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함이 감도는 숲을 벗어나자 광활한 풍경이 펼쳐졌다.
푸르게 물든 밤하늘과 달빛을 내리받아 기저가 환히 보이는 광대한 협곡.
협곡 아래에는 인간이 지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우거진 탑의 정글이 세워져 있었고
그 탑들은 너무나도 높아서 일찌감치 협곡을 벗어나 더 높은 곳을 향해 솟아 있었다.
이 협곡은 일찍이 사신이 기거하는 곳으로 알려져 몇몇의 괴짜들을 제외하면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지역이었지만
로즈베리 론은 괴짜가 아니었고, 또한 그는 사신에게 흥미가 없었다.
로즈베리 론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컸고, 유성이라고 하기엔 반대로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는 그것이 보였다.
감히 사신의 영토를 침범하고도 수천년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절망의 탑, 이른바 제네시스였다.
제네시스는 폭풍을 등진 채 검푸른 면에 포물선을 그리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서둘러야 겠군..' 가면 속에서 로즈베리 론의 어두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청면수라 님."
제네시스가 적운 너머로 사라지자 단원 한명이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라즈 님이 살해당하셨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즈베리 론이 차가운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
로즈베리 론은 물에 탄 듯 술에 탄 듯 한동안 말이 없었으나 단원들은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배려는 오히려 복잡했던 로즈베리 론의 머리를 냉정하게 만들어 주었다.
긴 정적이 종지부를 찍고, 마침내 로즈베리 론이 수심을 가득 담아 입을 열었다.
"서둘러야겠군.."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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