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님 : 여긴..
아젤스탄 : 여기가 '성지' 다. 아니지, 막다른 곳이라고 해도 되겠군
아젤스탄 : 그 상자 안에 금화가 있다, 가져가
아젤스탄 :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보단 낫겠지
데님 : 가져갈 수 없습니다. 여길 보물을 보관하는 장소라고 보긴 어렵군요.
보물 보관 장소라기 보단 뭔가 다른 의미가..
근처에 꽂혀있는 검도 누군가가 남겨두고 간 것 같고..
'묘표'.. ? 여긴 말그대로 '묘지' 인가.. ?
아젤스탄 : 그래, 네 말대로다. 여긴 바다에서 죽어간 해적들의 영혼이..
명복을 빌어줄 사람조차 없는 해적들의 영혼이 마지막에 다다르는 곳이지
이름대로 '해적의 묘지' 다.
여기에 있는 것들은 전부 해적들이 남겨두고 간 것들이다. 자신이 살아왔던 증거로서 말야..
아젤스탄 : 해적을 직업으로 삼고 별볼일 없는 인생을 보내오면 제대로 죽을 수도 없지
해적질을 그만두고 가족이라도 만들었다면 다르겠지만 해적들이 전부 그럴 노릇도 없고
'선배' 고 '후배' 고 먼저 가버린 뒤에는 슬퍼해줄 사람들 조차 없고 떠올려줄 사람도 없지
그러니까 검이라도 남겨두고 가는 거다. 이름도 없는 묘지다만 그것만으로도 족하다면서..
자신은 분명 이 세상에 살아있었다. 어딘가에 뭔가라도 남겨두고 싶다며..
데님 : 그래서 '성지'.. 인건가요. 해적들이 지키고 싶은 애처로운 '보물'..
아젤스탄 :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엔 골동품 밖에 없는 언덕으로 보이겠다만 말이다, 하하하
데님 : 아젤스탄, 당신이 이곳에 온 이유는 옛 동료들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서인가요?
아젤스탄 : 하하하, 그런 센티멘탈한 이유로 왔을 것 같나? 뭐, 그것도 나쁘진 않군..
데님 : 이곳까지 온 이유를 듣고 싶은건 아니지만 제게 보물의 의미를 가르쳐주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것 같진 않아서..
아젤스탄 : 그래.. 앞날이 보이지 않던 때가 있었다. 내 딸이 죽었을 때지
전장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저 이곳을 향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죽고싶었을 뿐일지도 몰라
이 근처는 조수의 흐름이 거세서 약간만 방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마의 해역이니까 말이다.
데님 : ...
아젤스탄 : 동굴에 들어오고 나서도 쉬지도 않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안으로 나아가기만 했지
그리고 결국 이곳에 다다르게 됐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는 바로 짐작할 수 있었지
난 잠시동안 여기 서있다가.. 온 길을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데님 : 바로 돌아가신건가요.
아젤스탄 : 그래.. 여긴 모든걸 끝낸 사람들이 오는 장소지
우리들같은 어중간한 녀석들이 올만한 곳이 아니다, 라고 생각한거다.
그리고.. 난 배에서 내렸다.
왜냐고? 내가 해야할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지
여기 있는 녀석들처럼 죽을수도 없고 새로운 인생을 걸어갈 기력도 없었다.
그렇기에 죽어버린 딸을 잊지못하는 얼간이로 있었던 거다.
데님 : ...
아젤스탄 : 하지만 지금의 내겐 해야할 일이 있어
네가 그걸 깨닫게 해준거다.
데님 : 아젤스탄..
아젤스탄 : 그나저나 안타깝게 됬구만. 여기까지 왔는데 가져갈만한 건 거기있는 금화 뿐이니
뭐, 옛날 금화라고 해도 환금하면 약간은 쓸 수 있을거다.
데님 : 아까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여기에 있는 것들은 저 같은게 사용할만한게 아닙니다.
이대로 두는게 가장 나을거에요.
아젤스탄 : .. 그러냐. 넌 그렇게 말해주는군
데님 : 돌아가죠, 저희는 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아요.
저희에겐 아직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IP보기클릭).***.***
(IP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