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이터 3 캐릭터 노벨
제 2장 룰루 바란 편
「반딧불의 기억 4화」
가슴 속의 맹세가 결코 흔들리지 않게 되었을 무렵. 드디어 졸업 시험의 날이 찾아왔다.
이른 아침부터 자재 보관고의 문이 열렸고 스승님이 나를 데리러 왔다.
"좋아, 힘내라 룰루! 축하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 날 이후, 니케가 약해진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오늘 나는 바란에게 자신의 힘과 가치를 증명한다.
훈련생을 졸업하고 AGE로서 무용을 쌓아갈 날로 향하겠다.
그 끝에 니케와 함께 날아다닐 세계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니케, 다녀올게."
"응, 잘 다녀와. 룰루를 잘 부탁해요, 스승님."
니케가 스승님을 제대로 스승님이라고 부른 걸 처음 들었다.
"그러지."
니케의 가벼운 말에 스승님이 솔직하게 대답한 것도 이게 처음이었다.
졸업 시험은 평소와 같이 대련으로 힘을 겨루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대련은 팔찌와 신기를 접속하고 이뤄진다.
자칫하면 상대를 죽일수도 있는 싸움이 되버린다.
실력뿐만 아니라 상대의 생명을 빼앗을 각오가 되있는지도 확인하는 거겠지.
스승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나란히 선 훈련생들의 긴장감이 피부로 느껴졌다.
분명, 오늘 여기있는 누군가의 미래를 혹은 목숨을 내가 빼앗는다.
이건... 니케를 구하기 위해 내가 넘어야 할 시련.
그렇게 자신을 타일러도 이 앞의 미래에서 자신이 짊어져야 할 것의 무게에 심장이 조여지는 것 같았다.
"그럼 졸업 시험을 개시한다."
한 명, 또 한 명, ID가 불려서 별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까지 이름이 불려지지 않았다.
대기실에는 이제 나 말고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시험은 훈련생끼리 이뤄질 텐데.
숫자가 맞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러면 나는 누구와 싸우게 되는 걸까.
"들어와라."
평소 훈련하던 훈련장과는 다른 넓은 폐쇄 공간에 신기를 들고 입실했다.
옆에는 자신의 신기를 손에 든 스승님이 있다. 그 뒤에는 강화 유리로 이루어진 별실이 있고 연구원 같은 바란의 직원이 바쁘게 장비를 체크하고 있었다.
『좋아, 이게 마지막이로군. 얻어야 할 데이터가 많다. 빨리 시작해.』
유리 너머에서 노란 컬러 렌즈를 걸친 약간 뚱뚱한 남자가 이쪽에 지시를 내린다.
본 적이 없는 남자다. 바란의 간부급 남자일까.
"스승님, 제 상대는요?"
눈을 감고 무거운 침묵을 고수하는 스승님에게 질문한 직후 반대쪽 문이 열렸다.
"어......?"
나타난 건 붉은 바이팅 엣지를 들고 있는 여성.
휙 하고 손 안에 신기를 돌리면서 그 사람은 대담하게 미소지었다.
"안녕, 룰루! 서프라이즈...야!"
"니케......!?"
어째서 이곳에? 당황한 내 앞에서 니케가 옆에 있는 스승님을 가리켰다.
"거기 있는 아저씨의 조치야. 룰루의 상대는 내가 맡기로 했어. 나라면 진다고 해도 그 자재 보관고에 돌아갈 뿐이니까. 룰루가 이겨도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고... 게다가, 내가 상대라면 진심으로 임하기도 쉽잖아?"
호전적인 미소를 보여준 니케에게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무, 무리야! 니케에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어!"
"괜찮아. 지금의 룰루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넌 그 손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붙잡아. 그러니까... 지금은 날 뛰어넘어봐!!"
니케가 신기를 바로 잡는 것과 동시에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위압감이 나를 덮쳤다.
폐공장에서 아라가미에게 습격당할 때와 같은 강대한 포식자에게 노려지는 그 감각.
고동이 격렬함을 더해간다. 진심이다. 니케는 진심으로 나와 싸울 생각이다.
니케와 이런 식으로 대치하게 되다니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래도 이상한 기분이었다.
망설임이나 당황스러운 감정의 밑에서 일찍이 없을 정도로 뜨거운 무언가가 샘솟았다.
"알겠어, 니케..."
신기를 바로 잡고 니케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봤다.
결착이 어떻게 나든 난 오늘 훈련생을 졸업한다.
그 자재 보관고에 있을 이유가 사라지고 니케와 보내는 시간도 끝을 맞이한다.
도망가선 안 된다. 이 사람을 뛰어넘지 않으면, 이 사람의 손을 잡고 이끌어 갈 수 없으니까.
설령 거리가 멀어지더라도. 그 손을 잡을 자격이 있다고, 자기 자신을 믿기 위해서.
이건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의 도전이다.
"간다!!"
투쟁심. 극기심. 생존 본능. 분명 앞으로 거친 신들과 대치하는 날들 속에서 몇 번이나 폭발할 감정이 처음으로 내 안에서 임계점에 도달했다.
각오를 정한 내 목소리와 니케의 목소리가 겹친 순간.
나와 니케의 몸에서 오라클이 분출되고 금색의 링이 되어 연결되었다.
"시작!"
스승님의 구령 후, 나와 니케의 신기가 엄청난 충격과 함께 격돌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인게이지. AGE끼리의 의지를 연결해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힘.
나와 니케 사이에서 이 현상이 일어난 것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니케와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는 확신이 몸과 마음을 가볍게 했다.
흩날리듯, 춤추듯,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보관고에서 한 훈련과는 다른 폭풍 같은 맹공에 필사적으로 맞서싸웠다.
"하핫! 강해졌네! 룰루!"
"니케 덕분이야...!"
거울을 비춘 듯 우리들은 전투를 이어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니케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나보다 먼저 니케가 지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인게이지를 통해 흘러오는 따뜻함 속에 희미하게 차가움이 느껴졌다.
"이얏!"
그렇지만, 그 위화감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니케가 파고들어왔다.
치인 형태로 변형된 신기가 복잡한 궤도를 그리며 덮쳐온다.
그 전부를 정면에서 받아내는 장렬한 싸움 도중 갑자기 니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노도의 공격이 잠시 느려졌다.
니케와 보낸 날들이 얻게 해준 순간을 포착하는 눈.
세계가 조금은 아름답게 보이게 해준 니케의 선물.
그 힘이 포착한 이 찰나의 순간.
"이야아아아아앗!"
나는 전력을 다해 뛰어들었다.
내 신기가 니케를 향했고 확실한 느낌과 함께 니케의 몸은 크게 날아가 방구석으로 굴러갔다.
"거기까지다."
스승님의 선언과 함께 졸업 시험은 종료됐다.
이겼다...? 내가 니케를?
실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니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망설이는 나를 향해 평소의 미소를 보여주었다.
"하하...... 축하해, 룰루..."
"니케! 나...! 하지만, 어째서..."
확실히 서로 전력을 다한 싸움이었다.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는 확신은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있었다.
사리지지 않는 당혹감 속에 나는 니케의 몸을 지탱해주기 위해 다가갔다.
"얼굴이 왜 그래? 기뻐해도 돼 룰루. 이걸로 넌..."
니케는 갑자기 날 떨쳐내듯 밀어냈다.
"자신의 힘으로 걸어나갈 수 있으니까."
니케에게 밀려나는 그 한 순간이 정말로, 정말로 길게 느껴졌다.
멀어져가는 미소가 옅고 덧없이 사라져가는 것 같은 환상이 보였다.
『좋아, 촌극은 끝났군. 이제 실전이다. 시작해라.』
그 순간.
"윽!? 으...윽, 으아아아아악!!!"
자신의 팔을 감싸쥔 니케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원격 조작에 의한 아라가미화 실증 실험을 시작합니다』
무기질한 음성이 폐쇄 공간 내에 퍼졌다.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니, 니케...!?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 으읏... 이런 결말이라서 미안해... 룰루... 하지만, 들어줄래...?"
점차 검게 변식되는 팔을 누르면서 니케는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난 마지막까지 나만 생각했던 하찮은 녀석이었어... 그러니까, 나 같은 건 잊어버려야 돼? 알겠지?"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가는 니케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룰루가 잡아주려한 자유는... 룰루를 위해 펼쳐져 있는 거니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 앞의 일이, 전해진 말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연결되어 있는 인게이지가 그 마음에, 그 말에, 니케가 말한 운명에 거짓이 없음을 잔혹할 정도로 내 마음에 새겨나갔고.
그 기도 같은 기분이 망설이는 내 의지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언젠가... 진정으로 룰루를 받아들여 줄 사람들을 만나러 가... 룰루라면, 반드시...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까... 으, 으아아아아아악!!!"
칠흑의 오라클에 니케가 삼켜져간다.
붉은 다이아 피어스가 바닥에 떨어진 순간.
포효가 울려퍼지고 용인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한 니케가 거대한 턱을 열고 나에게 덤벼들었다.
"으아아아아악!?"
날카로운 송곳니가 내 오른쪽 얼굴을 물어뜯었다.
선혈을 내뿜으며 쓰러진 내 오른팔을 용인이 다시 물어뜯었다.
"룰루!"
옆에 있던 스승님이 신기를 치켜들었다.
"안 돼요!!"
피와 눈물로 젖은 눈동자로 스승님에게 호소했다.
정말로 완전히 아라가미가 되버린 거라면 지금 먹히고 있는 내 오른팔은 바로 잘려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내 팔은 아직 붙어있었다.
격통과 넘쳐나는 피가 아직 우리들을 연결해주고 있었다.
"아직... 여기에... 있어요...!!"
인게이지에 의해 흘러들어오는 의지는 이제 무시무시한 잡음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폭풍 같은 잡음 너머로 아직 희미한 기척이 느껴졌다.
어둠 속 저편에서 니케의 마지막 소원이 한 줄기의 빛처럼 내게 호소하고 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장소에 내 신기가 떨어져있다.
"알겠어, 니케...... 알았으니까......"
약속했다. 내가 니케를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내가 니케의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아름다운 것들을 함께 보러가고 싶었는데.
이 더러운 곳에서 날갯짓하기 위해.
니케의 소원을, 꿈을, 의지를, 생명을 자유로운 푸른 하늘로 이끌어주는 거야.
"내가...!!"
이 손으로.
"으...으아아아아아아!!"
왼손에 쥔 신기가 그녀를 꿰뚫었다.
복부를 파헤치는 감각이 전신에 퍼졌다.
천천히. 천천히. 오른팔에 전해지는 압력이 누그러져 갔다.
빛의 링이 소실된 것과 동시에 내 앞에는 아라가미의 시신이 누워있었다.
"니케......?"
멍하니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나는 여기서 뭘 한 걸까?
현실성 없는 공허한 감각에 휩싸이던 내게 스승님이 말을 걸었다.
"포식해라."
니케를... 포식하라고?
"못해요... 그런 거..."
"그렇다면 이대로 폐기될 뿐이다. 니케는 무엇을 원했고 네놈은 무엇을 배웠나?"
팔짱을 낀 팔이 떨릴 정도로 소매를 강하게 쥔 스승님은 말했다.
니케가 가르쳐 준 것,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래. 쓰레기 같은 게 아니다. 그런 결말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여기에 있는 건. 있었던 건. 나의...
"미안해......"
멀어져가던 의식을 끄집어내, 나는 신기의 포식구를 전개했다.
눈을 뜬 건 자정이었다.
상처는 치료되어 있었고 물렸던 오른쪽 눈에는 안대가 씌워져 있었다.
졸업 시험을 통과한 자는 터미널 액세스 권한을 가지게 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가장 먼저 훈련장으로 달려가 니케의 정보를 열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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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 바란
바란 영내의 침입 및 물자 횡령 혐의로 구속.
이후, 여러 신약의 피험자로 감금.
약물의 과다 투여로 인한 미지의 변이가 예상되기에, 예외로 관리 및 긴급 시의 도살 처분을 고 바란이 담당. 항구 수용부에서 격리한 자재 보관고에서 경과를 관찰.
ID : BN-HS00837
잠행 회역 농도 레벨 : 1
적합 시험 : 【정】 판정
매우 낮은 적합률에 의해, 몇 분간 신기와 연결되는 것만으로 심각한 거절 반응이 발생.
낮은 적합률을 보충할 신약을 지속적으로 투여. 임상 실험 데이터 및 실전 데이터 수집에 종사.
투약에 의한 부하를 받아온 결과, 생명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간주되었기에, 폐기를 결정.
구 펜리르 독일지부에 축적되어 있던 반아라가미화 실험의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시킨 원격 오라클 세포 자극 실험에 의해 아라가미로 변이.
변이 후의 데이터를 수집 후 BN-03792에 의해 도살 처분. 포식에 의한 처리가 수행되었다.
특이사항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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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처음부터...?"
니케는 AGE로서는 도저히 싸울 수 없는 몸이었다. 그걸 극약에 의해 무리하게 가동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녀가 이미 연구소의 모르모트였다니...
난 니케의 모습을 쫓아 자재 보관고로 달려갔다.
부디 나쁜 꿈이었으면. 그런 소원과 함께.
하지만, 그곳에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당연하듯 이곳에 있던 따뜻함과 떠들석함은 차가운 침묵에 삼켜져 있었다.
"우선은 잘했다고 말해두지."
자재 보관고에 서있던 내게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인지 스승님이 말을 걸었다.
팔짱을 끼고 어두운 허공을 응시하며 스승님은 진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니케는 무술에 대한 소양은 타고났지만, AGE로서는 희대의 낙오자였다. 그래서 본래의 전투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투약 실험에 사용된 거다."
그 말에 나는 주먹을 쥐었다.
"바란은 현재 원격으로 AGE를 아라가미화 시키는 걸 병기로 이용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원래라면 아라가미화한 신기사용자는 그 본인이 적합한 신기가 아니면 처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합하지 않은 신기라도 처분이 가능하도록 완전히 아라가미화하기 전에 안정화 시키는 것이 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무서운 연구의 실태에 현기증이 느껴졌다.
"확실히 목숨을 잃는 이 실험에 선택된 건 죄인이었던 니케다. 어차피 오늘까지인 목숨이었다. 치사량을 크게 초과한 투약에 의한 실험 데이터의 수집도 겸해..."
스승님의 눈빛이 나를 향한다.
"시험으로써 내가 네놈을 니케와 겨루게 했다."
무심코 나는 스승님에게 덤벼들었다.
"사람의 목숨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죄인 같은 게 아니야. 니케는 난민 캠프의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한 것 뿐이다.
니케에겐 꿈이 있었다. 자유로운 세계에서 누구보다도 강하게 살려고 했다.
그 마음을... 이 녀석들이 짓밟았다.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다. 이런 녀석들에게 복종할까보냐.
몰려오는 증오가 이성을 먹어치웠다.
"호오, 내가 밉나?"
"모두, 모두 죽여버릴 거다!!! 너희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좋은 증오심이다. 니케는 네놈에게 부족했던 걸 확실히 심어준 것 같군."
스승님의 주먹이 내 복부를 강타했고 나는 쌓여있던 컨테이너의 산으로 날아갔다.
고통 속에서 이곳에서 보낸 기억이 되살아난다.
니케가 내게 알려준 것, 남겨준 것.
그게 이 넘쳐흐르는 증오심인가...?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녀가 내게 남겨준 건, 이렇게 무서운 게 아니야.
"어찌됐든, 네놈은 한계까지 강화된 AGE와 대등하게 싸웠고 인연이 깊은 동료를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바란에 증명했다. 조만간 네놈은 중용될 테지.
팔을 내린 스승님이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바란에 있어 유익한 판단을 내렸을 뿐이다. 하지만... 스러진 자의 의지를 짓밟을 생각은 없다."
내 발 밑에 작은 케이스가 던져졌다.
이건 휴대용 편식인자 케이스?
"이 자재 보관고는 내일 정리될 예정이다. 이곳에 있는 컨테이너도 전부 밖으로 옮겨져 폐기된다. 저 컨테이너 안에 숨어있으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여기서... 탈출한다?
"자신의 운명을 다시 한 번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해라. 그게... 니케로부터의 마지막 선물이다."
니케에게 배운 이 근처의 토지나 항로의 정보를 구사하면, 어떻게든 다른 캐러밴에 합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했던 자유로운 세계는 이미 눈 앞에 있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곳에.
이런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큰 기적인가. 물론 잘 알고 있다.
니케가 준 최고의, 그리고 마지막 선물이라는 것도.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나는 편식인자 케이스를 스승님에게 돌려줬다.
"괜찮은 거냐...?"
니케. 그녀는 딱 한 가지,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있었다.
내게는... 니케가 없는 세계에서 날갯짓할 용기가 없다는 걸.
"제가 있을 곳은... 이곳에 있습니다."
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차갑고 무기질적인, 기계같은 목소리로.
"그 의지를... 절대로 놓지 마라."
그렇게 말하며 스승님은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정적 속에서 나는 차가운 쓰레기 더미 옆에 주저 앉아 안대를 벗어봤다. 시력은 잃지 않은 듯 했다.
채광창 너머로 눈부실 정도의 달빛이 부드럽게 나를 감싸주었다.
아름답다. 마치 보석 같아. 손에 닿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지만... 멀다...
꿈꾸는 것조차 우스워질 정도로 끝없이 멀다.
"니케..."
지금 이 순간, 마침내 니케의 마음에 닿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니케가 품었던 희망과 함께 나는 이곳에서 살아간다.
저자 : 카와세미 히스이 (주식회사 테일 포트)
원안 : 요시무라 히로시 (주식회사 반다이 남코 스튜디오)
역자 : ei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