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작품을 통하여 부패한 거대 종교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상한 원죄의식을 주입하여, 사람들이 스스로를 죄인으로 여기도록 세뇌시키고, 또 자신들을 그들을 이끌어주는 영웅이자 성인으로 미화하고 신성시함으로써 사람들의 사고를 통제하고 독재를 하는지, (특히 과학기술을 터부시하고 규제한다는 설정은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그 터부를 자신들이 몰래 숨어서 잘만 사용하고 있는 모순도...)
동시에 종교로부터 독립해서 자주적으로 재앙을 해결하는 주체성이나, 또 감동적인 로맨스와 부성애를 느끼면서 큰 감동을 얻었죠.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이 스킬을 이용하여, 계획을 짜고 전략을 세워 강력한 보스를 공략하는, 머리 쓰는 전략 보드게임과 같은 과정에서, 공식이라는 무기와 스킬을 이용해 4점짜리 문제라는 강력한 보스를 쓰러뜨리는 수학 문제풀이같은 과정의 재미까지 배웠거든요.
http://archive.j-mediaarts.jp/en/festival/2001/digital-art-interactive/works/05dij_final_fantasy_x/
나중에 알고 보니 2001년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디지털 아트 인터랙티브 부문 심사위원단 추천작이더군요.
수험생활 내내 수학 문제를 풀 땐 이 파이널 판타지 10에서 보스를 공략하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했지요.
지금도 일주일에 못해도 다섯 번 이상 이 작품의 최고 명곡을 들으면서 점심을 먹거나 공부를 외우거나 낮잠을 자기도 하고, 주인공과 히로인의 수중 데이트 장면, 이별 장면도 시간 날 때마다 돌려보고 합니다.
게임이 단순히 그냥 레벨 올리고 몬스터 때려잡고 파밍하는 수준의 오락을 넘어서
그런 수단을 통해 빼어난 미술이나 음악 등의 영상미는 물론이고, 현실풍자적인 주제의식까지 전달하는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알고 게임을 바라보는 시야가 더욱 확장되는 계기가 되어 준 작품이었죠.
70년 생이신 우리 아버지의 인생작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71년 생이신 우리 어머니의 인생작이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라면
저에겐 파이널 판타지 10이랄까?
참고로 전투 시스템은 포켓몬스터 시리즈 팬이라면 정말 재밌게 적응하실 수 있습니다.
5세대와 6세대의 트리플배틀하고 거의 흡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