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회의 러브라이브! - https://bbs.ruliweb.com/family/3094/board/181035/read/9492391
그리고 도로가에서, 머리를 싸쥔 채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중생이 있었다.
“저기, 우리 미연이 죽는 건 아니죠?”
“생명은 건졌습니다만…….”
“그게 무슨 말인가요?”
두건을 쓰고 푸른색 수술복을 입은 외과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트럭에 부딫히면서 비골동맥이 양쪽 다 끊어지고 슬관절이 심하게 부서졌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타이어에 깔리면서 대퇴부 근육과. 비부 전체가 심하게 파손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압궤된 근육에서 나오는 근육 내부 단백질과 지방조직 때문에 신장과 폐가 손상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양쪽 다리 모두를 슬관절 상단에서 절단하지 않으면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에 수술 도중에 사망할 위험을 감수하고…….”
더 들을 것도 없었다. 아니, 뒤의 말은 미연이의 부모와, 화영이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두 다리 모두를, 그것도 슬관절 상단에서 자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복도 한가운데에 철푸덕 주저않아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소녀가 있었다.
“너 이런 상태에서 출전하려는 거야? 아직 아무것도 추스르지 못하고서?”
“그래도……, 미연이 몫까지 반드시 해낼 거예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만이, 미연이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선생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화영에게 반문했다. 화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그리고 잘 해 내겠다고 자신했지만,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잘려나간 두 다리가 붕대로 묶여 있고, 크기는 냉장고만하고 온갖 액체가 흐르는 관이 연결되어 있는 기계, 그리고 입 안을 넘어 목구멍 저 안쪽까지 연결된 관과 ‘PaO2 = 60 mmHg’를 삑삑거리며 과시하는 컴퓨터 본체만한 기계. 두꺼운 유리창 너머로 볼 수밖에 없었던 그 모습이 계속 화영이의 눈앞에 보였고 그 때마다 무대에서 넘어지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반의 반도 진행하지 못한 채로, 대회를 그만두어야 했다. 흉부방사선 사진의, 폐가 있는 검은색으로 보였어야 할 자리는 마치 안개가 낀 듯이 희뿌옇게 나타나 있었다. 폐와 심장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닷새 뒤, 끝내 미연이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화영이는 한 달 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를 옮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 이상, 누구도 말을 꺼내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현이가 저렇게 된 걸 보면서 자기 때문에 저렇게 되었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었겠지. 그 때의 일이 겹쳐졌을 테니.”
“정말 세상 편한 소리 하네!”
“저 둘이 저렇게 되어 버렸으니……, 이제 어떻게 하지?”
그들은 고개를 무겁게 숙이고 있었다.
“수현이 이야기도 시작할게.”
해민이가,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떼었다.
서울 성모병원 분만실. 분만실 앞에서 자리를 깔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무거운 얼굴로 나오는 의사가 있었다.
“어떻습니까?”
“말씀드리기 유감스럽지만 따님의 얼굴을 바로 보기는 힘드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약간 후덥지근하면서 어둑어둑한 방으로 들어섰다. 투명한 상자 안에, 푸르딩딩한 형광등 아래에 눕혀진 채로 눈을 가린 채로 새파랗게 질린 입술을 달싹거리고 있는 자그만 아기가 보였다. 그리고 그 상자에 붙은 명찰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김수현, 여, 생년월일, 의증: 단심실기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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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올라올 에피소드의 소제목은 단심 (單心)입니다. 대충 토요일에서 일요일에 올라올 것 같군요. 저 제목은 크게 세 가지 이유로 해석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다음주 주말이면 러브라이브! 페스티벌도 있고 즐거운 이야기가 많은데, 혼자서 암울한 이야기를 풀고 있으니 웃길 뿐입니다.
- 처음에는 그냥 슬관절 상단에서 양하지를 절단한 채로 살아남은 것으로 쓰려다 결국 교통사고로 인해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와서 사망한 것으로 고쳐 썼습니다. 중학생한테 뭐하자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