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은 두고 볼 부분
럽라 컨텐츠 자체가 '좋은게 좋은거'로 끝나고 '나쁜 애는 없어'로 퉁치는 것에서 벗어나는 케이스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단 란쥬라는 캐릭의 도입 자체는 나름 신선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살리면 기존의 틀을 깨고 더 경계를 넓히는 시도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대신에 잘 못 살리면? 소위 말하는 '근본'을 부수는 것이 되는 것이 되죠.
옆 동네에서 주구장창 허리에 박힌 대못처럼 팬들에게 신경쓰이는 꺼리가
바로 그들의 '근본'을 메리수 캐릭으로 붕괴 시켜 버린 케이스가 있어서
이제는 무슨 새로운 컨텐츠가 나와도 '그 캐릭이 등장하냐?' 면서 날을 세우는 분들이 나올 지경입니다.
그럼 란쥬의 혐성에 대해서 수습 가능하게 배치 했느냐가 문제인데...
이거 가능할까요? 시나리오 구성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으니 단정 짓진 않겠습니다.
이런게 예전에도 있었지 않았나 하고 기억을 되돌려 봅니다.
'내게는 모든 스쿨 아이돌들이 풋내기로 밖에 보이지 않아, 어라이즈 조차도'(푸흡)
솔직히 이 무리수는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고 대신에 에리치카의 매력을 확 키워서 덮어버린' 문제 해결법이죠.
애니 어디에도 이후로 에리가 아이돌 퍼포먼스 실력평가 적인 부분에서 자신의 잘못된 인식을 고치거나
아니면 자신이 옳았음을 확고히 하거나 하는 건 나오지 않습니다. (ㅈㅋ ... ㅂㄷㅂㄷ)
그래서 어라이즈와 만났을 때 궁상(?)이 더더욱 개그 포인트가 되었죠.
그래서 몇 년이 지나도록 개그 소재로 재활용 되고 있습니다.
다시 스쿠스타로 돌아와서...
그럼 란쥬는 동호회를 프로화 시키겠고(여기까지는 방향성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방향에 맞지 않는 자들을 불법적인 정치/행정력을 동원해서 탄압한다(저기요.. 이사장님?)...
라는 에리치카 시절의 언행은 모에스러운 애교로 보일 정도로 큰 걸 질러 버립니다.
이건 여고생들끼리, 학생회 동아리 운영 수준의 문제를 넘어선 사회 규범의 문제까지 건드려 버린거죠.
게다가 럽라 세계관에서 이런 것이 허용되나?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다?
싶은 핍진성의 문제까지 혼동을 줍니다.
만화적 허용이라고 하자니~ 지금까지 착한 세계였던 럽라 세계관이 부자연스럽고...
현실적 묘사라고 하자니~ 럽라 자체가 여성들만 존재하는(호노카 아빠와 니코 동생 빼고) 꿈의 세계였고...
... 이거 어떻게 세탁하려고 여기까지 질러 버린 걸까요?
만약에 이 문제가 그냥 인간 대 인간의 관점의 충돌 선이었다면
시오리코 때처럼 그 관점의 변화에 대한 타당성과 계기를 심어주면 충분히 세탁 가능합니다.
게다가 시오리코는 담백한 캐릭터라서 자기가 실수하거나 잘못 생각했다고 생각하면
그냥 쿨하고 시크하게 '그래, 맞아'하면서 수긍하는 캐릭터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갈등 시기에 있었던 논란의 행동들도 결국 자기 잘못 시인으로 매듭 짓기 쉬운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란쥬가 그런 캐릭도 아닐 뿐더러,
문제의 성격도 그런 자기 시인, 납득, 사과 차원이 아니라 도덕과 규범의 문제까지 넘어가 버렸습니다.
무슨 일개 학생이 고작 취미활동에다가 남의 동아리에 사찰과 월권에 사조직과 불법 권력까지;;;;
그냥 럽라에서 욕받이로 사용할 고정 빌런을 만드는 의도라면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엥? 란쥬에게도 퍼포먼스 성우를 기용하고 MV까지 만들었네요?
그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바로 그 멤버, 이 캐릭터를 살려야할 당위성이 생겼습니다.
이거 반드시 세탁해야 하는데, 세탁 불능으로 보이는 상황인거죠.
때가 묻은 옷감이 아니라, 찢어진 옷감으로 보이는 상황이란 말입니다.
물론 실력 좋은 시나리오 담당이라면 이것조차도 잘 극복할 수 있겠죠.
그래서 아직 단정 짓진 않겠습니다만...
이건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가상 아이돌 컨텐츠는 판타지나 서스펜스나 정치 애니 스토리와 달리 현실 아이돌처럼 '좋아하는 감정'이 묻어 있는 컨텐츠이기 때문에
다른 컨텐츠에서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미운털'이 엄청나게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향성을 보아하니 란쥬도 니지동 멤버로 합류하지 않을까 싶은데,
과연 팬들이 란쥬와 나마 란쥬에게 응원할 때 뭔가 신경쓰이는 요소가 안 남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란쥬의 Queendom 영상을 봤는데...
'이거... 대단한가요? 정말인가요?'
안무 자체의 난이도는 소위 말하는 율동같다는 일본 아이돌 안무 보다는 기본기가 필요하고
몸을 잘 움직여야 자세가 나오는 난이도가 제법인 안무인 건 맞습니다.
그루브하게 몸을 잘 리듬 태워야 멋있고 예쁘게 나오는, 쉬운 안무는 아닙니다.
나름 중국 타입의 리듬감과 전자음을 시도한 건 신선하네요. 그렇지만...
기-승-승-승-결 로 끝나는 밋밋한 안무쟎아요.
솔직히 말해서, 정제된 동양타입의 안무라면 비슷하게 라이벌 위치로 나온
시오리코의 데뷔 '결의의 빛'이 더 난이도 있어 보이나요, 란쥬의 데뷔 'Queendom'이 더 난이도 있어 보이나요?
그렇게 게임내에서 여러 인물들의 입을 빌려서 대단하다고 차원이 다른 감탄사를 마구 사용했다면
무슨 한국 아이돌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어라이즈 수준에 근접이라도 하게 보여줘서, 아쿠아의 데이드림 워리어에 근접이라도 하게 보여줘서
'와... 그래도 란쥬가 지향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 입만 산 건 아니네'라는 마음이 들겠는데
보고나서 드는 생각이 '엉?' 이었습니다.
아나타 (유우)가 이걸 보고 세계 구급의 무대인 양 묘사하는게 확 이야기 진행의 몰입감을 떨어뜨리더군요.
혹시 제가 그냥 란쥬 캐릭터에 대한 반감 때문에 눈이 가려져서 쓸데없이 저평가 한 걸까요? 저만 이렇게 보는 걸까요?
2. 이건 완벽한 실패
위의 란쥬와 관련된 부분은
'그래도 아직 시작이고 어떻게 결론지을 지는 모른다' 가 있고
'맨날 착한 애들끼리 하하호호 하는 럽라에 나름 이런 변주도 필요하다'라는 취향의 분들에게는 나름 먹힐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안무를 보는 관점도 사람마다 다르니 제가 좀 특이하게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놀란 것은
DIVER DIVA의 캐릭터 붕괴 였습니다.
카린의 기본은 패션 모델이고 나름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를 지향하다가
니지동에서 사람과 사람을 겪고 새로운 것을 알아 나가는 방향에서
급선회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그럼 급선회할 만한 큰 충격적인 사건이나 카린의 크나큰 마음가짐 변화를 제시해야 했는데
그런거 없이 던져 놓기만 했습니다.
아이? 이 쪽은 더 심합니다.
위의 카린은 그래도 카린이라는 캐릭터의 기본 바탕은 프로를 지향한다는 베이스는 있어서
압도적인 무대를 보고(Queendom...;;;) 그 기본을 다시 떠올렸다... 라고 생각할 만한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의 변화를 와장창 깨 버리는 요인을 강렬하게 제시해야 하긴 했었지만 어쨌든요.
그런데 아이는 모두에게 웃음을 주고 아이돌이라는 관점보다는 친목의 관점이 더 강렬했던 인싸 아이돌의 목표가
왜 그 생소한 방향으로 욕심이 생긴 건지 제시를 했어야 했습니다.
연습할 시간과 공간? 연습 안해도 서로 친해지고 서로 웃고 친목을 할 시간은 많습니다.
물론 이후 전개에서 심각하게 그 이유를 잘 묘사할 수 있다... 고 생각하면서 쭉 봤는데
뭐야, 그런 거 없더군요. 그냥 '란쥬가 대단했다'
아... 옆 동네에서 그 시이카의 악몽이 떠오르네요.
찬양하라, 아이마스의 여황, 프로듀서마저 쌈싸먹는 무적의 시이카, 무적의 란쥬~
아니 그리고, 이런 분야 컨텐츠는 '특정 캐릭터 편애나 푸대접 논란'이 진짜 민감한 분야인데
왜 다이버 디바만 ;;;;;
전의 사례를 떠올려 보면
코토리, 호노카의 탈주는 애니 몇 화에 걸쳐서 설명과 감정선을 묘사는 했고,
그게 그렇게 그들의 기본 방향을 깨는 탈주가 아닌 그냥 인간사에서 흔히 있을 법한 해프닝이었습니다.
아쿠아 3학년 언니들의 갈등 역시 서로 아끼고 아끼는 마음이 어긋나는 바람에 생긴 가슴 뭉클한 에피소드였고요
그래서 니지동에서도 다이버 디바의 나름 멋진 스토리를 구성하는데, 시도를 해 볼려고 했는가 모르겠지만
그럴려면 위의 사례들처럼 정성 들여서 차츰차츰 설명 했어야 했는데,
바로 게임 스크립트 몇 장으로 '아, 미안 이렇게 되었어' 식으로 묘사해 버리니
지금까지 익숙했던 카린의 부드러워진 미소가
아이의 편안하고 친화력 있는 장난끼가
그 장면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오게 느껴지게(니들 이러고도 웃음이 나오냐? 맥이는 거니?) 제시 되어 버렸습니다.
이후로 카린과 아이를 좋아하시는 오시들에게 어떻게 그걸 보상하려고 이런 방식으로 캐붕을 주는지 모르겠네요.
변화를 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방식으로' 변화를 주는 게 바로 캐릭터 붕괴라서 그렇습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시즈쿠는 납득할 수 있을 요소로서 정성들인 작업이 들어갔습니다.
둘과는 달리 이후로 다시 돌아와도 되게 끔 약속을 하고,
그 다시 돌아올 이유와 조건을 설정하고,
그래서 단지 그 방향성을 전향한다기 보다는 그 방향성을 확인해 본다는 전개를 타서
문제를 회피할 길을 미리 만들어 놓습니다.
아마도 이후에 무언가를 제시하고 돌아오겠죠.
그리고 카스미에게 다시 눈물의 화해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그 계기로 가장 친한 카스미의 분투를 목도한 것이라고 두었기 때문에
이 경우는 캐릭터 붕괴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옆의 카스미는 시즈쿠에게 중요한 의미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니 말이죠.
그런데 시즈쿠에게 들인 정성이 카린과 아이에게는 어디로 사라진 건지...
시즈쿠 역시 스크립트 몇 장, 대사 몇 장으로 이 과정이 다 묘사되었는데 말입니다.
말도 탈도 많던 그 20화 이야기 썰을 풀어 봅니다.
불탈 만도 했군요.
부시모... 너네들 감당할 수 있겠어요? 진짜요?
(IP보기클릭)211.228.***.***
(IP보기클릭)6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