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광의 하사웨이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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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의 하사웨이
토미노 요시유키
본문/커버 일러스트레이션 : 미키모토 하루히코
번역 : 황보원 BlackSKY@paran.com
Kadokawa Press,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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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쇼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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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웃!
하사웨이는 크스이 건담 외부의 소리가 헬멧의 헤드폰을 통해 들려 눈을 질끈 감
아버렸다. 그 후 하사웨이의 눈에 보인것은 정면의 시계에 펼쳐진 밤 하늘이었다.
카고 덱의 햇치가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
하사웨이는 전투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둔한 감각에 혀를 차는 순간에도
발밑에서 섬광이 뻗어왔고 이어서 콕핏전체가 격진에 휩싸였다. 온몸의 피가 하체
로 쏠리며 눈앞이 세하야졌다. 의식이 꺼져가려고 했다.
"..............!?"
이 기체의 구형 콕핏 코어는 리니어 방식으로 부유되어 코어와 시트의 죠인트 부
분은 삼중의 쇼크 업쇼버에 지지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이정도의 충격이 온다는 것
은 카고 피사의 화학연료가 폭발해버렸다는 이야기였다. 하사웨이는 의식이 돌아오
는 사이에 높아지는 분노의 감정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둔해져있다! 기기탓인가!?'
그것은 자신을 향하는 분노였다. 하사웨이 눈앞에 어둠이 달리고 있어도 정지해있
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것은, 이질적인것이 마치 분노에 들끓고 있는 하사웨이
의 마음과같이 하나의 현실이 되어 그에게덮쳐왔다.
"............!?"
하사웨이의 시각 좌우로부터 폭력적인 빛의 무리가 달리며 어둠을 수놓고선 두개
의 빛 무리로 갈라졌다. 하사웨이는 해수면과 대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칫!"
하사웨이는 타고있는 모빌 슈츠, 크스이 건담이 중력과 대치하고 있다는것을 알았
다. 그러나 기체를 콘트롤 하는 컴퓨터는 아직 작동하고 있어 카고 피사의 기체를
회전시켜 상승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사웨이의 시각은 어둠 저편의 수많은 빛의
흐름을 보았고 별의 반짝임을 긴 선으로 보는것이 가능했다.
"...........!?"
하사웨이는 왼쪽 하부의 멀치 페널로 기체가 중력에 대해서 서있는 모습이란 것을
알고서도 중력이라는 미약한 힘이 얼마나 무거운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달 위에서
테스트 비행으로 익숙해진 우주의 감각으로 중력하에의서 비행은 여간 힘든게 아니
었다.
"폭격기인가?"
하사웨이는 왼쪽 하늘에 떠있는 그림자를 확대하곤 흠칫하고 놀라고 말았다. 하지
만 그런 하사웨이는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그림자로부터 한발의 빛이 덮쳐오며 스쳐
지나갔다. 메가 입자포의 섬광이 근처를 스치며 일순 방대한 빛이 콕핏을 점령했
다. 대기를 흔들며 그 충격이 카고 전체를 유린했다. 그 파동속에서 날카롭게 들리
는 칫칫하는 고음은 빔의 본체에서 흩어진 입자가 카고의 기체, 크스이 건담의 기
체에 충돌하는 소리였다. 다행인것은 대기중이었기 때문에 입자는 계속 감속해서
건담의 장갑에 바늘구멍도 뚫어놓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
하사웨이는 크스이 건담의 풀(full) 장비를 체크하며 그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그리곤 건담을 카고 피사의 도킹 베이로부터 이탈 시키기로 결심했다.
"간닷!"
하사웨이는 직진해서 접근해오는 테일 노즐의 빛이 분명히 힘을 감추고 있다고 생
각했다. 그는 그 빛 무리에 자신의 의사가 끌려들어 가는것을 느끼며 건담의 속도
를 올리기 시작했다. 핵융합로의 한계점에 아슬아슬한 가속이었다. 그리고,
쿠쾅!
한순간의 섬광이 카고 피사전체를 비추어 그림자가 있는 곳까지 녹여버릴듯 일렁
거렸다.
기유웅!
대기를 흔들던 섬광은 그 진동을 확대시키며 건담을 카고 피사에서 이탈시켜 버렸
다.
"어떻게든 될거야!"
하사웨이는 그렇게 자신에게 소리치며 지그재그로 직진해서 다가오는 그림자로부
터의 공격을 피해냈다. 메가 입자포를 거스르듯 하사웨이 크스이 건담이 상승을 시
작했다. 그 비행은 마치 경비행기의 그것처럼 가벼워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비행처
럼 보였다.
"피했어!? 피했다!?"
렌 에임의 그런 신음성은 가우먼에게 쾌감을 느끼게 했다.
"마프티도 신형을 손에 넣었다는 이야기 아니겠어?"
"미노프스키 크래프트기(機)인가!?"
가우먼의 비웃음에 렌 에임은 냉정을 되찾기는 했지만 노기가 서려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모습이기도 했다.
"보면 알잖아. 난 잘 모르겠군. 미노프스키 크래프트의 비행은 이 기체가 처음이
니까."
"네놈들이 만들었잖아! 그걸 모르겠다고?"
"말했잖아. 기밀유지를 위해 전부 알고있는 것은 아니라고말야..."
"웃기지마!"
렌 에임은 그의 모빌 슈츠, 페네로페를 회전시키면서 동시에 상승하고 있었다. 낙
하하는 카고 피사에서 떨어진 크사이 건담의 상승력은 렌이 숨 쉴틈을 주지 않을정
도로 빨랐던 것이다.
"서투르게 꼬리를 잡히지 말라고! 공격당하잖아!"
이번에는 가우먼이 제촉했다. 이대로 추격당한다면 상대가 엄청난 바보가 아닌이
상 저격당할지도 모르기에 상승하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바보 취급하지마!"
"네놈의 실력이 무르단 말이다! 난 너하고 같이 죽을 생각은 없다고!"
"죽지 않아!"
"이대로라면 이쪽이 당한다"
"얕보지마!"
"얕보는게 아니야. 사실을 말하고 있다."
풋슝!
페네로페 근처를 붉은 메가 입자포가 가까운 거리에서 지나쳐갔다.
"웃........!"
렌 에임은 회두하듯이 피해냈다.
"이정도로!"
그 말에 가우먼은 맥이 풀리는 듯 했다. 렌이라는 젊은이는 피할 생각이었겠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의 공격은 하사웨이의 견제였을 뿐이었다.
"잘 보라고. 이번에는 왼쪽 아니면 오른쪽에서 올거야!"
가우먼은 렌이 앉아있는 시트에 보조로 달려있는 시트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그 충
격은 한층 더 격렬했다. 몸을 지키는 것에 필사적인 것이었다.
"오른쪽으로 날아!"
가우먼의 노성에 대답이라도 하듯 오른쪽으로 날았지만 가우먼의 말을 의식하고
한것은 아니었다. 그 순간 페네로페가 있던 자리에 메가입자포의 빔이 낙하했다.
그것은 작렬하는 둔기 덩어리의 폭풍이었다. 콕핏이 붉게 물들었다.
"그대로 상승해!"
"알고있어!"
페네로페는 슈욱하며 최종가속을 걸었다. 가우먼을 떠받힌 시트의 등받이가 비명
을 지르듯 끼긱하는 소리를 내었다. 고도 8000m의 전투에 호응하듯 상공에 산개해
접근하고있는 3기의 켓사리아로부터 6기의 구스타프 카르가 뛰어내려 상공의 크스
이 건담을 향해 돌진했다. 건담에서 뻗어나온 메가입자포의 섬광은 그들에게 좋은
표적이 되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마치 나방이 불속으로 뛰어드는 모습과 비슷했
다. 구스타프 카르는 건담과 페네로페와 다르게 미노프스키 크래프트를 장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낙하에 가까운 비행만이 가능했다. 즉, 한두번 정도의 공격만이 가
능했을 뿐이었다.
"............!?"
조금씩 테스트 비행때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을때 구스타프 카르의 십자포화를
받았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나는 마프티 에린이다! 제군들을 개죽음 시킬 마음은 없다! 이 기체에 접근하지
않을 것을 경고한다!"
하사웨이는 건담을 상승과 낙하를 반복시키며 지구연방군의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선언했다. 미노프스키 입자하에서라도 지근거리라면 수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듣
지 못했다고 말하지는 못 할 것이었다. 그 순간에도 몇번의 빔이 건담의 주위를 스
쳐 지나갔다. 하사웨이는 선언이 끝남고 동시에 1기의 구스타프 카르를 조준했다.
"미안하지만, 경고를 무시한 벌이다!"
하사웨이는 좌우를 날아오는 포화따위는 무시하고 그 기체의 텍을 조준하고선 건
담의 왼쪽 매뉴퓰레이터에 장비되어있는 빔 라이플을 발사했다. 건담의 그 둥근 빛
은 과거의 빔 라이플과 비교했을때 그 속도부터가 두배정도 차이가 났다.
도웃!
하며 일순간 화구(火球)가 형성되었다. 하사웨이가 간단하게 1기의 연방군 모빌
슈츠를 격파한 것이었다.
"........!?"
다음으로 하사웨이는 낙하하는 것보다 더욱 빠르게 낙하하며 구름하나를 뚫고 지
나갔다. 처음으로 하사웨이를 포착한 렌의 페네로페는 아군의 구스타프 카르의 전
개를 기해 하사웨이에 대해 우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사웨이는 무엇을 하려는
지 눈치채고 베이스 쟈바-켓사리아를 조준하고선 빔의 발사에 영향을 주는 대기압
의 변동치까지 계산한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 화구의 반사광을 받아 그 근
처의 구름들이 빛이났다. 낙하하는 구스타프 카르는 아래쪽에 켓사리아같은 베이스
쟈바가 대기하고 있지 않으면 그 행동에 상당한 제한이 따른다. 하사웨이는 그들의
다리 역할을 하는, 켓사리아를 1기 격추했다. 미노프스키 크래프트가 없는 모빌슈
츠들은 그 비행을 보완하는 베이스 쟈바가 없다는 것은 바다위에서 점프하기위한
받침대를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1기의 켓사리아를 격추하는 것은 3
기의 구스타프 카르를 격추한 것과 같은 효과였다. 확실히 몇기의 구스타프 카르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대비할 방법을 찾기위해 전투공역을 이탈하려는 기
척이 보였다.
"..........다음은..........?"
하사웨이의 마음속에서 전투에 관한 감각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렌의 페네로
페가 접근하고 있는것을 알아챘다.
"...........!?"
하사웨이가 건담의 왼쪽 매뉴퓰레이터에 장비하고있는 실드를 올리자 그와 동시에
실드에 메가입자포의 빔이 직격했다.
쿠가가갓!
실드가 녹아버리며 금속입자와 강화플라스틱의 조각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재가
되어 대기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하사웨이는 그 충격속에서도 기체를 하강 시켰다.
"페네로페인가!"
다시한번 빔과 실드사이의 충격과 뜨거운 대기의 너머로 페네로페를 볼 수 있었
다. 하사웨이는 본능적으로 실드 뒷편 매뉴퓰레이터의 손끝에서 빔 샤벨을 뽑아들
었다.
"...이녀석!"
렌의 노성이 하사웨이의 귀를 때렸다.
".....페네로페까지 복사해서 써먹는거냣!"
그것은 기체가 접촉했을때 사용 가능한 접촉회화였다. 즉, 적의 모빌 슈츠가 건담
의 어딘가와 접촉해 있다는 이야기였다. 단지, 직격의 직후였기 때문에 그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 이었다.
"농담하지마랏!"
하사웨이는 반사적으로 소리치고선 건담의 왼쪽 매뉴퓰레이터를 휘둘렀다. 그리고
동시에 후진을 시작했다. 모니터의 왼쪽에는 빔 샤벨의 행동 곡선이 그려져, 누군
가와 접촉했었다는 표시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것은 아
니었다. 흔들리는 대기속에서 가시같이 뻗어나온 산들과 그사이의 페네로페를 볼
수 있었다.
"......피해! 당한다!"
"닥쳐! 파이.........!"
하사웨이는 그 대화를 끝까지 듣진 못했지만 먼저 말한쪽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
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가우먼!?"
하사웨이는 적 모빌 슈츠의 그림자를 잡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빔 라이플을 단속
적으로 연사해가며 빔 샤벨도 휘둘렀다. 하사웨이는 기체를 좌우 그리고 위쪽으로
이동 시켰다. 무선을 발신했다.
"가우먼! 배신인가, 아니면 인질인가! 대답하라!"
방금 들었던 것을 환청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가우먼이 렌이 조종을 방해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해서 그가 배신했을 것이라고는 생각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하사웨이는 적 파일럿에 대해 견제하려는 속샘으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일순 구름이 흐르며 그 끝을 쫓듯 페네로페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일 정도의 거리까
지 가까워 졌다.
"........방패라고! 내가 너희들의 동료를 사용해서 방패로 사용하는 남자로 보
이나!"
그것은 믿기 힘든 반응이었다. 하사웨이는 렌의 물어뜯을 듯한 발언에 질려버렸
다.
"그렇다면 풀어줘라. 그렇게라도 한다면 믿어주지! 비열한놈!"
하사웨이는 건담의 빔 샤벨을 휘두르며 위협했다.
바웅!
페네로페도 빔 샤벨로 응수했다.
"상관 없습니다. 이런 신형은 지금 해치워 버려야 합니다!"
격투전 속에서 가우먼의 절규가 멀게 들려왔다.
"페네로페 파일럿, 렌! 인질을 잡지 않으면 싸우지도 못하는 얼간이었구나!"
"내 이름을 알고있어!?"
"네놈 정도의 남자가 할 수 있는것은 결국 그정도 뿐이었군."
"풀어주마! 대령님의 명령때문에 태우고 있는 것 뿐이다! 이런 녀석쯤은 없어도
페네로페는 이긴다!"
"풀어준다고?"
빔 샤벨의 빔끼리 격돌하고서는 그곳에서 발생하는 스파크가 수퍼 소닉을 발생 시
켰다. 그 쇼크 웨이브와 비슷한 파동이 양쪽 기체를 유린했다. 그리고 또한번의 격
돌, 그리고 몇번정도의 빔 샤벨 끼리의 격돌...... 하사웨이의 반문이 끝나기도 전
에 페네로페가 후진을 하며 빔 라이플의 위협사격을 걸었다. 그 사이 페네로페의
콕핏 햇치가 열린듯 했다.
"이렇게다! 받아라!"
하사웨이의 헤드폰에 렌 에임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뭐!?"
하사웨이는 페네로페 앞부분의 이변이 일어난 것을 알고 리얼 디스플레이를 확대
했다. 페네로페의 햇치에서 작은 빛이 낙하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뛰어내린
것인가?
"가우먼!?"
하사웨이는 그것이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낙하하고 있는 빛으로 접근하
는 수 밖에 없었다. 기체를 뒤로 눕힌체로 사람이 낙하하는 속도에 맞춘다. 그러면
서도 실드를 전면에 내세워 빔 라이플을 상공의 페네로페와 맞추었다.
'하지만, 괜찮을거야.....'
그런 확신이 있었다. 그 정직함, 실전의 교활함을 모르는 젊은이라면 자신이 한
말에는 책임을 질 것이었다. 좋은 청년이었다. 빛은 가우먼의 가슴에 붙어있는 회
중전등의 불빛이었다. 그는 마치 스카이 다이빙을 하듯 좌우로 펼친 사지로 자세
를안정 시키며 낙하하고 있었다. 수갑은 풀려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렌 에임이라는
젊은이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하사웨이가 콕핏을 열고 열자니 푸슛하며 풍
압이 몸을 내리 눌렀다. 하사웨이는 풍압을 거스르듯 좌우의 컨트롤 레버를 조작
했다.
(그림1)
가우먼 가슴의 가느다란 빛이 그 상공에 위치했다. 하사웨이는 건담의 서치라이트
를 켜고선 그 빛 안쪽으로 가우먼을 잡아두었다. 이 대로라면 좌우편의 모빌 슈츠
들에게 공격 목표가 되어버린다.
"............!?"
그 생각에 대답이라도 하듯 몇발의 빔이 상하좌우를 스쳐 지나간다. 페네로페에서
발사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만둬! 지금은 공격하지 마랏!"
렌 에임의 목소리가 하사웨이의 귀를 때렸지만 그 순간 하사웨이는 연방군 주파수
대역에 맞추어진 무선을 끊어버렸다. 미노프스키 입자의 영향으로 그 소리가 신경
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가우먼의 빛 너머, 페네로페는 좌우로 크게 움직이며 연
방군기를 저지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사웨이는 그런 그의 지나친 정정당당함에 고
맙게 여기면서 여기서 격추당해도 그건 그것대로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것
은 운명이라서가 아니라 좋은 적을 앞에두고 있어서라는 느낌이었다. 단지 좀더 성
장한 렌 에임이라면 더욱 좋았을 것 이었다. 가우먼은 건담의 서치라이트 안에서
위치를 고정시키고자 했다. 사지를 쭉 펴고 몸에 힘을 주었다. 상대속도를 영으로
만들 시간은 없었다. 하사웨이는 사승을 걸고 가우먼이 시계의 정면으로 들어오자
더욱 가속을 걸었다. 그 사이 가우먼을 해치의 중앙에 고정했다.
".............."
가까워졌던 가우먼이 순간 아래쪽으로 흘러가버렸다. 기체가 아래서에 받치듯 올
라왔기 때문에 가우먼이 있는 위치에 난기류가 형성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그의 몸
이 하사웨이의 시선 아래쪽으로 흘러갔다.
".........가우먼!?"
하사웨이는 건담 어깨의 버니어를 점화시켰다. 주르륵 하며 가우먼의 몸이 밀어
올려져 하사웨이의 시계 위쪽으로 흘러갔다. 콕핏의 천장 디스플레이에 부딛친듯
했다.
".........!?"
하사웨이는 햇치를 닫았다. 가우먼이 왼쪽 디스플레이를 가리듯 가로로 누웠다.
"갸핫!"
그는 신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를 질렀다.
"이제부터가 지옥이야."
하사웨이는 그렇게 말하며 페네로페를 찾았다.
"그런것 같군......"
가우먼은 하사웨이의 시트 등뒤로 들어가 시트의 지지대에 몸을 밀착시켰지만 제
대로 몸을 고정 시키지는 못했다. 만약 이상태로 격투적이 되어버리면 가우먼은 콕
핏 안에서 이리저리 튕겨 치명상을 입을 지도 몰랐다.
"기다려준것은 관용이 아니었다! 민간단체에서는 복제품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것
을 알려주지. 미노프스키 크래프트의 모빌 슈츠는 이쪽이 마더 머신이란 것을 각인
시켜 주겠어!"
렌은 그렇게 읍조리고선 연방군기가 켓사리아로 돌아가는것을 확인했다. 이정도로
시간을 주었으면 저 본적없는 모빌 슈츠는 가우먼을 태우고 어쨋든간에 싸울 준비
는 되었을 것이라고 렌은 생각했다. 그 이상의 걱정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적대하
고 있는 상대였던 것이었다. 무장도 페네로페와 동등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데
다가 복제라는 것은 그 능력은 페네로페와 동등 혹은 상위라고 각오할 필요가 있었
다. 렌은 건담의 서치라이트가 사라진 공역을 확대 모니터를 이용해 색적을 하며
페네로페의 빔 라이플을 정면으로 향했다. 허리의 미사일은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하사웨이는 건담을 계속 낙하 시켰다. 그 때문에 가우먼은 시트 등받이에 매달리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사이 가우먼은 어떻게든 3개의 벨트를 이용해 등받
이를 앞으로한 모습으로 몸을 고정시켰다.
"한번에 해치우고싶다. 가능할지......"
"해보면 되잖아."
가우먼은 시트 지지대에 몸을 걸쳐 몸이 눌리는 것을 견디어 내며 신음성을 토해
냈다. 하사웨이는 가우먼의 목소리를 뒤로하며 페네로페의 항적의 섬광을 보았다.
"온다......!?"
하사웨이는 낙하하면서도 후진자세를 유지한 체로 가속을 걸었다. 고도는 300m까
지 내려갔다.
"웃............!"
가우먼의 신음소리는 무시 할 수 밖에 없었다. 페네로페 항적의 일부로부터 팟하
는 섬광이 보였다. 건담은 더욱 가속을 걸었다.
슈슝!
몇발의 미사일 섬광이 세로로 건담을 쫓아왔다. 건담의 고도는 아직까지 내려가고
있었고 바다위 100m까지 도달했다. 건담은 누워있는 자세 그대로였다.
"빨라!"
렌이 순간적으로 가속을 걸었기 때문인지 급속하게 고도가 떨어지는것을 알 수 있
었다. 앞으로 몇초후 해수면에 격돌한다. 공격은 앞으로 한번정도 밖에 가능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또한번 색적후 공격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귀찮은 일
이었다. 전투가 길어지면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지 알 수 없었다. 전투국면은 적어
도 한번에 결정지어야 하는것이 철칙이었던 것이었다. 미사일이 해면과 격돌해 하
얀 물기둥을 세우는것이 보였다. 그 조금 앞에 적 모빌 슈츠의 질주하는 테일 노즐
의 섬광이 보였다. 그 섬광의 뒤쪽으로 하얀 궤적이 그려졌다. 적 모빌 슈츠가 비
행하며 해수면위에 하얀 포말을 남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바보같은 놈!"
저런 모습을 보이면 조준하기가 쉬워진다. 렌은 빔 라이플의 일격으로 결판을 지
을 생각이었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빔 라이플의 조준을 그 하얀 흔적 앞,
상정 코스 위를 가로질러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적 모빌 슈츠는
더욱더 가속을 걸었다. 팟하는 빛을 보이며 앞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빛
은 언뜻 보기에 적 모빌 슈츠 테일 노즐의 섬광으로부터 멀어지듯 전진해 해수면위
로 그 빛을 비추었다. 공격으로 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듯이 보였다.
"............!?"
놓칠소냐, 라는 확신과 더욱 더 빨라지는 가속에 동요하면서도 렌은 빔 라이플을
연사했다. 마지막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빔 라이플의 빔은 파선상의 선이 되어 그
적의 빛을 쫓아 폭발의 화구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작은 불빛이었긴 했지만 폭발에
의한 빛이란것은 틀림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렌 에임은 생
각도 하지 못했다. 어쨋든간에 적 모빌 슈츠가 어째서인지 페네로페를 바로 앞에
나타나 끝을 느끼지 못할 만큼의 미사일을 쏟아부은후 후퇴했던 것이다.
"웃.......!?"
이유따위는 알지도 못했다. 폭음, 빛의 난무, 격진. 그것이 진정되었을 때에 렌은
검은것에 둘러쌓여, 이번에는, 격진이 어둠속에서 렌을 덮쳐왔다.
"........뭐지!? 뭐야?"
의식이 회복되는 것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알지 못했지만 전신에 퍼지는
아픔속에서 아직 살아있는 자신에게 고마워했다. 그렇다, 바로 자신에게 고마워 했
던 것이다. 운이라든가 신이 아니었다. 그것이 렌이었다. 살아있는 것을 알고나서
는 허리 벨트를 풀고 파일럿 슈츠 헬멧 라이트의 스위치를 올렸다. 죽어버린 리얼
디스플레이 화면이 검게 빛날뿐 콘솔 페널의 표시는 회복 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
았다.
"당한건가........결정타를 날렸다고 생각했는데......"
렌은 분한 마음도 잊은체 어떻게 당했는지 추정해보려고 바아에 떠있는 듯한 페네
로페에 몸을 맡겼다. 상하감각으로 추정해볼때 앞부분 콕핏 햇치는 아래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맞춘것은 모빌 슈츠가 아니었어....뭐였지.....? 그 사이, 그 본적없는 모
빌 슈츠가 나에게 접근해서 미사일을 퍼부었다........."
렌은 머리를 격하게 흔들고선 콕핏 상황을 확인했다. 햇치 부분을 딛고서서 파일
럿 슈츠의 생명보조장치를 채크했다. 해상전투용의 서바이벌 세트를 끄집어 내고선
햇치를 열려고 했지만 자동으로는 열리지 않았다.
"칫!"
그 후, 렌 에임은 매뉴얼 조작으로 햇치를 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선 결국 햇치를
폭발시켜 콕핏에서 탈출했다. 페네로페의 기체는 긴급용 공기장비로 어찌되었든 바
다위에 떠 있었고 렌은 그 기체의 등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다. 그것이 렌 에임의
두번째 실전 결과였다.
* * * * * * *
전투공역을 이탈한 하사웨이와 가우먼의 크스이 건담은 저공비행인체로 지원선 발
리언트에 접촉해 그 기체를 수용했다.
"빔 라이플이 없군."
메카닉맨인 맥시밀리언 니콜라이가 의하한 얼굴로 하사웨이에게 물었다.
"더미로 써버렸어. 건담 대신에 페네로페에게 저격당했지. 일격이탈로 끝내지 않
았다면 난 죽어버렸을거야. 하사웨이의 기지가 제대로였어."
가우먼은 이제야 자유가 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설명했다.
"어떤식으로?"
"빔 라이플을 발사해서 날린 것 뿐이야. 해수면 바로 위로 아슬아슬 하게 날아간
덕분에 빔의 빛이 크게 보였던 거지. 적이 그걸 저격한사이에 접근해서 미사일 집
중공격을 걸었어. 하지만 완전히 끝장내진 못한 것 같아."
"아아....그거 좋은 생각인데?"
에메랄다는 머리를 흔들며 방글방글하는 모습으로 칭찬해주었다. 그녀는 레이몬드
에게 무르게, 하사웨이에게는 그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누나인척 하는 버릇이 있었
다.
"몸에 이상이 없다면 이대로 오웬베리 정찰에 나간다. 알고있지?"
"물론........선장은 그럴샘이야. 맥시밀리어이 능력을 보여주겠지."
이라무 마사무는 어찌되었든 건담을 회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지금은 아무 할말
도 없다는 얼굴이었지만 맥시밀리언은 달랐다.
"맥스의 일에는 문제가 있는거군요?"
에메랄다가 자신의 멧사쪽으로 이동하는 것과 엇갈리게 케리아 데스가 브릿지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아아.....케리아, 합류했었구나?"
"응, 홍콩에서 돌아오는 것 쯤은 우주에서 내려오는 것 보다 간단하니까요."
그녀는 하사웨이를 홍콩에서 마중하기 위하여 출동 했던 것이었다. 사랑스러운 웃
음이라는 말은 그녀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의 여성이었다.
하사웨이와는 동갑이었다. 아주 짧은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지만 뒤에서 보아도 남
자로 착각할 일은 없었다.
"......카고 피사에 넣어두었던 보조부품은 반정도 밖에 회수하지 못했어요."
"그래......? 에메랄다가 피사의 기수를 부셔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지 뭐...."
"그렇게 하라고 하사웨이가 그랬잖아?"
케리아는 파일 밑으로 감추듯 들고있던 드링크제를 하사웨이에게 건냈다.
"고마워. 설마 빔 라이플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겠지?"
"으음, 어떨까요?"
악동같은 미소를 보일때에 그녀자신이 기분이 좋다는 증거이기도 했지만 그 뒤에
다른 감정을 숨기고 있을때도 그런 모습을 보였다. 하사웨이는 드링크제를 마시며
"케리아는 언제나 그래........."라고 말하곤 그녀가 무엇을 생각 하고 있는지 추
측해 보려고 했다.
".........오웬베리 정찰은 제쳐두고서라도 킴벌리의 전력은 얕볼 수준이 아니에
요?"
"장군은 뭐라고 하시는데?"
"속행의 예정말이죠? 죽어버린 관료의 보충을 보고 있어도, 지구연방정부에는 혁
신을 일으키자는 의사같은 것은 전혀 보이질 않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조금더있으면 스페이스 노이드 전체에 지구연방정부를 찔러 올리
는 운동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은 있는데......."
그녀는 어깨를 하사웨이에게 부딛치며 핸드레일에 몸을 기댔다.
"............?"
"기기 안대르시아라고 했던가요? 재미있었나요?"
"........? 묘한 여자아이였어......"
하사웨이는 케리아의 미소 저편에서 여성의 향기를 느끼곤 몸을 돌리려고 했다.
이곳에도 하사웨이의 마음을 조르는 여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인 하사웨이의 실
패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아닌 여성이었다.
".............퀘스 파라야를 떠올렸나요?"
"그만둬, 말하지마."
하사웨이는 케리아에게 등을 보이려고 했지만 케리아의 어깨는 하사웨이의 등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
"결국, 바람둥이라니까....."
케리아의 입술이 하사웨이의 귀를 깨물듯 그렇게 속삭였다.
"렌은 무사한건가요?"
"음, 기체의 손상으로 봐서는 기적적인 생환이었지. 이것도 기기가 있어준 덕분이
야. 내 감은 틀림없어. 넌 행운의 여신이야."
"그래요? 잘 모르겠는 걸요....."
"네가 혼자서 살 수 있었던 것도 강한 운을 타고났기 때문이라는 증거야. 난 그것
에 걸겠어......."
"하지만 저에게도 예정이란게 있어요. 몇일 후에는 홍콩으로 떠날거에요."
"그건 그것대로 좋아. 그때까지는 오웬베리쪽을 정리할태니까."
"저도 떠날준비도 해야하고요.........그렇지 않으면 백작님에게 드릴 말씀이 없
잖아요?"
"그야 알고있어. 사람에게는 부여된 임무라는게 있으니까. 귀찮은 일이야."
"그래요. 의무....로군요."
"살아가기위한.....그래도 조금쯤은 더하고 붙이면 기분 좋지않아?"
"저는, 그정도로 사는것에 집요하진 않다고요?"
기기는 하사웨이의 일을 묻고 싶다고 자신의 얼굴에 써 있는것은 아닌지 내심 걱
정하면서 석양에 눈동자를 향하고선, 빠져들듯 석양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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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2 끝났습니다.
덧말. 예정보다 늦었습니다. 미치도록 바쁜 나날이 계속되니 어쩔 수 없군요.
덧말. 역시 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색한 문장이나 오타가 많습니다.
덧말. 양해바랍니다......(몸서리치게 바쁜 일상이라...ㅜ_ㅜ)
덧말. 드디어 上편 끝났습니다. 다음 부터는 中편.
덧말. 뉴 타입은 바람둥이라더니...벌써 네명이나.....
덧말. 몸서리쳐지도록 부럽군요...ㅜ_ㅜ
덧말. 그림은 카페에서...^^
memories 2005. 3. 2
senkou no hathaway chapter. 22
from http://cafe.naver.com/xikian.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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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의 저작권은 황보원님(BlackSKY@paran.com)에게 있으며, 상업적 용도
로 절대 사용될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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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의 하사웨이
토미노 요시유키
본문/커버 일러스트레이션 : 미키모토 하루히코
번역 : 황보원 BlackSKY@paran.com
Kadokawa Press,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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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쇼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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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웃!
하사웨이는 크스이 건담 외부의 소리가 헬멧의 헤드폰을 통해 들려 눈을 질끈 감
아버렸다. 그 후 하사웨이의 눈에 보인것은 정면의 시계에 펼쳐진 밤 하늘이었다.
카고 덱의 햇치가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
하사웨이는 전투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의 둔한 감각에 혀를 차는 순간에도
발밑에서 섬광이 뻗어왔고 이어서 콕핏전체가 격진에 휩싸였다. 온몸의 피가 하체
로 쏠리며 눈앞이 세하야졌다. 의식이 꺼져가려고 했다.
"..............!?"
이 기체의 구형 콕핏 코어는 리니어 방식으로 부유되어 코어와 시트의 죠인트 부
분은 삼중의 쇼크 업쇼버에 지지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이정도의 충격이 온다는 것
은 카고 피사의 화학연료가 폭발해버렸다는 이야기였다. 하사웨이는 의식이 돌아오
는 사이에 높아지는 분노의 감정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둔해져있다! 기기탓인가!?'
그것은 자신을 향하는 분노였다. 하사웨이 눈앞에 어둠이 달리고 있어도 정지해있
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것은, 이질적인것이 마치 분노에 들끓고 있는 하사웨이
의 마음과같이 하나의 현실이 되어 그에게덮쳐왔다.
"............!?"
하사웨이의 시각 좌우로부터 폭력적인 빛의 무리가 달리며 어둠을 수놓고선 두개
의 빛 무리로 갈라졌다. 하사웨이는 해수면과 대면 하고 있었던 것이다.
"칫!"
하사웨이는 타고있는 모빌 슈츠, 크스이 건담이 중력과 대치하고 있다는것을 알았
다. 그러나 기체를 콘트롤 하는 컴퓨터는 아직 작동하고 있어 카고 피사의 기체를
회전시켜 상승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사웨이의 시각은 어둠 저편의 수많은 빛의
흐름을 보았고 별의 반짝임을 긴 선으로 보는것이 가능했다.
"...........!?"
하사웨이는 왼쪽 하부의 멀치 페널로 기체가 중력에 대해서 서있는 모습이란 것을
알고서도 중력이라는 미약한 힘이 얼마나 무거운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달 위에서
테스트 비행으로 익숙해진 우주의 감각으로 중력하에의서 비행은 여간 힘든게 아니
었다.
"폭격기인가?"
하사웨이는 왼쪽 하늘에 떠있는 그림자를 확대하곤 흠칫하고 놀라고 말았다. 하지
만 그런 하사웨이는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그림자로부터 한발의 빛이 덮쳐오며 스쳐
지나갔다. 메가 입자포의 섬광이 근처를 스치며 일순 방대한 빛이 콕핏을 점령했
다. 대기를 흔들며 그 충격이 카고 전체를 유린했다. 그 파동속에서 날카롭게 들리
는 칫칫하는 고음은 빔의 본체에서 흩어진 입자가 카고의 기체, 크스이 건담의 기
체에 충돌하는 소리였다. 다행인것은 대기중이었기 때문에 입자는 계속 감속해서
건담의 장갑에 바늘구멍도 뚫어놓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
하사웨이는 크스이 건담의 풀(full) 장비를 체크하며 그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그리곤 건담을 카고 피사의 도킹 베이로부터 이탈 시키기로 결심했다.
"간닷!"
하사웨이는 직진해서 접근해오는 테일 노즐의 빛이 분명히 힘을 감추고 있다고 생
각했다. 그는 그 빛 무리에 자신의 의사가 끌려들어 가는것을 느끼며 건담의 속도
를 올리기 시작했다. 핵융합로의 한계점에 아슬아슬한 가속이었다. 그리고,
쿠쾅!
한순간의 섬광이 카고 피사전체를 비추어 그림자가 있는 곳까지 녹여버릴듯 일렁
거렸다.
기유웅!
대기를 흔들던 섬광은 그 진동을 확대시키며 건담을 카고 피사에서 이탈시켜 버렸
다.
"어떻게든 될거야!"
하사웨이는 그렇게 자신에게 소리치며 지그재그로 직진해서 다가오는 그림자로부
터의 공격을 피해냈다. 메가 입자포를 거스르듯 하사웨이 크스이 건담이 상승을 시
작했다. 그 비행은 마치 경비행기의 그것처럼 가벼워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비행처
럼 보였다.
"피했어!? 피했다!?"
렌 에임의 그런 신음성은 가우먼에게 쾌감을 느끼게 했다.
"마프티도 신형을 손에 넣었다는 이야기 아니겠어?"
"미노프스키 크래프트기(機)인가!?"
가우먼의 비웃음에 렌 에임은 냉정을 되찾기는 했지만 노기가 서려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모습이기도 했다.
"보면 알잖아. 난 잘 모르겠군. 미노프스키 크래프트의 비행은 이 기체가 처음이
니까."
"네놈들이 만들었잖아! 그걸 모르겠다고?"
"말했잖아. 기밀유지를 위해 전부 알고있는 것은 아니라고말야..."
"웃기지마!"
렌 에임은 그의 모빌 슈츠, 페네로페를 회전시키면서 동시에 상승하고 있었다. 낙
하하는 카고 피사에서 떨어진 크사이 건담의 상승력은 렌이 숨 쉴틈을 주지 않을정
도로 빨랐던 것이다.
"서투르게 꼬리를 잡히지 말라고! 공격당하잖아!"
이번에는 가우먼이 제촉했다. 이대로 추격당한다면 상대가 엄청난 바보가 아닌이
상 저격당할지도 모르기에 상승하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바보 취급하지마!"
"네놈의 실력이 무르단 말이다! 난 너하고 같이 죽을 생각은 없다고!"
"죽지 않아!"
"이대로라면 이쪽이 당한다"
"얕보지마!"
"얕보는게 아니야. 사실을 말하고 있다."
풋슝!
페네로페 근처를 붉은 메가 입자포가 가까운 거리에서 지나쳐갔다.
"웃........!"
렌 에임은 회두하듯이 피해냈다.
"이정도로!"
그 말에 가우먼은 맥이 풀리는 듯 했다. 렌이라는 젊은이는 피할 생각이었겠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의 공격은 하사웨이의 견제였을 뿐이었다.
"잘 보라고. 이번에는 왼쪽 아니면 오른쪽에서 올거야!"
가우먼은 렌이 앉아있는 시트에 보조로 달려있는 시트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그 충
격은 한층 더 격렬했다. 몸을 지키는 것에 필사적인 것이었다.
"오른쪽으로 날아!"
가우먼의 노성에 대답이라도 하듯 오른쪽으로 날았지만 가우먼의 말을 의식하고
한것은 아니었다. 그 순간 페네로페가 있던 자리에 메가입자포의 빔이 낙하했다.
그것은 작렬하는 둔기 덩어리의 폭풍이었다. 콕핏이 붉게 물들었다.
"그대로 상승해!"
"알고있어!"
페네로페는 슈욱하며 최종가속을 걸었다. 가우먼을 떠받힌 시트의 등받이가 비명
을 지르듯 끼긱하는 소리를 내었다. 고도 8000m의 전투에 호응하듯 상공에 산개해
접근하고있는 3기의 켓사리아로부터 6기의 구스타프 카르가 뛰어내려 상공의 크스
이 건담을 향해 돌진했다. 건담에서 뻗어나온 메가입자포의 섬광은 그들에게 좋은
표적이 되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마치 나방이 불속으로 뛰어드는 모습과 비슷했
다. 구스타프 카르는 건담과 페네로페와 다르게 미노프스키 크래프트를 장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낙하에 가까운 비행만이 가능했다. 즉, 한두번 정도의 공격만이 가
능했을 뿐이었다.
"............!?"
조금씩 테스트 비행때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을때 구스타프 카르의 십자포화를
받았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나는 마프티 에린이다! 제군들을 개죽음 시킬 마음은 없다! 이 기체에 접근하지
않을 것을 경고한다!"
하사웨이는 건담을 상승과 낙하를 반복시키며 지구연방군의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선언했다. 미노프스키 입자하에서라도 지근거리라면 수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듣
지 못했다고 말하지는 못 할 것이었다. 그 순간에도 몇번의 빔이 건담의 주위를 스
쳐 지나갔다. 하사웨이는 선언이 끝남고 동시에 1기의 구스타프 카르를 조준했다.
"미안하지만, 경고를 무시한 벌이다!"
하사웨이는 좌우를 날아오는 포화따위는 무시하고 그 기체의 텍을 조준하고선 건
담의 왼쪽 매뉴퓰레이터에 장비되어있는 빔 라이플을 발사했다. 건담의 그 둥근 빛
은 과거의 빔 라이플과 비교했을때 그 속도부터가 두배정도 차이가 났다.
도웃!
하며 일순간 화구(火球)가 형성되었다. 하사웨이가 간단하게 1기의 연방군 모빌
슈츠를 격파한 것이었다.
"........!?"
다음으로 하사웨이는 낙하하는 것보다 더욱 빠르게 낙하하며 구름하나를 뚫고 지
나갔다. 처음으로 하사웨이를 포착한 렌의 페네로페는 아군의 구스타프 카르의 전
개를 기해 하사웨이에 대해 우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사웨이는 무엇을 하려는
지 눈치채고 베이스 쟈바-켓사리아를 조준하고선 빔의 발사에 영향을 주는 대기압
의 변동치까지 계산한 상태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 화구의 반사광을 받아 그 근
처의 구름들이 빛이났다. 낙하하는 구스타프 카르는 아래쪽에 켓사리아같은 베이스
쟈바가 대기하고 있지 않으면 그 행동에 상당한 제한이 따른다. 하사웨이는 그들의
다리 역할을 하는, 켓사리아를 1기 격추했다. 미노프스키 크래프트가 없는 모빌슈
츠들은 그 비행을 보완하는 베이스 쟈바가 없다는 것은 바다위에서 점프하기위한
받침대를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1기의 켓사리아를 격추하는 것은 3
기의 구스타프 카르를 격추한 것과 같은 효과였다. 확실히 몇기의 구스타프 카르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대비할 방법을 찾기위해 전투공역을 이탈하려는 기
척이 보였다.
"..........다음은..........?"
하사웨이의 마음속에서 전투에 관한 감각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렌의 페네로
페가 접근하고 있는것을 알아챘다.
"...........!?"
하사웨이가 건담의 왼쪽 매뉴퓰레이터에 장비하고있는 실드를 올리자 그와 동시에
실드에 메가입자포의 빔이 직격했다.
쿠가가갓!
실드가 녹아버리며 금속입자와 강화플라스틱의 조각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재가
되어 대기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하사웨이는 그 충격속에서도 기체를 하강 시켰다.
"페네로페인가!"
다시한번 빔과 실드사이의 충격과 뜨거운 대기의 너머로 페네로페를 볼 수 있었
다. 하사웨이는 본능적으로 실드 뒷편 매뉴퓰레이터의 손끝에서 빔 샤벨을 뽑아들
었다.
"...이녀석!"
렌의 노성이 하사웨이의 귀를 때렸다.
".....페네로페까지 복사해서 써먹는거냣!"
그것은 기체가 접촉했을때 사용 가능한 접촉회화였다. 즉, 적의 모빌 슈츠가 건담
의 어딘가와 접촉해 있다는 이야기였다. 단지, 직격의 직후였기 때문에 그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 이었다.
"농담하지마랏!"
하사웨이는 반사적으로 소리치고선 건담의 왼쪽 매뉴퓰레이터를 휘둘렀다. 그리고
동시에 후진을 시작했다. 모니터의 왼쪽에는 빔 샤벨의 행동 곡선이 그려져, 누군
가와 접촉했었다는 표시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것은 아
니었다. 흔들리는 대기속에서 가시같이 뻗어나온 산들과 그사이의 페네로페를 볼
수 있었다.
"......피해! 당한다!"
"닥쳐! 파이.........!"
하사웨이는 그 대화를 끝까지 듣진 못했지만 먼저 말한쪽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
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가우먼!?"
하사웨이는 적 모빌 슈츠의 그림자를 잡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빔 라이플을 단속
적으로 연사해가며 빔 샤벨도 휘둘렀다. 하사웨이는 기체를 좌우 그리고 위쪽으로
이동 시켰다. 무선을 발신했다.
"가우먼! 배신인가, 아니면 인질인가! 대답하라!"
방금 들었던 것을 환청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가우먼이 렌이 조종을 방해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해서 그가 배신했을 것이라고는 생각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하사웨이는 적 파일럿에 대해 견제하려는 속샘으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일순 구름이 흐르며 그 끝을 쫓듯 페네로페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일 정도의 거리까
지 가까워 졌다.
"........방패라고! 내가 너희들의 동료를 사용해서 방패로 사용하는 남자로 보
이나!"
그것은 믿기 힘든 반응이었다. 하사웨이는 렌의 물어뜯을 듯한 발언에 질려버렸
다.
"그렇다면 풀어줘라. 그렇게라도 한다면 믿어주지! 비열한놈!"
하사웨이는 건담의 빔 샤벨을 휘두르며 위협했다.
바웅!
페네로페도 빔 샤벨로 응수했다.
"상관 없습니다. 이런 신형은 지금 해치워 버려야 합니다!"
격투전 속에서 가우먼의 절규가 멀게 들려왔다.
"페네로페 파일럿, 렌! 인질을 잡지 않으면 싸우지도 못하는 얼간이었구나!"
"내 이름을 알고있어!?"
"네놈 정도의 남자가 할 수 있는것은 결국 그정도 뿐이었군."
"풀어주마! 대령님의 명령때문에 태우고 있는 것 뿐이다! 이런 녀석쯤은 없어도
페네로페는 이긴다!"
"풀어준다고?"
빔 샤벨의 빔끼리 격돌하고서는 그곳에서 발생하는 스파크가 수퍼 소닉을 발생 시
켰다. 그 쇼크 웨이브와 비슷한 파동이 양쪽 기체를 유린했다. 그리고 또한번의 격
돌, 그리고 몇번정도의 빔 샤벨 끼리의 격돌...... 하사웨이의 반문이 끝나기도 전
에 페네로페가 후진을 하며 빔 라이플의 위협사격을 걸었다. 그 사이 페네로페의
콕핏 햇치가 열린듯 했다.
"이렇게다! 받아라!"
하사웨이의 헤드폰에 렌 에임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뭐!?"
하사웨이는 페네로페 앞부분의 이변이 일어난 것을 알고 리얼 디스플레이를 확대
했다. 페네로페의 햇치에서 작은 빛이 낙하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뛰어내린
것인가?
"가우먼!?"
하사웨이는 그것이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낙하하고 있는 빛으로 접근하
는 수 밖에 없었다. 기체를 뒤로 눕힌체로 사람이 낙하하는 속도에 맞춘다. 그러면
서도 실드를 전면에 내세워 빔 라이플을 상공의 페네로페와 맞추었다.
'하지만, 괜찮을거야.....'
그런 확신이 있었다. 그 정직함, 실전의 교활함을 모르는 젊은이라면 자신이 한
말에는 책임을 질 것이었다. 좋은 청년이었다. 빛은 가우먼의 가슴에 붙어있는 회
중전등의 불빛이었다. 그는 마치 스카이 다이빙을 하듯 좌우로 펼친 사지로 자세
를안정 시키며 낙하하고 있었다. 수갑은 풀려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렌 에임이라는
젊은이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하사웨이가 콕핏을 열고 열자니 푸슛하며 풍
압이 몸을 내리 눌렀다. 하사웨이는 풍압을 거스르듯 좌우의 컨트롤 레버를 조작
했다.
(그림1)
가우먼 가슴의 가느다란 빛이 그 상공에 위치했다. 하사웨이는 건담의 서치라이트
를 켜고선 그 빛 안쪽으로 가우먼을 잡아두었다. 이 대로라면 좌우편의 모빌 슈츠
들에게 공격 목표가 되어버린다.
"............!?"
그 생각에 대답이라도 하듯 몇발의 빔이 상하좌우를 스쳐 지나간다. 페네로페에서
발사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만둬! 지금은 공격하지 마랏!"
렌 에임의 목소리가 하사웨이의 귀를 때렸지만 그 순간 하사웨이는 연방군 주파수
대역에 맞추어진 무선을 끊어버렸다. 미노프스키 입자의 영향으로 그 소리가 신경
에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가우먼의 빛 너머, 페네로페는 좌우로 크게 움직이며 연
방군기를 저지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사웨이는 그런 그의 지나친 정정당당함에 고
맙게 여기면서 여기서 격추당해도 그건 그것대로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것
은 운명이라서가 아니라 좋은 적을 앞에두고 있어서라는 느낌이었다. 단지 좀더 성
장한 렌 에임이라면 더욱 좋았을 것 이었다. 가우먼은 건담의 서치라이트 안에서
위치를 고정시키고자 했다. 사지를 쭉 펴고 몸에 힘을 주었다. 상대속도를 영으로
만들 시간은 없었다. 하사웨이는 사승을 걸고 가우먼이 시계의 정면으로 들어오자
더욱 가속을 걸었다. 그 사이 가우먼을 해치의 중앙에 고정했다.
".............."
가까워졌던 가우먼이 순간 아래쪽으로 흘러가버렸다. 기체가 아래서에 받치듯 올
라왔기 때문에 가우먼이 있는 위치에 난기류가 형성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그의 몸
이 하사웨이의 시선 아래쪽으로 흘러갔다.
".........가우먼!?"
하사웨이는 건담 어깨의 버니어를 점화시켰다. 주르륵 하며 가우먼의 몸이 밀어
올려져 하사웨이의 시계 위쪽으로 흘러갔다. 콕핏의 천장 디스플레이에 부딛친듯
했다.
".........!?"
하사웨이는 햇치를 닫았다. 가우먼이 왼쪽 디스플레이를 가리듯 가로로 누웠다.
"갸핫!"
그는 신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를 질렀다.
"이제부터가 지옥이야."
하사웨이는 그렇게 말하며 페네로페를 찾았다.
"그런것 같군......"
가우먼은 하사웨이의 시트 등뒤로 들어가 시트의 지지대에 몸을 밀착시켰지만 제
대로 몸을 고정 시키지는 못했다. 만약 이상태로 격투적이 되어버리면 가우먼은 콕
핏 안에서 이리저리 튕겨 치명상을 입을 지도 몰랐다.
"기다려준것은 관용이 아니었다! 민간단체에서는 복제품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것
을 알려주지. 미노프스키 크래프트의 모빌 슈츠는 이쪽이 마더 머신이란 것을 각인
시켜 주겠어!"
렌은 그렇게 읍조리고선 연방군기가 켓사리아로 돌아가는것을 확인했다. 이정도로
시간을 주었으면 저 본적없는 모빌 슈츠는 가우먼을 태우고 어쨋든간에 싸울 준비
는 되었을 것이라고 렌은 생각했다. 그 이상의 걱정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적대하
고 있는 상대였던 것이었다. 무장도 페네로페와 동등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데
다가 복제라는 것은 그 능력은 페네로페와 동등 혹은 상위라고 각오할 필요가 있었
다. 렌은 건담의 서치라이트가 사라진 공역을 확대 모니터를 이용해 색적을 하며
페네로페의 빔 라이플을 정면으로 향했다. 허리의 미사일은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하사웨이는 건담을 계속 낙하 시켰다. 그 때문에 가우먼은 시트 등받이에 매달리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사이 가우먼은 어떻게든 3개의 벨트를 이용해 등받
이를 앞으로한 모습으로 몸을 고정시켰다.
"한번에 해치우고싶다. 가능할지......"
"해보면 되잖아."
가우먼은 시트 지지대에 몸을 걸쳐 몸이 눌리는 것을 견디어 내며 신음성을 토해
냈다. 하사웨이는 가우먼의 목소리를 뒤로하며 페네로페의 항적의 섬광을 보았다.
"온다......!?"
하사웨이는 낙하하면서도 후진자세를 유지한 체로 가속을 걸었다. 고도는 300m까
지 내려갔다.
"웃............!"
가우먼의 신음소리는 무시 할 수 밖에 없었다. 페네로페 항적의 일부로부터 팟하
는 섬광이 보였다. 건담은 더욱 가속을 걸었다.
슈슝!
몇발의 미사일 섬광이 세로로 건담을 쫓아왔다. 건담의 고도는 아직까지 내려가고
있었고 바다위 100m까지 도달했다. 건담은 누워있는 자세 그대로였다.
"빨라!"
렌이 순간적으로 가속을 걸었기 때문인지 급속하게 고도가 떨어지는것을 알 수 있
었다. 앞으로 몇초후 해수면에 격돌한다. 공격은 앞으로 한번정도 밖에 가능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또한번 색적후 공격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귀찮은 일
이었다. 전투가 길어지면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지 알 수 없었다. 전투국면은 적어
도 한번에 결정지어야 하는것이 철칙이었던 것이었다. 미사일이 해면과 격돌해 하
얀 물기둥을 세우는것이 보였다. 그 조금 앞에 적 모빌 슈츠의 질주하는 테일 노즐
의 섬광이 보였다. 그 섬광의 뒤쪽으로 하얀 궤적이 그려졌다. 적 모빌 슈츠가 비
행하며 해수면위에 하얀 포말을 남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바보같은 놈!"
저런 모습을 보이면 조준하기가 쉬워진다. 렌은 빔 라이플의 일격으로 결판을 지
을 생각이었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빔 라이플의 조준을 그 하얀 흔적 앞,
상정 코스 위를 가로질러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적 모빌 슈츠는
더욱더 가속을 걸었다. 팟하는 빛을 보이며 앞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빛
은 언뜻 보기에 적 모빌 슈츠 테일 노즐의 섬광으로부터 멀어지듯 전진해 해수면위
로 그 빛을 비추었다. 공격으로 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듯이 보였다.
"............!?"
놓칠소냐, 라는 확신과 더욱 더 빨라지는 가속에 동요하면서도 렌은 빔 라이플을
연사했다. 마지막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빔 라이플의 빔은 파선상의 선이 되어 그
적의 빛을 쫓아 폭발의 화구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작은 불빛이었긴 했지만 폭발에
의한 빛이란것은 틀림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렌 에임은 생
각도 하지 못했다. 어쨋든간에 적 모빌 슈츠가 어째서인지 페네로페를 바로 앞에
나타나 끝을 느끼지 못할 만큼의 미사일을 쏟아부은후 후퇴했던 것이다.
"웃.......!?"
이유따위는 알지도 못했다. 폭음, 빛의 난무, 격진. 그것이 진정되었을 때에 렌은
검은것에 둘러쌓여, 이번에는, 격진이 어둠속에서 렌을 덮쳐왔다.
"........뭐지!? 뭐야?"
의식이 회복되는 것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알지 못했지만 전신에 퍼지는
아픔속에서 아직 살아있는 자신에게 고마워했다. 그렇다, 바로 자신에게 고마워 했
던 것이다. 운이라든가 신이 아니었다. 그것이 렌이었다. 살아있는 것을 알고나서
는 허리 벨트를 풀고 파일럿 슈츠 헬멧 라이트의 스위치를 올렸다. 죽어버린 리얼
디스플레이 화면이 검게 빛날뿐 콘솔 페널의 표시는 회복 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
았다.
"당한건가........결정타를 날렸다고 생각했는데......"
렌은 분한 마음도 잊은체 어떻게 당했는지 추정해보려고 바아에 떠있는 듯한 페네
로페에 몸을 맡겼다. 상하감각으로 추정해볼때 앞부분 콕핏 햇치는 아래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맞춘것은 모빌 슈츠가 아니었어....뭐였지.....? 그 사이, 그 본적없는 모
빌 슈츠가 나에게 접근해서 미사일을 퍼부었다........."
렌은 머리를 격하게 흔들고선 콕핏 상황을 확인했다. 햇치 부분을 딛고서서 파일
럿 슈츠의 생명보조장치를 채크했다. 해상전투용의 서바이벌 세트를 끄집어 내고선
햇치를 열려고 했지만 자동으로는 열리지 않았다.
"칫!"
그 후, 렌 에임은 매뉴얼 조작으로 햇치를 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선 결국 햇치를
폭발시켜 콕핏에서 탈출했다. 페네로페의 기체는 긴급용 공기장비로 어찌되었든 바
다위에 떠 있었고 렌은 그 기체의 등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다. 그것이 렌 에임의
두번째 실전 결과였다.
* * * * * * *
전투공역을 이탈한 하사웨이와 가우먼의 크스이 건담은 저공비행인체로 지원선 발
리언트에 접촉해 그 기체를 수용했다.
"빔 라이플이 없군."
메카닉맨인 맥시밀리언 니콜라이가 의하한 얼굴로 하사웨이에게 물었다.
"더미로 써버렸어. 건담 대신에 페네로페에게 저격당했지. 일격이탈로 끝내지 않
았다면 난 죽어버렸을거야. 하사웨이의 기지가 제대로였어."
가우먼은 이제야 자유가 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설명했다.
"어떤식으로?"
"빔 라이플을 발사해서 날린 것 뿐이야. 해수면 바로 위로 아슬아슬 하게 날아간
덕분에 빔의 빛이 크게 보였던 거지. 적이 그걸 저격한사이에 접근해서 미사일 집
중공격을 걸었어. 하지만 완전히 끝장내진 못한 것 같아."
"아아....그거 좋은 생각인데?"
에메랄다는 머리를 흔들며 방글방글하는 모습으로 칭찬해주었다. 그녀는 레이몬드
에게 무르게, 하사웨이에게는 그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누나인척 하는 버릇이 있었
다.
"몸에 이상이 없다면 이대로 오웬베리 정찰에 나간다. 알고있지?"
"물론........선장은 그럴샘이야. 맥시밀리어이 능력을 보여주겠지."
이라무 마사무는 어찌되었든 건담을 회수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지금은 아무 할말
도 없다는 얼굴이었지만 맥시밀리언은 달랐다.
"맥스의 일에는 문제가 있는거군요?"
에메랄다가 자신의 멧사쪽으로 이동하는 것과 엇갈리게 케리아 데스가 브릿지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아아.....케리아, 합류했었구나?"
"응, 홍콩에서 돌아오는 것 쯤은 우주에서 내려오는 것 보다 간단하니까요."
그녀는 하사웨이를 홍콩에서 마중하기 위하여 출동 했던 것이었다. 사랑스러운 웃
음이라는 말은 그녀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의 여성이었다.
하사웨이와는 동갑이었다. 아주 짧은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지만 뒤에서 보아도 남
자로 착각할 일은 없었다.
"......카고 피사에 넣어두었던 보조부품은 반정도 밖에 회수하지 못했어요."
"그래......? 에메랄다가 피사의 기수를 부셔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지 뭐...."
"그렇게 하라고 하사웨이가 그랬잖아?"
케리아는 파일 밑으로 감추듯 들고있던 드링크제를 하사웨이에게 건냈다.
"고마워. 설마 빔 라이플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겠지?"
"으음, 어떨까요?"
악동같은 미소를 보일때에 그녀자신이 기분이 좋다는 증거이기도 했지만 그 뒤에
다른 감정을 숨기고 있을때도 그런 모습을 보였다. 하사웨이는 드링크제를 마시며
"케리아는 언제나 그래........."라고 말하곤 그녀가 무엇을 생각 하고 있는지 추
측해 보려고 했다.
".........오웬베리 정찰은 제쳐두고서라도 킴벌리의 전력은 얕볼 수준이 아니에
요?"
"장군은 뭐라고 하시는데?"
"속행의 예정말이죠? 죽어버린 관료의 보충을 보고 있어도, 지구연방정부에는 혁
신을 일으키자는 의사같은 것은 전혀 보이질 않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조금더있으면 스페이스 노이드 전체에 지구연방정부를 찔러 올리
는 운동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은 있는데......."
그녀는 어깨를 하사웨이에게 부딛치며 핸드레일에 몸을 기댔다.
"............?"
"기기 안대르시아라고 했던가요? 재미있었나요?"
"........? 묘한 여자아이였어......"
하사웨이는 케리아의 미소 저편에서 여성의 향기를 느끼곤 몸을 돌리려고 했다.
이곳에도 하사웨이의 마음을 조르는 여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인 하사웨이의 실
패라고 할 수 없는 것도 아닌 여성이었다.
".............퀘스 파라야를 떠올렸나요?"
"그만둬, 말하지마."
하사웨이는 케리아에게 등을 보이려고 했지만 케리아의 어깨는 하사웨이의 등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
"결국, 바람둥이라니까....."
케리아의 입술이 하사웨이의 귀를 깨물듯 그렇게 속삭였다.
"렌은 무사한건가요?"
"음, 기체의 손상으로 봐서는 기적적인 생환이었지. 이것도 기기가 있어준 덕분이
야. 내 감은 틀림없어. 넌 행운의 여신이야."
"그래요? 잘 모르겠는 걸요....."
"네가 혼자서 살 수 있었던 것도 강한 운을 타고났기 때문이라는 증거야. 난 그것
에 걸겠어......."
"하지만 저에게도 예정이란게 있어요. 몇일 후에는 홍콩으로 떠날거에요."
"그건 그것대로 좋아. 그때까지는 오웬베리쪽을 정리할태니까."
"저도 떠날준비도 해야하고요.........그렇지 않으면 백작님에게 드릴 말씀이 없
잖아요?"
"그야 알고있어. 사람에게는 부여된 임무라는게 있으니까. 귀찮은 일이야."
"그래요. 의무....로군요."
"살아가기위한.....그래도 조금쯤은 더하고 붙이면 기분 좋지않아?"
"저는, 그정도로 사는것에 집요하진 않다고요?"
기기는 하사웨이의 일을 묻고 싶다고 자신의 얼굴에 써 있는것은 아닌지 내심 걱
정하면서 석양에 눈동자를 향하고선, 빠져들듯 석양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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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22 끝났습니다.
덧말. 예정보다 늦었습니다. 미치도록 바쁜 나날이 계속되니 어쩔 수 없군요.
덧말. 역시 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색한 문장이나 오타가 많습니다.
덧말. 양해바랍니다......(몸서리치게 바쁜 일상이라...ㅜ_ㅜ)
덧말. 드디어 上편 끝났습니다. 다음 부터는 中편.
덧말. 뉴 타입은 바람둥이라더니...벌써 네명이나.....
덧말. 몸서리쳐지도록 부럽군요...ㅜ_ㅜ
덧말. 그림은 카페에서...^^
memories 2005. 3. 2
senkou no hathaway chapter.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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