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2는 전작의 발매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은 1987년 1월 26일에 패미컴으로 발매되었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전작을 계승하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게임성이 향상되었다.
게임은 전작과 같이 성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작의 용사와 로라 공주 사이에 태어난 자식들은 로레시아, 사말토리아, 문부르크라고 하는 3개의 나라의 시조가 되는데, 본작의 주인공은 그 중 로레시아 왕국의 왕자이다.
전작으로부터 100년 후, 세계정복을 꿈꾸는 악마신관 하곤에 의해 문부르크 왕국이 멸망해버리고, 문부르크로부터 온 병사가 이 사실을 로레시아 왕에게 보고하고 사망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보고를 들은 로레시아 왕은 아들에게 칼 한자루와 50골드만을 쥐어준 채, 사말토리아와 문부르크에 있는 용사 로토의 후손을 찾아서 함께 하곤을 무찌르라는 명을 내린다.
드래곤 퀘스트2와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료들과 함께 모험을 한다는 점이다.
당시 서양 RPG에서는 캐릭터 메이킹을 통해 처음부터 파티를 짜서 모험을 시작한 반면, 드래곤 퀘스트2에서는 혼자 모험을 시작했다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동료들이 추가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주 제작자인 호리이 유지가 의도한 것으로, 전작을 접해보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RPG라는 생소한 장르의 게임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결과로 아군 캐릭터들은 각자의 서사와 개성을 뚜렷하게 가지게 되었다.
파티제의 도입은 게임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기본적인 턴제 전투 시스템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복수의 적들 중에서 어느 쪽을 먼저 쓰러뜨리는 쪽이 유리할지 아군 캐릭터들이 지닌 각자의 개성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전략성이 높아졌다.
또, 일부 캐릭터가 죽더라도 게임오버는 되지 않으며, 죽은 캐릭터는 교회에서 일정한 금액을 기부함으로써 부활시킬 수 있다.
한 편으로는, 화면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서 패미컴의 처리 용량 한계로 전작에는 있었던 배경이 사라졌다.
또, 파티제로 인해 저장할 데이터의 양도 늘어난만큼 패스워드인 “부활의 주문”의 길이도 전작에 비해 두 배 이상 길어졌다.
나중에 발매된 북미판 “Dragon Warrior 2”에서는, 늘어난 용량 덕에 카트릿지 내에 직접 세이브할 수 있게 되어 패스워드 시스템의 불편이 개선되었다.
확장된 것은 전투 시스템 뿐만이 아니었고, 월드 맵 전체의 넓이 자체도 6배 이상 늘어났다.
무대가 넓어진만큼, 멀리 떨어진 각지를 연결하는 워프 장치인 “여행의 문”과 탈 것인 배가 시리즈 최초로 등장하게 되었다.
게임의 중반에 배를 입수하게 되면 플레이어는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상태가 되어 본작의 스케일을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지도 출처: https://bbs.ruliweb.com/game/board/177170/read/391048)
전작의 무대였던 아레프갈드는 실은 작은 섬이고 그 바깥에는 몇 배나 큰 대륙들이 있었던 것이다.
전작을 즐겼던 플레이어가 아레프갈드를 도착하게 되면 반가움과 당황스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될 것이다.
전작의 최종보스였던 용왕의 성에 가보면, 용왕의 후손을 만날 수 있는데 하곤이 위세를 떨치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5개의 문장을 포함한 여러가지 정보를 준다.
배를 입수한 시점에서 게임의 자유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기본적으로 세계 어딘가에 있는 열쇠들(금 열쇠, 감옥 열쇠)을 얻고, 갈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여 세계 각지에 숨겨진 5개의 문장을 찾아야 악마신관 하곤에게 다다를 수 있다.
세세한 진행의 순서를 결정하는 것은 플레이어의 자유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NPC와의 대화를 얻는 정보를 종합하여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모험을 이어가도록 설계되어있다.
세상을 자유롭게 모험하면서 수수께끼 같은 정보들을 조합하여 숨겨진 아이템들을 발견했을 때의 성취감은 중반부의 재미 요소이다.
드래곤 퀘스트2는 시리즈 중 가장 어려운 것으로 손꼽히는데, 그 이유가 후반부의 난이도 때문이다.
후반부에 악마신관 하곤이 있는 론달키아로 가는 동굴을 통과해야 하는데, 시리즈 최악의 난코스로 회자되는 이 동굴은 길고 함정이 가득할 뿐만 아니라 만나는 몬스터들도 흉악하게 강하다.
갖은 고생 끝에 통과한 동굴 끝에 펼쳐진 설원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인상과 함께 끝을 향해가는 모험에 대한 설레임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설레임도 잠시, 곧 플레이어는 트라우마 급의 몬스터인 사이클롭스, 블리자드, 킬러머신, 아크 데몬 등을 만나게 된다.
무시무시한 적들을 넘어 최후의 던전인 하곤의 신전에 다다르게 되면 또 하나의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본작의 부제인 악령의 신들인 아틀라스, 파즈즈, 베리알이 각 층마다 중간보스로 등장하는 것이다.
최종 보스를 포함하여 하곤의 신전 내의 보스들은 HP를 전부 회복하는 베호마 주문을 사용하는데, 이는 기술적 한계로 최대 HP를 256 이상으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선택된 방식이었다.
최종 보스가 베호마를 사용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어렵게 쓰러뜨리면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최종보스를 쓰러뜨리면 몬스터가 사라진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며, 처음 모험을 시작한 로레시아로 돌아오면 주인공은 왕위를 물려받고 이야기가 막을 내린다.
드래곤 퀘스트2는 짧은 개발기간에도 불구하고 전작에 비해 월등히 향상된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발매되었다.
전작과 달리 여러가지 커맨드가 간략화되어 계단을 오르거나 보물을 취할 때 구별된 커맨드를 입력하지 않게 되었고, 항상 정면을 향하고 있던 캐릭터의 옆모습과 뒷모습이 묘사된다.
게임의 진행과 무관한 슬롯머신 미니게임인 복권(ふくびき)이 도입되었다.
또, 도구로 사용하면 회복주문인 베호이미의 효과를 내는 장비인 “힘의 방패"를 포함하여 다양한 특수한 효과를 가진 장비품이 늘어나 전투의 전략성이 높아졌다.
충분하지 못한 테스트 기간으로 인해 후반부의 난이도가 너무 높게 설정되기는 했지만, 오히려 높은 난이도 때문에 재미와 성취감을 높다는 평도 있다.
드래곤 퀘스트2는 240만 개 이상이라는 전작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일본 콘솔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