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라 단편 소설: 무모한 충동
by 마이클 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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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상점은 지저분해 보였다. 사미라의 마음에 쏙 드는 모습이었다. 현관에는 '라니와 미엘의 무기점'이라 쓰인 간판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사미라는 인다리 지휘관에게 이 보잘것없는 녹서스 상점 얘기를 들었다. 인다리는 예전에 연줄이 있던 공작원 중 한 명에게서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 견습공들이 은밀히 문신 시술자로도 활동한다는 사실은 사미라가 흥미를 갖게 하기 충분했다. 사미라가 들어서자 인다리가 뒤따랐다.
인다리가 따라다닐 필요는 없었지만 사미라가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상점 안에서 사미라는 주철 냄새를 맡았다. 녹서스의 병기창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도구가 보였다. 두 개의 입술 피어싱을 한 쾌활한 여성이 자운산 황동을 용접해 붙였다. 그녀의 파트너로 보이는 덩치가 황소만 한 여성은 마법공학 소총을 닦고 있었다. 문신을 한 견습공들은 이곳저곳에서 일을 도왔다.
"오늘 돈을 얼마나 쓰는 거야?" 인다리가 나무로 된 휠체어의 바퀴 손잡이를 움직이며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수십 년간 제국을 위해 헌신했던 힘이 실려 있었다. 몇 년 전이라면 그녀의 못마땅한 모습에 마음이 안 좋았을 것이다.
이제, 그녀를 성가시게 하는 것은 뜻밖의 즐거움일 뿐이다.
"아직 한참 멀었어요." 사미라는 유리장에 전시된 권총 두 자루를 보았다. 하나는 짙은 회색이었고, 다른 하나는 잘빠진 은색 리볼버였다. 모두 검증되지 않은 자운의 기술로 만들어진 총이었다.
"이거 생긴 거 만큼 다루기 쉽나?" 사미라가 물었다.
"저희가 가진 것 중 최고죠!" 용접하던 여자가 소리쳤다. "미엘과 제가 고향, 그러니까 제 고향에서 가져온 재료로 만들었어요. 값이 꽤 나갑니다."
사미라가 계산대에 동전 자루를 내던졌다. 뒤에 있던 인다리가 팔짱을 꼈다. "지난번 임무에서 받은 보수를 다 쓸 셈이야?"
사미라가 웃었다. "여자라면 맡은 일에 걸맞은 장비를 갖춰야죠. 게다가 지난번에 쓴 총은 별로였다고요."
인다리가 고개를 저었다. "사미라, 아무리 너라도 이건 너무 무모하잖아."
사미라가 활짝 웃었다. "그렇게 가르쳐 주셨잖아요."
남쪽 정글로 향하는 여정은 몇 주가 걸렸다. 사미라는 그동안 단 한 사람도 자신을 죽이려 들지 않자 실망했다. 거대한 석조 건물 근처에 서서 그녀는 인다리가 일지에 표시한 위치, 제국을 위협했던 무기를 보관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 퀄살라 근처의 건물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무기를 회수하고 생존자를 처리하라는 명령이 있었다.
아무 표시 없는 건물의 나무로 된 문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이런." 사미라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 나선 다음 머뭇거렸다. 오른쪽 부츠를 들어 올려 금속 걸쇠에 박힌 뒤틀린 쇳조각을 떼어 냈다. '이상한데.' 그녀는 특이한 모양의 쇳조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창을 든 두 명의 경비가 그녀를 마주 보았다.
"또 다른 침입자다! 못 도망가게 막아!"
'내 맘에 쏙 드는 환영 파티군.'
사미라가 총을 빼 들었다. 사미라는 오른쪽으로 미끄러지면서 빠르게 총을 쏴 경비의 창이 닿기도 전에 그들을 처리했다.
사미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상대도 안 되잖아?" 그녀는 건물 복도에 깔린 금속 잔해를 지나치며 요란하게 전력 질주했다. 모든 이의 관심을 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침입자를 발견한 워메이슨들이 사미라를 향해 달려왔다.
'2라운드. 한번 놀아 볼까.'
그녀는 벽 가까이에 아무렇게나 놓인 탁자를 흘낏 보았다. 사미라는 앞으로 달려가 탁자 위로 뛰어올랐다. 그녀는 탁자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발이 땅에 닿기 전 빠르게 빙빙 돌며 맹렬한 총격으로 추격자들을 해치웠다.
그녀는 부서진 발코니 위로 한걸음에 뛰어올라 탁 트인 뜰에 착지했다. 근처에는 다른 건물이 있었는데, 건물의 문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그 무기를 찾으러 온 게 분명해. 이런 경우는 오랜만이군.'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사미라의 맥박이 빨라졌다. 아주 희미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몸을 휙 돌려 총을 앞으로 겨눴다.
육중한 두 형체가 뜰로 돌진했다. 사미라는 미소를 지었다.
'바실리스크. 재밌어지네.'
바실리스크 위에는 갑옷을 두른 채 날카로운 도끼를 든 병사가 앉아 있었다. 사미라의 팔에 난 털들이 흥분으로 솟아올랐다.
'사격 연습하기 좋겠어.'
"저 여자도 그 아무 쓸모도 없는 애 때문에 왔나?" 병사 중 한 명이 물었다.
"상관없어. 애는 떠났잖아. 그리고 이자는 그 침입자와 전혀 다르게 생겼어." 다른 병사가 사미라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너 정체가 뭐야?"
사미라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제 죽을 텐데 알아서 뭐 하게?"
"하! 자신감 하나는 대단—"
단 한 발의 총알이 그의 말을 끊었다.
"아까워라." 사미라가 리볼버를 확인하며 말했다. "마지막 총알이었는데."
병사는 땅에 고꾸라졌다. 그의 바실리스크가 괴성을 지르며 사미라를 향해 무모하게 돌진했다. 바실리스크의 턱이 열렸다 닫혔다.
"덤벼 봐, 괴물아."
사미라가 자세를 낮췄다. 그녀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으나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가장 짜릿한 순간은…'
바실리스크가 가까이 다가왔다. 사미라의 손이 근질거렸다.
'바로 지금이야.'
그녀가 팔을 뒤로 뻗었다가 바실리스크의 눈을 향해 총을 던져 괴물을 잠시 멍하게 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뒤로 뛰어올라 완벽한 원을 그리며 괴물의 안장에 착지했다. 고삐를 팽팽하게 당긴 그녀가 바실리스크를 홱 움직여 남은 병사를 마주 보았다.
병사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렐이 여기를 정리하라고 보냈나?"
"아니, 처음 듣는 이름인데. 녹서스에서 보냈다." 사미라가 적의 당혹감을 즐기며 대답했다. "녹서스는 강한 놈들을 구하기 위해 날 보내지. 그게 아니면…" 그녀의 눈이 병사의 눈과 마주쳤다. "약한 놈들을 없애기 위해 보내거나."
격분한 병사는 자신의 바실리스크를 앞으로 이끌었다.
사미라가 고삐를 느슨히 쥐고 속삭였다. "가라." 바실리스크가 병사를 향해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도끼를 높이 쳐들고 사미라의 목을 노린 채 달려들었다.
'쯧쯧. 흔한 실수군.'
사미라는 자신이 탄 바실리스크가 병사의 바실리스크와 마주치자 등을 구부려 병사의 공격을 재빠르게 피했다. 순식간에 검을 빼든 그녀는 초승달 모양으로 검을 휘둘러 그의 복부를 공격했다.
"이 갑옷에 흠집이나 낼 수 있을 것 같나!"
"어머, 흠집을 내려는 게 아닌데. 죽이려는 거지."
사미라가 둔탁한 날에 붙어 있는 슬라이드식 총열을 당겨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흑색 화약이 그녀의 검 뒤로 폭발하며 칼날이 제대로 날아갔다. 병사를 처치한 그녀는 신이 난 듯 소리를 지르며 바실리스크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녀의 검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기수가 사라진 두 바실리스크는 가만히 서 있었다. 사미라가 안장을 잘라내자 괴물들이 달아났고, 그녀는 병사들을 한쪽으로 걷어차 빈 총을 되찾았다.
뜰 반대편에는 건물의 박살 난 문 너머 아래쪽으로 나선형의 허물어진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따라간 사미라는 석조 감옥의 잔해를 발견했다. 사방에 뒤틀린 금속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문은 완전히 부서졌고 뒷벽은 산산이 조각나 정글로 이어지는 구멍이 크게 뚫려 있었다.
"여기서 뭘 지키고 있던 거지?"
사미라는 공간을 돌아다니며 파괴의 흔적을 훑어보았다. 작은 요람 하나가 삐죽삐죽한 금속 파편에 쪼개져 있었다. 어깨를 으쓱거린 그녀는 자리에 앉아 주머니를 뒤져 술병을 꺼냈다. 그녀는 몸을 뒤로 젖히고 발을 잔해 위에 올린 채 병을 공중으로 높이 들어 올렸다.
"축하한다! 무기인지, 사람인지는 몰라도 내 관심을 끌었어!"
몇 주 후, 사미라는 무기 상점으로 돌아왔다. 한 건장한 남자 견습공이 사미라의 문신을 청동 바늘로 손보는 동안 의심 많은 인다리는 근처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뭐 새로운 거 없습니까?" 그가 물었다.
"아니. 아직 그렇게 짜릿한 일은 없지만…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으니까, 여백을 좀 남겨 줘."
인다리가 눈을 굴렸다. "그래서, 총은 어땠어?"
"끝내줬어요. 당분간은 가지고 놀 거예요."
"오." 인다리가 감탄한 척하며 말했다. "그 위대하신 사막의 장미가 총을 다시 쓰다니."
"인생이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사미라는 나가기 전 동전 한 줌을 계산대 위에 올려 두며 인다리에게 경례했다. "그럼 임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가 어디 있는지는 아시죠?"
인다리는 사미라의 뒤에서 휠체어 바퀴를 밀었다. "어디 있는지 아냐고? 지난번 네가 슈리마에서 외딴 절벽으로 뛰어내렸던 것 기억 안 나? 내 정찰병들이 너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고!"
그러나 사미라는 이미 떠난 후였다.
답답한 인다리는 상점으로 돌아왔다. "언젠가는 사미라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텐데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흑마법으로 모습을 가장했던 문신 시술자가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와 여성의 모습을 드러냈다. 불빛 아래 비친 얼굴이 창백했다.
"인다리. 사미라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제공해라. 제국에는 그녀가 필요하니."
단편 소설: 닫혀 있는 저택
by 그레이엄 맥닐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shuttered-manse/
그녀는 살금살금 다가오는 도둑의 기척을 느꼈다.
그가 노련하다는 것은 인정했으나 그녀의 의식은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높았다. 근처 옥상 너머 그의 발소리는 부드럽고 교묘했지만, 그녀의 음울한 저택 안에서 마치 조용한 사원에서 튕기는 류트의 현처럼 고요한 공기를 울렸다.
그가 접근하자 그녀는 바다의 꿈에서 깨어났다. 거대한 해일 속에서 어둠이 솟아올라 세상을 죽음의 검은 수면 아래에 영원히 가라앉도록 내버려 두었다. 세상의 멸망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이 해일이 가져올 파멸을 즐겼다.
그녀가 다면으로 된 눈을 뜨고 모든 감각을 통해 손을 뻗자 꿈은 사라졌다. 인식은 향기와 소리로 칠해졌고 공기의 진동 속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최근 안개로 뒤덮인 군도로 가는 항해 때문에 아직도 지치고 피곤한 그녀는 잇따라 침입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늘었다.
그녀의 지하실은 그림자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녀에게 무거운 오크통, 부식된 태피스트리, 얼음처럼 차가운 마룻바닥은 닫힌 쇠창살을 통해 햇빛이 쏟아지는 것처럼 선명했다.
빠르게 달리며 스치는 소리가 저택 곳곳에 울려 퍼졌고, 수백 개의 매끈한 무언가가 그녀의 욕망을 기대하며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벽과 가운데가 처진 천장에는 요동치는 움직임과 번뜩이는 수천 개의 부릅뜬 눈이 파장을 일으켰다.
"조금만 기다리렴, 아가들아." 그녀가 귀족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놀아주자 꾸나."
그녀는 인간에 대한 새끼들의 강한 욕구를 느꼈다.
그녀 자신의 욕구이기도 했다.
안식처에서 벗어난 그녀는 인간과 거미가 뒤섞인 형상으로 변했다. 호리호리한 다리를 뻗어 발목 부근 발톱을 이용해 침입자의 무수한 체취를 끌어당겼다. 그녀는 바늘 같은 이빨을 가로질러 혀를 움직이며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에 관한 정보를 더 알아냈다.
'태양에 그을린 모래빛 피부, 피에 흐르는 고대 왕의 아주 옅은 흔적.'
'사막 출신 중 한 명이군…'
그의 접근을 감지한 그녀는 몹시 추운 이 밤에 무엇이 그를 문이 닫힌 그녀의 저택으로 이끌었는지, 누가 보냈는지 간파했다.
이곳에 온 다른 이들처럼 그는 오직 죽음만을 맞이할 것이다.
엘리스는 이자 역시 자신에게 이끌어 산 채로 잡아먹을 것이다.
'아주 짙은 하늘에 이지러진 달. 낮은 구름과 차가운 바람.'
완벽한 날이었다.
수도의 항구 위로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도시의 워치벨 관문 너머 멀리 떨어져 있는 야영지에서 나는 호전적인 녹서스 병사들의 소리가 얼음장 같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느슨한 튜닉과 회색 털로 만든 망토를 입어 몸을 숨긴 니암은 부드럽고 확실한 발걸음으로 옥상 위를 이동했다. 그는 타일이 깔린 지붕 마루 바로 아래에서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얇은 눈 위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헐거운 타일과 얼음 조각. 자칫하면 오늘 밤 그는 자갈길 위에 떨어져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니암은 한때 그의 슈리마 사막 속 깊은 곳에 묻힌 무덤을 약탈했고, 보물을 찾아 매로우마크로 가는 길에 있는 절벽 사원을 올랐다. 녹서스 건물의 구부러진 옥상, 울퉁불퉁하고 높고 손과 발을 디딜 곳이 가득한 이 옥상은 왕과 신들의 유적에 설치된 덫도 피한 노련한 도둑인 그에게 문제 될 게 거의 없었다.
그는 어린 시절 잇몸과 윗입술이 코까지 쭉 이어져 갈라진 구순구개열 때문에 그를 때리는 떠돌이 패거리를 피하기 위해, 벨준의 높은 지붕을 누비며 하늘길을 달리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그를 '얼굴 없는 니암'이라 불렀다. 타고난 기형은 슈리마 출신의 창백하고 왜소한 녹서스 소년을 괴롭힘의 대상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그의 열 번째 여름, 도둑질로 돈을 벌어 시체 방부 처리를 하는 사람을 통해 입술을 꿰맸지만, 패거리는 계속해서 그를 놀려댔다. 그러나 이런 힘들고 잔혹한 시간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고독을 받아들이고 아찔하게 높은 곳을 즐기며 고대 태양의 황금빛만을 아는 이 땅에서 그림자가 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싸우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주먹으로, 그다음에는 거대한 무덤의 석관에서 가져온 흑요석 검으로 싸웠다. 그 검의 주인은 분명 전설적인 초월체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어깨 위 칼집에 집어넣은 그 검은 죽은 신에게는 단검이었겠지만 니암에게는 장검이었다.
그에게 의뢰한 자가 말한 장소는 바로 앞에 있었다. 마치 과거 영광의 웅장한 그림자처럼 어렴풋이 나타난 곳이었다. 창문은 덧문으로 닫혀 있었고 꺾인 지붕의 썩은 타일은 헐거워져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저기로 들어가면 되겠군.'
고드름이 맺힌 지붕 끝의 차양에 도달한 니암은 완벽한 균형으로 끝에 걸터앉아 벨트에서 밧줄 한 가닥을 풀었다. 그는 능숙하게 네 갈고리 닻을 한 줄로 늘어서 있는 금이 간 굴뚝 사이 틈새로 던졌다. 갈고리가 정확히 조준했던 위치에 걸리자 그는 밧줄을 잡아당겼다.
갈고리가 석조 부분에 단단히 걸렸다고 확신한 그는 지붕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충격을 버티기 위해 용수철처럼 다리에 힘을 주고 벽에 부딪치자 차가운 공기가 그를 파고들었다. 그의 부츠는 푹신했지만, 모루를 때리는 망치처럼 부서진 건물 도처에 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는 움찔했다. 처마에선 눈이 떨어졌다. 니암은 혹시나 들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며 잠시 시간을 가졌다.
'아무 소리도 안 나는군.' 고대의 저택은 마치 무덤처럼 고요했다.
손을 번갈아 가며 밧줄을 타고 올라간 그는 지붕에 순조롭게 도착했다.
니암은 밧줄을 감고 굴뚝 뒤 그림자 속에서 자세를 낮추었다. 그의 입김이 허공에 피어올랐다. 그는 드류바스크 털로 된 두꺼운 벙어리장갑을 왼손에서 빼며 돌 위로 맨손을 뻗었다.
이 굴뚝은 달이 수없이 뜨고 지는 동안 온기를 품은 적이 없었다.
이 구역에서는 아주 일부의 굴뚝만이 난롯불에서 나는 연기를 뿜어냈다. 수도의 다른 구역은 불그스름한 불빛으로 희미하게 깜빡였다. 주방의 화로, 장벽 너머 전사의 장작더미, 늑대 사당에 놓인 화로까지.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이 지역은 거의 버려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검은 석조 건물의 비어 있는 창문은 빛을 본 적이 전혀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누더기가 된 커튼 천은 좁은 거리를 지나 나지막이 부는 바람으로 뻣뻣하게 얼어붙었다. 저 아래에는 오직 양초 몇 개만이 창문 촛대에서 타고 있었다. 그가 본 유일한 등불은 쓸쓸해 보이는 여관 출입구 밖에 걸려 있는 등불뿐이었다.
흐릿한 달빛은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쌓인 텅 빈 거리를 비췄다. 귀하지 않은 땅이 없는 도시에 어떻게 이런 버려진 공간이 존재할 수 있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이곳은 의뢰인이 그에게 알려 준 곳이었다.
바로 자번 가문의 저택이었다.
니암은 지붕의 넓은 구멍 사이로 밧줄을 천천히 내렸다.
그가 내려가자 주변으로 눈송이가 소용돌이쳤고 다이아몬드 같은 먼지는 희미한 달빛에 반짝였다. 그는 눈이 저택 내 어둠에 익숙해질 수 있게 잠시 멈춰 섰다. 그가 매달려 있는 곳은 금빛 선이 빛나는 넓은 대리석 벽난로가 있는 웅장한 응접실 안인 듯했다.
난로 안에는 눈이 약간 쌓인 불쏘시개가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는 서리로 뒤덮인 석탄 한 통이 쏟아져 있었다. 마치 저택에 살던 이가 황급히 떠나던 중 실수로 넘어뜨린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긴 소파, 벽 쪽에 붙은 넓은 침대식 소파, 빈 의자 등 리넨으로 덮인 가구가 방 이곳저곳에 놓여 있었다. 얼음장 같은 천의 뻣뻣함을 미루어 보아, 니암은 이 방이 닫힌 지 수년이 흘렀다고 짐작했다.
나무판이 깔린 바닥은 타일과 부러진 지붕 목재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그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지 시험하며 신중하게 잔해 사이로 한쪽 발을 디딘 후 천천히 체중을 실으며 밧줄을 풀었다.
니암은 후드를 뒤로 젖히고 머리를 쓱 쓸었다. 까슬하게 머리가 난 검은 피부에는 문신이 그려져 있었고, 가시 왕관처럼 상아색 바늘이 꽂혀 있었다.
몸을 낮게 웅크린 그는 눈을 감고 저택의 골조가 그에게 말을 걸도록 손바닥을 바닥에 대었다. 오래된 목재가 잠결에 몸을 돌리는 노인처럼 추위 속에서 신음을 냈고, 벽은 조용했으며 저택 내부의 공기는 마치 고통받는 자들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역병 동굴의 공기처럼 갇힌 채로 무겁게 짓눌려 있었다.
모든 본능이 니암에게 이 집은 버려졌다고 말했다. 이곳은 시간이 얼어붙은 저주받은 궁전이었다.
'그런데…'
수많은 목소리가 하나되어 쉭쉭거리며 희미하게 속삭였다. 무언가가 그의 주변을 맴돌며, 그의 등줄기를 타고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단지 북풍의 냉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되뇌며 오싹한 전율을 참아 냈다.
그는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지 않고 주변 시야로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도록 시선을 누그러뜨려 방 안을 살폈다. 소용돌이치는 눈송이와 천의 미미한 펄럭거림만 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언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은 여전했다.
우아한 필체의 편지에 적힌 내용은 명확했다. 자번 가의 저택에 침입한 후 도서관을 찾아 유물을 훔치라는 것이었다. 편지의 지시에 따르면 저택 동쪽 건물에 있는 웅장한 도서관으로 가야만 했다. 팔각형 안마당 위 중간층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는 흑단처럼 까맣고 높은 문을 지나면 나오는 방이라고 했다.
니암은 일어나 목재 바닥이 그의 무게에 덜 삐걱거릴 것 같은 벽 쪽으로 이동한 후 방의 반대편에 있는 넓은 문을 향해 벽을 따라 조금씩 움직였다. 약간 열린 문 사이로 부드러운 돌풍이 나지막이 불어왔다.
그는 문 사이로 그의 가는 몸을 밀어 넣었다. 문 너머에 있는 방은 긴 식당이었다.
길고 좁은 식탁에는 유약 칠이 된 도자기 접시와 반짝이는 은빛 식기 도구가 절대 찾아오지 않을 손님을 기다리듯 여전히 호화로운 저녁 식사를 위해 놓여 있었다.
접시에는 서리 낀 과일과 얼음 같은 고기 조각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니암의 배는 그가 밥을 먹은 지 몇 시간이 지났음을 알려 주듯이 꼬르륵거렸다. 추위에 보존된 고기를 먹어도 될까?
니암은 고기를 먹어 볼 생각이 없었다.
식탁 중앙에는 반구형 은색 쟁반이 있었다. 그는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니암은 손을 뻗어 뚜껑을 들어 올렸다.
썩은 쇠고기 구이에서 생물체 무리가 튀어나왔다. 빛을 피해 잽싸게 도망가는 까맣고 반질반질한 수백 마리의 거미였다. 모두 그의 엄지손톱보다 작았다. 거미가 꿈틀거리는 물결처럼 테이블 가장자리에서 쏟아져 나오자 니암은 두려움으로 움찔했다.
쟁반 뚜껑이 그의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용한 저택에 금속이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움찔하며 손으로 잽싸게 어깨의 검을 잡았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욕하며 니암은 재빨리 커튼이 달린 창가의 그늘로 움직여 어둠과 하나가 되었다.
정적은 그의 편이었다. 그는 자신의 어리석은 실수가 초래한 결과를 기다리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음침한 경비, 또는 저택의 주인이 무언가 잘못된 걸 눈치챘는지 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히려 저택은 왜인지 모르게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를 주시하고 기다리며 그의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눈이 바닥에서 천장 장식까지 벽을 쭉 훑었다.
'쥐 죽은 듯 조용하네.'
몇 분이 지나자 마침내 니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택은 텅 빈 채 버려져 있었다. 한때는 장엄했던 것이 지금은 폐허로 몰락했다.
"사막 무덤 같아."
엘리스는 여러 개의 다리를 하나처럼 움직여 벽과 세로로 파인 기둥을 따라 중간층까지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지하실에서 저택의 지상으로 기어갔다. 소란스러운 새끼거미 무리가 서둘러 이 침입자에게 몰려들고 싶은 욕망에 그녀의 뒤를 따라갔지만, 그녀는 일단 그들을 저지했다.
거미들은 당장 만찬을 즐길 수 없게 되자 제멋대로 구는 아이처럼 쉭쉭거렸다.
거미 형태의 엘리스는 한밤중만큼 까맣고 몸이 분절된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배 부분에는 핏빛 줄무늬가 선명했다. 그녀의 날카롭고 호리호리한 다리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며 가볍게 움직였다.
그녀는 중간층의 체스판 모양 타일 바닥을 가로지르며 식당을 향해 유연하고 우아하게 기어갔다.
그녀가 문을 향해 앞 발톱을 뻗은 순간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내부에서 울려 퍼졌다. 그녀는 행동을 잠시 멈추었다. 거미 무리도 수많은 다리를 부드럽게 흔들며 종종걸음을 멈추었다.
그 소리로 말미암아 그녀는 불현듯 과거 생애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렸다.
고통, 굴욕,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복수의 기억…
질투심 많고 하찮은 한 남자가 그 방에서 그녀의 삶을 거의 끝장낼 뻔했으니까.
그녀는 남편이 탄 독약이 혈관을 타고 흘러들어 피부 안팎으로 타는 듯한 고통을 주고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 일을 기억했다.
증오의 폭발, 칼날의 섬광…
흡족해하다 공포로 커지는 눈…
힘없이 쓰러지던 모습.
엘리스는 기억을 밀어냈다. 수 세기가 지났는데도 그날 밤의 고통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해독제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배반 이후 몇 주 동안이나 생사를 오갔다. 그러나 몇 주간 겪었던 고통만큼 그 고통은 그녀의 부활이 다가온다는 신호를 보냈다.
한낱 인간에 불과했던 때의 그녀는 아름다웠다. 이제 그녀는 영광을 얻었다.
엘리스는 도둑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음미하며 멈췄다. 그러나 그 아래에서 그녀는 오랫동안 묻혀 있던 두려움과 과거의 고통을 견뎌 내려는 의지를 맛보았다. 그 감정은 그녀 안에서 메아리쳤다.
호기심이 든 그녀는 도둑이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발톱을 내렸다.
엘리스는 식당에서 몸을 돌리고 재빨리 중간층에서 크고 검은 문으로 건너갔다.
니암은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움찔하며 식당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러나 금속 쟁반 뚜껑을 떨어뜨리는 소리에 달려오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면 이런 소리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문은 천장이 높은 안마당 쪽으로 열렸다. 안마당은 여덟 개의 면을 가졌으며 위쪽의 스테인드글라스 돔까지 높게 치솟아 있었다. 중간층의 바닥은 비록 그 목재가 곳곳에서 무너져 있었지만, 안마당 가장자리 주변으로 이어져 있었고, 훨씬 아래 현관으로 이어지는 길게 휜 계단은 폐허가 되어 있었다. 색유리 조각은 현관에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어두운 위쪽을 자세히 관찰한 니암은 돔의 부서진 부분에 하얀 섬유 수지나 고무 같은 것이 발라진 것을 보았다.
두꺼운 거미줄이 안마당의 윗부분에 걸쳐 있었다. 니암은 거미줄 속에 축축해 보이는 무언가가 그 안에서 기괴하게 꿈틀거리며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알주머니? 새? 둥지?'
그게 무엇이든 간에, 그의 관심 대상은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물건을 챙겨 이곳을 빠져나가 두둑한 보수, 깨끗한 목욕탕, 따뜻한 식사를 즐기게 될 테니까.
식당 바로 맞은편에는 마치 까만 거울처럼 윤이 나고 반짝거리는, 칠흑 같은 나무로 되어 시선을 끄는 문 한 쌍이 있었다.
"도서관이야. 편지에 나온 그대로군." 그가 작게 속삭였다.
니암은 체중을 싣기 전 한 걸음씩 바닥이 온전한지 신중하게 확인하며 중간층을 가로질러 미끄러져 갔다. 목재는 삐걱거리기는 했지만, 괜찮았다.
문에 도달해 손잡이를 잡은 그는 손에 끈적한 황백색 잔여물이 묻어나오자 혐오감에 얼굴을 찡그렸다.
"모래의 자비여." 그가 손을 바지에 닦으며 낮게 말했다.
문이 찰칵하며 열렸다. 니암은 바위 위로 모래가 흘러내리는 듯한 부드러운 소리를 듣자 역겨움을 잊었다. 그는 그 소리가 무엇일지 알 수 없었다. 혹시 벽 속의 벌레일까?
쥐 떼는 녹서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 많은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사는데 건물에 쥐가 없을 리 없었다. 그러나 이건 쥐가 아니었다.
문을 활짝 밀고 니암은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한때 경이로운 장소였다.
도서관에는 가는 물결무늬를 가진 밝은색 나무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높은 책장이 있었다. 이미 누군가가 뒤진 듯 모두 비어 있었고, 가죽으로 제본한 두꺼운 책, 두루마리, 양장본은 바닥에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상당한 가치가 있을 법한 책은 버려진 군표처럼 찢긴 고대 두루마리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낯설고 흔치 않은 모양의 유물은 산산이 부서졌고 오닉스와 옥으로 된 조각상은 부서져 있었다. 흔들거리는 검은 샹들리에는 방 중앙 위 가느다란 끈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방의 맞은편 끝에는 검은 나무와 차가운 철로 된 서랍장이 있었다. 그곳에서부터 빛이 부드럽게 일렁였다.
"저기다." 니암은 바닥에 흩어진 책을 지나 서랍장으로 가는 길을 고르며 말했다.
그는 왜 사람들이 이런 지혜와 상상의 보고를 파괴했는지 궁금했다. 누군가 맹목적인 분노로 이곳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양각을 새긴 표지와 도금을 한 책등에 쌓인 먼지로 미루어 보아, 그 분노는 먼 옛날에 사라진 듯했다.
그는 몸을 구부려 바닥에서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의 페이지는 오래되어 헤졌다. 책의 두꺼운 가죽 표지 부분에는 문손잡이에 있던 것과 같은 번들거리는 잔여물이 있었다. 책을 펼치자 눈에 거슬리는 각진 문자가 보였다. 오직 명문가 귀족만이 사용했던 녹서스의 옛 언어였다. 니암은 그것을 읽을 수 없었다. 희미한 빛 속에서 빳빳한 글을 따라가려고 하자 눈이 아팠다.
책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은 니암은 다시 한번 돌 위로 흐르는 부드러운 모래 소리를 들으면서 일을 서둘렀다. 그는 소음이 어디서 들려오는지 정확히 찾아내려고 잠시 멈췄으나, 소음은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저건 대체 뭐지?'
마침내 그가 서랍장에 다다랐다. 서랍장의 검은 나무는 그 안에서부터 흐르는 듯한 수분기 있는 녹청으로 기이하게 번쩍이고 있었다. 마치 내부에서 무엇인가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액체를 만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냄새를 맡아 보려 몸을 굽혔다.
'소금, 썩은 나무, 오래된 해초 다발, 그리고… 오래된 피?'
"썩은 바닷물이네." 그가 어리둥절하게 말했다.
그는 덫 장치가 있는지 찾아보면서 서랍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려 무릎을 꿇었다. 그는 걸쇠나 스위치, 자물쇠를 찾기 위해 축축한 나무 위로 맨손을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그의 주변에 대한 의식이 희미해졌다. 그는 서랍장과 그 안에 들어 있을지 모르는 위험한 함정에 모든 신경을 쏟았다. 서랍은 아주 단순한 자물쇠로 잠긴 것 같았다.
"그렇게 귀중한 물건을 자물쇠 하나로 지킬 리가 없는데. 이건 마치 훔쳐 달라고 비는 것 같군."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속삭였다.
손끝으로 손잡이를 쓸어 본 니암은 주머니에서 꺼낸 확대경으로 자물쇠 장치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스프링이 달린 바늘도, 치명적인 가스가 든 유리알도, 새겨진 저주나 마법 덫 룬도 없었다.
평범한 자물쇠라고 확신한 그는 손을 들어 바늘이 여기저기 꽂혀 있는 접힌 두피에서 긴 상아색 바늘 하나를 살며시 빼냈다. 그는 바늘을 자물쇠에 밀어 넣고 구멍에서 무쇠 핀을 조심조심 풀었다.
마지막 핀이 풀리자 니암은 머리에 다시 바늘을 천천히 꽂아 두고 손가락을 풀었다.
그의 배가 쿡쿡 쑤시는 듯한 허기로 꼬르륵댔다.
불현듯 엄청난 허기가 몰려왔다. 당장이라도 뼈에 붙은 날고기를 뜯고 맥주를 통째로 비우고 싶었다. 식당에서 느꼈던 식욕이 강하게 몰려오자 아주 잠깐 그는 식탁에 있던 고기 조각 중 한 점을 가지러 돌아갈지 고민했다.
그는 그게 얼마나 본능적인 감정이었는지 깨닫고 그 느낌을 억눌렀다.
니암이 서랍장을 열자 다시 한번 엄청난 허기의 고통이 그의 배를 조여 왔다.
안에 있는 것은 우아한 황동 틀을 씌운, 수정처럼 투명한 모래시계였다. 두 뼘 정도 길이의 모래시계 안에서는 푸른 빛이 감도는 폭풍 같은 구름이 위에서 아래로 왔다 갔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소용돌이쳤다. 연기가 자욱한 유리에서 땀처럼 배어나는 빨간 물방울은 번지르르한 진홍색 웅덩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서랍장에서 새어 나오던 축축한 액체였다.
니암은 모래시계가 강력한 흑마법에 걸린 물건이라는 것을 알고는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그는 장갑을 다시 끼고 모래시계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마치 화덕에서 꺼낸 갓 구운 고깃덩어리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때 그는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아주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솥에 넣을 뼈를 자르는 도살자의 식칼…
도살되어 갈고리에 걸린 고깃덩이…
절대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먹어 치우는 이빨 박힌 입 구멍…
산 자와 죽은 자에게서 뜯겨 나온 영혼의 빛…
죽음 속에서조차, 나는 굶주린다!
니암은 모래시계를 다시 내려놓았다. 공포스러운 풍경에 충격을 받은 그는 허기가 치솟자 자기 자신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뭔지 몰라도, 여기서 최대한 빨리 나가 물건을 넘기는 게 좋겠어."
그는 걸쇠로 고정해 둔 그의 망토를 풀어 벗은 후 모래시계를 재빨리 감쌌다.
니암이 서랍장을 닫고 나가려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충격으로 입이 떡 벌어졌다.
책장에서 바닥까지 팽팽한 거미줄이 늘어져 도서관의 모든 지면이 반짝이는 거미줄 가닥으로 뒤덮여 있었다. 일부만 닫힌 창문은 불투명하게 변한 채 창틀에 고정되어 있었으며, 흩어진 책과 두루마리는 일렁이는 하얀 실크 더미 아래 묻혀 있었다.
바위 위로 모래가 흐르는 듯한 소리가 더 심해졌다. 니암은 진홍색과 칠흑색 거미 수천 마리가 꿈틀거리는 천장을 보고는 검은 칼날의 검을 뽑았다.
더 많은 거미가 벽과 바닥의 좁은 틈에서 통통한 몸을 비집고 나왔다. 거미들은 서로서로 떼를 지으며 검은 물결 속에서 그를 향해 기어갔다.
"람머스가 나와 함께하기를. 슈리마의 아들을 지켜 주소서…" 니암이 낮게 말했다.
더 큰 움직임이 그의 시선을 위쪽 샹들리에로 이끌었다.
그 움직임은 중앙 지점에서 드러났다. 거대하고 분절된 몸이 펼쳐지며 괴물 거미가 나타났다. 선명한 진홍색 줄무늬가 있는 까만 배가 요동쳤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거미의 시선은 니암에게 머물렀다.
거미는 실크 줄을 타고 내려오는 바로 그 순간, 몸이 안으로 접히는 듯 윤곽이 변하며 새로운 형태로 부풀어 올랐다. 마치 번데기에서 튀어나오는 애벌레 같았다. 괴물의 뒷다리는 등을 감싸고 앞다리는 뒤틀리더니 쭉 늘어나 긴 인간의 다리가 되었다.
괴물이 몸을 펴자 붉고 검은 실크와 다마스크로 된 옷을 입은 관능적인 여성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녀의 피부는 암청색에서 불길한 해 질 녘의 보랏빛으로 밝아졌고 괴물 배 부분의 진홍색 사선은 핏빛 머리카락을 매끈하게 뒤로 빗어 넘긴 풍성한 머리가 되었다.
그러나 니암이 뚫어지게 바라본 것은 단단한 갑각 투구 안에서 빛나는 한 쌍의 루비색 눈이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가 땅에 닿았다. 그녀는 허공에서 마치 완벽한 공연을 끝내고 내려오는 리본 무용수처럼 그를 향해 걸어왔다.
"그건 네 것이 아니야." 그녀가 말했다.
니암은 말을 하려고 했지만, 혀가 부어오른 가죽처럼 변했다. 그는 검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이 세상 것이 아니었고 취할 것 같았으며 범접할 수 없는 동시에 참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그는 그녀의 흉측한 몸을 만진다면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늘씬한 다리를 안아 보고 싶었다. 그는 두려움에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는 걸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독기에 젖은 바늘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씩 미소를 지었다.
'저 이빨이 내 팔을 꽉 물어 혈관을 타고 그녀의 독이 흐른다면 어떤 기분일까?'
니암은 시선을 피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홀리는 그녀의 매력과 유혹이 점점 사라지자 멈춘 지도 몰랐던 숨이 폐를 가득 메우기 위해 달려들었다.
"내 생각엔 당신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마침내 목소리를 찾은 그가 말했다.
"맞아. 하지만 그걸 되찾기 위해 큰 대가를 치렀으니, 내 것이나 다름없지."
"날 고용한 남자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니암이 경고했다.
"그 물건을 받기로 한 사람 역시 마찬가지야."
니암은 그녀 주변을 빙빙 돌며 검은 문을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거미들이 그녀 앞에서 갈라졌고, 어깨를 돌리자 등에 있는 갈고리 모양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정말로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날 막을 생각인가?" 그가 한때 죽은 신의 것이었던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날 막아섰던 놈들 대부분은 살아남지 못했지."
"그러시겠지. 하지만 나에 비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레이디 엘리스다. 너는 내 거미줄에 걸린 싱싱한 파리에 지나지 않아."
니암은 도서관 문을 향해 전력 질주하며 달아났다.
그는 부츠 아래로 거미의 몸이 터지는 것을 느꼈고 거미들의 딱딱한 껍질이 으스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체액에서 매캐한 악취가 났다. 그는 갑작스럽게 내달려 벗어나고자 했지만, 자신이 저 여자를 얼마나 잘못 판단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우아한 원을 그리며 벽에서 뛰어올라 문 쪽으로 공중제비를 넘었다. 실크 줄이 니암의 손에 들린, 망토로 감싼 모래시계를 향해 날아갔다.
그가 몸을 비틀었지만, 끈적한 거미줄이 그의 망토 끝에 달라붙어 그를 끌어당겼다.
니암은 손에서 모래시계가 비틀려 빠지자 격분에 차 소리쳤다. 모래시계는 다시 허공을 날아 서랍장에 세게 부딪혔고, 황동 틀이 그 영향으로 휘어졌다. 유물은 바닥을 뒤덮고 있는 부드럽게 짜인 거미줄 위에 떨어져 옆으로 굴러갔다.
"멍청한 놈!" 모래시계에 생긴 커다란 균열에서 한 줄기의 푸른 연기가 뭉게뭉게 흘러나오자 엘리스가 말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아까보다 더 자욱하고 짙은, 오래된 피와 공포의 악취가 풍기는 연기가 점점 더 쏟아지고 있었다. 연기는 붉은 번개, 차가운 빛의 폭풍, 굶주림과 함께 소용돌이쳤다.
끔찍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대하게 부푼 형체는 녹슬고 부식된 두꺼운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뿔이 난 머리는 흉측한 식욕으로 삐걱거리며 늘어나는, 송곳니가 난 입의 형태를 갖추었다.
"저게 뭐지?" 니암은 뼛속 깊이 엄습하는 공포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림자 군도의 영혼탐식자지... 영원히 네 영혼을 먹어 치울 무한한 굶주림의 생명체다."
니암은 가슴에 태양의 성호를 그었다. 그 생명체를 중심으로 더 작은 형체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팔이 없고 턱이 빠졌으며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있고 두개골은 움푹 파인, 반쯤 잡아먹힌 끔찍한 영혼들이었다. 그들은 노예처럼 자신들을 먹어 치우는 거대한 존재에 핏빛 줄로 묶여 있었다.
니암은 그들의 고통, 천천히 잡아먹히는 그들의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그 고통에서 스스로 벗어나려는 그들의 지독한 욕구였다.
"필멸자 고기를 즐길 수 있겠군." 영혼탐식자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뼈를 자르는 무딘 톱 같았다.
"정신 차려!" 엘리스는 그에게 걸린 공포의 주문이 풀리기를 바라며 외쳤다.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필멸자로서는 그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기괴한 악령의 모습에 몸이 굳어 버렸다.
그녀는 원초적인 영혼의 허기가 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교양 있는 입맛과 달리 탐욕스러운 식욕 외에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혐오감을 느꼈다.
엘리스가 니암의 어깨를 움켜잡자 그는 머리를 쳐들었다.
"검을 들고 싸워, 안 그러면 우리 둘 다 죽는다." 영혼탐식자가 육중한 발걸음을 내딛자 그녀가 말했다. 도살자의 얼굴에 기괴한 미소가 그려졌다. "지금!"
그녀의 단호한 어조에 니암은 휘청거리며 그의 칼날을 들어 올렸다.
영혼탐식자가 두꺼운 팔을 들어 올리자 노예로 붙잡힌 영혼들이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엘리스는 등에 있는 다리를 마치 낫처럼 후려쳤고, 니암은 검을 휘둘렀다. 무기가 관통하자 영혼들은 고통에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움츠러들었다.
엘리스는 그들이 멈춘 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뛰어!" 그녀가 몸을 돌리고 문을 향해 달아나며 외쳤다. 니암은 그녀를 바짝 뒤따라 쫓아갔으나, 영혼탐식자의 노예 영혼들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랐다.
그들은 손톱으로 살점을 할퀴었다. 영혼이 니암의 어깨와 엉덩이를 베자 그가 비명을 질렀다. 차가운 푸른 빛이 그에게 흘러 들어갔다. 두 사람이 나란히 도서관 문 쪽으로 이동하며 싸우는 사이 더 많은 영혼이 몰려들어 얼음같이 차가운 발톱으로 할퀴자 그는 비틀거렸다. 엘리스는 상처에서 마취 독약처럼 퍼져 나가는, 얼어붙을 듯한 마비에 이를 악물었다.
"일어서!" 엘리스가 그를 앞으로 끌면서 외쳤다. "움직여!"
그들은 문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그를 바닥으로 내던진 뒤 도서관을 향해 돌아섰다. 수천 마리가 넘는 거미가 아래층에서 중간층으로 쏟아져 나왔고 벽을 타고 기어 나왔으며 휘어진 마룻바닥 사이를 밀어내고 있었다.
엘리스는 도서관 문을 쾅 하고 닫으며 말했다. "아가들아, 길을 막아."
새끼거미들은 벽을 타고 올라가며 사납게 거미줄을 쳤다. 기다란 띠 모양의 끈적한 실크로 열쇠 구멍을 막고 미세한 문 사이를 빈틈없이 메꿨다. 문틀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푸른 빛이 요동쳤다.
거미줄은 일단 버티고는 있었지만, 이미 너덜거리고 있었다. 수지 같은 물질이 녹아내리는 왁스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신비로운 안개가 희미하게 피어올라 유령 같은 손과 울부짖은 얼굴 같아 보이는 모습과 함께 틈새로 스며들었다. 엘리스의 거미줄은 훨씬 강력한 장벽을 만들어 내겠지만, 거미줄을 칠 시간과 힘이 없었다.
엘리스가 몸을 기울이자 거미 몇 마리가 그녀의 활짝 편 손 위로 기어 올라왔다. 그녀는 거미를 얼굴에 가져다 대면서 필요한 것을 상상했다. 거미들은 손에서 뛰어내려 벽 틈으로 사라졌다.
"고마워." 니암은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당신이 나를 구해 줬—"
"널 위해 한 게 아니야." 엘리스가 몸을 꼿꼿이 세우며 말을 끊었다.
"그렇다면 왜?"
"영혼탐식자에게 먹이를 주면 더 강해지니까." 그녀가 식당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며 말했다. "이제 일어나. 거미줄은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엘리스는 식당 문을 활짝 열고 그녀의 남편이 자신을 배반했던 기다란 식탁을 빠르게 지나쳤다. 그녀는 그날 밤 이후로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었다.
니암은 심하게 다리를 절고 있었다. 유령의 손톱이 할퀸 곳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빛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몰랐지만,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그는 그녀를 털기로 선택한 순간 운이 다했던 것이었다.
"태양을 보고 싶어." 그의 눈에서는 이미 생기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모래도…"
"다시는 볼 수 없을 거야. 저 너머에서 너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면."
"저 너머?"
"저세상."
"아니, 그저 지치고 다쳤을 뿐이야... 춥기도 하고..." 고집을 부리는 그의 목소리는 희미해져 갔다. "이것보다 더 다쳤을 때도 살아남았어."
고개를 저은 엘리스는 어깨에 있는 다리 중 하나로 그의 목을 찔렀다.
그는 독이 주입되자 갑작스레 흘러드는 뜨거운 느낌에 움찔하면서 뒤로 비틀거리고는 검을 들어 올렸다. 검을 잡은 힘이 약해지면서 칼날이 흔들렸다. 엘리스는 그 고대 금속에 담긴 마법의 열기를 느꼈다.
"무슨 짓이야?" 그가 따지듯이 물었다.
"조금 더 살 수 있게 독을 조금 넣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림자 군도의 손길이 닿으면 죽어. 너희 부류는 그 지긋지긋한 장소에 있는 매 순간 절대 낫지 않는 상처에서 피가 흐르듯 영혼이 소모되지. 그 손길이 네가 숨을 쉴 때마다 몸 안에서 목숨을 흡수하고 있는 거야."
그는 탁자에 기대 균형을 잡았다. 엘리스는 그의 얼굴에 검고 구불구불한 선이 퍼지는 것을 보았다.
"너도 그 영혼에 닿았잖아."
"내 몸에는 고대 신의 독으로 만들어진 마법이 깃들어 있지."
"불사의 몸이라는 거야?"
엘리스는 씁쓸한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렇지만 나를 끝내려면 영혼탐식자보다 더 강한 존재가 필요할 거야." 엘리스는 덧붙이며 속삭였다. "아마도…"
니암은 그가 처음 그 닫혀 있는 저택으로 들어왔던 방으로 엘리스를 따라 들어갔다. 그의 걸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숨 쉴 때마다 힘겨웠다. 한발을 다른 발 앞에 두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정말 너무 추워…'
그는 시트가 덮인 의자에 부딪혔다. 탁한 시야가 맑아지며 멀리서 그가 지붕에서 내려올 때 사용했던 밧줄이 달랑거리는 것이 보였다.
'밧줄을 오를 수 있을 만큼 힘이 남아 있을까?'
천장의 구멍 아래 서 있는 엘리스는 한 줄기 달빛의 후광으로 한 번 더 아름답게 빛났다. 그녀의 피부는 안에서 퍼져 나오는 광채로 빛이 나고 윤기가 흐르며 생기가 넘쳤다. 그녀의 눈은 목적의식으로 반짝거렸다.
"정말…아름다워." 니암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났다. 그녀가 그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의 심장 박동이 좀 더 빨라졌다.
"사람들이 널 뭐라고 부르지?" 엘리스가 물었다.
"니암." 그는 자신의 삶을 회상했다. "얼굴 없는 니암…"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했다. "얼굴 없는? 왜 그렇게 부르지?"
그는 자기 입술을 들어 올려 그녀에게 갈라진 잇몸과 형편없이 꿰맨 흉터 흔적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뻗어 매끄러운 손가락으로 그의 뺨과 턱을 쓸어내렸다.
"니암, 우리 모두 각자의 흉터가 있어." 그녀가 말하자 그는 이상하지만 기운이 나는 온기가 그에게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이제 네 검을 준비해라. 필요하게 될 거야."
그는 이윽고 몸을 돌려 영혼탐식자의 유령들이 문을 벌컥 여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정신없이 절박한 비명을 내지르며, 휘몰아치는 악몽의 덩어리가 되어 돌진했다.
니암의 심장은 마치 기름을 들이부은 난롯불처럼 생명으로 타올랐다. 니암은 검을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칼이 연기가 자욱한 영혼들의 몸을 베자 그들은 고통과 달콤한 해방감에 비명을 질렀다. 그의 고통은 잊혀졌다. 얼어붙은 혈관은 엘리스의 독기 어린 손길로 인한 열기 덕분에 녹았다. 그는 한 번 더 태양의 전사로 싸우고 영웅다운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니암은 싸우면서도 엘리스가 영혼 속에 뛰어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믿을 수 없는 속도와 민첩함이었다. 그의 시력은 탁해져 가고, 모든 색은 하얘지고 있었다. 우아하게 움직이는 인간의 아름다움과 무시무시한 거미의 치명적인 고상함을 오가는 그녀의 모습도 점차 흐려져 갔다.
니암은 그가 얼마나 용감한지 그녀가 봐줄 수도 있다는 희망과 그녀를 기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싸웠다.
그러나 니암의 피에 흐르는 불꽃은 한계가 있었다. 영혼이 몸을 할퀴고 죽음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그는 느려졌다. 니암은 저항하며 소리를 외치려 했지만, 그의 목구멍은 마치 서리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졌다. 손에 든 검이 무거웠지만, 그는 떨어뜨리지 않았다.
그는 겪어 본 적 없는 추위에 떨며 무릎을 꿇었다.
그를 에워싼 안개악령들은 그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얼음장 같은 손이 자신을 끌고 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엘리스를 포위했고, 수적 우세를 이용해 그녀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소리치며 독을 뱉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니암은 그녀가 준 불꽃을 끌어내려 했지만, 이미 완전히 써 버린 상태였다.
"엘리스…" 그가 속삭였다.
끔찍한 영혼들이 그녀와 니암을 영혼탐식자 앞으로 끌고 가자 뜨거운 독이 엘리스의 몸을 통해 미친 듯이 흘렀다. 그 불꽃은 영혼들이 죽음의 손길을 뻗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그녀는 그 불꽃을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도서관으로 돌아온 얼굴 없는 니암은 영혼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 가까스로 살아는 있었지만 기력이 다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지막 기회를 노리듯 검은 칼을 움켜잡았다.
거대한 망령이 엘리스 위로 솟아올랐다. 그 야수 같은 모습은 무시무시한 굶주림으로 뒤틀렸다. 그녀가 단순한 필멸자 이상으로 특별하다는 점을 안 망령은 그녀의 생명을 빨아들이기 전 순간을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참 어리석구나…
"밝은 영혼의 고기라니. 만찬이로구나!"
"아무 맛도 안 날 걸." 엘리스가 말했다.
영혼탐식자는 으르렁거리며 축축한 목소리로 웃었다. "너도 내 뒤를 따르는 껍데기가 될 것이다."
엘리스는 경고를 하듯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개미구멍으로 공든 탑 무너진다 말 들어본 적 있어? 없다고? 그런데 개미구멍이라는 단어를 거미줄로 바꾸면 참 좋겠는데 말이야..."
영혼탐식자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더니 손을 아래로 뻗어 그녀를 소름 끼치는 입 쪽으로 들어 올렸다.
발톱 달린 손이 그녀에게 닿기 전 잠시 멈췄다.
영혼탐식자는 몸을 돌렸다. 셀 수 없이 많은 새끼거미가 깨진 모래시계를 팽팽한 실크 가닥으로 바닥에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여전히 유리 균열에서 창백한 빛이 흘러나왔으나, 수백 마리의 거미들이 그 위를 가로지르며 마치 베틀처럼 거미줄을 치자 매 순간 빛이 흐릿해져 갔다.
"아가들아, 고마워." 엘리스는 영혼탐식자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공포에 영혼탐식자는 만찬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이야, 니암! 공격해!"
고개를 든 니암은 마지막 힘을 다해 영혼탐식자의 배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
괴물은 귀가 터질 듯 길게 울부짖었다. 분노에 찬 소리에 벽이 흔들렸다. 얼마 없던 창문의 유리가 폭발해 떨어지며 반짝이는 조각이 바닥에 비처럼 쏟아졌다.
"돌아가지 않을 거야!"
"쉬잇. 곧 끝날 거야." 엘리스가 말했다.
영혼탐식자가 엘리스를 향해 발톱을 뻗었지만, 그를 가둔 감옥의 문은 이미 세게 닫히고 있었다. 영혼 노예들과 함께 모래시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허공에서 뒤틀리고 늘어졌다. 감옥에 갇힌 그가 터뜨리는 분노의 대상이 되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영혼들이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는 동안, 차가운 빛의 띠가 망령 주변으로 나선을 그리며 책과 두루마리와 함께 소용돌이쳤다. 영혼탐식자는 발버둥 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모래시계의 균열이 거미줄로 완전히 봉인되자, 감옥의 마지막 빗장이 채워졌다.
그의 고함이 돌연 잠잠해지자 고요한 침묵이 도서관을 가득 채웠다. 엘리스는 몸서리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니암은 쪼그려 주저앉으며 검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그의 가슴이 얕은 숨을 내쉬며 들썩였다. 뜻밖의 생존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엘리스는 떨어진 책들을 넘어 모래시계가 거미줄에 매달려 돌고 있는 곳으로 갔다. 안에서 끔찍한 굶주림과 갇힌 영혼들의 공포, 유리를 밀어내는 격렬한 힘이 느껴졌다. 거미줄에 가해지는 압력은 엄청났다. 이 상태로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 분명했다.
"더 단단한 병이 필요할 거야." 엘리스가 말했다.
탑 아래 동굴은 춥고 거미줄이 정교하게 걸려 있었으며 벽은 습기로 반짝이고 있었다. 엘리스는 땅 깊은 곳에 있는 이곳에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둠은 엘리스가 만나러 온 백색 부인의 상징이었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그들의 만남은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신비로운 표시와 인장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말은 엘리스를 미로 같은 길로 안내했다.
백색 부인이 벌이는 일을 생각하면 이렇게 조심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녹서스의 대장군은 복수심에 불타는 변덕스러운 자로, 복잡하게 뒤얽힌 그의 계략은 도저히 파악할 수 없었다. 사방에 그의 눈과 귀가 있다고 생각하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가지고 왔나?" 그림자 속 목소리가 말했다.
엘리스는 포식자의 감각으로도 여자가 도착한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애써 놀란 기색을 숨겼다.
"그렇습니다." 그녀가 실크로 된 가방을 내밀며 말했다.
창백한 손이 그것을 가져가려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 피부는 거의 투명했고 미세한 푸른 혈관은 표면 바로 아래에서 유충처럼 꿈틀거렸다.
"평소대로 대가는 네 저택으로 배달될 것이다." 연륜과 교양이 느껴지는 목소리에서는 다른 시대의 억양이 묻어났다. "그들은 네가 원하는 대로 젊고 늠름하며 어리석고 헌신적일 것이다."
엘리스는 굶주림에서 오는 기대감과 자기혐오가 섞인 익숙한 기분을 느꼈으나, 애써 이를 밀어냈다. 자기성찰은 그녀가 즐기는 것이 아니었다.
"잘됐군요. 안 그래도 다시 젊어지고 싶었거든요."
"너는 지금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름다워." 여자가 실크로 된 가방에 손을 넣어 영혼탐식자가 갇힌 빛나는 감옥을 꺼내며 말했다.
빛바랜 두개골은 엘리스가 만들어 낸 단단한 거미줄로 완전히 봉인되어 있었다.
두개골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상태였다. 턱뼈 윗부분의 갈라진 틈을 제외하면.
단편 소설: 자초한 재앙
by 레이첼 노엘 윌리엄스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courting-disaster/
사센 가문의 에멋 경이 레이디 엘리스에게 보낸 몇 통의 편지에서
아껴 마지않는 엘리스 님께,
마지막으로 만난 지가 꽤 되었군요. 저를 초대하신 지는 더 오래되었습니다. 제가 엘리스 님을 얼마나 흠모하는지 잊지 않으셨지요? 그대여, 부디 저를 잊지 마시길. 당신의 사랑스러운 다리가 닿는 그 땅마저도 저에게는 숭배의 대상입니다…
볼 때마다 더 환하게 빛나는 엘리스 님. 당신의 창백한 피부가 발하는 광채는 그 누구와도 비할 수 없습니다. 범인들 사이를 걷고 있는 당신을 보고 있노라면 저는 속수무책으로 황홀경에 빠져들고 맙니다. 한순간이나마 당신과 눈이라도 마주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밤 찾아가도 괜찮을지요? 저번에 엘리스 님의 집을 찾았을 때는 답이 없으셨지요. 제가 들어가도 괜찮다면 당신의 사랑스러운 발 곁에 선물을 두고 오겠습니다. 가문의 정원에서 엘리스 님의 입술같이 붉은 장미를 가져왔습니다.
저와 같이 식사하실까요, 여왕님? 이번에는… 제가 대접해도 괜찮을지요?
불쾌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엘리스 님의 집에 있던 거미줄에… 마음이 쓰여서요. 원하신다면 하녀를 시켜 문제를 해결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다시 만나주세요! 이제 당신의 집에 기거하는 의심의 여지 없이 무해하고 유익한 손님을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그런 실수는 없을 거라고 약속하지요.
수년 전 이스트리스 경께서 그의 부인께 주셨던 비싸 보이는 장식용 머리띠를 한 당신의… 애완동물을 본 것 같은데, 정말로 이스트리스 경께서 주셨던 것은 아니겠지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귀중한 왕관은 어떤가요?
당신의 집 계단을 오르는 데에는 언제나 영겁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애완동물들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계단을 오를 때마다 제 마음속에는 애정과 기쁨이 차오르지요. 계단 위에는 우아하고 가녀린 나의 여왕님이 있을 테니까요!
오, 엘리스 님! 저를 사로잡으셨군요! 당신의 아름다움에 저는 옴짝달싹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부드러운 포옹에 아무 힘도 쓸 수 없군요. 말씀만 하시면 제 심장이라도 내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에 대한 절대적이고 영원한 헌신을 담아,
에멋 사센
엘리스 배경 이야기 업데이트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champion/elise/
엘리스는 수 세기 전 녹서스의 가장 오랜 혈통 중 하나인 키테라 가문의 아가씨로 태어났으며 약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름다움의 힘을 빠르게 배웠다.
그녀는 성인이 되자 자번 가문의 후계자인 베르홀트와의 교제를 계획했다. 많은 이는 자번 가의 자금으로 키테라 가의 가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둘의 결혼을 반대했다. 그러나 엘리스는 장래의 남편을 유혹하는 데 공을 들였고, 결혼을 반대하는 자를 조종하여 약혼을 받아 냈다.
사실 이 정치적 결혼은 엘리스도 모르게 제국 전역의 배후에서 일하는 그림자 세력에 의해 오랜 세월 동안 계획되어 있었다. 베르홀트 자번은 훨씬 더 큰 게임의 말에 불과했다. 그러나 엘리스가 베르홀트를 그렇게 완전히 지배하는 것은 뜻밖의 전개였다. 그가 자번 가의 얼굴로 남아 있는 동안 누가 실세였는지는 분명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적개심도 커져만 갔다.
어느 날 저녁, 평소대로 냉랭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베르홀트는 엘리스의 와인에 독을 넣었다고 밝히며 엘리스에게 사교계에서 물러나고 그에게 권력을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엘리스는 그가 해독제를 갖고 있을 거라 여기고, 눈물을 흘리면서 남편에게 용서를 빌며 후회하는 척 연기했다. 그가 넘어온 것처럼 보이던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칼을 움켜쥐고 그의 가슴에 꽂았다.
엘리스는 해독제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몇 주 동안 몸져누워 있었다. 그러던 중 백색 부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수수께끼 같은 '검은 장미단'의 여자는 믿을 만한 사람들 간 비밀 지식과 마법을 공유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알려 주지 않는 비밀 조직에 대해 말해 주었다. 사실, 백색 부인은 자신에게 맹세한 이상 누가 각 귀족 가문을 관리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엘리스는 백색 부인의 노예나 다름없었던 베르홀트를 죽였으므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더 적합한 대체자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할 테니까.
더 큰 권력을 향한 길을 본 엘리스는 과거의 몇몇이 그랬듯 조직에 합류했다. 그녀는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원과 자주 만나면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복잡하게 얽힌 계략의 거미줄 속에서 경쟁자를 방해했다. 두 가문의 자산을 모두 소유한 그녀를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녀는 다른 이가 자신의 지시를 따르도록 '설득'하는 일에 능숙해져 갔다.
그러던 중 그녀는 검은 장미단에 큰 의미를 지닌 물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오래전 그림자 군도에 숨겨져 있다고 전해 내려오는, 산-우잘이라 알려진 고대 군주의 두개골이었다. 백색 부인의 환심을 사려고 기회를 노리던 엘리스는 빚더미에 시달려 돈이 간절하게 필요한 선장을 찾아 소수의 추종자와 함께 저주받은 도시 헬리아로 향했다. 잿빛 모래가 펼쳐진 해변에 상륙한 그들은 악령에게 시달리며 잃어버린 묘지를 부질없이 찾았다.
하지만 엘리스는 예상치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잊혔던 과거의 한 생명체가 도시 아래 빛이 닿지 않는 깊은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단단한 껍질을 가진 이 비대한 괴물은 거미 신 썩은 아귀였다. 괴물은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침입자들을 집어삼킨 뒤 엘리스의 어깨에 송곳니를 내리꽂았다. 엘리스는 송곳니의 독이 그녀의 몸을 끔찍하게 변형시키자 울부짖고 경련을 일으키며 넘어졌다. 그녀의 척추가 요동쳤고 피부에서는 거미 다리가 튀어나왔다.
마침내 변형의 고통에 숨도 못 쉬며 괴로워하던 엘리스는 몸을 돌려 그녀 위로 어렴풋이 나타나는 새 주인을 발견했다. 그 순간 그들은 무언의 이해를 주고받았다. 그녀는 서둘러 해변으로 돌아왔다. 뒤틀린 숲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동안 군도의 유령에게 시달리는 일은 없었다.
몇 주 후, 그녀의 배가 한밤중에 녹서스의 수도로 다시 돌아왔을 때 엘리스는 인간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배에 남아 있는 유일한 생명체는 엘리스뿐이었다.
비록 군주의 두개골에 대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백색 부인은 엘리스에게서 위험한 새 재능, 즉 녹서스와 그림자 군도 사이를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보았다. 두 사람은 합의를 맺었다. 검은 장미단이 엘리스에게 거미 신에게 제물로 바칠 끝없는 희생양을 제공하는 대신 엘리스는 그 무서운 미지의 해안에서 힘을 지닌 유물을 되찾아 오기로 했다.
엘리스는 자번 가의 버려진 저택으로 다시 돌아가, 범접할 수 없는 아리따운 은둔자가 되었다. 불멸의 미모를 가졌다는 둥, 먼지 쌓인 허름한 저택에서 무시무시한 괴물과 살고 있다는 둥 별의별 소문이 다 돌았지만 그녀의 진짜 정체를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 세기가 지났지만 엘리스는 거미 신의 부름을 느낄 때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불운한 구혼자나 쉽게 휘둘리는 자들을 데리고 검은 안개의 땅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녀와 동행한 자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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