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이터 3 캐릭터 노벨
제 2장 룰루 바란 편
「반딧불의 기억 2화」
엄중히 잠긴 문을 몇 개나 통과하고 바란의 주요부에서 떨어진 구획까지 오게되었다.
폐기 예정 물품의 임시 보관고라는 그 장소에는 낡은 컨테이너가 잡다하게 쌓여있고 지상까지 돌출된 높은 천장에서는 가느다란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니케!!"
스승님의 목소리가 건물 안에 메아리쳤다.
그러자 쌓인 컨테이너 위에서 누군가가 몸을 일으켰다.
팔찌는 잠겨있지만 나를 도와준 붉은 머리의 여성이다.
"뭔데, 아저씨~ 무슨 볼일~?"
달빛의 커튼 속에서 날아온 가벼운 말투에 깜짝 놀랐다.
스승님에게 그런 말을 하면 기절할 때까지 맞을 것 같은데.
어안이 벙벙해진 내 앞으로 니케라고 불린 여성이 가볍게 내려왔다.
"이 아이 폐공장에 있던 아이잖아. 적합 시험은 통과했나보네?"
"희대의 낙오자지만 말이지. 바란의 전사들과 공동 생활을 보내게 해도 악영향만 이끌어낸다. 이곳에서 살게 하겠어."
"여기서!? 잠깐 기다려, 여기는 내...!"
반론하려는 니케를 무시하고 스승님은 나를 쳐다봤다.
"들은 대로다. 훈련 시간 이외에는 이곳에서 지내라. 졸업시험까지 바란에 어울리는 전사가 되지 못한다면 네놈을 기다리는 건 이 폐기물 산에 파묻히는 미래뿐이다."
졸업시험... 아무래도 아직 약간의 유예는 남아있는 것 같다.
"니케, 네가 돌봐줘라. 투지의 티끌조차 없는 녀석이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눈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말한 스승님이 손으로 무언가를 조작하니 니케의 팔찌가 해제되었다.
"헤에... 상냥하시네. 근데, 나를 자유롭게 해줘도 돼요?"
씨익, 니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상태여도 내가 널 밖으로 내보내지 않을 거다. 이 녀석이 쓸만해진다면 그쪽이 바란에 있어서 다소는 유익하겠지."
도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니케에게 스승님은 코웃음을 치며 가버렸다.
솔직히 상황은 이해가 잘 안 됐다. 하지만.
"저, 저기...! 그때 도와줘서... 고마워요!"
말했다. 긴장해서 띄엄띄엄 말하긴 했지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너... 혹시 그걸 말하기 위해서 일부러?"
"응..."
"하핫! 그~렇구나~ 확실히 바란에는 맞지 않네."
니케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고 웅크려 앉아 나와 시선을 맞춰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 고글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그 눈동자는 예쁜 금색이었다.
"잘 부탁해. 나는 니케. 그냥 니케야. 바란은 붙이는 거 아니다? 녀석들의 도구가 될 생각은 없으니까. 그... 네 이름은?"
누군가가 이름을 묻는 게 얼마만일까.
지금에 와서는 나와 부모님을 연결하는 유일한 것이 되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룰루..."
"룰루구나. 이런 장소에선 환영 같은 건 못 해주지만... 자, 이리 와볼래?"
니케가 내 등에 손을 대며 쌓여있는 컨테이너를 가리켰다.
하지만, 나는 은인과 재회한 기쁨과 동시에 그보다 더한 두려움도 느꼈다.
"저, 저기.. 절대로 방해하지 않을게요..."
상냥하게 대해주는 이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기쁘다.
그렇지만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은 모두들 결국 마지막에 날 귀찮다는 듯이 멀리한다.
지금은 상냥한 이 미소가 언젠가는 나를 업신여기듯 차갑게 변해 버리는 게 두려웠다.
나에게 희망을 보여준 이 사람에게 만큼은 그런 일을 당하기 싫었다.
어떻게하면 미움을 받지 않을지 필사적으로 생각하며, 도망치듯 니케의 손을 벗어나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런데도.
"괜찮으니까 이리 와! 다시 만나서 기뻐. 여러 일을 겪어서 무서웠을거라 생각하지만, 불량품끼리 사이좋게 지내지 않을래?"
무서워하며 물러서는 날 붙잡고서 니케는 그렇게 말했다.
닿은 손의 따뜻함과 평온한 미소. 다시 만나서 반갑다는 말.
그 모든 게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에 거짓에 없다는 게 느껴져서.
여기에 있어도 괜찮다고 받아들여준 게 너무나 기뻐서.
"으...!"
깨닫고보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나듯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자, 잠깐! 왜 갑자기 우는 거야!? 나랑 사이 좋게 지내는 게 그렇게 싫었나!?"
당황하는 니케의 옆에서 눈물을 훔치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따듯한 감정을 받을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은 또 다시 파묻혀 있던 내 마음을 구해주었다.
눈물이 완전히 그쳤을 무렵. 나는 니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스캐빈저...?"
"응. 이곳 저곳의 쓰레기를 찾아다니며 보물을 발견해내는 전장의 하이에나. 그게 바로 나야!"
니케는 나보다 띠동갑은 많아 보였다.
같은 AGE일 터인데, 훈련을 받고 있는 우리들과는 근본적으로 무언가가 달랐다.
"아는 사이였던 난민 캠프가 식량난에 빠졌었거든. 도와주고 싶어서 이곳 저곳의 물자를 빌리다가 무심코 바란의 물건까지 손을 대고 말았어. 덕분에 수배자가 되버려서 그 아저씨한테 붙잡히고 억지로 AGE가 되서, 그 후로는 바란의 잔심부름꾼이야. 어휴."
팔찌를 들어올리며 니케는 일부러 한숨을 내쉬었다.
바란에게 죄를 범해서 이런 곳에 혼자 갇혀있는 건가.
"뭐, 운은 나빴는데... 다행히 아직 나는 살아있으니까. 두고 봐, 언젠가 이곳을 빠져나가서 나는 그 넓은 세계를 다시 한 번 마음 내키는 대로 달려나갈 거야."
움켜쥔 주먹을 바라보며 니케는 그렇게 말했다.
이 사람이라면 분명 이 쓰레기장에서도 간단히 날아가겠지.
그렇게 되면... 나는 다시 혼자가 되는 걸까.
"굉장하다, 니케. 외로워지겠지만... 그래도 응원할게."
"고마워. 뭣하면 룰루도 같이 갈래?"
너무도 시원스럽게 그런 말을 꺼내서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 무리야! 나는... 분명히 곧 처분될 테니까..."
"뭐~야? 대체 무슨 바보짓을 한 건데?"
나는 훈련 중 상대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했다.
"아하하하하! 완전히 바란과는 맞질 않네 룰루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건 잘못된 거야...?"
"잘못되지 않았어. 정말로 상냥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아쉽게도 장소가 안 좋아."
일어선 니케가 깡충깡충 컨네이너 위를 뛰어넘으며 말했다.
"이곳의 AGE들이 장래에 어떻게 되는 지 알아? 대체로 두 가지의 결말이 기다리고 있어. 전장에서 아라가미와 싸우다 죽던가, 연구소에서 실험체가 되서 죽던가, 둘 중 하나야."
"에...?"
"강한 녀석은 전장. 약한 녀석은 연구소. 간단하지? 그걸 결정하는 게 아저씨가 말했던 졸업시험."
조금이지만 니케의 음색이 낮아졌다.
"전장 코스는 그나마 나아. 실력에 따라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최악인 건 연구소 코스, 이곳에 빠지면 절망적이지. 실험 동물 같은 비참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어."
그 팽팽했던 공기와 내게 쏟아졌던 차가운 시선의 의미를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모두 필사적으로 강해지려 하고 있어. 그런 곳에서 싸움이 싫다고 말하면... 하하하, 당연히 질려버리겠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니케의 앞에서 나는 무릎을 안고 웅크렸다.
"그럼 나는... 연구소로 가게 될까?"
"어째서?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되잖아."
"그치만... 역시 나 때문에 누군가 사라지는 건 싫어..."
누군가를 제치고, 밀어 내고, 나만이 살아남는다.
그런 짓을 해서까지 내게 살아있을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분명 죽는 순간까지 쓰레기일 거야..."
"그런 건 상관 없어. 나한테 걸리면 모두 다이아몬드 원석이니까!"
"에...?"
모든 걸 포기한 말이었는데, 니케는 그걸 좋은 일인 것처럼 긍정했다.
자랑스럽게 가슴을 편 니케가 무언가 떠오른 것처럼 달빛 속에서 내게 손을 뻗었다.
"좋~아. 알겠어! 룰루, 거래를 하자!"
"거래...?"
"내가 너를 최고로 멋진 보석으로 만들어줄게. 그 대신에 보답으로 내가 여기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해."
나를 바라보는 니케의 눈빛은 거짓도 농담도 아닌 진심어린 빛을 품고 있었다.
"너는 지금부터 강해져서 바란에서 치고 올라가! 누군가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자신을 위해서 누군가를 희생하는 게 아닌.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을 이 손으로 구하기 위해...?
"그, 그렇지만, 난 아무것도 못하는데!?"
"그렇지 않아! 봐! 룰루와 만나서 내 양손은 자유롭게 됐어!"
팔찌에 감싸인 양손을 펼치며 니케는 휙 하고 돌았다.
"내가 룰루의 좋은 점 많이 찾아줄게! 그러니까 날 위해서 살아보지 않을래?"
헤헤. 하고 쑥스러운 듯 웃는 니케에게 전신의 세포가 솟아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모두에게 가치가 없는 쓰레기 같은 존재로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대신에 아무것도 잃지 않고 끝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사람은 나에게 길을 제시해주었다.
내가 필요하다고 손을 내밀어주었다.
이 빛에 넘치는 길은 많은 아픔을 동반하고 괴롭고 무서운 길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길의 끝에 이 사람이 이렇게 웃어준다면.
"응... 응!"
나는 조금 강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 드디어 웃었네 룰루. 웃는 얼굴 귀엽잖아!"
무심코 달려나가 니케가 서 있는 달빛 속으로 뛰어갔다.
옅은 빛에 감싸이면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일로 이어지는 꿈을 발견했다.
저자 : 카와세미 히스이 (주식회사 테일 포트)
원안 : 요시무라 히로시 (주식회사 반다이 남코 스튜디오)
역자 : ei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