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 배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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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가 빛의 감시자가 되기까지, 그 여정의 맨 처음은 어둠에서 시작되었다. 검은 안개에서부터…
세나가 검은 안개를 처음 마주한 것은 어릴 때였다. 먼 곳에서 일어난 해로윙 때문에 난파한 배가 세나의 고향 섬 해안가로 밀려온 것이었다. 잔해 속에 있던 검은 안개가 생명체와 접촉하자 꿈틀꿈틀 일어났고, 뒤이어 망령들이 쏟아져나왔다. 세나와 섬 주민들은 근처에 있던 어느 빛의 감시자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공격 이후 검은 안개는 기이하게도 세나를 따라다니게 되었다.
세나는 검은 안개라는 저주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검은 안개의 공포는 끊임없이 세나를 뒤쫓았고, 어둠은 마치 살아 있는 불꽃에 이끌리는 죽어가는 나방처럼 그녀를 따라다녔다. 어둠이 언제 자신을 습격할지, 세나는 결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둠이 자신을 습격하지 않을 때는 오히려 더 끔찍했다. 그림자가 눈에 보일 때마다 그 속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세나를 구해준 빛의 감시자는 유리아스라는 이름의, 오랫동안 파수꾼 일을 해온 무뚝뚝한 남자였다. 유리아스 역시 왜 검은 안개가 혼자 지내던 소녀를 따라다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세나가 살아남을 것이며, 그러려면 안개와 싸우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나는 유리아스를 따라 빛의 감시자가 되었다. 빛의 감시단은 검은 안개의 근원지인 축복의 빛 군도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유서 깊고 성스러운 결사단이었다. 세나는 유리아스에게 받은 유물석 총의 사용법을 익혔고, 자신의 영혼을 빛으로 쏘아내는 법을 터득하여 어둠을 물리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세나는 유리아스의 다소 퉁명스러운 지도를 받으며 성장했고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점점 더 편해졌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늘 거리를 두었다. 사람들과 가까워졌다가 검은 안개가 다시 나타나면 그 사람들만 상처를 입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세나는 한 군데에 너무 오래 머무를 수도 없었다. 세나와 유리아스는 자신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결국은 검은 안개에 둘러싸이게 되는 것을 보아야만 했다. 결국 유리아스마저 죽자, 세나는 이제 어느 누구와도 다시는 가까워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세나는 유리아스의 마지막을 그의 가족에게 알리기 위해, 데마시아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데마시아에서 그녀는 유리아스의 아들 루시안을 만났다. 루시안은 유리아스를 위한 철야 추모제에 같이 가게 해달라고 부득부득 우겼다. 사실 세나는 루시안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이상하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금껏 쌓아올렸던 마음의 벽이 이렇게 완강하고도 유머 감각과 애정이 넘치는 사람에게는 소용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루시안이 있을 자리는 빛의 감시자이자 세나의 곁이고, 세나가 있을 자리는 루시안의 곁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나란히 빛의 감시자 일을 할수록 두 사람의 연대감은 깊어만 갔고, 세나는 깨달았다. 자신이 쌓은 마음의 벽은 무엇을 들여놓지 않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들이느냐에 그 가치가 있음을. 하지만 루시안은 세나를 사랑하면 할수록 그녀를 저주에서 풀어주고 싶다는 욕망도 커져만 갔다. 결국에는 그것만이 루시안이 집중하는 일이 되었고, 그 욕망만이 그의 눈에서 총으로 뿜어져나오는 빛이 되었다. 세나는 이전에는 세상을 사랑으로 보던 루시안이 이제는 세상을 슬픔으로 보는 것을 알아차리고 걱정과 경계가 앞섰다.
어느 날, 치료법을 찾고 있던 세나와 루시안은 끔찍한 악령 쓰레쉬를 마주하게 되었다. 대몰락과 세나의 저주에 얽힌 수수께끼의 해답에 너무나 가까워져 있던 터라, 루시안은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세나가 쓰레쉬와 남편 루시안의 사이로 뛰어드는 순간, 쓰레쉬의 사슬이 허공을 가르며 세나에게 날아왔다. 그 끝에 달린 낫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루시안의 얼굴에 떠오른 비통한 표정을 목격하는 것이었다. 세나는 마지막 숨을 짜내어 루시안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치명상을 입고 자신이 목숨을 잃었음을 안 순간, 세나는 오히려 아주 희미하나마 희망을 느꼈다. 지금껏 평생 동안 검은 안개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검은 안개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세나는 검은 안개를 타고 쓰레쉬의 랜턴 속 어둠으로 들어가,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세나에게 걸린 저주가 세나가 구원을 받을 유일한 기회가 된 셈이었다.
루시안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안식을 주려고 몇 년을 방황하는 동안, 세나는 망령의 감옥을 탐색했고 자신에게 걸린 저주의 근원이 바로 생명임을 알게 되었다. 세나의 몸 속에서 반짝이는 생명의 불꽃은 그 누구보다도 밝았다. 그래서 해로윙으로 인한 잔해와 처음 조우했을 때 검은 안개가 세나를 파고든 것이었다. 바로 그때 세나는 강력하면서도 절대 스러지지 않는 어느 영혼과 접촉하여 비정상적인 생명력을 받았다…
검은 안개가 절대로 놓지 못하는 것은 바로 생명이었기에.
세나는 이 힘을 이용하여 검은 안개를 자신의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고, 랜턴 속 다른 사람들을 붙잡고 있던 검은 안개의 힘을 끊어버릴 수 있었다. 세나가 해방시킨 영혼들 중에는 대몰락의 원인과 세나에게 걸린 저주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사랑에 대해 오래 전 소멸된 지식을 알고 있는 빛의 감시자들도 있었다.
루시안이 부서진 권총을 랜턴에 박아넣어 랜턴 속 영혼들이 겪는 고통을 끝내려 했을 때, 세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세나는 다른 영혼들에게서 끌어낸 검은 안개로 감싸인 채 탈출했다. 세나는 저주 때문에 죽었지만, 또한 저주 때문에 살아 있기도 했다. 이제 세나가 휘두르는 유물석 총은 죽어간 빛의 감시자들의 무기를 모아 벼려서 만든 것으로, 빛과 어둠을 같이 내뿜을 수 있게 되었다.
세나는 더 이상 검은 안개를 피해 도망칠 필요가 없고, 검은 안개 속 영혼들의 괴로움과 번뇌를 잘 알고 있다. 세나는 비록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그 영혼들의 검은 안개를 자신의 몸 안으로 끌어들여 영혼들을 해방시키고, 어둠으로 어둠을 처단한다. 망령으로 변신하여 자신의 죽음을 감싸안을 때마다 자신이 싸우는 존재와 비슷해지지만, 자신을 감염시킨 생명 덕분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세나와 루시안의 사랑은 죽음을 뛰어넘어 살아남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세나의 거듭남이 가져온 결과를 직면해야 한다. 세나는 두 사람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랜턴 속에서 알게 된 비밀의 지식이다.
몰락한 왕을 찾아라.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제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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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안이 어릴 때부터 품었던 소망은 단 한 가지, 아버지 유리아스처럼 빛의 감시단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유리아스는 검은 안개의 망령들로부터 살아 있는 존재들을 지키기 위해 루시안을 데마시아의 집에 남겨두고 머나먼 땅을 하염없이 돌아다녔다.
유리아스는 집에 있을 때면 아들 루시안에게 갖가지 모험담을 원 없이 들려주었다. 용기와 기발한 머리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들. 루시안은 아버지 입에서 나오는 낱말 하나하나를 놓칠세라 귀를 기울였고, 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룬테라 사람들을 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하지만 유리아스는 아들이 자신의 뒤를 따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이 택한 이 위험한 삶이 가족에게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루시안은 언젠가는 아버지 곁에서 수습생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대신 루시안은 데마시아에 살면서 점점 더 데마시아라는 왕국의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루시안의 마음을 특히 괴롭혔던 사실은, 데마시아가 평화롭게 살고 있던 마법사들을 황량한 오지로 추방해 버리는 것이었다. 루시안은 추방당하는 마법사들의 위험한 여정을 지켜주었고, 그 일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다른 데마시아인들은 마법사들을 추방해야 마땅한 사람들이자 선한 세상을 악으로 물들이는 존재로 보았지만, 더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을 접한 루시안에게는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로만 보였다.
그런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루시안의 집 앞에 낯선 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빛의 감시자 세나라고 소개했다. 손에는 유리아스가 남긴 권총을 고이 들고 있었다. 세나는 루시안의 아버지가 오래 전에 죽은 검은 안개의 망령들과 싸우다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세나는 유리아스의 수습생으로 오랫동안 곁에서 함께 싸웠다고 했다.
루시안은 몸과 마음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도 소식이었지만, 눈 앞에 서 있는 여자가 자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꿈꿔왔던 삶을 살았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세나가 떠나려 할 때, 루시안은 그녀를 멈춰세우고 자신도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루시안은 자신이 이제부터 할 일이 사망한 파수꾼을 위한 철야 추모제에 동참하는 것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세나는 주저하다가 루시안의 동행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길을 가면서 각자 유리아스와 보냈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세나는 꾸밈없고 솔직한 경험담으로 루시안에게 위안을 주었고, 루시안은 애정 어린 추억담으로 세나의 슬픔을 덜어주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데마시아 땅에서 멀리 떨어진 유리아스의 출생지에 도착했고, 사망한 파수꾼을 위한 철야 추모제를 올렸다.
추모제를 마친 루시안과 세나가 자리를 뜨려 할 때, 해안으로 어두컴컴한 구름이 밀려들어오더니 그 안에서 망령들이 튀어나와 두 사람을 습격했다. 루시안은 두려움에 온몸이 굳었으나, 세나는 별반 동요 없이 총을 뽑았다. 그런 광경에 익숙해진 것은 세나의 삶에 내려진 음울한 저주 때문이었다. 세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디를 가나 검은 안개의 촉수가 따라다녔고, 어디에서든 오래 머물기만 하면 그 참혹한 공포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식이었다.
세나에게 덤벼든 망령이 세나의 손에서 유리아스의 권총을 낚아채 떨어뜨렸다. 루시안은 얼른 아버지의 권총을 집어들었다. 순간 눈앞에 자신의 운명이 펼쳐졌다. 가슴에 품었던 슬픔이 불꽃처럼 뿜어져나와 한 줄기 빛이 되었고, 권총을 통해 발사되어 망령의 시선을 끌었다. 덕분에 세나는 놈을 처치할 수 있었다. 세나는 남은 망령들을 물리쳤고, 두 사람은 무사히 그곳을 벗어났다. 하지만 검은 안개는 여전히 그녀의 자취를 추적할 것이었다.
지금까지 정식으로 훈련을 받지 않고 빛의 감시자의 유물 총를 발사할 수 있었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루시안은 처음으로 세나에게 자신이 빛의 감시단의 일원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었다.
결국 세나는 루시안에게 유리아스의 권총을 넘겨주었고, 빛의 감시자로서 익혀야 할 각종 전술과 신조를 가르쳐 주었다. 루시안은 배운 것을 고스란히 체득했다. 둘 사이에는 느리나마 연대감이 형성되었다. 루시안의 따뜻한 성격과 남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은 세나의 절제력이나 불굴의 결의와 더할 나위 없는 균형을 이루었다.
루시안과 세나는 검은 안개에서 쏟아져나오는 사악한 존재들을 수도 없이 물리쳤고, 그러면서 서로를 의지하는 마음은 사랑으로 발전했다. 루시안은 세나가 가진 능력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세나가 짊어진 저주도 점점 더 자주 목격했다. 전투를 치를 때마다 루시안은 강해졌고, 세상을 빛과 그림자, 선과 악으로 나누게 되었다. 그는 세나를 치유해 주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점점 더 무모한 열정을 지닌 십자군처럼 행동하게 되었다.
어느 날, 치료법을 찾느라 오래 전에 잊혀진 어느 지하 창고를 뒤지던 두 사람은 쓰레쉬라는 무시무시한 망령의 습격을 받았다. 악귀처럼 잔혹한 ‘지옥의 간수’ 쓰레쉬는 위험천만한 적수였다. 세나는 일단 물러난 다음 태세를 가다듬자고 말했지만, 루시안은 후퇴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하지만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든 루시안을 쓰레쉬는 가볍게 제압했고, 그 순간 루시안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그때 세나가 돌진하는 쓰레쉬를 가로막으며 루시안에게 도망치라고 외쳤다.
흙먼지가 가라앉자, 세나는 시신이 되어 루시안의 발밑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영혼은 쓰레쉬가 들고 다니는 섬뜩한 랜턴 안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세나의 희생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그 이후 루시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전까지의 루시안과는 껍데기만 닮았을 뿐, 그 속에는 오직 분노와 비통함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의 권총과 세나의 권총을 휘두르며, 루시안은 쓰레쉬를 찾아 몇 년이나 룬테라를 떠돌아다녔다. 쓰레쉬의 랜턴을 부수고 그 속에 갇혀 고통받는 연인에게 안식을 선사하겠다는 희망에서였다. 마침내 희망을 실현할 날이 왔고, 루시안은 랜턴을 산산조각냈다. 하지만 세나는 영원한 안식을 찾은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났다.
루시안과 세나의 사랑은 죽음조차도 갈라놓지 못할 만큼 끈끈하다. 루시안은 이전과 달라진 세나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면서 자기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전의 자신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편,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는 어둠의 힘 덕분에 세나가 자신의 곁에 있다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세나는 새로운 사명을 품고 돌아왔지만, 루시안은 여전히 쓰레쉬를 찾아 제대로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지옥의 간수’ 쓰레쉬의 교묘한 책략이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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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무시무시한 악령으로만 알려져 있는 쓰레쉬는 과거에는 약간 문제가 있기는 해도 평범한 사내였다. 역사조차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 전 옛날, 쓰레쉬는 비전 지식을 수집하여 보관하는 사명을 띤 어느 결사단의 하급 관리인이었다. 이 결사단은 축복의 빛 군도에 있었고, 축복의 빛 군도는 마법의 힘이 서린 하얀 안개에 둘러싸여 바깥 세상의 눈에 띄지 않은 채 보호받고 있었다.
결사단의 상급자들은 쓰레쉬가 오랫동안 결사단에 봉사했던 사실을 인정하여 헬리아 시 땅밑에 숨겨진 지하 창고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겼다. 지하 창고에는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유물들이 비밀리에 잔뜩 보관되어 있었고, 자물쇠와 열쇠로 잠겨 있었다. 쓰레쉬는 놀라울 정도로 의지가 강하고 꼼꼼한 성격이었기에 이 일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무렵에도 쓰레쉬 주변의 단원들은 그가 잔혹한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았지만—바꿔 말하면 쓰레쉬의 짓이라고 할 만한 희생자는 없었지만—, 이 당시에도 이미 많은 단원들이 쓰레쉬와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았다.
쓰레쉬가 지하 창고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게 되자 다른 단원들과는 더욱 멀어지게 되었고, 자신이 받아 마땅하다고 믿는 주변의 인정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어둠 속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몇 년으로 늘자, 어둠이 차츰 쓰레쉬의 정신을 좀먹어 들어갔다. 끝에 랜턴을 매단 장대를 들고 기나긴 창고 복도를 순찰하는 지루한 업무를 반복하는 동안, 억울한 심정과 시기심은 늘어만 갔고 결사단에 느끼는 분노도 커져갔다.
그러던 쓰레쉬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광기에 미쳐버린 어느 왕의 군대가 축복의 빛 군도를 감싼 안개를 뚫고 들어와 군도 해안가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었다.
뒤이어 왕의 군대는 군도 전체를 유린했고, 쓰레쉬는 남몰래 그 학살극을 반겼다. 왕은 죽어버린 왕비의 생명을 되살리는 일에 집착하고 있었고, 쓰레쉬는 전설로만 전해지던 생명의 정수가 있는 비밀 지하 창고를 왕에게 알려주었다.
결사단에서도 가장 고위층에 속하는 단원 외에는 그 창고에 들어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엄중하게 보관되던 생명의 정수였다. 왕의 최정예 전사들을 창고 앞으로 안내한 쓰레쉬는 그 신성한 장소를 지키던 단원들이 눈 앞에서 쓰러져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야말로 오래 전부터 자신이 가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가지게 되었다는 확신에서였다.
왕이 생명이 빠져나가 버린 왕비의 시신을 생명의 정수에 담갔을 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말할 수 있는 이는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그 후폭풍으로 일어났던 일은 룬테라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어둠의 에너지가 모든 것을 파괴할 듯 강력한 폭풍의 파도가 되어 터져나왔고, 헬리아 시를 순식간에 삼켜버린 것도 모자라 축복의 빛 군도 전체로 빠르게 퍼져갔다. 이전까지 군도를 감싸고 있던 하얀 안개는 시커멓고 포식자처럼 광포한 안개로 변해버렸다. 폭풍파가 지나가는 길에 있던 모든 생명체는 순식간에 스러졌고, 그 영혼들은 검은 안개 속에 갇혀 오도가도 못한 채 삶과 죽음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끔찍한 망령이 되어버렸다. 쓰레쉬 자신도 맨 처음 망령이 되어버린 영혼 중 하나였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 잔혹한 운명에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동안 쓰레쉬는 이제야말로 자신의 가학성을 마음껏 충족하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흉측하고 잔인한 악령이 되어버린 쓰레쉬는 지하 창고에서, 나아가 군도의 대몰락에서 빠져나왔고, 보복을 당할 우려 없이, 언젠가는 수명이 다할 것이라는 염려도 없이, 남을 고문하고 괴롭힐 수 있는 기회를 한껏 누렸다.
몇 십 년, 그리고 몇 백 년이 지나면서 쓰레쉬의 외양도 서서히 바뀌어, 그 가슴 속에서 영원히 곪아가고 있는 악의와 잔혹함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러면서 쓰레쉬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검은 안개에 갇힌 다른 영혼들 중 살아 있을 때의 자아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심지어 헤카림이나 레드로스 같은, 외부의 침입자들 중 가장 강한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쓰레쉬 자신은 예외였고, 더구나 그의 힘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자신보다 약하다고 여기는 영혼들을 괴롭히고 싶다는 악의에 가득 차 있는 쓰레쉬가 가장 좋아하는 희생물은 자신이 괴롭혔을 때 가장 고통을 많이 받을 사람들, 즉 의지, 적응력, 또는 신념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쓰레쉬는 상대의 두려움과 약점을 차근차근 알아나가고 이를 이용하여 상대를 끝까지 괴롭히는 방식으로 되도록 서서히 상대를 파괴시키는 방법을 썼다. 그리하여 상대의 삶이 완전히 망가진 후,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빼앗은 후, 목숨을 이어가야 할 어떤 의미도 없어지고 마지막 희망의 불꽃도 꺼져버린 후에야, 쓰레쉬는 갈고리 쇠사슬을 끌어당겨 상대를 영원히 손아귀에 넣었다.
하지만 쓰레쉬의 마수에 잡힌 상대는 죽은 후에도 자비로운 안식을 누릴 수 없었다. 쓰레쉬는 상대를 처치한 후 그 영혼을 몸에서 끄집어내어 저 악명 높은 랜턴에 가두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랜턴에 갇힌 영혼은 자신이 쓰레쉬의 약탈물이라는 사실에 언제까지나 괴로워해야 했다.
지금까지 쓰레쉬의 잔혹한 마수에서 벗어난 영혼은 딱 한 명뿐이었다.
저 가증스러운 ‘빛의 감시자’ 중 하나인 세나는 오래 전 사람들에게 잊혀진 어느 으스스한 지하 창고에서 쓰레쉬와 마주쳤고, 헛되이 목숨을 잃었다. 그 바람에 정신이 나가버린 세나의 남편 루시안은 쓰레쉬를 찾아 몇 년을 헤매다녔고, 그 일에 집착한 나머지 슬픔과 분노에 거의 잠식당해 버렸다. 이제 루시안은 쓰레쉬에게 아주 맛있어 보이는 먹잇감이었다.
하지만 쓰레쉬가 드디어 루시안의 영혼을 거두려는 순간, 복수심에 찬 일격이 쓰레쉬의 랜턴을 쪼개버렸고 그 바람에 세나의 영혼이 풀려났다.
필멸의 존재의 연대감이 그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있음을 목격하고 호기심을 느낀 쓰레쉬는 당분간 두 사람이 이 작고 하찮은 승리를 만끽하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자신과 세나와 루시안이 얽힌 빛과 그림자의 게임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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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홈 보니까 세나 원딜 아니고 서포터네요 원딜유저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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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버워치랑은 다르게 스토리 진행은 되네 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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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왕 떡밥이 여기서 또 등장하네..다음년도에 무조건 나올 꺼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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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홈 보니까 세나 원딜 아니고 서포터네요 원딜유저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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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champion/senna/ | 19.10.16 23:4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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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세상.... 커플들은 다 디져야돼... | 19.10.17 00:0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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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버워치랑은 다르게 스토리 진행은 되네 씹..
(IP보기클릭)39.7.***.***
???: 다들 파인애플 피자를 조아합니다! | 19.10.17 08:4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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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왕 떡밥이 여기서 또 등장하네..다음년도에 무조건 나올 꺼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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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왕이 그전에 어디어디 언급 됐었나요?? | 19.10.17 00:0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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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숲이랑, 군도 관련 떡밥엔 다 연관되있었음. 칼리스타만해도 글코 | 19.10.17 00:2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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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왕국의 왕비가 죽자 왕은 군대를 동원해 빛군도를 침입합니다. 강제로 부활을 명령했지만 이미 사망한지 너무 오래되어 사제들은 거부, 왕은 학살을 명합니다. 선봉에 섰던 것이 헤카림, 학살을 만류한 것이 칼리스타입니다. 헤카림은 질투심도 있었기에 칼리스타를 배신하고 살해합니다. 칼리스타가 복수귀가 된 이유죠. 사제들은 결국 왕비를 부활시켜주지만 왕비가 본 것은 썩어문드러진 자신의 몰골이었고 절규합니다. 왕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마법사들에게 자신과 왕비가 영면에 들 수 있게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 빛군도의 마력이 폭주했고, 빛군도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지는 대몰락이 일어납니다. 이후 그 섬의 이름은 그림자군도가 되었고, 언데드들의 땅이 되었죠. | 19.10.17 01:0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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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나온 단편소설 ‘남겨진 메아리’에 등장했던 리드로스를 말하는 거인 듯 | 19.10.17 02:2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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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세나가 타락한 줄 알았는데 스토리 보고 안심했습니다 ㅋㅋ | 19.10.17 00:3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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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어... | 19.10.17 08:5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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