜 이럴 때!
“꺄아악! 워울프 씨! 뭐하는 짓이에요!”
어젯밤 ‘거사’를 치르고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 있을 남녀의 침실에 불쑥 얼굴을 디미는 건 인륜을 저버린 폭거이며 극도로 패악무도한 침략행위다. 그건 아무리 경우 없는 워울프도 알았지만, 페더가 워낙에 울며불며 난리를 쳐서 말이지.
“미안 미안, 원래는 기다려 주려고 했는데, 아침도 늦었고, 좀 문제가 생겨서.”
“문제요?”
불현듯 케시크는 불안해졌다. 혹, 자신이 어제 경계임무를 망각하고 사령관과 뒹굴어 버린 탓에 뭔가 트러블이 터진 게 아닐까? 내가 어제 생수통을 그늘진 곳에 제대로 적재했던가? 아니면...
그러나 워울프가 말한 문제는 그런 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살짝 미안하다는 듯이 두 손을 모으고 케시크에게 요청했다.
“저어기, 한 번 더 해줄 수 없을까?”
“네...? 뭘요?”
“어젯밤 여기 있던 일 말야. 재현 가능?”
그제야 그녀가 뭘 말하는지 꺠달은 케시크의 얼굴은 그야말로 토마토보다 더 빨갛게 변했다.
“무, 무무무무무슨, 무슨 소리세요오오!”
“어, 지쳤어? 이제 불가능?”
“왜...왜왜왜왜왜 그런 걸...!”
“그게...탈론페더가 어제 술 먹고 꼴아버려서 말이야. 찍지를 못 했다고 아우성이야.”
술로 칸을 상대하겠다고 달려들었다가 말이다. 그러나 술로 칸을 격침시키려던 호드의 시도는 처절하게 실패했고, 이게 그 결과였다. 오히려 자신이 술에 떡이 되어서 도촬이고 몰카고 뭐고 다 없이 오아시스 그늘 아래 드르렁 드러누운 꽐라가 되버리는 것. 비틀비틀 일어나 보니 상황은 다 끝나 있고...이것은 그녀의 계획에 없던 사태임이 분명했다. 방방 뛰는 걸로 봐서는 어지간히 억울해 보이는 것도 분명해 보였고.
“이이이이건! 있을 수! 없어욧! 이걸 위해 제가 얼마나 준비를 했는데!!”
“아, 아, 에나. 페더 좀 진정시켜. 아무튼 자, 봤지? 그렇대.”
천연덕스럽게 재촬영(?)을 요구하는 그녀들 앞에서 도대체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라고 케시크가 한소리를 하려는 때였다. 정작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있던 사령관은 능글거렸다.
“아, 그래? 페더가 많이 애써줫는데 이거 아쉽게 되었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능글거리는 그대로 벙찐 케시크를 돌아보았다.
“그렇다는데 어쩔래? 한 번 더 할까?”
“사령관님!”
그녀의 부끄러움 가득한 타박이 오아시스의 아침 공기를 갈랐다.
이 모든 소란스러운 광경을 뒤에서 팔짱 끼고 보고 있던 칸은, 슬쩍 미소지었다.
“아침부터 활기차군.”
멸망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이 모습들이.
세상은,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다. 모든 것은 변했다.
과거를 따라가야 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그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낫기를 바랄 뿐.
케시크, 그녀의 이야기도.
그녀의 이야기는 여기서 새로 시작된다.
...
그리고, 묻혀버린 이야기 한 토막.
사막의 햇살과 바람은 그렇게 친절하다고는 볼 수 없다. 케시크는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보급품 상자 위에 걸터앉았다.
“헤. 여기 있었네.”
자신과 거의 똑같은 목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케시크 하나가 서 있었다. 그녀와 똑같이 생긴, 그러나 그녀 자신은 아닌. 콧잔등에 지지난 전투로 인한 흉터가 하나 나 있는.
“몇 개월만에 보지? 2개월 만인가?”
“네가 동부 전선에 간 게 2개월하고도 11일 전이야.”
“벌써 그렇게 되었나? 전쟁통에는 시간감각도 잊는단 말이지.”
“그래. 살아있었네”
무심하게, 그러나 그 안에는 안도감이 담겨 있는 그녀의 대꾸에 상대방은 씩 웃었다. 오랜만이야, 자매.
“여기서 뭐해? 인간님들이 찾던데.”
“곧 갈 거야. 이 풍경만 좀 더 봐 두고.”
그리 말하며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이, 한적하고 광활한 자갈 사막의 풍경을 멍하니 응시했다. 그 모습을 보며 다른 쪽은 흠, 하고 그녀 옆에 걸터앉았다. 같이 지낼 때도 느꼈지만, 어지간히 이상한 녀석이라니깐.
모든 제품은 으레 가장 처음에 생산할 때는 품질이나 특징의 편차가 큰 편이다. 최초 생산이다 보니 아직 생산라인도 안정되지 않았고, 품질관리의 기준이 될 공정의 미세조정이나 보정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떄문이다. 그건, 바이오로이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성능이나 사양은 동일하지만, 사소하거나 미세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케시크와 저 케시크 역시 가장 초기에 만들어진 모델들 중 하나라 서로 차이가 약간 났다. 예를 들어 흉터가 난 쪽으로 말하자면, 케시크 치고는 성격이 좀 밝달까. 이 지옥 같은 전쟁에서도 ‘아직은’ 무너지지 않았을 만큼.
그건 사실, 그녀 옆에서 여전히, 조금은 멍하다고도 할 수 있는 표정으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쪽도 그러했다.
“도대체 넌 뭘 했길래 거기서 승리하고 온 거야?”
‘거기’가 뭘 말하는지는 비교적 명확했다. 부대의 6할이 궤멸되는 피해 속에서도, 살아돌아오는 것도 모자라 승리까지 하고 온. 그러나 질문받은 쪽은 자신과 똑 닮은 자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했다.
“그냥...운이 좋았을 뿐이야.”
“운이 좋은 걸로 그게 설명이 되나? 들리는 말로는 네가 임시로 지휘까지 했다면서?”
케시크는 케시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그 때를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피, 비명, 신음, 화약 냄새, 살 타는 냄새. 별로 회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지만, 인간들은 그녀들을 그 틈바구니로 밀어넣는다. 동료들의 죽음을, 직접 목도하라고. 상처받으라고. 그것이 너무 괴롭다. 승리와 패배를 떠나서,
“이런 전쟁, 없었으면 좋을 텐데.”
해탈해버린 듯한 반대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전쟁이 없었다면 우리가 아예 안 태어나지 않았을까.”
“아하하. 그거도 괜찮지.”
케시크가 케시크에게, 약간은 헛헛한 어조로 대꾸를 마쳤다.
“적어도 이런 꼴 보면서 괴로워할 필요는 없잖아?”
그 말에, 가라앉은 눈동자로 사막을 바라보던 케시크가 처음으로 다른 쪽 케시크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흉터 난 쪽이 흉터나지 않은 쪽을 바라보지 않고선 말을 이었다.
“너 이번에 뭔가 개조받으러 간다고 했지. 그거 우리 기종 개량 작업인가?”
그건 당사자도 모른다. 어차피 질문한 쪽도 상대방이 잘 알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인간들은 모르모트인 바이오로이드에게 뭘 제대로 가르쳐주는 법이 없으니까. 그녀는 그저, 재잘댈 뿐이다. 어쩌면 그렇게 억지로라도 유쾌함을 유지하는 게, 그녀가 이 지옥 같은 전장에서 찾은 그녀 나름의 해법인지도 모른다. 타인의 죽음에 충격받고 상처받고 마는, 케시크의 성정을 보호하는. 그리고 사실은 그랬기에 그녀가 그녀를 찾아온 거기도 했다.
누가 괴로워하는 건 싫어.
“...위험하지 않을까.”
“언제는 인간님들이 그런 거 신경 썼었나.”
그건 그렇다. 바이오로이드 개조 시술은 안전하지 않다. 시술 대상이 인권이나 고통, 혹은 안전 문제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바이오로이드니까. 어쩌면 개조를 받는 도중에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선 오히려 개조받으러 가는 쪽이 담담했고, 그녀를 돌아보는 쪽이 두려워 보였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이유였다. 개조받는 쪽은 실패해도 그냥 자기가 죽으면 그만이지만, 기다리는 쪽은 결국 또 한 명의 동료의 죽음을 목도해야만 하므로. 그런 것에 예민하도록 만들어진 케시크에게 그런 건...너무 힘들다. 비록 담담하게 말할지라도.
“죽지 말라고. 우리 기수 중에서 남은 건 너랑 나뿐이잖아.”
“그게 어디 맘대로 되겠나.”
“남 일처럼 말하네.”
동료를 잃고 싶지 않다. 같이 생산된 그 많던 케시크 동기들도 다 죽었다. 더는, 잃고 싶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고 넘기고 있지만, 그녀도 케시크다.
“음...그거 받고 오면 뭔가 확 달라질까?”
“개체 하나가 바뀐다고 거대한 전쟁이 달라지진 않아.”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좀 덜 죽을 수도 있진 않을까.”
케시크의 말에 케시크가 멈칫했다. 어쩌면 모든 케시크들이 바라는 것에 대해. 흉터 있는 쪽이 조심스럽게, 혹은 자신도 모르게 작게 뇌까렸다. 그녀 옆의 케시크든, 다른 동료든, 아니 누구든지 간에,
“누가 죽는 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
“차라리 나 혼자 나서서 다 해결해버릴 수 있으면 안 그래도 될 텐데.”
그런데 케시크가 그럴 능력이 있는 존재는 아니라서 말이다. 바라는 것과 현실이 불일치할 때, 마음 가진 이는 괴롭다. 아마 그녀의 동료가 받는다는 그 개조란 것도 전쟁을 단번에 끝내진 못할 거고, 세상에서 전쟁이란 걸 없앨 수도 없을 거다. 무기로서 그리하려는 인간들의 모든 시도는 실패했으니까. 석궁도, 기관총도, 핵무기도, 전쟁을 막지는 못했으니까.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언젠가는 이 전쟁도 끝날 거야.”
“그래. 그렇지. 그 때 다들 살아 있으면 좋겠네.”
그럴 확률은 낮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삶이 그렇듯이, 언젠가는 이 전쟁도 끝날 것이다. 또다른 누군가가 태어나고 인간들은 곧 또다른 전쟁을 시작하겠지만, 그리고 그 사이에서 그녀 같은 바이오로이들은 또다시 죽어나가겠지만, 그래도, 일단, 이 전쟁이라도 끝나면...
“그러면, 다같이 모여서 뒷풀이도 할 수 있겠지. 그 정도는 인간님들도 허락해 주지 않겠어?.”
그녀도 케시크다. 케시크가 전장에서 느꼈던 걸 케시크도 느꼈으리라.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도.
“전쟁 외에 다른 것도 좀 해 보고. 예컨대 음, 그러니까...”
남의 죽음 대신, 다른 걸 경험하는 것. 그게 뭐가 있을까. 태생부터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그녀, 케시크는 쉽게 상상하지 못 했다.
‘음..연애 같은 건 어떨까.’
민간에서는 바이오로이드들도 종종 한다는데. 그게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건지는 그녀도 잘 모르겠지만....그래도 괜찮다. 뭐든 괜찮다. 누군가 다치고 죽는 걸 보는 것보다는, 다른 걸 하는 게 뭐든지 더 나으리라.
그러나, 그게 가능할까. 이 잔혹한 시대에. 케시크가, 케시크에게 뭔가 말하려는 그 때였다.
저 멀리서 케시크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아니라, ‘그녀’를. 부름받지 못한 쪽이 부름받은 쪽을 돌아본다. 선택받지 못한 자가 선택받은 자를 돌아본다. 질투 같은 건 없지만, 다만 아쉬움이 남은 눈빛으로. 오래간만에 만난 자매에게.
“아, 이젠 진짜로 잡담 더 못 하겠네.”
“그렇군.”
“다녀와”
“그래.”
곧 떠나갈 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남을 이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말은 안 했지만, 부디 무사히, 잘 지내길 기원하면서. 돌아오면, 조금 전에 하려던 말을 해 주리라.
“이봐”
그걸 아는 남은 쪽이 떠나는 쪽을 불렀다. 케시크가 돌아보자 케시크는 은은하게 미소지어 주었다. 그녀가, 기억해 주길 빌면서.
“돌아오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케시크도 이 케시크도 이제는 없다.
하나는 죽었다. 바로 얼마 뒤에 벌어진 전투에서, 허망하게.
다른 하나는, 이제 더 이상 케시크가 아니다.
모두 떠나가고, 모두 잊혀졌다.
그래도, 케시크였던 자는, 남은 자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그녀가 대신 만들어 주리라.
잊혀진 자들이 꾸던 꿈을.
새로운 이야기를.
< E N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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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처에 대한 이야기
삽입된 곡은 체리필터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2006)"입니다. 케시크의 이야기도,우리의 이야기도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뿐이죠.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요. 학교를 졸업한다고 우리의 이야기가 끝이 아니고, 취직한다고 끝이 아니죠. 그저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뿐입니다.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들에게 이어지고 또 손자에게 이어지기도 하듯이, 케시크의 이야기도 그럴 겁니다. 과거의 케시크와 미래의 케시크가 다를지라도.
1. 본편에 대한 이야기
- 이 이야기는 모 루리웹 유저에게 요청을 받아 쓰는 이야기로, "분노의 늑대 송곳니" 이벤트가 끝난 뒤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이벤트 스토리를 보셔야 이해가 (더 잘) 됩니다.
참고: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22152 ,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24467
- 이전 투표결과에 따라(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24698 )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평화로운 이야기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화는 두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아시스의 휴가 이야기와, 그리고 칸(이 될 케시크가 떠나기 직전)의 짧은 이야기지요.
원래 이 이야기가 하얀 알약이 아니었을 때는 이 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했습니다. 칸의 과거사와 엮는 쪽으로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칸이 과거의 전우들을 기억하고, 그녀들이 바랐던 삶, 전쟁 속에 스러지는 이슬이 아닌 다른 길을 달려가는 삶을, 멸망 후에나마 가져다주려고 한다, 정도로 끝맺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2. 잡담
- 청소년게에 올리는 글인 만큼, 거사 치루는 장면은 넘어갔읍니다.
- 그림을 그려주실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이 글을 읽어주시고 있는 바로 당신, 바로 여러분, 선생님이십니다!
제가 요즘에 딴 걸 하고 있어서 글이 많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고마운 응원이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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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필력은 어디 안가나 봅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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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친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기뻐요ㅎㅎ | 22.07.15 19: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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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만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 22.07.15 19: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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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작가님도 건필하시길. :) | 22.07.15 19: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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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의뢰를 받고 와서 글 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22.07.15 20:48 | |
(IP보기클릭)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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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이라면 읽어주시는 데 감사드립니다. 이번 이야기는 이번 '분노의 늑대 송곳니' 이벤트 스토리의 후일담 격이라(의뢰해주신 분께서 그렇게 요청하셨었습니다), 스토리를 보고 오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 심심해도 좋으니 평화로운 이야기가 좋다고 주문받아서 이와 같이 써보았습니다. ㅎㅎ | 22.07.15 22:06 | |
(IP보기클릭)14.39.***.***
잘 읽었습니다!
(IP보기클릭)175.126.***.***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22.07.16 15:59 | |
(IP보기클릭)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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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22.07.17 09:5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