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작 중인데 머릿속도 복잡해서 비우기 위해 싸는 X글입니다.
누군가한테는 절박한 물음일 수도 있는 웹툰, 일러, 게임 가려면 만애과 가야해요?
왜냐하면 제가 그랬거든요.
저는 지방에 살고 만화, 애니 학원 제대로 다녀보지 못하고(거리 문제 때문에 3개월 다님) 근처 화방에서 만화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저 역시 청강이나 한예종을 꿈을 꾸긴 했는데 말 그대로 꿈이었죠.
아마 만애과 가야해요?라는 검색을 하신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청강이나 한예종 가실 분들이었다면 그런 질문 자체를 하지는 않으셨겠죠.
보통 그게 목표인 사람들은 난 죽어도 그림그릴 거야라는 분들이거든요.
보통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1. 나는 여태껏 그림을 그려보지 않았다.
2. 나는 스펙이 딸린다(성적이든... 그림 실력이든...)
3. 대학 자체에 두려움이 있다.
4. 기타 등등
일 겁니다.
물론 자금적인 면 때문에 진학을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일단 총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안 가도 된다.
입니다. 솔직히 주변에 알게된 일러레 분 중에 해당 학과를 나오신 분이 드물어요.
보통 애니메이션 하신다는 분들은 다녀오신 분들이 좀 있기는 하세요.
그렇다면 시간 낭비냐?
그건 아닙니다.
보통 만애과를 오면 4년 내내 그림 그릴거다라는 착각을 하시면서 오시는데 청강, 한예종 같은 실전 위주 커리큘럼의 대학을 제외하면 여기도 대학이라서요
4년의 절반은 교양 과목입니다. 실질적으로 그림을 그릴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야, 그럼 등록금 버리는 거 아냐?할 수도 있는데 이건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만 만애과를 다니시기 시작하면서 난 이게 적성에 안 맞아라는 걸 깨닫고는 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분들 계시고 저도 그랬구요.
이게 취미로, 좋아서 그림을 그리는 거랑 그걸 업으로 하는 건 천지 차입니다.
우선 그래픽 툴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숙지하셔야하고 요즘 같은 시대엔 정말 그림 끝내주게 잘 그린다가 아니면 여러가지 서브 툴(에펙, 라이브 투디, 등등)도 다룰 줄 아셔야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툴을 다루는 데는 익숙했는데 그림이 도무질 늘질 않았습니다. 딱 대학 들어오고나서 멈춘 것마냥 느리게 늘더라구요.
결론은 앗, 내가 원하던게 아니였는데.라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랑 시장성 좋은 그림이 별개인 건 둘째 치구요.
아무튼 그러면 자퇴를 할 것이냐? 그것도 답입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죠.
그럴 때 교양으로 다른 과목들을 들으면서 또 다른 적성을 찾는 것도 답입니다.
심리학이 재밌을 수도 있구요, 글을 쓰는게 재밌을 수도 있습니다.
전 후배들한테 최대한 다양한, 적성과는 다른 과목들을 들어보라합니다.
그럼 전반적인 평가는 해드렸습니다.
만애과를 위해서만 대학을 가는게 아니라 만애과도 다니면서 대학을 다닌다는게 옳은 답인 것 같습니다.
1, 2번은 제가 딱히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없습니다만 난 정말 만애과가 오고 싶으시다는 분들이시라면
그림 실력 자체보다 스타일, 개성, 줄거리에 신경을 쓰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게 훨씬 빨리 늘어요.
대학 들어오고나서 가장 많이 느끼는 쟤는 왜 대학을 들어왔을까하는 유형은 3번입니다.
과가 과라서 그런진 모르겠는데 대학, 인간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만애과라고 전부 그림 그리고 순수하고 오덕이고 그런 거 아니에요.
만애과 내에서도 권력 다툼 있고 인간관계 더럽고 뭐... 그렇습니다. 웃긴 건 그래도 저희 과는 다른 과에 비해선 그나마 괜찮았다는 거...
난 그런 거 정말 신경 안 쓰고 다닐 자신 있어라는 분이시라면 괜찮으시겠지만 멘탈 터져서 휴학 하는 친구들도 봤습니다.
말이 길어지고 있네요.
또 한가지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말일 수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스스로 찾아서 익힐 줄 알아야한다.입니다.
만애과를 떠올리는 순수한 지망생 분들은
친구들과 서로 실력, 팁을 공유하며 교수님께 가르침을 받고 실무도 체험해보고 난 과제에 갈려나가지만 그래도 행벅함
이란 상상을 하실텐데
친구들과 실력, 팁 공유는 별개로 하고
두번째는 진짜 없습니다.
요새 만애과가 별별 대학에 다 생겨나는데다 지망생도 많이 늘어났는데요
거진 그런 대학들은 교수가 실무에 대한 지식이 적은 경우가 있어요.
강사분들은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 데려오시기는 하는데 과 교수들은 업계에서 일하셨지 아마 학생분들이 가르침 받길 원하는
이 툴 어떻게 써야해요? 실력 어떻게 늘려야해요? 등등에 완전 모르시는 건 아니시지만 원하는 질문의 50퍼센트 정도의 답을 얻으실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뭣보다 그림이나 툴도 트렌드거든요. 교수님들이 현역에 계시던 때가 20년이나 10년전인데 그땐 클튜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땝니다.
결국 유튜브를 보든 학원을 가든 실력은 스스로 늘려야합니다. 저도 교수님이 가르쳐주신 건 20퍼고 80퍼는 유튜브 보면서 배운 듯...
그러면 우와 4년간 뭐하신 거에요?란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대학을 가면 적어도 4년은 어느정도 부지런하게 사는게 장점입니다.
내가 4년동안 그냥 방 안에서 뒹굴거리면서 TV보다 SNS 끄적거리다 타블렛 깔짝 거리면서 지망생1로 보내실 것 같으면
가세요.
최소한 내가 준 사회인으로써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얼추 감은 오게 됩니다.
그지 같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단점이 뭔지, 장점이 뭔지 거의 멘탈을 재개발 해주구요
사회가 얼마나 ㅈ같은지 발가락 담궈보는 수준은 겪을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