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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음력이라 굳게 믿는 시헌력은 17세기 중반 명ㆍ청 황실이 독일인 시켜서 만든 역법입니다. 우리민족의 얼과 관련이 없습니다. 1년을 354일로 계산한 탓에 19년마다 7번의 윤달이 듭니다. 윤일이 아니라 어떤 연도는 13개월 이상이란 얘깁니다. 당시엔 과학적이었기에 동아시아, 동남아국가는 이를 받아씁니다.
당연히 시헌력 도래 전 조선의 1월 1일과 이후 1월 1일은 일치하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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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케플러 효과같은 첨단 과학까지 들어간 역법이었으나 현대 기준서 19년 중 7개월이 더 들어가는 역법을 불편합니다. 대한제국은 1894년 갑오개혁 때 우리가 음력이라 믿는 시헌력을 폐지하고 그레고리력을 선포합니다.
일본도 1873년에 그레고리력 선포, 1897년에 음력 명절 금지를 시켰죠.
일본은 그저 자국 행정령을 조선에 똑같이 했을 뿐입니다. 음력 설 금지는 일본인에게 똑같이 했습니다.
대한제국도 행정력만 온전했다면 대통력에서 시헌력으로 바꿨듯이 그레고리력을 정착시켰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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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쇠는 나라는 대락 7개국으로 전부 중국 주변국입니다. 우리민족만의 고유명절이라 보기 힘들죠.
1. 오늘날 우리가 쓰는 음력 달력은 시헌력이다. 명나라 말기에 만들어졌고 왕조 교체 때문에 시행이 늦어지다가 청나라 때 도입되었다.
2. 시헌력은 태음태양력이라 한다. 달의 운행을 중심으로 태양의 움직임에 맞추어 계절을 정한다는 말이다. 음력에 반대되는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역법은 양력이라 한다. 서양의 역법이란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인간세계는 워낙 태양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오늘날 이슬람 달력을 제외하고는 모든 나라가 태양력을, 적어도 태음태양력을 쓴다. 음력에 따라 날자를 29, 30일로 번갈아 가면서 쓰더라도 계절은 양력에 의해 보정한다. 양력에는 그레고리력과 율리우스력이 있지만 보통 그레고리력을 쓴다.
3. 고대 사회에서 달력의 정확성은 곧 농업 생산력이고 농민들은 절기에 대단히 민감했다. 그들에게 정확한 달력을 제공하는 것은 정권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였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확한 달력을 만들려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 정밀도를 추구했다.
4.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번 도는 데 1년이 걸리고 그 주기는 약 365.256 363 004이다. 한편 태양이 지구에서 보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에는 365.2421990 일이 걸린다. 소수점 이하 두자리까지 아는 데 수천년이 걸렸다. 알렉산드리아의 소시게네스가 자료를 연구해서 이 사실을 확인했고 1년이 355일이라 생각하던 미개한 로마인에게 율리우스 시저가 이 정보를 토대로 정확한 태양력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걸 다시 열 하루를 삭제하고 정밀도를 소수점 이하 네자리까지 늘리는 데 1500년이 걸렸고 다시 또 500년이 지나서는 오차가 5100년에 하루 나도록 맞춰져 있고 변화하는 주기에 맞춰서 임시로 윤년을 집어넣어 수정한다.
5. 과거 우리 조상들은 음력을 썻다. 우리는 언제부터 음력을 써왔나? 수서 열전 동이전에 보면 백제 용송원가력 이라고 적혀있다. 즉 그 시절부터 중국에서 달력의 기본 이론을 수입해 썻다는 거다. 이 원가력 이라는 역법은 445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신라도 이 원가력과 당나라의 대연력이라는 역법을 사용했다. 고구려는 624년 당나라에서 역법을 받아갔다 하니 무인력을 썻을 것이다. 즉, 중국의 달력을 가져다 썻다. 고려도 선명력 수사력 대통력 모두 중국 달력을 사용했다.
조선시대에는 칠정법이라고 해서 중국의 대통력을 약간 맞추어 사용했다. 이때에 비로소 우리나라의 달력이 생긴거다. 그게 정말 정확하고 기초이론부터 우리거냐는 것은 둘째치고 말이다.
6. 아무튼 칠정산을 통해 세종 시대에 처음으로 중국의 화북지방과 우리는 위치 차이가 있어서 낮의 길이가 약간 다르다는 걸 확인하고 그에 맞추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법을 완전히 바꾼 건 아니다. 기초적인 이론이 대통력이니 개조버전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게 우리나라 전통의 달력이냐 하면, 나중에 시헌력을 다시 가져다 썻다. 즉, 기껏 우리나라 고유의 달력을 만들고 다시 또 중국의, 그것도 오랑캐의 달력을 가져와 썻다. 왜? 그게 더정확하고 쉬우니까.
7. 이렇게 계속 틀려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행성의 공전궤도가 정확히 원이 아니라 약간 일그러진 타원궤도이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빠르고 어떤 경우에는 느려진다. 500여년 전의 정밀도로도 그건 알았다.
그리고 이걸 나누어 치윤하는 데 또 복잡한 계산이 필요했다.
대통력은 태양의 움직임을 365로 나누어서 그에 맞추어 윤달을 계산했는데 360도의 원을 365로 나누어 주기를 조정했으 그 복잡함이 보통일은 아니었다. 따라서 아무나 달력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늘날 그래고리력처럼 적어도 초등학생 정도면 그냥 매일매일 날자를 적고 윤년을 이해하는 것 만으로 매일을 알 수가 없는거다.
개다가 아무리 정밀하게 계산해도 기본적인 천체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잘못되어 있으니 계속 값이 안맞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도 자존심을 버리고 서양 산술이 최고임을 인정하고 그레고리력과 서양 천문학을 반영한 시헌력을 받아들인 거다.
물론 우리는 더더욱 오랑캐의 달력을 쓴다고 저항하느라 시헌력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도입까지 약 200년 정도? 나중에.조선이 망할때까지 왕실 역관은 대통력으로 만든 달력 한부를 제사드릴 때 쓰라고 왕에게 바쳤다니까 400년 정도 걸렸다고도 할 수 있다.
8. 그럼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뭘 알 수 있느냐하면, 사람들은 달력을 바꾸는 걸 싫어하지만 그래도 정확한 달력은 생활에 중요한 것이라서 더 나은 걸로 바꾸게 되어 있다는 거다. 또한 우리가 지금껏 아는 우리의 전통이라는 건 고정되어서 절대로 불변하는 불가침의 것이 아니라, 국제 표준에 맞게 수정 보완되고 또 고유성을 찾으며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계속 발달되고 변화해왔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나처럼 음력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싫어하건 말건, 음력이 정말 인간 생활을 유익하게 만드는 물건이라면 남아있을 것이고 불편하게 만드는 인습이라면 언제 사라지느냐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사라져갈 것이다.
9. 오늘날 달력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까놓고 말해서 음력이 있건 없건 삶에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역법이 바뀌는 것이 전통을 바꾸는 거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걸 적고 싶다. 음력을 없애자고 주장한다는 것이 우리나라 전통을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지금 우리가 지내고 있는 음력 명절들도 칠정산이나 대통력에 맞춘 게 아닌 시헌력에 따라 서양 문물에 맞추어 변형된 태음태양력에 의한 것이다. 몇백년 전에는 시헌력에 맞춰 제사를 지낸다면 오랑캐 풍습을 따라서 부모 생일을 놓쳐버린다고 비아냥을 들었을 거다.
그리고 지금은 양력을 따른다면 바로 그 오랑캐 달력에 맞추어 음력이 더 정확하고 우리 전통에 맞는 거다 라는 비아냥인지 훈계인지 모르겠는 소리를 듣는거고.
얼마전에는 음력이 없어지면 하지나 동지도 없어진다는 말을 하던 사람이 있던데, 아이러니 하게도 하지는 1년 중 태양이 가장 오래 뜨는 날이고 동지는 그 반대다. 가장 태양에 연관된 날을 기리기 위해서 음력을 사용하자는 말은 더이상은 naver...
양력 설에 음력 설날 하는 명절 전통을 지내자고 하면 우리나라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민족정기가 말살되는 지, 500년 전의 일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좋겠다.
요약 : 전통은 인간의 삶에 편하게 변화해온 것이며 달력은 도구에 불과하다. 역법을 개선하자는 것이 전통을 말살하자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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