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이터 3 캐릭터 노벨
제 2장 룰루 바란 편
「반딧불의 기억 1화」
오래된 폐공장 같은 장소를 혼자서 방황했던 기억이 있다.
안전한 땅을 찾아서 함께 여행을 하고 있던 부모님은 어느 날 아침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아무래도 나는 부모에게 조차 버려지는 성가신 짐이었던 모양이다.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은 없었다. 자신이 걸림돌이 되는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걸 미안하다고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주변에 굴러다니는 폐기물이나 고철과 다름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시시각각 복받쳐 오르는 고독과 절망감. 목을 조르는 듯한 고요함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필사적으로 쓰레기를 헤쳐가며 전진했다.
그저, 이곳에 내가 존재해도 된다는 이유를 찾고 싶어서...
"아..."
갑자기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지나갔다.
눈앞에 우뚝 솟은 폐기물의 산 위에 내려선 것은 푸른 갑옷을 몸에 두른 아라가미.
붉은 안광이 나를 포착했고 포효와 함께 양손에서 거대한 블레이드가 전개됐다.
맹렬한 속도로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모습에 나는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대기를 진동시키는 충격과 함께 위세 좋은 목소리가 내게 닿았다.
"거기 조그만 녀석! 뒤로 물러나!"
눈을 떠보자 그곳에는 거대한 블레이드를 정면으로 받아낸 여성의 등이 있었다.
그 양팔에는 붉은 팔찌가 있었고 대치하고 있는 아라가미와 상반되는 듯한 진홍색의 신기가 두 자루 쥐어져 있었다.
"이야앗!"
아라가미의 블레이드를 발판 삼아 여성은 뛰어올랐다.
공중에서 회전하면서 아라가미의 공격을 피하고, 튕기며, 날카로운 참격을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날갯짓하는 새처럼,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그 움직임을 나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얼굴 깊숙이 신기를 찔려 절명한 아라가미가 폐기물의 산에서 미끄러져 이쪽으로 굴러온다.
"으...으악!?"
이미 죽었다고는 하나 거대한 아라가미가 입을 벌리고 이곳으로 굴러 떨어지는 모습은 정말로 무서웠다.
하마터면 휩쓸릴 뻔 했지만 직전에 날아온 여성이 막아주듯이 아라가미의 머리를 밟았고 그 후 날 보며 미소지었다.
"오, 아직 살아있는 것 같네!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붉은 머리카락과 붉은 신기, 귀에는 붉은 마름모 형태의 피어스를 꼈다.
눈에는 큰 고글을 쓰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라가미를 짓밟고 즐겁다는 듯이 웃은 이 사람의 모습이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다.
그 미소 때문에 긴장의 끈이 풀린 것 같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고 나는 쓰러졌다.
"저런, 기다려봐! 모처럼 구해줬는데 멋대로 죽으면 안 되지!"
쓰러진 나에게 바짝 다가온 그 사람은 계속해서 내 뺨을 두드렸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또 한 명,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생존자인가."
"이 아이뿐인 것 같아. 어딘가 근처에 거점까지 데려다주자."
다가온 남성은 나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바란으로 데려가겠다."
나를 지탱해주던 여성의 한숨과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고 거기서 내 의식은 완전히 끊어졌다.
일찍이 겪어본 적 없는 격통이 잠들어있던 내 의식을 깨웠다.
"앗...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느샌가 의자에 구속되어 있었다.
양손은 두 자루의 신기를 움켜쥔 상태로 고정되어 있었고 먹어치우듯이 끼워진 팔찌가 나를 다른 무언가로 바꾸어간다.
고통으로 터질 것 같은 머리 속에서 일순간 나를 구해준 여성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 덕분에 간신히 의식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구속이 풀린 것과 동시에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살아남았나."
겨우 시선을 올려 앞을 쳐다보니 얼굴에 큰 상처가 있는 남성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누, 누구야...?"
"고 바란. 네놈의 스승이 될 사람이다."
그 말의 의미도 모른 채 나는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별실로 연행되었다.
본 적도 없을 정도로 큰 시설이었다. 별실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많은 장비가 눈에 들어왔고 연구자 같은 사람들과도 몇 번이나 엇갈렸다.
의식이 뚜렷해진 후, 검은 옷으로 갈아입혀진 나는 몇 개의 문을 지나 사각형으로 된 넓은 방에 도착했다.
"왔는가. 잠시 거기서 보고 있어라."
나를 힐끗 쳐다보고 그렇게 말한 건 자신을 고라고 말한 남성이다.
그 방에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이 몇십 명이나 정렬해 있었다.
모두가 나처럼 사람의 개성을 지우는 듯한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각자의 손에는 신기가 쥐어져 있었다.
팽팽한 공기 속에서 무표정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만 보며, 미동조차 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로봇 같아서 섬뜩함을 느꼈다.
"그럼 기본 동작부터 들어가겠다! 시작!"
그 한 마디에 모든 아이들이 일제히 신기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열을 무너뜨리지 않고 정해진 움직임을 반복하는 광경은 보기만 해도 압도적이었지만 모두 어딘가 필사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고 즐거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옆에서 멍하니 있던 나에게 고가 엄격한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
"우선은 네놈이 받아들여야 할 사실만을 말해주마. 네놈은 전사가 된 것이다. 신을 쓰러뜨리는 바란의 검... AGE다."
그때야 비로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되었다.
이곳이 바란이라 불리는 대형 항구라는 것.
자신이 회역 안에서 아라가미를 먹어치우는 갓 이터가 됐다는 것.
우리들은 바란의 도구이며, 이미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존엄은 없다는 것.
그리고 순종적인 자세가 이곳에서 요구되는 가치라는 것.
"명령대로 행동하고 그저 바란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걸 해내지 못하는 자에게 있을 곳은 없다. 즉시 처분될 각오를 해라."
아무래도 나는 인간보다 기계나 도구에 가까운 존재가 되버린 것 같다.
긍정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는 없었다.
무서웠다. 하지만 이곳에라서면 내게도 의미가 주어질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쓰레기 더미에 묻혀서 사는 것보단 희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팔찌의 구속이 풀려 적합한 두 자루의 검, 바이팅 엣지가 손에 쥐어졌다.
검고 거칠고 무거웠다. 그래도 그 사람처럼 이게 나의 날개가 될 것이라 직감했다.
"우선 기본적인 움직임을 몸에 주입시켜주지. 집중해라."
"응... 아저씨..."
내 대답에 훈련장이 고요해졌고 얼굴이 경직된 아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대답은 '네' 하나뿐이다. 말투를 신경써라."
고의 주먹이 정수리에 꽂혔다. 실신하는 줄 알았다.
한심한 모습이지만 이게 나의 AGE로서의 훈련의 시작이었다.
이곳에서 가르치고 있는 무술은 모두 고의 고향이기도 한 극동이라는 지방에서 전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고의 지도는 엄격했지만, 초보자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고 기초가 몸에 벨 때까지 끈기있게 옆에 붙어있어주었다.
아무래도 나는 배우는 게 빠른 편이었던 것 같다.
고에게 배운 기본 동작은 금방 기억할 수 있었다.
"소질은 있는 것 같군."
내 움직임을 보고 있던 고는 그렇게 말했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감사, 합니다... 스승님..."
자연스럽게 그 호칭이 입에서 나왔다. 이번에는 맞지 않았다.
떠오르는 미소를 입술을 깨물며 숨기고 신기를 강하게 쥐었다.
혹시 이 장소라면 정말로 나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해줄지도 모른다.
기대에 가슴이 부풀어 있던 그 순간에 일이었다.
"다음은 대련이다. 서로 실력을 겨룬다. 성적이 부진한 녀석에겐 제재가 가해진다."
"에...? 대련? 이건 아라가미와 싸우는 훈련이잖아..."
"말했을 거다. 네놈들은 바란을 위한 도구라고. 성능차를 겨루는 건 당연하다."
스승님의 말에 자신이 아직 근본적으로 무언가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 불안에 휩싸였다.
첫 상대는 쇼트 블레이드를 쥔 여자아이였다.
"이야아아아앗!"
겉모습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큰 소리로 위압당해 나는 기가 꺾였다.
훈련 중인 신기는 팔찌와의 접속이 끊겨있어서 본래의 예리함을 거의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제대로 맞으면 부상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읏...! 그, 그만해..."
내 가냘픈 호소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가며 반격으로 돌아설 틈을 발견했다. 그러나...
승리로 이어지는 그 순간에 나는 발을 들일 수 없었다.
다음 순간, 나는 블레이드의 일섬을 받아 볼품없이 뒤집어졌다.
다음도. 그 다음도. 그 다음도.
승패를 결정할 찰나에 나는 앞으로 나설 수 없었다.
"상대의 움직임은 보였을 거다. 어째서 공격하지 않지?"
너무나 소극적인 싸움밖에 하지 못하고 멍투성이가 된 나에게 스승님이 말을 걸어왔다.
"그치만..."
제재를 피하고 약간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다른 아이들의 곁눈질을 받으며 나는 중얼거렸다.
"내가 이겨버리면 다른 아이가 벌을 받는 거잖아..."
내 한 마디가 다시금 훈련장에 고요함을 가져왔다.
내가 이기면 상대가 진다. 진 사람은 벌을 받고 자칫하면 처분된다.
분명 그 사람은 나를 원망할테지. 미워할테지.
그런 감정을 받아내는 게, 내 탓으로 사람이 죽는다는 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네놈을 주워온 건... 실수였던 것 같군."
그렇게 말하고 스승님은 내 뺨을 때렸다.
"유치한 친절함도 다 있군. 네놈의 동정 따윈 이곳에 있는 녀석들은 바라지 않는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란 것 뿐인데, 옆에서 이쪽을 지켜보던 아이들의 시선은 분명히 내가 두려워하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당황이나 연민의 시선도 있었지만, 경멸의 뜻이 담긴 무수한 시선이 나를 찔렀다.
"오늘의 훈련은 여기까지다. 해산."
스승님의 구령과 동시에 아이들이 훈련장에서 퇴장하기 시작했다.
"아... 기다려..."
나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고 멀어져가는 아이들이 뒷모습이 사라져버린 부모님의 모습과 겹쳐졌다.
자신이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다는 공허한 실감이 가슴에 퍼져갔다.
아무래도 이곳에도 내가 있을 곳은 없는 것 같다.
환경이 바뀌어도 결국 내 가치는 그 폐공장에 잡동사니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투지가 없는 나에겐 머지 않아 폐기 처분의 판단이 내려지겠지.
희망을 느꼈던 시간은 정말로 짧았다.
그렇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저기..."
나는 팔짱을 낀 채 혼자 남아있던 스승님에게 말을 걸었다.
설령 폐기 처분될 운명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아직 이루어야 할 것이 하나 남아있었다.
"네놈과 할 말은 없다. 사라져라."
달리 의지할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이 마음은 없었던 것이 되어버린다.
"저... 저기..."
"......"
"저기...!"
"뭐냐......"
지긋지긋하다는 시선이 마침내 이쪽을 향했다.
"그때 저를 도와준 사람을 만나게 해주세요. 아직 인사를 하지 못했어요."
"은혜를 느끼고 있다면 바란에 돌려주면 된다."
"하지만 꼭 은혜를 갚고 싶어요... 죽기 전에..."
내 말에 스승님의 눈이 조금 커졌다.
"무력함을 통감하고 폐기되는 것까지 받아들인 다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게 은인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거냐?"
나의 가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고 남은 유예도 앞으로의 희망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쓰레기가 되기 전에 찰나의 희망을 보여준 건 분명히 그 사람이니까.
감사의 마음만은 죽더라도 전하고 싶었다.
곧은 내 시선을 받은 스승님은 한숨과 함께 끼고 있던 팔을 풀었다.
"따라와라."
저자 : 카와세미 히스이 (주식회사 테일 포트)
원안 : 요시무라 히로시 (주식회사 반다이 남코 스튜디오)
역자 : ei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