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동안 크론병을 앓아오고 있는 환자입니다. 15년도에는 소장, 대장 일부 절제술도 받았었지요. 기억하는 분도 계시려나...
최근 반년 정도, 항문이 너무 좁아져 설사임에도 종일 배변을 못하느라 너무나 고통을 받고 있어서, 내시경 검사를 받아봤습니다.
항문은 너무 좁아져서 강제로 틈을 찢어내고 내시경을 밀어넣어야 했고, 대장 중간쯤부터는 협착으로 직경이 1cm밖에 안 되어 더 이상 검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이것 때문인지 배 왼쪽이 수시로 부글부글 끓어대며 가스가 차올라도 배출이 잘 안 되고, 종일 팽만감에 시달리며 하루의 대부분을 화장실에 앉아 곡소리 내며 들어가지도 않는 힘을 주는데 갈아넣고 있습니다. 너무 오래 변기에 앉아 생활해서 엉덩이에 자국이 배길 정도네요...
엉덩이의 치루는 아직도 상태가 별로 좋지 않고, 항문은 확장을 해도 계속 좁아질 거며, 장의 협착은 아마 풍선 확장술로는 해결이 불가능해서 외과 수술이 필요할 것 같답니다.
또, 대장과 직장의 염증이 오랫동안 굉장히 심한 상태라(이번 내시경 사진에서도 피투성이더라고요... 혈변도 평소 자주 보고요.) 염증이 너무 오래되면 암이 될 수도 있다며 몇 달 전부터 외과, 내과 선생님이 항상 장루를 쓰는 게 어떻냐고 권유하시더군요.
말이 좋아야 인공항문이지, 사실상 원래 항문을 봉하고, 배에 구멍을 내서, 잘린 장 끝을 배애 연결하는 수술일 뿐입니다. 괄약근 없는 변 배출구를 배 위로 내놓는 셈이죠.
여기에 피부 손상 방지 전처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변주머니를 달아 생활하는 것이 장루 시술입니다. 장애인 등급도 나오는 수단이에요.
솔직히 국내에서 크론병으로 가장 권위있는 아산병원이라는 곳에서도 방문할 때마다 장루 얘기만 꺼내니 불신감도 들고 권유가 권유로 들리지 않기는 했습니다. 솔직히 누가 본인 입으로 자신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시술에 선뜻 동의할 수 있겠어요...
어릴적부터 내 병은 그래도 관리가 잘 될 거야, 나는 뱃속을 헤집는 수술은 안 해도 되겠지, 하며 지나쳐온 것들이 코앞에 불쑥불쑥 들이닥치니 많이 힘들었습니다.
25살 때 준비하던 취업도 박살나고, 머릿속에 든 건 구멍이라도 난 듯 줄줄 흐르고 있고, 벌써 30살이 몇 년밖에 남지 않아서 마음은 조급한데 요즘 점점 더 힘들어지고 거동도 불편해서 거의 종일 침대에 누워서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장루 수술에 손이 가려고 하네요. 또래 환자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면 본인들도 마음은 아프지만 수술 받으니 그래도 배변에서 해방되어 몸은 편하다고들 하고...
정말 받기 싫지만 당장 제 몸이 성하려면 아무래도 선택의 여지가 더 이상 없어 보입니다. 아마 다음달 초나 다다음달 이전에 병원에서 진지하게 상담을 받을 것 같네요.
이미 마음은 뭉그러진지 오래지만, 몸이라도 좀 추스를 수 있어야 울 수라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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