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RG의 무리한 프레임 공유로 크게 희생된 비운의 킷 데스티니.
혼자서 아빠 슬리퍼를 신고 있는 듯한 어색한 하체 비율이
수많은 불만의 목소리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단순히 발 자체의 길이 문제만은 아닙니다.
발등 커버가 지나치게 넓적하며
어색하게 위로 툭튀한 무릎 장갑도 영 보기 거슬립니다.
그래서 이 개조는 무릎 커버, 발, 발등 커버 전체를 손보게 됩니다.
그 후 검은 부품을 붙인 뒤 튀어나온 뒷면을 모조리 깎아서
사진처럼 만들어줍니다.
한번 붙여볼까요?
테스트 과정에서 테이프로 붙여본 모습입니다.
아까보다 비율이 월등히 좋습니다. 이제 접착만 하면 됩니다.
노란 부분끼리 순간접착제로 붙여주면 됩니다.
종아리 부품을 자세히 보시면 안쪽에 약간 층이 져있습니다.
저 부분을 일종의 기준점 삼아서 붙여주시면 되기에 작업이 수월합니다.
관절부에 지장이 가지 않는 방식이라 가동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어드밴스드 MS 조인트 가공 과정에서 어쨌건
연동 기믹을 없앴기 때문에 무릎 커버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2. 발
본격적으로 왕발을 개조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웃긴 건, 테스트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RG와 HG의 발 '길이' 자체는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왕발이라고 불리운 건 못난 조형과 넓은 발 폭이 원인이었죠.
아무튼 HG의 발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안정되어있기에
부품을 가져다 써야 합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C1-2 (C2-2)
E1-16 (E2-16)
E1-18 (E2-18)
B1-4 (B2-4)
먼저 어드밴스드 MS 조인트를 이렇게 잘라줘야 합니다.
오른쪽은 테스트 당시의 것이니 참고만 하시고,
실제 개수에 쓰인 부품의 가공 당시 사진을 아래와 같으니
주의해서 가공하시길 바랍니다.
가공을 마쳤다면 부품 아래의 빈 공간을 채워줘야 할 차례입니다.
런너의 남는 넓적한 부분을 잘라서 양면테이프를 감아줬습니다.
양면테이프를 이용해 미세하게 모자란 부품의 두께도 균일화시켰고,
또 어드밴스드 MS 조인트의 플라스틱 재질이 순간접착제를 정말
안 받는 성질이 있어서 그냥 이렇게 했습니다.
더 좋은 접착 방법이 있다면 그 방식을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은 발 뒤꿈치의 가공입니다.
왼쪽의 부품을 오른쪽처럼 내부를 살짝 잘라줘야
아까 가공한 프레임이 평평하게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선명하게 나온 사진입니다.
가공할 부위가 안쪽에 칼이나 니퍼가 닿기 애매한 지점에 있어서
저는 깔끔하게 잘라내진 못했네요. 그래도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다음으로 발 연결부 입니다.
이렇게 잘라주시면 됩니다.
위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가공을 마친 부품들을 조립해보면...
이렇게 HG와 RG의 멋진 콜라보가 완성됩니다.
접착은 발 뒷꿈치와 회색 연결부를 먼저 순간접착제로 붙여줍니다.
그 다음 어드밴스드 MS 조인트 부분은 말씀드렸다시피
순간접착제를 잘 받지 않아서 저는 양면테이프를 밑에 붙여 베이스를 잡고
보조로 순간접착제를 써서 고정시켰습니다.
막 엄청 튼튼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직립에 문제가 될 정도는
전혀 아니어서 이 방법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이라면 이런 모양새가 나와야 합니다.
3. 발등 커버
'발등 커버도 개조가 필요한가? 그냥 HG 부품 쓰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테스트 결과 영 적합하지 못하더라구요.
보시는 것처럼 크고 우람한 파팅라인이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디테일이나 크기도 썩 어울리진 않고
결정적으로 부착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RG의 것을 가공해서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이 참 뭐랄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앞선 두 작업은 부품끼리 맞물리며 서로 잘라내고 붙일 기준점이
되어주었는데 발등 부품 만큼은 그런 과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순수하게 실력이 개입되는 부분입니다.
저처럼 손재주가 뛰어나지 않으시다면 그냥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씩 천천히 자르고 갈아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미 깎인 플라스틱은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ㅠㅠ
왼쪽부터 HG, RG 원본(조립 살짝만), RG 개조 테스트 버전입니다.
RG의 왕 발등도 충분히 줄어들 수 있었습니다.
먼저 발등커버의 노란 부분을 없애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원래 'ㄴ'자인 부품을 자르는 공정이 꼭 필요합니다.
아까운 부품이니 도려낼 부품의 가운데 지점인 파란 선을 기준으로
자르시고 나머지는 정밀하게 작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정면에서 보면 결합부가 미묘하게 곡선 라인이라 양쪽을 잘 맞춰가보며
갈아내셔야 합니다. 조심히 진행해주세요.
그리고 직선보다는 살짝 사선으로 갈아내야
오른쪽 테스트 버전처럼 발등커버 각도를 좁힐 수 있습니다.
'ㄴ'자 모양이 아닌 반대편 부품은 연결부를 반절로 만들어서
발등 커버의 각도를 좁힐 수 있게끔 해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깊게 고정이 돼서 각도가 썩 이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측면의 육각형을 가공할 차례입니다.
왼쪽은 테스트 버전이라 좀 많이 깎아 아쉬운 버전이구요,
오른쪽의 노란 선을 기준으로 모양을 잡아주시면 충분히 멋집니다.
가공을 다 하셨으면 이제 조립을 해야죠.
(사진을 미처 찍지 못해 말로 달롱넷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연결부가 자체적으로 있는 부품은 상관이 없지만
아까 'ㄴ'자에서 잘라낸 저 친구도 어쨌건 고정을 시켜야 하는데,
이때 부품에 파인 홈이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적당히 빡빡하게 끼워지는 두께의 런너 판을
잘라서 끼워보고, 발등 커버가 예뻐 보이는 각도로 조정한 뒤에
순간접착제를 뒷면에 발라줬습니다.
이제 95프로의 공정이 완료됐습니다!
남은 건 발등 커버를 붙이는 일 하나 뿐인데 문제는...
부품끼리의 결합을 최대한 이용하자니 만족스러운 각도가
절대 나오지 않고, 그렇다고 접착제를 써서 붙이자니
재질이 말을 듣지 않고;; 여기서 시간을 정말 많이 쓴 결과...
이렇게 안쪽에 작게 자른 투명 테이프를 감싸줘서
대충 때운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ㅋㅋㅋㅋㅋ
어이가 없으실 수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고
나름 튼튼하게 잘 고정됩니다.
완성 기준 이 정도의 비주얼이 나옵니다.
실력이 좋으신 분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더 좋은 접착 수단을
사용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보너스. 빔 라이플 개조 & 도색
발 이외에도 RG 데스티니에 실망스러운 포인트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지나치게 바뀐 빔 라이플 디자인이었습니다.
자세히 찾아보니 RG의 디자인은 기존의 것을 재해석한 느낌이 아니라
그냥 자기 마음대로 만든 수준이더군요.
기본 설정화
초창기 RG 특유의 빔 라이플 분할 (퍼스트 건담과 스트라이크도 동일)은
차치하고서라도, 조준경의 흰색 부품도 없고 달린 위치도
이상한데다가 빨간 디테일도 통째로 날아갔죠.
이게 영 아닌 것 같아서 수년만에 캔스프레이 도색까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참고할 디자인을 찾아보던 중 메탈빌드의 라이플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디테일이 유사한 점도 은근히 있어서
(빨간 부분 생략 등) 이대로 도색하기로 채택했습니다.
테스트 버전. 정크 RG 포스임펄스의 조준경을 가져와
연결부를 가공해서 달아줬습니다. 잘 어울리죠?
캔스프레이는 타미야 TS-4 저먼 그레이를 사용했습니다.
제대로 도색한 사진. 백화나 덜 칠해진 부분 없이 말끔합니다.
5. 완성
아무튼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 그리고 고생을 거쳐서
데스티니의 개조를 모두 마쳤습니다!
완성샷을 보시죠.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하체의 균형이 참 잘 맞아요 ㅎㅎ
옆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살짝 뒤에서도 한 컷.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다리 관절 역시
빔 라이플의 색깔과 같은 저먼 그레이로 도색해줬습니다.
아무래도 프레임 색깔이 다 어두운데 빔 라이플만 혼자 저먼그레이라 어색하더라구요.
위의 사진의 어깨장갑에 드러나는 프레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작자 시선에서 내려다보는 컷.
6. 마치며
이미 제품이 나온 프라모델을 개조한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이 강하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내 눈에 더 멋진 모습으로 있어줬으면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RG 데스티니가 신제품이었던 중학생 때부터
특유의 슬픈 하체 붕괴는 이미 반드시 수정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ㅋㅋ
실력도 돈도, 결정적으로 부품샵과 HGCE 데스티니도
없었던 당시에 엉성하게나마 본래 발을 깎아낸 친구를 10년 정도 전시해왔는데,
이제 그 녀석은 개조의 테스트베드가 된 후
상자 속에 잠들게 되어 미안할 따름입니다.
한편으로는 이젠 더 새롭고 멋진 개조작이 장식장을 차지하니
어린 시절의 숙원사업을 해결한 것 같은 뿌듯함이 솟아납니다.
이런 즐거움과 뿌듯함을 이 세상 어딘가에서
RG 데스티니의 왕발을 고치고 싶어하는 어떤 분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개조 방법을 작성해봅니다.
최대한 쉽게 한다고 했는데 잘 전달이 됐으려나 모르겠네요... ㅋㅋ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베스트샷을 올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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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누군가 만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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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2를 빌미로 1.5 버전 정도 한정판을 내주지 않을까 싶네요. 근데 기껏 힘들게 고쳐놨건만 막상 그렇게 나오면 살짝 열받을 것 같습니다 ㅋㅋ... | 24.08.07 08:2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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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가져요 엉엉
원래 누군가 만들면... | 24.08.07 08:27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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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 IT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24.08.07 08: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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