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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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겁쟁이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4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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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겁쟁이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9):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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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0): https://bbs.ruliweb.com/mobile/board/184992/read/10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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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행복했던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8):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09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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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어느 복수귀 바이오로이드의 기록 (19):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0014
전전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0072
전편: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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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여 명 정도 되는 바이오로이드들의 무리가 해안을 향해 걸었다. 광산에서 꺼내온 수레에 투박하고 큼직한 통신장비를 싣고서.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광부였던 더치걸이었지만, 다른 민간 바이오로이드들도 소수 끼어 있었다. 예를 들면 익스프레스라던가, 아우디라든가 말이다.
아우디의 쉐보레가 수레를 견인해주곤 있었지만, 어차피 마을 사람들의 걷는 속도에 맞춰야 했으므로 그녀들이 해안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것은 무리였다. 혹시라도 철충들에게 들킬까 봐 일부러 숲길을 택한 그녀들은 느릿느릿하게 나아갔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녀들은 자꾸만 시선이 뒤로 돌아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들을 위해 뒤에 남은 이들 때문에.
“다들...괜찮을까”
더치걸 하나가 중얼거리자 우울한 기류가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익스프레스는 애써 웃으며 팔을 내저었다.
“야, 야, 대장 알잖아. 대장이 그렇게 쉽게 죽을 양반이냐?”
“그치만....”
“....”
마을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다 괜찮을 거라고, 결국 모든 일은 잘 풀리게 될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익스프레스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실은, 그녀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갑자기 애니가 자신에게 씌워 준 보안관 모자가, 바윗돌마냥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는 대장 노릇을 잘 할 수 있을까. 이제 막, 떠밀리듯이 리더가 되어버린 그녀가, 마을 사람들을 잘 이끌 수 있을까. 그녀 자신도 확신이 없는데.
“그래도, 지금은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
갑자기 천둥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아우디와 익스프레스, 아니, 해안가를 향해 나아가던 모든 바이오로이드가 뒤를 돌아보았다. 마을 쪽에서 폭음과 함께 시커면 연기가 풀풀 치솟는 것이 보였다.
“시작되었나 보네”
초연하기까지 한 아우디의 평에 익스프레스가 불안하게 입맛을 다셨다. 이제는 그녀 자신도 너무나 걱정되어서 가슴이 두방망이질치기 시작했다. 애니가, 그리고 마을의 운명이. 마을 주민들에게 내색하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애써야 할 만큼.
“철충들이 마을을 발견할 테니, 기왕에 그리 된 것 마을로 유인해 몰아넣고 시간을 번다. 합리적인 작전이야, 발러”
아우디가 차 안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철충들의 시선을 끈다. 놈들이 한눈팔게 한다. 그 사이에 다른 쪽은 움직여서 목표를 달성한다. 전형적인 양동작전이다. 조금이라도 군사 지식이 있으면 당연히 떠올릴 수 있는 전술이다.
하지만 그러면...저기 남은 이들은?
익스프레스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녀도 애니의 안부가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애니와 발키리, 둘이서 시간을 얼마나 끌어 줄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해안가에 도착해서 여길 탈출하는 것 뿐. 그러니 서둘러야 했다. 그것이 그나마 저기서 시간을 버는 그녀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리라. 그래서 그녀는 억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들이 벌어 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단 둘이서 오래 시간을 끌진 못할 것이다. 애니 쪽도 이곳의 피난민들도 둘 다 위험에 빠지기 전에, 한 쪽은 조금이라도 빨리 탈출해야 했다.
“빨리 해안으로 가야 해.”
그러나 아우디는 계속해서 저 멀리, 이제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마을 방향을 응시했다. 저곳에, 그녀의 친구가 있다. 사지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녀가 아우디를 버렸다고 해서, 아우디도 그녀를 버려야 하는가? 그 날, 그녀가 ‘실수’를 저지른 바로 그 날처럼, 이번에도 그녀는 무책임하게 친구를 내버려두고 떠나보낼 것인가?
“아냐. 아니야”
아우로라는 세차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의 하늘빛 머리카락이 찰랑이자, 계속 나아가려던 익스프레스가 돌아보았다.
“아우로라?”
“미안하다고 해야 해.”
“?”
그녀의 시선이 마침내 그녀가 가야 할 곳을 정했다. 이대로, 속죄하지도 못하고 떠날 수는 없다. 발러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녀는 황급히 발러에게서 받은 은색 목걸이를 끌렀다. 워낙 급하게 빼내는 바람에, 오랜 세월 동안 약해진 그녀의 옷깃이 찌익하고 같이 찢어지고 말았다.
“...미안, 우체부”
“?”
“견인은 여기까지야. 사과할게.”
“??”
“모두가 다 바닷가에 갈 필요는 없을 거야.”
어리둥절한 그녀의 손에 아우디는 그, 자신의 찢어진 옷깃이 엉킨 은목걸이를 쥐어주었다. 그러고선 일부러 싱긋 웃어주었다.
“역시 안 되겠어, 이거 좀 대신 전해 줄래?”
“어어?”
“인간 만나면 안부 전해 주라, 알았지?”
“뭐야? 당신, 지금 무슨 소리...”
지금 익스프레스와 함께 떠나면 그녀는 안전하리라. 인간이 실제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무장세력인 라비아타의 저항군에게 의탁하면, 그녀들은 아우디를 보호해 줄 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운전대를 고쳐잡았다. 그리고 엑셀에 발을 올렸다.
“....발러에겐 내가 필요해”
바로 그녀에게 발러가 필요하듯이.
<계속: https://bbs.ruliweb.com/game/84992/read/1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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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처에 대한 이야기
삽입된 곡은 "자우림"의 "샤이닝(shining)(2021)입니다. 현 상태 아우디의 마음이 그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1. 본편에 대한 이야기
이번 편은 짧습니다. 원래는 지난 화에 붙여 내려고 했는데, 지난 화가 너무 길어지다 보니 분리한 거거든요.
2. 잡담
며칠 전에 일이 있었죠. 이제 일단락된 일이고 더 이상 불 지필 이유도 없으니 더 말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그래도 유저들이 회사를 걱정하는 모습은 신선하네요. 기업과 유저 관계가 적대적인 회사는 유저들도 회사를 안 믿고 그 운영을 미워하며, 회사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 판이죠. 그에 비하면, 적어도 아직은 스마조와 유저들 간 신뢰관계가 존재하는 듯이 보입니다. 기업과 소비자(그리고 기업내 근로자도)가 서로 믿고 호의적일 수 있음 좋겠어요...
소설은 읽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도, 제 서투른 글들을 항상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덧글과 추천이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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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스케치톤 변환 툴이 느낌이 좋아서 쓰고 있습니다. 소설에 넣는 그림들에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1.10.16 00: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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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볼 때 마다 영정사진 대신에 깔아둔, 죽는 캐릭 암시한 복선 아닌가싶었네요ㅎㅎ 그런거 없이 전부 몰살 루트 가느라 의미 없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있지만... 다들 만족과 후회와 별개로, 헛되지 않은 결말을 맞이하길 빕니다. | 21.10.16 00: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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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 꼬인 건 풀어야지요. | 21.10.17 00: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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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매듭지은 건 풀어야 하고, 우정이란 걸 무 자르듯 끊기도 힘든 법이지요 | 21.10.17 17: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