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배우나 연예인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연기 중 하나가 같은 연예인 연기입니다. 일단 자신들이 원래 하던 일을 다루다 보니 미묘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더해서 자신의 배역에 더해서 원래의 직업이 두 겹의 껍데기로 작용하는 일이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처음의 오사카 시즈쿠가, "이상적인 스쿨아이돌을 연기하고 있다"라는 인터뷰 내용을 듣고 단칼에 강판시켜 버린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제가 연극부 부장이라도, 당연히 저런 식으로 말을 한다면 바로 강판 통보를 내렸겠죠. 단순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여야 한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극중극에서는 미움을 사고 강판당한 여배우 역을 맡기까지 했기 때문에 결국 시즈쿠가 맡은 역은 연예인 연기라고 봐야 합니다. 원래의 연극배우에다 역할까지 연극배우이니 당연히 두 단계로 연기를 해야 하고, 그런 상황에서 인터뷰에서 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솔직하게 말해서 배우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해도 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역시나 시즈쿠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같은 경험, 즉 자신의 모습을 싫어해서 심하게 갈등을 겪었던 텐노지 리나였습니다. 물론 방향성은 다르죠. 리나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도 드러내지 못해서 고통을 겪었다면 시즈쿠는 자신이 있는 그대로 드러날까봐 두려워하여 고통을 겪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외부에 비친 모습은 같았습니다. 오해를 받을까봐서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하였던 과거라 할 것입니다. 결국 시즈쿠가 연극부에 들어가게 된 것도, 자기 기만에 가까운 일이었다 할 것입니다. 적어도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아도 되니까 쓸데없는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적어도 그 동안은 자신감을 얻었다 하겠습니다. 당연히 예스러운 취미로 인해 오해를 받고 리나처럼 혼자였던 모습에서 벗어났으니 가족들도 기뻐했겠죠. 더하여 시즈쿠 또한 착한아이 증후군이 있을 테니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연기에 빠져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심적으로 의지했었던, 오드리 헵번을 더욱 동경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즈쿠의 눈에 비친 오드리 헵번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과 같은 티 없이 완벽한 사람이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오드리 헵번은 "나는 피부도 거칠고 얼굴도 네모진데다 콧등도 안 예쁘고 너무 말라서 여성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라고 주위에 토로하기도 했었고, 어릴 때에는 2차 대전에 휘말려서 굶어 죽다가 살아났으며 (그때 지나가던 군인이 준 초콜릿을 먹고 간신히 살아났죠. 그래서 오드리 헵번은 다른 디저트는 몰라도 초콜릿은 마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정사 또한 그렇게 행복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매우 털털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라, 집안일은 자신이 했었고 아이들에게는 잠에 들 때까지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지만.... 그래서 둘째 아들은 남들이 "너희 엄마가 밥은 주냐, 책은 읽어주냐"라고 했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죠. 그렇게 털털한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배우 은퇴하고 나서는 유니세프 활동을 하면서, 특히 전쟁 고아들을 열심히 도왔다는 것은 모두 아실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힘들고 어려웠던 과거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마침내 더 높은 경지로 승화시키는 인격자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어찌하든, 착한아이 증후군에 빠져 있었던 백색의 시즈쿠를 꾸짖던 존재는 바로 흑색의 시즈쿠와, 연극부 부장이었죠. 정확하게 말한다면, 시즈쿠를 강판시키면서 했던 말을 흑색의 시즈쿠가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흑색의 시즈쿠가 다시 나타난 것은 다시 니지동으로 들어온 이후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전의 일이었다면 단순히 내가 부족했을 거라고 애써 자기 기만을 하면서 덮어버렸을 테니까요. 이전의 뮤즈 TVA에서, 야자와 니코가 자신의 가난한 집안형편이 들키면 다른 멤버들이 뭐라고 흉을 보거나 업신여길지 두려워한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집에 들렀던 친구들은 그런 건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았죠. 단지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백댄서 드립을 친 것 때문에 한소리 들은 것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아마도 시즈쿠의 모습이 어떠하든,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던 사람들이 바로 니지동 멤버들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씬스틸러는 나카스 카스미였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그야말로 용된 멤버가 나카스 카스미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류상에서 부장으로 등록되어 있고 대외 활동이나 매니지먼트도 하고 있는 유우와 함께, 모두를 격려해 주고 등을 밀어주는 사람이죠. 연극부 부장이 보고 있었던, 그리고 보고 싶어하는 모습은 이러한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즉 카스미의 일침과 함께 파안대소하다 마침내 웃음을 지어보이는 모습을 본 사람은 뒤에 숨어서 보고 있었을 부장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이 오해할지도 모르는, 미움받을까 두려운 너의 모습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지?"라는 말과 함께 시즈쿠의 손을 잡았을 것 같군요. 그리고 마지막 인터뷰에서 "진짜 저를 지켜봐 주세요!"라고 말한 모습을 보고 가장 기뻐했을 사람은 니지동 멤버들에 더해서 연극부 멤버들이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신문부 사람들이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다가, 이번에는 납득이 가는 표정을 지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흑백이 교차하는 드레스의 모습은 극중극에서 굴레를 벗어던진 주인공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더 이상 기만하지 않게 된 시즈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막후에서 가발을 벗고 씨익 웃어보인 부장의 모습이 인상 깊었군요.
앞으로 리에라라든가, 아니면 나중에 만들어질 제 5차 프로젝트 (한국 스쿨아이돌 오네가잇....)도 지금과 같이 여러 우수한 극작가들이 시나리오를 쓰기 바랍니다. 개별 극작가들의 쓰는 방법 또한 인상깊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