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이마에 맺힌
송글송글한 땀방울들을 훔치며
낡은 격납고 안의 작은 경비행기를 손보고있었다.
엔진이 자꾸 꺼졌다 켜지는 현상을 고치기위해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을 즈음
갑자기 옆에 가만히 서있는 메이드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스패너”
메이드는 말 없이 스패너를 건냈다.
다시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정비가 시작되고
메이드는 착잡한 표정으로 자신의 주인을 쳐다봤다.
바쁘게 손을 놀리는 와중에
이따금 기침을 크게 내뱉는 남성은
돌리고 있던 나사를 마저 돌린 후
메이드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드라이버”
메이드가 천천히 공구를 건네주었다.
남성은 받아간 후 나사를 돌리며 물었다.
“왜 그렇게 조용히 있어?”
메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남성은 엔진에서 고개를 돌리며 다시 물었다.
“응? 왜 그리 말이 없는거야?
내가 뭐 잘못... 콜록 콜록!
... 잘못이라도 했어?”
“...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메이드의 큰소리에도 남자는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는데.
우리 콘스탄챠양께선 왜 그리 화가 난걸까?”
“도대체 왜 치료를 포기하시겠다는건데요?
치료를 포기하면 주인님의 목숨은
2개월도 못버틴다는 닥터양의 소견은
이미 귀에 박히도록 들으셨잖아요?”
남자는 할 말을 잃었는지
엔진 뚜껑을 닫은 후
그저 옆에 있는 비행기의 날개를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서있었다.
콘스탄챠가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도 치료를 포기하시겠다고
고집을 피우시더니, 그러고 또 뭐라고 하셨죠?
떠나시겠다고요? 오르카를요? 우리를요?!
고작 저딴 낡은 비행기 하나로
태평양을 횡단하시겠다고요?
미치신거에요, 아님 정신이 나가셨어요?!”
콘스탄챠의 분노어린 설명에도
남자는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
그러자 콘스탄챠가 홧김에 옆에 놓인
공구통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우왓! 콘스탄챠, 위험하잖아!”
“대답이나 하세요!
왜 치료를 포기하겠다는건데요?!
왜 우리를 떠나시려는거냐고요?!
왜 저 구닥다리 비행기를 타고 죽겠다고
발광을 하시는거냔 말이에요!!!”
콘스탄챠가 안 어울리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자
사령관도 더는 웃고만 있을수 없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공구들을 주워
제자리에 갖다 놓은 후 콘스탄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불치병이래.
닥터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써봤지만
더는 방법이 없다고 했어.
그러더니 울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걔가 뭔 잘못이 있겠어.
병세가 악화되도록 납둔 내 잘못이 크지.”
“저도 들었어요. 그래서 닥터양이
차선책을 내놓았잖아요!”
“치료법을 찾을 때까지 동면장치에
반영구적으로 들어가있어라?”
“죽는것보단 낫죠!!”
“차라리 죽는게 낫지.”
“하...!”
콘스탄챠가 사령관의 비행기에 손가락질을 했다.
“그래서 죽겠다고요?! 저 비행기를 타고?!”
“죽겠다는게 아냐.
그저 비행기를 타고 원없이
날아다니고 싶은것 뿐이지.”
“연료도 2시간 분량밖에 없고
낙하산도 다른 보호장비도 없이 타면서
뭘 안 죽겠다고 헛소리 하시는 거냐고요!!!”
콘스탄챠가 눈물을 흘리며 사령관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붙잡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장난하지 말아요, 저 지금 진지하니까!
... 죽겠다는거 맞죠? 그죠?”
“...”
사령관은 말없이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콘스탄챠가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죽겠다는거잖아요!!! 그죠?!!”
“...”
“그렇죠?!!!”
사령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콘스탄챠는 사령관에게서 떨어지더니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러더니 세상을 잃은 듯이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지 말아요... 죽겠다고...
죽겠다는 소리 하지말아요...
무섭단말에요... 주인님을 다시는... 못본다는게...”
“... 미안해, 콘스탄챠.”
사령관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나도 너희랑 헤어지기 싫어.
백년 천년 죽을 때까지 함께 있고싶어.”
“그럼 가지말아요!”
콘스탄챠가 소리쳤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닥터양이
치료약을 개발 할 거에요!
주인님께서 냉동포드에 들어가 계신다면...”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거야."
사령관이 단호히 말했다.
"여태것 이런저런 핑계만 대면서 미뤄왔지.
철충들, 팩스, 별의 아이...
이젠 아니야. 더이상 미뤄둘 수 없어."
"..."
사령관이 이번엔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달랬다.
"군 통수권은 모두 레오나에게 넘겼어.
내 업무와 관련된 사항은 알파와 아르망이
빠삭하니 그녀석들이라면
나 없는 오르카라도 잘 이끌어나갈수 있을거야."
"그 분들이 얌전히 이행받던가요?"
그녀의 질문에 남자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 아니.
알파는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고불고
아르망은 내 마음을 돌릴 방법을 찾느라
자가회로를 극한까지 돌리더라."
사령관이 머리를 벅벅긁으며 말을 이었다.
"레오나는 권총을 뽑아들더니
정말 떠날거면 날 먼저 쏘고가라고
권총을 들이밀었고.
곁에 발키리가 없었으면
여기 오지도 못했을거야."
"그런 그녀들을 두고...
정녕 떠나시겠다는 말씀이신거죠?"
"..."
사령관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 했듯이, 지금이 아니면 안돼.
미안하지만 난 떠나야겠어."
"... 그래요. 사령관님 고집 꺾을 사람
세상에 어디있겠어요."
사령관이 다시 콘스탄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하는 그 때,
갑자기 그녀가 격납고 밖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격납고 안으로
한 꼬마 아이가 조심스레 들어왔다.
당황한 사령관이 콘스탄챠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부른거야...?"
"저에게 했던 얘기,
저 아이에게도 똑같이 해보세요."
"난... 난..."
"해보세요. 주인님이 사랑하는 저 아이에게.
만약 저 아이마저 설득하신다면 그 땐..."
"사령관님...?"
작은 소녀,
코코가 사령관에게 조심히 입을 열었다.
"콘스탄챠님 말씀이 다 사실인가요?"
"..."
사령관은 할 말을 잃은 듯
코코의 시선을 애써 피하려 했다.
"정말 떠나실건가요?"
"... 으, 응."
"저희를 버리신다는게 사실이에요?"
"아, 아냐 바보야!"
"그럼요?"
어느새 코코는 사령관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왜... 왜 저희 곁을 떠나시려는거에요...?"
"..."
사령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 설명해줄게. 전부 다.
너는 들을 자격이 있으니까."
두 사람은 경비행기의 왼쪽날개에 걸터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핼리 혜성이 뭔지 아니?"
"... 75년 주기로 지구에 나타난다는 혜성이잖아요.
그게 왜요?"
"아유 우리 귀염둥이, 이 똑똑한것 좀 보게!"
사령관이 사랑스럽다는듯
코코의 머리를 쓰다듬자
코코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핼리 혜성이 왜요?"
"옛날 사람들은 이 혜성이 나타날 때마다
불운이 찾아올거라고 호들갑을 떨었데.
전염병이나 지진, 전쟁이나 가뭄,
지도자의 죽음등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미신들로 믿어왔지.
참 바보같지 않아?"
"지식의 축적양이 지금과는 다르잖아요.
어쩔수가 없는거죠."
"핼리 혜성이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이 얼마나 욕을 했을까?
'에이, 저놈의 혜성 또 왔네!'
'빌어먹을 저주받은 혜성 놈!'
‘어디 논두렁에 쳐박혀 뒈질새끼!’
이런식으로말야. 불쌍하지도 않아?
혜성은 그저 정해진대로 75년주기로
지구에 나타난 것 뿐인데."
사령관이 두 팔을 쭉 벌려 기지개를 펼쳤다.
"혜성은 항상 혼자였어.
셀수없이 많은 세월동안
홀로 외롭게 은하계를 날아다녔는데
그나마 사람이 있는 지구에 도착했을땐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고다녀야만 했지.
참 쓸쓸하지 않아?
아마 혜성이 혼자 은하계를 날아다니는 이유는
자신을 반겨줄 존재를 찾기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흠..."
"그러던 어느 날,
다음 75주기가 되어 다시금
지구에 방문한 혜성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어.
항상 자신을 기피하고 모욕하던 사람들이
어인 이유로 자신을 구경하기위해
넓은 동산에 빽빽히 몰려든 거야.
자신을 보며 웃음과 함께 반기는 사람들을 보며
혜성은 의아해 했지.
'왜 사람들이 나를 반기기 시작한거지?'
어째서였을까?"
"음... 사람들이 더이상
미신을 믿지 않아서인가요?"
"반은 맞췄어."
사령관이 장하다는듯 코코의 머리를
또 쓰다듬으며 말했다.
"에드먼드 핼리라는 사람이 혜성을 면밀히 조사하고
관찰한 결과, 혜성은 그저 75년을 주기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해한 혜성일 뿐이라고
논문을 발표한 덕분이었던거야."
"아아."
"혜성이 무해한 존재라는 걸 안 사람들은
점점 혜성에 호기심을 갖고 면밀히 조사하기 시작했어.
그 결과 저 혜성은, 저주도 무엇도 없는
그저 얼음과 먼지로 이루어진
작고 밝은 혜성일 뿐이라고 결론지었지."
"흠..."
"사람들의 오해가 풀리자,
사람들은 호기심과 경의로움을 가진채
혜성의 방문을 두 팔 벌려 환영했어.
혜성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혜성을 보며 간절히 소원을 비는 사람들도 있었지.
이제 혜성은 불운과 저주의 상징이 아니게 되었어.
혜성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약간의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었지.
그는 더이상 혼자가 아니게 된거야."
"오..."
"하지만 혜성은 마냥 좋아라 할 수만은 없었어."
"왜요?"
"매 75년 주기가 끝날 때마다
혜성의 궤도가 점점 틀어지고 있었거든.
다음 75년 주기가 될 때쯤이 되면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정도로 틀어질정도였어."
"네?"
코코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자
사령관은 자세를 바꾸더니 천천히 설명했다.
"이거 큰일났지. 이대로 가다간
자기 몸뚱이가 지구에 쳐박힐 상황이었으니.
혜성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지구를 구할 방법을, 사람들을 살릴 방법을.
‘궤도를 틀어볼까?
자의로 궤도를 틀 줄 알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
속도를 최대한 늦춰볼까?
난 빨라지는것 외엔 할 줄 모르는데?.
사람들에게 경고를 해볼까?
그들이 뭘 할 수 있겠어?’
그렇게 그는 깨달았지.
자신에게 남겨진 길이 얼마 없다는 것을."
"어떤 길인데요?"
"혜성은 곧 자신의 비행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어.
빠르게! 빠르게! 더 빨리!!
자신의 몸이 완전히 타버릴정도로!"
"설마!"
"혜성의 몸은 붉다 못해 하얘졌고
혜성을 이루고 있는 원소들은
마찰열에 이기지 못해 천천히 소멸되기 시작했어.
결국 75년 주기보다 30년 더 빨리
지구에 도착할 정도로 날아왔지만,
혜성의 몸은 이미 지구에서는
관측할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리고 말았어."
"..."
"그래도 혜성은 괜찮았어.
지금 타다 남은 몸정도는 대기권에 진입시
마찰열에 소멸당할 정도로 분해되어있으니까.
자신을 사랑해주던 사람들을,
그들의 지구를 지킬 수 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몸 따윈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여겼거든."
"아..."
"그리고 혜성의 잔해는...
서서히 대기권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어.
자신의 몸이 불타오르고
이곳 저곳이 타오르는것이 느껴질 때 쯤,
그는 마지막으로 보았어."
"무엇을요?"
"사람들이 타오르는 자신의 몸을 보고
별똥별이라 생각했는지
옹기종기 모여서는 기도하고 희망하는 모습을."
"..."
"혜성은 그 모습들을 보며 미소지었어.
나는 끝까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구나, 하고.
그렇게 그는 서서히,
자신의 몸이 사라져감을 느꼈어.
자신을 향해 웃음을 띄며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말이지..."
"..."
"이야기 끝. 잘 들었니?"
"네. 근데 너무 슬프게 끝난거 아니에요?"
"내가 새드엔딩 전문이라서 그래."
"... 그렇다고 사령관님의 이야기도
새드엔딩으로 끝날 필요는 없잖아요.
사령관님은 핼리 혜성이 아니에요.
사령관님은 혼자도 아니고
무언갈 위해 희생하실 필요도 없어요.
사령관님은...!"
"요 귀염둥이녀석, 너한테만 알려주는거야?"
그러더니 사령관이 코코에게 몸을 기울여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실 내가 걸린 병은 전염성이 있어.
이 사실은 닥터와 나 말고는 아무도 몰라."
"네?"
"쉿!"
사령관이 자신들 뒤에 있는 콘스탄챠에게
비밀이 닿지 않게끔 몸을 더 숙였다.
“걱정 마. 일반적인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으니까.”
“그럼...”
“타액을 나누는 접촉만 아니면 돼.”
“타액을 나누는 접촉이 뭔데요...?”
“어...”
사령관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우물거리자
코코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저도 다 알아요. 그냥 놀려본 거에요.”
“어, 어 음... 어쨌든...”
사령관이 머리를 벅벅긁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왜 떠나려고 하는진 알겠지?”
“...”
코코는 말없이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왠지 그녀의 눈빛이 슬퍼보였다.
사령관이 그녀를 달래듯
코코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예전의 난 외로웠어.
누구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아니, 날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나조차도 날 사랑하지 않았으니까말야.”
그는 코코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을 느끼며 코코가 사령관의
손등을 어루만지자 사령관이 처음으로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너희들이 내 인생에 들어온거야.
너희들이 나를 사령관으로 만들어주더니
다음엔 인류의 희망자로 만들어 주었어.
나를 구원자로, 주군으로, 대장으로,
... 남편으로 만들어주었지. 하지만...”
사령관이 하늘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내게 한계가 찾아왔어.
피할수 없는 현실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어.
난 죽을거야.
내 몸을 썩어 문들어지게 만드는 병 때문에.”
“사령관님...”
코코가 사령관의 손을 가볍게 잡아주었다.
“닥터 언니 말대로 냉동포드에 들어갈 수는...?”
“... 거기서부턴 내 이기적인 소망이 들어있어서 안돼.”
사령관이 코코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비행기를 몰고싶어.”
“비행기를요?”
사령관이 씩 웃으며 답했다.
“하늘을 날아보고싶어. 내가 죽기 전에.”
“그거야 병이 고쳐진 다음에도...”
“아냐, 귀염둥아. 병은 낫지 않을거야.
내가 잘 알아.”
그러면서 사령관이 작업복을 걷어 올려
자신의 배를 코코에게 보여주었다.
코코는 비명을 지르려던것을 간신히 멈추었다.
사령관의 배는 배꼽을 중심으로
절반이 썩어들어가고있었다.
사령관이 서둘러 옷깃을 내리더니
검지손가락으로 입을 대며 말했다.
“모두에겐 비밀이야...!”
코코가 눈물을 글썽이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자
“걱정마 아가야, 난 병으론 죽지 않을테니까.
병으로는.”
그는 말없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코코도 말없이 그를 따라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저녁노을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군청색 밤하늘이 칠해지고 있었다.
“그... 코코?”
“네?”
사령관이 조심스레 말했다.
“갑작스럽겠지만 나... 나 좀 안아줄래?”
코코는 잠시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오늘 처음으로 그의 두려움에 찬 얼굴을 보았다.
사령관은 겁에 질려있었다.
코코는 말없이 그를 안아주었다.
그녀를 품에 안으며 사령관은
조용히 흐느끼며 말했다.
“조금... 무섭네...? 흐흐...
너희랑... 너희랑 떨어지기 싫었는데...
근데... 무서워. 헤어지고싶지 않아...”
코코는 사령관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줄 수 없었다.
그가 너무 세게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가 눈물을 흘리게 두었다.
그가 두려워하게 두었다.
언제나 감정을 숨기고다녔던 그가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사령관이 모든 감정을 쏟아내도록.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났다.
사령관은 코코를 놓아주었다.
그의 눈은 잔뜩 충혈되어있었다.
코코가 그를 보며 말했다.
“괜찮아지셨어요?”
“조금은... 고마워.”
“더 있으실래요?”
“아냐, 석양이 지고있어.
이제 가야 해.”
“... 저도 따라가도 돼요?”
사령관은 힘없이 미소지으며 답했다.
“내가 돌아온다면,
그 때는 함께 떠나자꾸나.
태평양이 아니라 대서양,
인도양까지 멀리 멀리 가자꾸나.”
“... 약속하신 거예요? 꼭 돌아오셔야해요!”
“어떻게 되셨나요, 코코양?
사령관님을 설득하셨나요?”
뒤에서 얌전히 있던 콘스탄챠가 끼어들었다.
그녀의 눈은 질문과는 다르게
다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실패하셨나요?”
“... 죄송해요, 콘스탄챠님.
사령관님의 의지가 너무 확고하셔서...”
그녀의 말을 들은 콘스탄챠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그럼... 제가 말려본들 소용없겠군요.”
“...”
사령관이 천천히 콘스탄챠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콘스탄챠는 그 손을 쳐낼지 말지 고민중인것 같다.
사령관이 말했다.
“날 처음으로 발견했던 너는
날 마지막으로 보게되는 바이오로이드가 되었구나.
널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매 순간 내 운명에 감사했어.
네가 날 발견해준 덕분에
너희를 만난 행운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
“...”
“고마워, 콘스탄챠. 정말 고마워.
어떻게 설명해야 이 마음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냥 가세요.”
“...”
콘스탄챠가 독기어린 시선으로 사령관을 노려보았다.
“가세요. 그냥 가시라고요.
우리랑 만났던 것도 다 잊으시고
모든 인연들 전부 다 정리하고 떠나세요.
그렇게 무책임하게 가실거면
우릴 기억하실 필요도 없으시잖아요?
이제 당신은 우리에게 사령관도 뭣도 아니에요.
그냥... 그냥...”
콘스탄챠가 말문이 막혀하는데도
사령관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냥... ... 가세요, 안녕히...”
“... 미안하다.”
사령관은 몸을 돌려 비행기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콘스탄챠는 감정이 벅차올랐는지
바닥에 주저앉으며 깊은 울화를 내뱉었다.
사령관이 전면 덮개를 닫고 시동을 걸었다.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비행기가 서서히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코코는 사령관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건냈고
동시에 옆에있는 콘스탄챠에게 조심히 말을 걸었다.
“저... 콘스탄챠님?”
“...”
“사령관님은... 사실...”
“말하지말아요.”
콘스탄챠가 잠시 안경을 벗어 눈가를 닦은 후
다시 안경을 쓰며 말했다.
그녀의 눈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쩔수 없는 이유가 있는거죠?
사랑하는 이들이 알면 상처 입을수밖에 없는
어떤 말 못할 이유가.”
“음... 네.”
그녀의 말에 콘스탄챠가 힘없이 웃으며
코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가능하면 같이 있고 싶었어요.
약속했거든요. 함께하자고, 세상의 마지막까지 함께.
근데 무책임하게 혼자 떠나겠다고 하시니까...
저도 모르게 화가 나서...”
코코를 쓰다듬으며 콘스탄챠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이것만은 대답해줄 수 있나요?
주인님께서... 돌아오실까요?”
코코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대답했다.
“무엇도 확신할 수 없어요.
사령관님은 정말 멀리, 멀리 떠나가실 생각이니까.
다만...”
코코가 자리에서 일어난뒤
사령관이 떠난 방향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그 분이 죽을거란 생각은 들지않아요.
콘스탄챠님과의 약속...
잊어버리실 무책임한 분은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둘은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다.
마침 떨어지는 별똥별 하나를 보며
그들은 두손 모아 기도했다.
다시, 그들의 사령관이 병마를 이기고
자신들에게 돌아와
세상의 마지막까지 함께하기를 바라며...
-
모든 짐을 다 꾸렸고 출발할 준비가 되었어.
날 사랑하는 여인에게 인사를 보냈지.
그녀를 울리고 싶지는 않지만 작별인사는 해야하니까.
이제 날이 밝아오고 마침내 때가 왔음을 느꼈어.
따사로운 저녁 공기가 느껴지니
어쩐지 울고 싶을 만큼 쓸쓸해지는구나.
얘들아, 나를 위해 미소 지어다오.
나를 기다리지 않겠다고 말해다오.
내가 떠나지 못하도록 꼭 끌어안은
그 두 손을 풀어다오.
나는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만 해.
돌아올수 있을진 알 수 없지만.
오, 내 사랑이여.
사실 나도 떠나고 싶지 않았어.
너희를 실망시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
너희 곁에서 영원토록 머물고싶지만
더는 그럴수가 없다는 사실이 분에 겨우는구나.
내가 가는 곳 그 어디서나 너희만을 생각하고
내가 부르는 노래 그 어느것이나
너희만을 위한 것임을 잘 알아다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네.
눈을 감고 내 키스를 받아다오.
나 홀로 떨어져있지 않은 그 날을 꿈꿔다오.
내가 사랑을 고백하는 그 날이 오기를 빌어다오.
비행기를 타고 문을 닫은 후
엔진에 시동을 걸어 출발할 준비가 되었지.
마지막으로 그녀들이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천천히 심호흡을 했어.
돌아올 수 있을까?
... 정말 떠나고싶지 않았는데.
레버를 당겨 프로펠러가 회전하자
비행기가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며
동체가 조금씩 뜨기 시작했지.
이제 비행기가 서서히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나는 석양이 지는 저 하늘을 향해 방향을 잡고
빠른 속도로 비행기를 몰고갔어.
다시 돌아오리라 믿는 너희의 염원과 함께
저 너머... 저 하늘 위로...
-
John Denver - Leaving on a Jet plane 中에서
이야기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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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마지막입니다. 제가 쓸 수 있는 소설은 여기까지인것 같습니다. 아직 못 쓴 소재가 많이 남아있지만 저는 안될겁니다. 갈수록 떨어지는 조회수와 추천수를 보면 아마 무슨 글을 쓰든 안될겁니다. 그나마 응원해주시는 댓글들 보며 작게나마 자신감을 얻어오긴 했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인것 같습니다. 이제 나이가 한두살도 아니고 먹고 살려면 일도 해야하니 아쉽지만, 이제 접어야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재밌게 봐주셨던 분들께 모두 감사드리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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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람이 글을 떠날수는 있어도 글은 사람을 버리지 않으니, 여유를 찾으시면 다시금 즐기실수있을겁니다. 하실 일들 잘 되길 빕니다. 힘들면 종종 찾아와 쉬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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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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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잘봤습니다 픽시브에도 댓글남길까하다가 안남겼었는데 나중에 다시 시간이 되신다면 이이야기의 후속편을 써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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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5.21 17: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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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람이 글을 떠날수는 있어도 글은 사람을 버리지 않으니, 여유를 찾으시면 다시금 즐기실수있을겁니다. 하실 일들 잘 되길 빕니다. 힘들면 종종 찾아와 쉬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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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복받으세요! | 22.05.21 17: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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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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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 22.05.21 17: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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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잘봤습니다 픽시브에도 댓글남길까하다가 안남겼었는데 나중에 다시 시간이 되신다면 이이야기의 후속편을 써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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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5.21 18: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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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다시 복귀하시길 기다려봅니다 아우 잘보고있었는데ㅜㅜ | 22.05.21 18: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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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감사합니다 ㅠㅠ | 22.05.21 21: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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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감사합니다 | 22.05.21 22: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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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 22.05.22 12: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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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감사합니다! | 22.05.23 14: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