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예언자의 만찬
by 제러스 로슨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feast-of-the-prophet/
광신도 무리를 따라 예언자의 천막 도시 밖으로 나온 메이어는 사막 가장자리에 있는 골짜기 밑으로 내려갔다. 이게 옳은 결정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오늘 밤 설교 장소인 툭 튀어나온 바위 너머는... '구멍'이라는 것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슈리마의 모래 밑으로 깊숙이 내려가는 그 구멍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점점 더 커지는 듯한 텅 빈 공간으로 이어졌다.
이 광신도 무리는 온종일 구멍에 가축을 던져 넣었다. 서로를 던져 넣었다. 가끔 스스로 몸을 던지는 자도 있었다.
듣기로는 구멍이 점점 커지면서 그에 응답한다고 했다. 그럼 더 많은 광신도가 더 많은 동물과 사람을 던져 넣을 수 있었다. 그 끊임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거대한 것을 집어삼킬 만큼 구멍이 커진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도시를 집어삼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시라미라든가." 메이어가 중얼거렸다. 항구를 포함해 나시라미를 통째로 쓰러뜨린다고 해도 가장자리조차 스치지 않을 것 같았다.
메이어는 앞서 구멍을 슬쩍 확인한 상태였다. 구멍은 비현실적으로 컸다. 하지만...
'여기 이런 게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르지.' 메이어는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낼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면 위험했다. 사실 '사람'이라는 것도 아주 조심스러운 표현이었다. 그중 일부는 짙은 연보랏빛 안광을 번득였다. 그 빛은 핏줄처럼 뒤틀린 형태로 얼굴 곳곳에 퍼져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계속해서 이케시아... 또는 '공허'라는 것에 대해 중얼거렸다.
고향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아직 고향이 존재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대지가 잿빛으로 변하고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괴물의 이름을 딴 존재가 바위 사이를 기어 다니는 머나먼 남쪽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메이어는 계속해서 달려야 했다. 멈추는 순간 녹서스에 발각될 것이다. 장교를 공격한 메이어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예언자를 보러 왔나?" 사람들이 극장 무대와 비슷한 공터로 몰려들자 한 남자가 물어 왔다. 다 해진 망토 밑으로 보이는 남자의 피부가 역겹게 움직였다. 남자의 입속에서 이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네." 메이어는 순순히 답했다. 광신도 무리는 그 설교라는 걸 듣지 않으면 자신을 보내 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신입이구먼! 이름 없는 도시를 찾아오는 이들은 많지. 누군가는 예언자를 찾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찾지 않아. 하지만 그 둘은 결국 같은 것이라네." 남자는 밤기운에 어렴풋이 빛나는 그의 얼굴을 가리켰다. "걱정하지 말게, 친구. 곧 이해하게 될 테니. 예언자가 자네에게도 보여 줄 거야."
사람들이 조잡하게 만든 등불 위로 검게 아가리를 벌린 저녁 별들이 전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와 불길하게 깜빡였다. 이 빛 너머에는 사막이 있었다. 그 너머에는 구멍이 있었다.
그리고 구멍 너머에는 자유가 있었다. 벌써 자유의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슈리마는 세 방향에서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북쪽에서는 녹서스가 해안을 따라 암처럼 퍼지며 거대한 도시 국가부터 사람이 몇 명 살지도 않는 농촌 마을까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고대 수도에서는 오래전 죽었다 부활했다는 황제 아지르가 불가피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남동쪽에서는...
여기가 바로 그 남동쪽이었다. 이 사람들이 슈리마를 '갉아먹고' 있었다.
구멍 너머에 틀림없이 무언가 있을 것이다. 이케시아 반도 최남단에서 죽은 듯한 잿빛 해안을 따라 내려가면 밀수업자들의 항구나 빌지워터에서 오는 어선의 정박지가 나올지도 모른다. 거기서 배를 얻어 타면 바다뱀 군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그만 생각하게." 얼굴이 일그러진 남자가 위협했다. 고개를 들자 불안정한 빛을 내는 십여 쌍의 눈이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너무 시끄럽잖아. 조용히 하게."
남자가 바위 위를 가리켰다. 그곳은 어느새 한 수척한 사람의 설교단이 되어 있었다.
"말자하가 왔어."
예언자는 옛 이케시아의 상징을 투박하게 새긴 스카프와 망토로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맨발이었고, 손은 마치 괴물이라도 막으려는 듯한 모양새로 사후 경직이 일어나 얼어붙은 것처럼 보였다. 얼굴을 긴 보라색 천으로 가린 그의 머리는...
메이어는 머리에 구멍이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언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려는 찰나 예언자의 이마에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가늘고 두꺼운 띠로 이루어진 말자하의 머리 안에... 뭔가 '끔찍한 게' 들어 있었다. 빛 속의 빛이 밖으로 고동치며 굶주린 듯 퍼져 나갔다.
"나의 아이들아." 말자하의 말은 귀에 들리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메이어의 내면을 비추는 투영, 매끄럽고 반짝이며 잘못된 예언자의 빛이 연장된 것이었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광신도 무리가 주변을 빽빽이 둘러싸고 있었다. 거대한 구멍을 돌아가기도 전에 붙잡혀 구멍으로 내던져지고 말 것이다.
"오늘 밤은 고백의 밤이다."
이제 너무 늦었다. 말자하가 메이어를 본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수백 명의 인파 속에서 말자하의 시선이 정확히 꽂히자 메이어는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미약한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 새로운 얼굴이군. 그럼 내가 각성하게 해 주마."
메이어의 내면에 섬광이 번쩍였다. 예언자의 뒤에서 거대한 형체가 나타나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건물... 아니면 건물 '같은' 뭔가가 드넓고 부자연스러운 바다 밑에서 뒤틀린 채 거꾸로 박혀 있었다. 수천 마리의 게걸스러운 생물이 무리를 지어 헤엄쳤다. 어찌나 거대한지 물인 듯 물이 아닌 곳에서 직접 흐름을 만들며 태양이 아닌 것에서 비치는 아른거리는 빛까지 차단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름...
머릿속에서 이름 하나가 곡예사처럼 춤을 추며 떠오를 듯 말 듯 애를 태웠다.
"신자들이여." 말자하가 말을 이어 갔다. "난 늘 끝이 다가온다고 얘기해 왔다. 공허가 와서 이 세계와 이 세계에 있는 모든 불행, 그리고 너희 모두를 쓸어 갈 것이다."
메이어는 정신이 갈가리 찢기는 듯했다. 생각이 너무 빠른 속도로 떠올랐다가 사라져 지금 자신이 경험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힘들었다. 날개. 늑대만 한 거미. 슈리마 밑에 떠다니는 형체. 대립. 미친 듯이 밀려드는 괴물 떼가 녹서스를 집어삼키고 기괴하게 금이 간 불멸의 요새가 부서지며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다. 얼음이 깨지며 모든 게 뒤집혔다.
메이어는 다시 말자하를 바라봤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형체가 말자하 위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왜 저렇게 큰 것일까, 왜 그녀는—
...그녀?
"하지만 우리 모두는 경험을 통해 바뀌기 마련이지. 난 아마크라에서 부모님이 병마에 시달리며 죽어 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사라진 게 아니야. 그들의 존재는 결코 헛되지 않았지. 그들이 내게 남긴 기억은 지금의 날 만들었고, 난 지금의 너희를 만들었으니까."
형체가 더 커졌다. 물리적인 형체는 아니었지만 메이어의 정신은 뭐든 붙잡으려고 필사적이었다. 정신을 다잡아 숨을 조여 오는 예언자의 압박에서 벗어나야 했다.
"공허는 그 기억을 맛봤다. 그리고 더 원하고 있다."
광신도들이 두 팔을 위로 들어 올리자 별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서 깜빡였다. 버텨야 했다. '저 틈만 넘어가면 자유야.' 메이어는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단어들이 물 흐르듯 빠져나갔다.
자신의 앞에는, 모두의 앞에는 말자하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공허가 새로운 형태,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였다. 난 한때 세상이 빛도 어둠도 없는 완전한 무의 상태로 끝나는 것을 보았다. 그건 잘못된 것이었지. 나의 아이들아, 그러니 오늘 밤 너희에게 고백하겠다. 공허가 입을 열었다. 이제 그녀는 연보랏빛 바다 밑에서 원하고 있다. 너희와 너희의 기억, 경험, 존재까지. 그녀는 모든 걸 원한다."
메이어는 발밑에서 땅이 흔들리는 걸 느끼고 나서야 달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틈이 갑작스레 확장하며 천막 도시부터 광신도까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위로 떠오른 말자하는 모든 게 살아 있는 듯 울렁거리는 무의 세계로 쏟아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될 것이다."
광신도 몇 명이 공중에 그대로 멈췄다. 피부에서 어둡게 빛을 발하는 산호가 피어나더니 곧 물결처럼 흔들리는 구멍의 벽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이상한 물고기 떼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그보다 많은 사람을 잡아먹었다. 다른 이들은 비명을 지르더니 갑자기 세상에서 지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메이어가 빠르게 추락할수록 메이어의 기억은 위에 있는 별처럼 하나씩 빛을 잃어 갔다. 녹서스의 침공, 장교를 가격하던 순간, 가족, 친구, 어린 시절, 꿈. 메이어는 흉측하게 살아 있는 공허의 하늘 너머 빛이 아른거리는 무의 세계에서 마구잡이로 튀어나온 뒤집힌 모양의 이상한 건물들을 지나 연보랏빛 바다 밑으로 점점 가라앉았다. 그때 태어나기 직전의 거대한 무언가가 언뜻 보였다.
그 형체는 메이어의 기억이 점차 사라지는 것과 함께 움직이는 것 같았다. 메이어, 광신도, 동물, 천막 등 모든 게 희미해지며 현실이라는 잔잔한 해안에서 완전히 사라져 새롭고 끔찍한 무언가로 다시 태어나는 동안 그것은 새로운 자양분에 반응하듯 점점 강해졌다.
한때 메이어라고 불린 남자가 모든 것을 비우고 눈을 감았다.
그의 몸이 공허 밑바닥에 닿았다.
그렇게 그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