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신의 신장은 분명 납으로 된 것이리라.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었던가?
우릴 위해 헌신하고 우릴 위해 살아가다 우릴 위해 목숨을 내던진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단 하나,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것밖에는 없잖은가?
그녀에게 선물받았던 넥타이핀을 부서질 듯 움켜쥔 채 눈물을 흘리는 내 앞에는 누군가의 시신이 놓여 있었다.
분명 있어야 할 팔이 하나 사라진 채, 배에 뚫린 흉측한 구멍에서 흘러나온 선혈이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너에게 무슨 죄가 있었던 걸까.
아니. 네게는 아무 죄도 없었다.
"윽, 아... 아아아!"
참지 못하고, 울분을 토하듯 절규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기필코 그 ㅁㅁ의 귀를 뽑고, 코를 잘라, 눈을 파내 죽여버릴 것이다.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나에게서 전우들을 앗아간 만큼, 그들의 꿈을 앗아간 만큼, 고통스럽게 죽여버릴 것이다.
세상이 밉다.
너를 죽게 만든 세상이.
너를 죽게 만든 내가.
"아악, 아, 아아아아악!!"
눈에서 흐르는 것은 내 눈물이 아니다.
이건 그녀의, 그들의 눈물이다.
나는 눈물을 흘릴 수 없다.
그들이 흘리지 못한 눈물을 대신 흘려 줄 뿐이다.
죽여버리겠어.
찢어버리겠어.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그 얼굴에 주먹을, 칼을 꽂아 주마.
두 번 다시 이곳에 눈길조차 주지 못하게 갈기갈기 산산조각내어 하늘에 뿌려 주마.
“용서 못 한다...”
죽어도 용서 못 해.
내 혼이 바스라져 먼지가 되어버린다 해도 이 분노만큼은 남아 영원히 타오르게 하리라.
“용서 못 해, 용서 못 한다. 너희를... 내가 죽건 너희가 죽건.. 둘 중 하나야...”
짓이겨진 입술에서 피를 흘리며.
나는 저 멀리 보이는 회색과 붉은색의 군집을 향해 고함쳤다.
“죽어서, 죽고 죽고 죽어서, 불타올라서, 지옥으로 떨어져서 참회해!!”
그 날이.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새겨지기 시작한 날이었다.
타오르는 적개심이 꺼지는 일은 없었다.
수많은 전우를 잃었다.
처음 희생된 그녀는 시작일 뿐이라는 듯. 내 절규를 비웃는 듯. 늘어나는 묘비는 날 짓눌렀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졌다.
내 친구가.
내 친우가.
내... 내 이해자가.
그날 나는 울부짖었다.
처음으로 나의 눈물을 흘렸다.
무력한 나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목을 잡고 비틀어 사라지고 싶었다.
그래도. 그럴 순 없었다.
나에게는 아직 할 일이 있었으니까...
모든 게 끝난 뒤...
난 조용히 울었다.
두 번째로 흘리는 나의 눈물이었다.
미안해.
이 미래를 너희와 함께 보고 싶었다.
모두와 함께 아침해를 맞이하고 싶었다.
너희 모두와 함께 당연하다는 듯 승기를 올리고 축배를 들고 싶었다.
미안해.
이 모든 게 끝났는데도 난 너희에게 갈 수 없어.
난 아직 할 일이 남았어.
미안해. 137.
널 보러 가는 건 한참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아.
남은 아이들을 보살펴야 해.
미안해.
너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절친으로 끝나버린 너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만약, 네가 하루만 더 나와 함께했더라면.
너에게 그 말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친구 따위로...
끝나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하루는 맑다.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분명 그 신은 지독히도 눈치 없는 짐승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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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아.”
부르는 소리에 흠칫하며 눈을 뜨자, 눈앞에 있는 건 걱정스레 날 보는 발키리.
“피곤하십니까?”
“아니...”
잠깐 졸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지독한 꿈을 꿨구나.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자, 가족들이 날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미안해. 137.
난 아직 갈 수 없어.
그날, 울부짖으면서 소리쳤던 이유하곤 조금 다른 이유야.
걱정했겠지. 미안해.
사실 다른 아이들도 날 걱정하더라고.
하긴 당연하겠지. 내가 돌이켜봐도 그때의 나는 굉장했으니까.
넘어가고. 흑역사니까.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
언젠가 모든 걸 끝내고 세상에게서 돌아설 수 있는 날에...
네게 말해야 할 것이.
언젠가 그 말을 전하러 가기 위해.
난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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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분명 난 즐거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암튼 첨에 생각한 거랑 너무 달라진 단장입니다
아버지, 즉 사령관이 정말로 궁지에 몰렸을 때를 생각하시면 좋을것같아용
...죄송합니다. 너무 나대서...
하지만 이런 거 한두개는 쓰고 싶었어요...
...다음 칸 단편은 아마 내일 올라올겁니다.
기대해주세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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