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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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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미래는 장편입니다. 전편을 보고 오시는 편이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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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은 언제 와도 무섭단 말이지…”
“무섭다뇨?”
“내가 돈을 좀 헤프게 쓰거든…”
수도 중심의 한 쇼핑몰.
새로 개점한 곳 답게 활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통로 이곳저곳이 즐거운 소란으로 가득하고,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는 점원도, 물건을 고르는 고객들도 하나같이 표정은 밝다.
“…”
언제 와도 보람이 느껴지는 장소다.
잠시 동안 감회에 젖었던 나였으나, 이내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보람을 느끼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다.
“어디부터 갈 생각이야?”
“아… 제가 갈 곳은 위층에 있어서요. 지도자님께서 둘러보실 곳 먼저 둘러보시고 올라가는 편이 좋을 거예요.”
“그래? 으음. 난 좀 오래 걸릴 수도 있는데.”
항상 “보기만 해야지” 하고 다짐하는 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지갑이 사르르 열릴 것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아마 내 물건 보다가 어느새 아이들 줄 선물로 넘어가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들 줄 선물을 고르고 있겠지...
날 기다리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미래에 쓴웃음지으며 말하니, 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아요” 하고 말을 이었다.
“어차피 저녁 드시고 갈 생각이셨잖아요?”
“으음.”
리리스하고 같이 먹을까 생각했었는데… 으음… 하긴 아무리 노력해도 3시간 안에 끝나진 않겠지…
“그럼… 으음, 그러고 보니 선물을 산댔나?”
“네? 네. 그렇죠.”
“음. 그럼 내가 살 선물도 좀 같이 골라 주면 좋겠는데.”
“네?”
“그으… 얼마 전에 선물 잘못 사 가서 눈칫밥 먹은 적이 있어서.”
몇 년을 살아도 아내들 기분 맞춰주는 건 적응이 안 됀단 말이지. 하며 쓴웃음지으니, 유리는 눈을 끔뻑이곤 아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집에서는 잡혀 사시는 처지시군요.”
“슬프게도 공처가라서.”
분명 ‘사랑하니까’에서 멈춰야 하는데 ‘사랑하는건 둘째치고 일단 무서우니까’ 가 되어버린단 말이지.
분명 애처가로 끝나고 싶었는데 어째서일까.
“좋아요. 하지만 제 센스도 그렇게 믿을 만한 건 못 되니까 기대하진 마시고요.”
“그래도 같은 여자가 골라 주는 편이 좋겠지. 옷도 그렇고…”
으음, 하지만 옷은 오드리가 보내주니 상관없으려나…?
액세서리 같은 거라도 해 볼까? 그러고 보니 그 애 가게도 여기였나…
“저기부터 둘러볼까, 그럼.”
리리스에게 병문안 갈 때 줄 선물도 사야겠다며, 나는 고민하며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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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어어?”
쇼핑몰에 단둘이 오셨잖아?
“…”
… 설마 정말로 놀러 오신 거야?
하지만 왜? 시간이 남으면 리리스를 보러 와 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 아니야, 아닐 거예요… 그야 저 매장 옷들은 저번에 제가 마음에 든다고 했던 것들이잖아요.”
매장 상표를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리리스는, 살짝 눈가에 주름을 잡으면서도 중얼거렸다.
“… 그럼요… 설마 저희에게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다른 여자분과 나들이를 나오시겠어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잠시나마 그를 의심한 자신이 한심하다.
아마 리리스의 병문안을 오며 무언가 선물할 게 있을까 싶어 온 것이리라.
“… 그럼 먼저 돌아가 있는 편이 좋을까요.”
잘못했다간 나와 있는 걸 들킬 판이니…
응. 그렇게 하자. 보아하니 금세 선물을 사 오실 것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한 리리스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이 정도면 맞으려나.”
“맞지 않을까요…?”
하며. 사령관이 자연스럽게 유리에게 원피스를 가져다 대 보곤…
“… 엑…?”
왜… 그 여자에게 대 보시는 거죠…?
“…”
…1시간만 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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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리리스에게 맞겠지?
리리스의 키가 160 언저리인 것으로 기억한다. 유리 체격이 정확히 그 정도이니-솔직히 특정부위를 리리스가 압도하고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으니 넘어가고- 유리에게 맞는 정도면 리리스에게도 맞을 것이다. 한 치수 더 크게 사야 하려나?
“한 치수 더 크게 사야 하려나.”
“으음, 실장님께서 저하고 키가 비슷하시다고 하셨죠?”
“응.”
“으음~ 한치수 더 큰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유리는 자신의 몸을 한 번 슥 내려다보곤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무어라 말하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어버리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실장님께선 저보다 크신걸요.”
“으음.”
“다른 옷이었다면 주문제작으로 맞추자고 했겠지만 원피스는 상관없겠죠. 조금 퍼져도 괜찮을 것 같고요.”
“그럼 한 치수 크게 사야겠군.”
… 의외로 본격적으로 골라주네.
내가 한 치수 큰 원피스를 찾아 집어드는 와중에도, 유리는 “으음~” 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다. 아무래도 ‘실장님’ 에게 어울릴 만한 옷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것 같은데…
리리스도 부하들에게 사랑받는 모양이다. 다행이지, 뭐.
“이런 건 어떨까요? 실장님께선 이런 것도 어울리실 것 같은데.”
“너무 소녀 같지 않나?”
“일단 한 번 사 가 보시면 아실 거예요.”
리리스가 입기에는 너무 소녀스러운 디자인이었다. 프릴 가득한 분홍색 원피스라니, 과연 리리스가 이런 걸 입을까…?
“…”
…솔직히 입혀보고 싶기도 하고…?
나는 말없이 옆에서 대기하던 점원에게 옷을 건네주었다.
“…그러고 보니, 리리스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나?”
“네? 아아, 아니예요. 실장님께선 저희 입장에서는 아득히 높은 위치에 계신 분인걸요. 그냥 시험 당일에 얼굴 한 번 뵌 정도가 다예요. 업상담을 받았을 떄랑.”
“흐음. 그래?”
하긴 리리스는 항상 내 곁에만 있었으니 당연한 건가. 점원에게 카드를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의외로 리리스를 잘 아는 것 같았는데.”
“제가요?”
“응. “
딱히 그렇다는 자각은 없었는데요. 하며 고개를 갸웃한 유리가 말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게는 진지하게 직업상담도 해 주시고 어떻게든 안 잘리게 도와주신 분이니까요. 그분 입장에선 쓸만한 인간 한 명 붙들어 둔 정도일진 몰라도, 전 그때 진지하게 잘리는 건가 싶었거든요. … 그래서 은근히 실장님에 대해 궁금해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 ... 꽤 좋아하는 눈치네.”
양손에 옷을 들고 양쪽 중에 뭘 고를지 고민하는 듯 하던 그녀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네... 좋은 분이시죠... 네.”
“?”
... 내가 뭔가 잘못 말했나? 표정이 안 좋았는데.
살짝 눈꼬리를 기울어뜨린 나였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고른 옷들을 점원에게 건네 계산하고 매장을 나오니 3시 30분 정도였다.
“30분 동안 저기 한 군데서 고르고 있었단 말이야? 햐, 시간 빨리도 가네.”
“으음... 저기도 가 볼까요?”
“옷은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리리스는 원래 정복 말고는 잘 안 입어.”
저번에 리리스가 이 브랜드 옷을 보고 있길래 와 본 것일 뿐이다. 원래 리리스는 정복 말고는 다른 옷을 입지 않는다. 움직일 때 바로바로 움직여지지 않으면 불안하다나...
뭐, 나중에 휴가 갈 때 입혀 봐야지...
“그럼 액서서리라도 사 가실래요?”
“응. 그러려고.”
그러고 보니 리리스에게 선물 같은 걸 준 적이 그렇게 많이는 없구나.
으음, 좀 신경써서 골라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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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왜 거기로 가시나요, 주인님...?
옷도 모자라서 액세서리까지...? 주인님께선 대체 뭘 하고 싶으신 거지...?
속이 타들어간다. 주인님께서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면 눈앞에서 웃으며 대화하는 그의 표정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정말로? 설마 정말로...
“... 아닐 거예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하지만 실제로 저렇게 사이좋게 다니시는걸. 계속해서 아니라고 부정하면 뭐 해? 실제로...
“...”
... 조금만, 조금만 더 지켜봐야겠어요... 우리 주인님께서 그러실 리 없어요.
리리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나직하게 숨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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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4령관에게는 악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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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리리스 각성까지 앞으로 몇 시간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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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리리스 각성까지 앞으로 몇 시간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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