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영상 메시지까지 보고 나니 정말로 실감이 나네요. 유키 세츠나, 나카가와 나나로서의 쿠스노키 토모리는 이제 마지막이라는 게...
TGS 2017에서 처음 알게 되고 난 뒤, 데뷔 시점에서 이미 현세대의 성우에게 요구하는 재능들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앞으로 대성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초기부터 소드아트 온라인과 러브라이브라는 대형 IP에 주역으로 참가하는가 하면 신인상을 거머쥐고,
쭈욱 탄탄대로를 달리며 이제 한 분기에만 여러 개의 애니메이션에 주연급으로 나오는 어엿한 인기 성우가 되었습니다.
토모리루의 재능이라면 지금의 위치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더욱 더 날개짓해 더 높은 곳에 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세상 일이 다 그렇듯, 이렇게 성우로서의 모든 재능을 갖춘데다 더해서 작사작곡까지 할 줄 아는,
인생 2회차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온갖 재능과 재주로 넘쳐나 인생에 꽃길만 달려왔을 것 같은 그녀에게도 과거에 큰 시련이 있었습니다.
본인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작곡, 클로버의 발표로 알려진 토모리루의 중학생 시절 이지메 경험.
가사에서 묘사되는 당시 상황의 편린들만 봐도 가슴이 아프지만 특히 "개가 짖는 것도 나를 욕하는 것 같았어"라는 가사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세상에 공격받는 듯한 그런 고립감과 고통을 겪고서도 지금처럼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나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한 뒤에 찾아온(정확히는 내재되어 있던 것을 알게 된) 또 하나의 시련, 토모리루의 희귀 체질.
학창 시절에도 뭔가 쉽사리 관절이 빠지고 했는데 당시에는 원래 그런 건 줄 알고 살아왔다던 그 희귀 유전병은
무대에 서는 퍼포머로서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건강보다 우선할 수 있는 게 있을 리 없으니 토모리루는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혹은 아예 빠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솔로 곡을 제외하고서는 토롯코 곡이든, 포메이션 댄스 곡이든 아예 무대에 서지 못했던 4th쯤이었을까요.
대부분의 러브라이버들은 변함없이 토모리루를 응원했지만 안타깝게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상냥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보니
러브라이브 공식과 SMA 보이스의 알력 다툼일 거라고 주장하는 루머가 나오거나
좀 더 음습한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는 토모리루 개인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하고
토모리루를 변함없이 응원하는 러브라이버들 중에서도 일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하긴 해야 한다고 불평 등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구설수에 오르는 것 자체도 개인의 정신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유키 세츠나의 연기자로서, 동반자로서 댄스를 봉인한 채 완벽하지 않은 무대를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은
프로 의식이 강하면 강한 사람일수록 더욱 견디기 어려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토모리루는 안타깝게도 완벽한 세츠나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유키 세츠나의 동반자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은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에 솔직해지셨나요?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좋아한다는 마음을 소중히 여겨주셨나요?
니지동 1st 라이브 2일차의 MC에서 토모리루가 유키 세츠나로서 남긴 말.
당시 니지동은 그룹 전체의 화합을 강조하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동료이자 라이벌로서 각자가 솔로 활동을 한다는 컨셉을 지향하면서
매달 치뤄지는 먼슬리 랭킹으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던 시절이었습니다.
대체로 이런 투표 기획으로 인기 순위가 나뉘어지는 상황 자체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
드물게는 먼슬리 랭킹이 낮은 멤버들을 비웃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멤버가 순위가 떨어졌다고 화내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당시 아직 성인식도 치루지 않은 그녀가 남긴 그 말.
누군가는 감동했다고 하고, 누군가는 대답할 수 없는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자신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에 솔직해지면서, 자신의 마음만큼이나 타인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것.
전세계를 다이스키로 넘쳐흐르게 하겠다는 유키 세츠나의 야망의 동반자로서 이 이상의 메시지가 있을까요?
처음 캐스트가 발표되었던 2017년 9월 21일부터 오늘까지 총 2018일, 5년 반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니지동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스쿠스타의 개발 지연과 간신히 이륙을 시작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비행을 시작할 시기에 강타한 코로나 사태로
토모리루에 대해 좀 더 많은 추억을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사태가 없어 좀 더 니지동의 무대 활동이 활발했다면 도리어 토모리루가 더 빨리 떠날 날이 왔을지도 모른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네요.
그간, 2018일의 기간 동안 토모리루는 유키 세츠나의 야망을 최고의 형태로 실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고생 많았습니다. 러브라이브 밖에서의 활동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러브라이브 내에서의 토모리루와의 추억이 수많은 러브라이버들에게 그렇듯이,
토모리루에게도 러브라이브의 캐스트로서 활동한 2018일이 좋았던 일, 슬펐던 일, 괴로웠던 일을 포함해서 전부 최고의 추억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정말로 수고했어요, 토모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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