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팬픽 - THE SOLID SNAKE, BIO GEAR
부제 - 영웅이라 불리운 사나이
때는 2016년, 사도에 흡수된 상태에서 미래를 보고 현실로 돌아온 에바 초호기의 파일럿 이카리 신지의 영웅적인 분투에 의해 제레의 야망은 저지되었다. 사도에 맞서 인류를 지킨다는 목적에 의거해 창설된 UN 산하의 조직 NERV(네르프)는 존재의의를 잃게 되어 부분적인 해체와 더불어 유일하게 기동 가능한 영호기를 이용한 대형 재난 대처 등의 임무를 수행할 준비에 나섰지만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각지의 주요 분쟁지역마다 한 대 이상의 에바, 그것도 가장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해줬다고 평가받는 초호기의 형상을 띈 인간형 병기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해당 기체들은 고속 비행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출현 예상지점을 알아내는 것조차 어려워 각국은 대책을 세우는데 애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조직의 대규모 정리가 예상되던 NERV는 UN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유지가 결정됨과 더불어 에바 시리즈 양산 재개에 필요한 절차에 착수하였다. 그에 따라 영호기와 퍼스트 칠드런 아야나미 레이는 데이터 수집에 투입되었고, 상황에 따라선 정체불명의 조직이 동아시아 국가들을 공격하기 위해 보내는 초호기의 외관을 지닌 양산형 에바들과 사투를 벌이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 한국 해군의 진해 기지 공방전에서 그녀가 패배를 당함과 더불어 엔트리 플러그에 든 채로 납치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세계 각국은 절망감에 빠졌고, 정체불명의 조직에 사실상의 항복까지 검토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났다.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미국 정부는 주요 우방국들과의 공동 조사를 통해 정체불명 조직의 본거지를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그곳은 놀랍게도 브라질의 아마존이었다. 상세한 정보를 통보받은 브라질 정부는 미국을 위시한 미주 국가들과 연합해 정예부대들을 보내지만 양산형 에바들의 공격으로 궤멸당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 정체불명의 조직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 이름은 아우터 헤븐이었다. 아우터 헤븐은 자신들의 대승을 자축하면서 주요 언론에 자신들이 보유한 초호기형 양산형 에바 다수에 레일건을 이용한 핵탄두 발사 시스템과 S-2기관이 결합된 모습을 공개해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 닥치자 미국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자국의 최정예 특수부대 폭스하운드의 출동을 결정, 최고의 폭스 대원임을 의미하는 그레이폭스의 칭호를 지닌 프랭크 헌터 대위가 지휘하는 결사대를 아마존에 침투시켰다. 초기엔 순조롭게 임무를 수행하던 헌터 대위 등은 1주일 뒤 연락이 끊겼고, 미국 정부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폭스하운드 대원의 재침투를 지시했다. 사령관 존 롤랜드 준장은 이제 막 부대에 합류한 데이비드 콜비 준위에게 아우터 헤븐의 양산형 에바들과 그것의 양산시스템 파괴, 그들에게 납치당한 것이 분명해진 영호기 파일럿 아야나미 레이의 행방 확인과 구출, 아우터 헤븐의 진위 등을 밝혀낼 것을 지시하고 침투를 명령했다.
등장인물
1.데이비드 콜비 - 호출명 솔리드 스네이크
출생 - 1991년 3월 29일, 남극 리틀 아메리카(미국의 남극 과학기지)
가족 - 부모가 있었으나 모두 사망, 파란 생머리에 작안의 미모를 지닌 어린 여동생과 남극을 거닐던 기억은 있지만 행방을 모름
소속 - 국방성 직할 미 육군 특수부대 폭스하운드 2대대. 3중대. 2소대
계급 - 준위(W-1, Chief Warrant Officer - 미군의 준위 계급은 한국처럼 간단하지 않고 4단계로 나누어지는데 이 이야기의 스네이크는 가장 낮은 급의 준위라고 보면 된다.)
그의 이력은 불명확한 부분이 많은 편이다. 심지어 본인도 모르는 것이 많다. 명성 있는 과학자인 그의 부모는 리틀 아메리카 기지에서 미 국방성의 의뢰로 장기간 모종의 연구를 했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신상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은 아마도 아담과 관계된 연구가 아니었겠느냐고 얘기하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극비로 취급되어져 알 수 없다. 한 가지 명확히 알려진 것은 그의 부모는 이카리 겐도, 유이 부부, 후유츠키 박사와도 교분이 깊었다는 것이다. 2000년의 말미에 남극에 대재앙이 닥치던 날 그는 아들을 살리려는 양친의 희생으로 기적적으로 탈출해 미국으로 돌아갔고, 아무런 희망 없이 고아원에서 지내던 중 미군 특수부대의 세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존 롤랜드 준장의 눈에 띄어 폭스하운드 대원이 되기 위한 과정을 거쳐나갔다. 그는 초기에 그린베레 대원의 신분으로 발칸 반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지에서 숱한 실전을 경험해 한 명의 전사로서 실력을 증진했다. 롤랜드 준장은 그의 실력이 충분히 갖춰졌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솔리드 스네이크의 칭호를 줌과 동시에 폭스하운드에 합류시켰다. 이제 그는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하게 해줄 싸움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2.존 롤랜드
출생 - 1965년 7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가족 - 부모는 자연사, 아내와는 사별, 아래로 이제 막 공군장교가 된 두 아들과 의사로 활동 중인 딸이 있다.
소속 - 국방성 직할 미 육군 특수부대 폭스하운드
계급 - 준장, 폭스하운드의 사령관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직업군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업군인의 길을 걸었다. 80년대 중반 일반 사병의 신분으로 미군이 개입한 여러 분쟁지역을 전전하면서 수많은 전공을 세운 그는 젊은 시절 가장 격렬했던 전장인 걸프지역에서 특수부대원의 일원으로 스커드 미사일 파괴 임무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고,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상부의 배려로 장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의 인생에 있어 일대전환기가 된 것은 남극에서의 사건이었다. 2000년의 말미에 벌어진 세컨드임팩트의 현장에서 그는 리틀 아메리카의 경비대 지휘관으로서 능수능란하게 생존자 소개를 지휘해 다수의 인명을 성공적으로 구출하여 미 의회가 군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인 명예훈장을 수여받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몇 가지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세컨드임팩트의 원흉이 분명한 그 정체불명의 물체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나름의 조사 끝에 제레의 존재를 상세히 파악하고 그들이 수많은 재앙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기에 이르렀다. 그런 그를 제레는 매수하려고 했지만 그는 저항했고, 제레는 여러 수단으로 그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롤랜드 준장은 그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잡아내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제레의 음모를 사전에 봉쇄하려고 애썼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를 설득해 사도, 제레가 앞세울지 모를 양산형 에바에 맞서기 위한 자체적인 기동병기 부대 창설을 성사시킴과 더불어 해당 부대의 초대사령관을 지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머물러야 할 곳은 야전 부대임을 깨달은 그는 우수한 자질을 갖춘 특수부대원들을 선발해 폭스하운드를 창설시키고 기존 테러집단, 제레의 앞잡이들을 상대로 싸워왔다.
3.스튜어트 캠벨
출생 - 1970년 5월 9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가족 - 부모, 아내, 아들 셋
소속 - 국방성 직할 미 육군 특수부대 폭스하운드
계급 - 대령, 폭스하운드의 부사령관
스튜어트 캠벨은 뛰어난 지휘관이다. 롤란드 준장의 명성이 워낙 큰 관계로 눈에 잘 띄지 않았을 뿐 그는 여러 전장에서 놀라운 전과를 거뒀었고 그런 그를 미국을 위시한 1세계 국가들의 군 관계자들은 기적을 부르는 명장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런 그를 롤란드 준장이 폭스하운드의 창설에 있어 여러 중요한 일들과 부사령관직을 맡긴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준장과 마찬가지로 그도 제레에 대해 뿌리깊은 반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제레의 정체가 밝혀진 후 세계 각국 군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숙군 작업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폭스하운드에 속해 있지 않던 시절 델타포스의 현장 지휘관 중 한 명으로서 NERV 미국 지부의 기지 경비 임무를 지원한 적은 있었지만 본인으로선 그다지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부재중일 때가 많은 롤랜드 준장을 대신해 폭스하운드를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4.프랭크 헌터 - 호출명 그레이 폭스
출생 - 1989년 8월 2일. 나이지리아 그 외는 불명
가족 - 없음
소속 - 국방성 직할 미 육군 특수부대 폭스하운드 1대대. 1중대
계급 - 대위, 폭스하운드 1중대장
프랭크 헌터는 기구한 이력의 소유자다. 유전 개발 기술자로서 나이지리아를 찾은 백인 아버지와 이슬람교도인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인 그는 아버지가 정식으로 혼인식을 하기 전에 폭탄테러로 사망하고 백인 이교도 남성과의 결혼 자체를 트집 잡은 현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샤리아를 들먹여 어머니를 돌로 쳐 죽이는 것을 목격했다. 이후 그는 중노동에 시달리며 한쪽 귀가 잘리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모를 당하지만 우연히 그 현장을 목격한 당시 중령이던 롤랜드가 구해줌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롤랜드의 은혜에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는 혹독한 훈련을 거친 끝에 한 명의 전사가 되었고, 자동적으로 폭스하운드의 일원이 됨과 동시에 여러 주요 작전에서 뛰어난 지략과 용맹함을 발휘해 최고의 폭스 대원임을 의미하는 그레이폭스 칭호를 선사받았다. 지금은 불행하게도 아마존 유역의 아우터 헤븐에 대한 강행침투 작전 도중 행방이 묘연해졌다. 솔리드 스네이크가 선배로서 가장 존경하고 따르던 이들 중 한 명이기도 하다.
1.잠입
솔리드 스네이크, 아니 데이비드 콜비 준위는 특수합금으로 제조된 장거리 침투용 잠수복에 의존한 채 아마존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첫 출발지에서 통보받은 정보에 따라 최대한 조심하면서 이동 중인 그의 머리 위로는 아우터 헤븐의 하천 기동부대 소속으로 짐작되는 피버 보트와 모니터(하천 포함)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아직 그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 듯 했다. 공기 잔량이 거의 아슬아슬한 가운데 목적지에 도착한 준위는 잠수복을 벗은 후 거기에 부착된 컨테이너에서 자신의 장비들을 꺼내어 소지한 후 잠수복을 소각시켰다. 이렇다 할 외부노출 요인을 드러내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융해된 잠수복을 신중하게 은닉한 그는 무전기와 연결된 성대 마이크로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여기는 솔리드 스네이크, 본부 응답하라.”
-잘 들린다. 스네이크, 무사히 침투했는가?
“예. 사령관님, 무사히 침투했습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DIA가 입수한 정보에 따라 이동하되 상황변화에 융통성 있게 대처하라. 행운을 빌겠다. 현 시점에선 당장 지원하기가 어렵지만 현지 레지스탕스의 도움을 받는다면 휴식과 보급에 관해선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귀관의 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라. 행운을 빌겠다.
사령관인 롤란드 장군과의 무전교신을 끝낸 준위는 곧 자신을 도와줄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은거하고 있는 마을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대장, 이번에도 그들을 도와야할까요?”
“폭스마저 당한 판국입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에요.”
“차라리 그들에게 항복하는 편이…….”
“닥쳐. 다들 우리 가족들이 어떻게 희생당했는지 잊었어? 우리가 항복한들 그들은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야. 우리에게 남은 건 죽느냐 사느냐 뿐이야.”
마음 약한 태도를 취하는 부하들에게 그렇게 일갈하면서 일어선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는 예전 일을 떠올렸다. 그들이 출현했던 때는 제레의 음모가 저지됨과 더불어 모든 진실이 밝혀져 국제사회가 충격에 휩싸임과 더불어 항구적인 평화가 도래할 거라 믿었던 시기였다. 처음엔 개발회사의 형태로 나타난 그들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는 등 여러 기간시설 공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입게 해줬고 주민들은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하지만 그들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을 중심으로 저항이 시작되자 그들은 즉시 초호기형 양산형 에바와 무장병력을 앞세워 대량살육전을 벌였고, 이는 많은 젊은이들을 분노케 해 저항의 강도는 점차 강해지는 것 같았지만 그들의 잔인하면서도 효과적인 대게릴라전에 의해 저항세력은 그 존재의의가 약해져버린 지 오래였다.
‘알아. 우리가 얼마나 불리한지는. 하지만 가족들의 원수를 어떻게든 갚아야만 해. 어떻게든…….’
콜비 준위는 곤란함이 깃든 표정으로 강 위에 놓인 철교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비가 무척 삼엄했다. 공중엔 AH-1Z 바이퍼 공격헬기가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었고, 다리 양쪽에선 중무중한 보병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M-1A2 전차도 있었다.
‘대체 저들의 자금과 무기는 어디서 조달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변을 살피던 그는 포장도로를 따라 달리던 고기동 트럭 한 대가 별안간 멈추자 예의주시했다. 곧 차 문이 열리더니 거기서 내린 병사가 허둥지둥 거리며 길가에 소변을 눕는 것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상황을 파악해 그에게 달려들었다.
“누, 누구?”
“나쁘게 생각마라.”
그 병사는 순식간에 준위의 억센 팔에 목이 꺾여서 즉사했고, 준위는 재빠르게 병사의 옷을 훔쳐서 갈아입고는 그 시체를 은닉한 후 트럭에 올랐다. 철교 앞까지 이동하면서 그는 몇 가지 작업을 했는데 먼저 그 병사가 소지했던 신분증 등을 조작하는 것이었다. 소지하고 있는 디지털 위조기로 지문, 얼굴 등을 순식간에 바꿔치기하는데 성공한 준위는 철교 앞 검문소에 이르자 차분한 표정으로 경비병을 바라보았다.
“신분증 좀 줘.”
“여기.”
“이상 없군. 지나가도 좋아. 어이 차단기 올려.”
“알았어.”
곧 차단기가 올려 졌고 경비병에게서 신분증을 돌려받은 준위는 차를 계속 몰았다.
마을에 이른 준위는 트럭에서 내린 후 주위를 경계하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라는 남자를 찾기 시작하였다. 아우터 헤븐 병사의 옷을 입고 있는 까닭인지 사람들은 그를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어선 그를 찾을 수 없어. 어떡하지?’
잠시 후 으슥한 곳으로 이동한 그는 무전기의 위성통신기능으로 자신의 작전을 지원하는 DIA의 도널드 버튼 대위를 호출하였다.
“여기는 솔리드 스네이크. 버튼 대위님 응답하십시오.”
-버튼 대위다. 스네이크, 접선예정지인 마을엔 도착했는가?
“예. 대위님. 현재 카를로스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워낙 조심성이 강한 자라 보통 방법으론 접선할 수 없어. 그와 우리가 약속한 신호는 아이들에 대한 친절이다. 기회를 포착해서 잘 활용하도록.
“알겠습니다.”
곧 스네이크는 다시 거리로 나서서 사람들이 불쾌함을 느끼지 않게 관찰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던 중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였다. 뛰놀던 아이 한 명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심하게 다친 것이었다.
“엄마, 엄마!”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목격한 준위는 재빨리 달려가 그 아이에게 응급처치를 해주면서 아이가 고통에 덜 신경 쓰게 하려고 말을 걸었다.
“걱정 말거라. 내가 치료해주마.”
“아, 아저씨?”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이 잠시 웅성거리는 가운데 아이를 부모에게 인계하려던 준위는 뒤에서 둔탁한 충격을 느끼곤 정신을 잃고 말았다.
“엄마…….”
상황은 흑백영화처럼 진행되고 있었다. 아비규환이 되어버린 리틀 아메리카 기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아담이 지닌 모종의 힘으로 발생한 1차 피해로 인해 대부분의 인원과 시설물이 소실된 가운데 간신히 화를 면한 한랭지형 C-130H-30 한 대가 막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어떻게든 거기에 타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체면이고 뭐고 없었다. 지금은 목숨을 건지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레이라 콜비 박사는 피투성이인 채로 정신이 혼미한 아들을 안은 채 뛰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억지로 타려는 놈들은 총으로 쏴라!”
젊은 날의 롤랜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동체 후부에 매달리려는 몇몇을 사살해버렸다. 처음엔 머뭇거리던 그의 부하들도 방아쇠를 당겼다. 그렇게 해서 귀찮은 짐을 다 처리한 롤랜드는 동체 후부를 닫으려다가 누군가가 수송기를 따라오는 것을 보고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이라?’
“존, 부탁이에요! 이 아이만이라도 태워주세요!”
“레이라…….”
“당신들이 그 아이에게 한 짓은 용서할게요. 그러니까 이 아이만이라도…….”
“대장님?”
잠시 머뭇거리는 롤랜드의 모습에 부하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그는 어려운 결심을 한 듯 필사적으로 수송기를 쫓아오는 그녀에게서 아이를 넘겨받았다. 곧 레이라 콜비는 안도한 표정을 지으면서 바닥에 주저앉은 후 눈물을 흘렸다.
“데이비드…….”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그녀의 뒤편에선 엄청난 충격파 등이 몰려왔고, 살아남은 이들의 목숨을 마저 삼켜버렸다.
“으…….”
콜비 준위가 정신을 차린 순간 그의 앞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창살 너머로 흘러들어오는 햇빛을 등지고 있는 차분한 어조로 말하였다.
“방법이 거칠어서 미안했소. 자네 행동을 처음 보았을 땐 확신할 수가 없었거든. 이해해주시오.”
“당신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저는 솔리드 스네이크입니다.”
곧 카를로스는 그의 팔을 구속하고 있는 밧줄을 풀어준 후 말하였다.
“실망이 클 거요. 우리 레지스탕스는 이젠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어떻게든 그들의 기지에 침투할 수만 있다면…….”
“그 문제가 간단하지가 않아요. 당신 장비를 챙기고 따라오십시오.”
카를로스가 앞장선 가운데 그 뒤를 따르는 준위는 싸울 의지를 크게 잃어버린 것 같은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모습에 기분이 편치 않았다. 저들은 이번에도 기대하고 있지 않으리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카를로스를 포함 일단의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아우터 헤븐의 기지로 잠입할 수 있는 모종의 통로에 다가가던 준위는 하늘에서 뭔가 날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자 고개를 들어 올렸고, 이내 할 말을 잃었다.
“저건…….”
“당신도 알고 계실 겁니다. 양산형 에반게리온이에요. 정기적으로 공중에서 순찰을 돌고 있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화력으론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요. 그건 당신네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카를로스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 준위는 이윽고 폭포가 떨어지고 있는 곳 부근에 이르렀고 카를로스는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폭포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쇠창살이 붙은 큰 콘크리트 배관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쪽은 보안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데다 이전에 왔던 그레이 폭스와 그의 부하들도 침투로로 사용하지 않아서 경계가 덜할 겁니다.”
“제가 탈취한 트럭은?”
“적당한 곳에서 요란하게 터뜨렸습니다. 한바탕 피바람이 휘몰아치겠지만…….”
그 말에 준위는 가슴이 찢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희생을 감내하면서 자신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당신들의 희생 헛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그리고 저희와 연락할 땐 이 무전기를 사용하세요. 그 편이 안전할 겁니다.”
준위는 그에게서 무전기를 건네받아 방수가방에 넣은 후 곧 폭포에 뛰어내리더니 물살에 몸을 맡긴 채 하류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바로 저긴가?”
카를로스가 언급했던 콘크리트 배관을 발견한 준위는 물 밖으로 나온 후 주위를 경계하면서 다가가 쇠창살을 소형 히트 커터로 떼어내기 시작하였다. 곧 자신이 지나다닐만한 공간이 생기자 그 안으로 들어간 후 떼어낸 쇠창살을 도로 붙여서 눈치 채기 힘들게 만들었다.
‘자, 갈까?’
곧 발걸음을 재촉한 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 없는 통로의 연속이기 때문이었다.
‘낭패다. 이렇게 길이 복잡할 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눈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던 그는 무언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재빨리 벽에 등을 기댄 채 발소리의 주인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몇 명일까? 대강 셋? 무기는? 원거리 사격을 할 필요가 없는 하수도이니 아마도 기관단총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짝 긴장하던 그는 발소리의 주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일순 황당해지고 말았다.
“난 총으로 우릴 겁주는 어른들이 싫어.”
“옆방 아이들은 그저께 그 어른들한테 끌려가고는 아직도 소식이 없대.”
“우리도 언젠가 부르지 않을까?”
아우터 헤븐의 아이들. 아마 그 표현이 적절하리라. 눈에 띄지 않게 아이들의 면면을 관찰하던 준위는 뜻밖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머리카락은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색깔이 아닌 경우가 많았고, 한 가지 더 이상한 것은 아이들의 눈동자가 모두 붉다는 점이었다. 그러자 예전 기억이 하나 떠오른 듯 준위는 잠깐 서글픈 표정을 지었지만 다시 자신의 일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복잡한 곳은 아니었군.’
어느 정도 이곳에 대한 경험이 쌓이자 그는 거침없이 길을 따라 이동했는데 그 와중에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였다. 철망바닥이 설치된 난간을 따라 걷던 여자아이가 실수로 들고 있던 인형을 놓쳤던 것이다. 인형은 고리 같은 것에 걸렸는데 아이는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손을 뻗어 인형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만 흐르는 물에 추락하였다.
“꺄악!”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준위는 순간적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소리를 듣고 적병들이 몰려오겠지만 그들의 도움을 받기 전에 소녀는 그대로 익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구해주기엔 위험부담이 컸다. 결국 그는 어려운 선택을 하였다.
‘에라 모르겠다!’
그대로 물에 뛰어든 그는 허우적대던 소녀를 그녀의 인형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고, 그 즉시 함께 몸을 숨겼다. 그의 예상대로 아우터 헤븐의 병사들이 현장에 들이닥쳤다.
“다들, 잘 살펴봐. 꼬마아이가 하나라도 죽기라도 하면 그 양반이 엄청 화내니까.”
“그런데 꼬맹이들을 여기다 노출시켜도 되는 건가?”
“그 편이 관리하기 편하대.”
“이봐. 뭐 보이는 거 있어?”
“아무래도 아래쪽으로 더 내려가 봐야겠어.”
“알았어. 그러자고.”
경비병들이 저 멀리 사라진 후 안도한 준위는 자신의 품에 안긴 채 덜덜 떨고 있던 소녀에게 시선을 돌린 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고, 고맙습니다.”
“자, 일단 이 핫팩으로 손과 발이라도 따뜻하게 해. 좀 버틸 만 할 거다.”
“저, 아저씨…….”
“왜?”
“혹시 그 언니를 구하러 온 거예요?”
“그 언니라니?”
“레이 언니요.”
아이의 입에서 이번 작전의 목적인 아야나미 레이의 이름이 나오자 그는 두 눈이 번뜩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 있는지 아니?”
“예. 하지만 언니가 지금도 거기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어째서?”
“처음 언니가 잡혀왔을 때 우린 거의 함께 지낼 때가 많았어요. 난폭한 어른들보단 언니 품이 따뜻했거든요. 하지만 어른들이 언니를 끌고 갖다가 돌아올 때마다 언니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돌아왔어요. 그땐 몰랐는데 우연히 어느 방 앞을 지나다가 총 든 어른들이 언니가 자기들 말을 안 듣는다고 언니를…….”
거기까지 말하고는 여자아이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고, 준위는 아이를 위로해줬다.
“울지 말거라. 내가 어떻게든 해보마.”
“정말 언니를 구해주실 거예요.”
“그럼. 그게 내 일이니까.”
“아저씨, 그러면 언니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드릴게요.”
그저 아무 대가 없이 한 선행에 일이 풀릴 기미가 보이자. 한편으론 안도하면서도 불안감도 같이 느꼈다.
“아저씨, 저 방이에요.”
여자아이가 가리킨 방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던 그는 뭔가 낌새를 눈치 채고는 다시 몸을 숨겼다.
“저, 정말 언니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거죠?”
“그래 네가 협조만 해주면.”
“약속대로 해주셔야 해요.”
다른 여자아이가 경비병과 같이 방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그는 행동에 나서려는 찰나 오른쪽 귀에 꽂아둔 이어폰에서 호출음이 울리자 즉시 무전기를 켰다.
“솔리드 스네이크입니다.”
-스네이크, 나 캠벨이다.
“부사령관님. 무슨 일입니까?”
-현재 상황을 알려주게.
“천만 중 다행으로 아야나미 레이를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행이군. 빨리 행동에 나서게.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큰 재앙이 초래될 걸세. 써드 임팩트가 말이네.
“알겠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들려주겠네. 즉시 아야나미양을 구하게.
곧 교신을 끝낸 스네이크는 그녀가 갇혀 있는 것이 확실한 방에 접근하였다.
“으윽…….”
“이봐. 인형. 그만 까불고. 이제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해. 너도 이놈의 세상 더 이상 살기 싫을 거 아냐?”
“날 당신들 같은 인간으로 보지 마…….”
“또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곧 병사는 레이의 머리채를 잡더니 그대로 욕조 안에 머리를 처박았고 그녀는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이거 안 될 것 같은데.”
“하는 수 없지.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곧 병사 한 명이 아까 데리고 들어온 여자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그 아이를 끌고 왔다. 눈앞에서 레이가 육체적 고통을 당하는 걸 지켜보던 여자아이는 덜덜 떨며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하였다.
“그만해요. 언니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마세요.”
“걱정 마. 금방 끝날 거야. 네가 협조해주면.”
그렇게 말한 후 그 병사는 활활 타오르는 불에 자신의 대검을 달구었고 다른 한 명이 아이를 꼼짝 못하게 했다. 곧 칼이 자신의 오른쪽 안구에 다가오자 여자아이는 몸부림을 쳤다.
“시, 싫어. 싫어!”
“그러지 마요. 그 아이한테는…….”
겨우 고개를 든 레이가 그렇게 말하자 병사는 피식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러면 협조할 건가?”
“그, 그건…….”
“확답을 주지 않으면 이 년의 붉은 눈에 피가 흐를 거다. 따지고 보면 이 년도 네 동족이지 않나?”
지금껏 버텨왔던 레이는 이내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였다.
“알았어요. 저를 그 사람 앞으로 데려가주세요.”
“이제야 말을 듣는군. 이젠 안심해. 앞으로 그 분께서 그 날이 올 때까지 좋은 대우를 해줄 것이다.”
거기까지 말한 후 레이를 일으키려는 순간 방문 손잡이가 터지더니 누군가가 난입하였다. 반사적으로 총을 겨눈 병사들은 순식간에 침입자가 쏘아댄 소음기관단총에 맞아 쓰러져버렸다.
“아야나미 레이?”
“다, 당신은?”
“얘기는 나중에. 일단 여길 벗어나는 게 급하다.”
“언니 안심해요. 이 아저씨가 언니를 구하러 왔대요.”
“아저씨, 저희가 일단 숨을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드릴게요.”
급한 대로 시체를 은닉한 후 당장 움직일 힘이 없는 레이를 들고 밖으로 나온 준위는 아이들이 알고 있는 모종의 장소로 가 거기에 몸을 숨겼다.
“몸은 괜찮나?”
“그렇게 심하진 않아요. 상처가 많아서 문제지만…….”
“너에겐 뭔가 걸칠 거라도 있어야겠군.”
“이곳 남자들이 입는 옷 중에 맞는 건 없을 것 같네요.”
“일단 흉터에라도 약을 발라둬.”
“그러자면 슈트를 벗어야 해요.”
“약과 붕대는 여기 있다. 피해 있을게.”
레이가 슈트를 벗고서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동안 주변을 경계하던 그는 호출음이 울리자 다시 무전기를 켰다.
“여기는 솔리드 스네이크.”
-스네이크, 캠벨이다.
“부사령관님. 그녀를 구출하고 모처에 피신했습니다.”
-잘했다. 실은 자네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작전에 조금이나마 조언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소개하지.
-만나서 반가워요. 솔리드. 제 이름은 미사토 카츠라기에요.
“네르프 일본 지부의 실질적인 수뇌 중 한 명이라는 그 카츠라기 중령?”
-그래요. 하지만 뜻밖이군요. 제가 그렇게 유명할 줄은…….
“당신을 알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내 입장에선.”
-당신이 나에 관해 알고 있는 것만큼 나도 당신을 알아요. 남극소년…….
“그 표현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좋아요. 본론으로 들어가죠. 일단 레이를 구출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 아인 그들의 협박에 굴복해서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말았을 거예요.
“써드 임팩트? 초호기가 제레의 양산형 에바들과의 싸움 끝에 승리를 거두고 스스로 소멸한 마당에?”
-초호기만이 써드 임팩트, 그러니까 인류보완계획의 방아쇠라고 볼 수 없어요. 레이는 리리스의 일부인 만큼 준비하는 쪽에서 상당히 공을 들이면 충분히 일을 벌일 수 있어요.
“그녀가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으로도 기적이로군요.”
-레이는 겉보기와 달리 의지가 강한 아이에요. 어떻게든 무사히 데려와주세요.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스네이크, 행운을 빌겠다. 그럼 이만…….
“부사령관님.”
-뭔가?
“사령관님은 부재중이십니까?”
-모종의 일로 대서양을 건너고 있다. 아마도 브뤼셀로 가고 있겠지…….(브뤼셀엔 NATO의 본부가 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만.”
곧 캠벨 대령과의 교신을 끝낸 스네이크는 카를로스가 준 무전기로 레지스탕스와의 교신을 시도하였다.
-카를로스요.
“카를로스, 스네이크요. 부탁이 있소.”
-말하시오.
“내 임무 중 하나인 소녀를 구했소. 나는 다른 임무들 때문에 동행해줄 수가 없으니 콘크리트 배관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회수해주시오.”
-그렇게 하겠소.
“고맙소.”
곧 무전 교신을 끝낸 후 준위는 여분으로 가져온 권총과 적병에게서 노획한 소총을 레이에게 건넨 후 말하였다.
“혼자 힘으로 배관 입구까지 갈 수 있겠나?”
“아이들이 안전한 루트를 알아요. 도망치는 데엔 문제없어요.”
“여기 아이들은 널 무척 따르는 것 같군…….”
“이곳 어른들이 너무 매정했기 때문이에요.”
“결국 그랬던 건가? 행운을 빌지. 이 히트 커터를 가져가라. 도움이 될 거야. 꼭 무사히 탈출해라.”
“저 당신을 뭐라고 부르죠?”
“솔리드, 솔리드 스네이크. 본명은 알려고 하지 마.”
“저. 부탁이 있어요.”
“뭐지?”
“여긴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잡혀와 있어요. 그 사람들을 구해주세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노력은 해보지.”
곧 콜비 준위는 그녀를 뒤로 한 채 길을 재촉하였고, 레이는 그의 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자신이 가야할 길로 향하였다.
부제 - 영웅이라 불리운 사나이
때는 2016년, 사도에 흡수된 상태에서 미래를 보고 현실로 돌아온 에바 초호기의 파일럿 이카리 신지의 영웅적인 분투에 의해 제레의 야망은 저지되었다. 사도에 맞서 인류를 지킨다는 목적에 의거해 창설된 UN 산하의 조직 NERV(네르프)는 존재의의를 잃게 되어 부분적인 해체와 더불어 유일하게 기동 가능한 영호기를 이용한 대형 재난 대처 등의 임무를 수행할 준비에 나섰지만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각지의 주요 분쟁지역마다 한 대 이상의 에바, 그것도 가장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해줬다고 평가받는 초호기의 형상을 띈 인간형 병기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게다가 해당 기체들은 고속 비행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출현 예상지점을 알아내는 것조차 어려워 각국은 대책을 세우는데 애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조직의 대규모 정리가 예상되던 NERV는 UN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유지가 결정됨과 더불어 에바 시리즈 양산 재개에 필요한 절차에 착수하였다. 그에 따라 영호기와 퍼스트 칠드런 아야나미 레이는 데이터 수집에 투입되었고, 상황에 따라선 정체불명의 조직이 동아시아 국가들을 공격하기 위해 보내는 초호기의 외관을 지닌 양산형 에바들과 사투를 벌이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 한국 해군의 진해 기지 공방전에서 그녀가 패배를 당함과 더불어 엔트리 플러그에 든 채로 납치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세계 각국은 절망감에 빠졌고, 정체불명의 조직에 사실상의 항복까지 검토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났다.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미국 정부는 주요 우방국들과의 공동 조사를 통해 정체불명 조직의 본거지를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그곳은 놀랍게도 브라질의 아마존이었다. 상세한 정보를 통보받은 브라질 정부는 미국을 위시한 미주 국가들과 연합해 정예부대들을 보내지만 양산형 에바들의 공격으로 궤멸당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 정체불명의 조직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 이름은 아우터 헤븐이었다. 아우터 헤븐은 자신들의 대승을 자축하면서 주요 언론에 자신들이 보유한 초호기형 양산형 에바 다수에 레일건을 이용한 핵탄두 발사 시스템과 S-2기관이 결합된 모습을 공개해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 닥치자 미국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자국의 최정예 특수부대 폭스하운드의 출동을 결정, 최고의 폭스 대원임을 의미하는 그레이폭스의 칭호를 지닌 프랭크 헌터 대위가 지휘하는 결사대를 아마존에 침투시켰다. 초기엔 순조롭게 임무를 수행하던 헌터 대위 등은 1주일 뒤 연락이 끊겼고, 미국 정부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폭스하운드 대원의 재침투를 지시했다. 사령관 존 롤랜드 준장은 이제 막 부대에 합류한 데이비드 콜비 준위에게 아우터 헤븐의 양산형 에바들과 그것의 양산시스템 파괴, 그들에게 납치당한 것이 분명해진 영호기 파일럿 아야나미 레이의 행방 확인과 구출, 아우터 헤븐의 진위 등을 밝혀낼 것을 지시하고 침투를 명령했다.
등장인물
1.데이비드 콜비 - 호출명 솔리드 스네이크
출생 - 1991년 3월 29일, 남극 리틀 아메리카(미국의 남극 과학기지)
가족 - 부모가 있었으나 모두 사망, 파란 생머리에 작안의 미모를 지닌 어린 여동생과 남극을 거닐던 기억은 있지만 행방을 모름
소속 - 국방성 직할 미 육군 특수부대 폭스하운드 2대대. 3중대. 2소대
계급 - 준위(W-1, Chief Warrant Officer - 미군의 준위 계급은 한국처럼 간단하지 않고 4단계로 나누어지는데 이 이야기의 스네이크는 가장 낮은 급의 준위라고 보면 된다.)
그의 이력은 불명확한 부분이 많은 편이다. 심지어 본인도 모르는 것이 많다. 명성 있는 과학자인 그의 부모는 리틀 아메리카 기지에서 미 국방성의 의뢰로 장기간 모종의 연구를 했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신상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은 아마도 아담과 관계된 연구가 아니었겠느냐고 얘기하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극비로 취급되어져 알 수 없다. 한 가지 명확히 알려진 것은 그의 부모는 이카리 겐도, 유이 부부, 후유츠키 박사와도 교분이 깊었다는 것이다. 2000년의 말미에 남극에 대재앙이 닥치던 날 그는 아들을 살리려는 양친의 희생으로 기적적으로 탈출해 미국으로 돌아갔고, 아무런 희망 없이 고아원에서 지내던 중 미군 특수부대의 세계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존 롤랜드 준장의 눈에 띄어 폭스하운드 대원이 되기 위한 과정을 거쳐나갔다. 그는 초기에 그린베레 대원의 신분으로 발칸 반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지에서 숱한 실전을 경험해 한 명의 전사로서 실력을 증진했다. 롤랜드 준장은 그의 실력이 충분히 갖춰졌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솔리드 스네이크의 칭호를 줌과 동시에 폭스하운드에 합류시켰다. 이제 그는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하게 해줄 싸움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2.존 롤랜드
출생 - 1965년 7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가족 - 부모는 자연사, 아내와는 사별, 아래로 이제 막 공군장교가 된 두 아들과 의사로 활동 중인 딸이 있다.
소속 - 국방성 직할 미 육군 특수부대 폭스하운드
계급 - 준장, 폭스하운드의 사령관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직업군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업군인의 길을 걸었다. 80년대 중반 일반 사병의 신분으로 미군이 개입한 여러 분쟁지역을 전전하면서 수많은 전공을 세운 그는 젊은 시절 가장 격렬했던 전장인 걸프지역에서 특수부대원의 일원으로 스커드 미사일 파괴 임무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고,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상부의 배려로 장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의 인생에 있어 일대전환기가 된 것은 남극에서의 사건이었다. 2000년의 말미에 벌어진 세컨드임팩트의 현장에서 그는 리틀 아메리카의 경비대 지휘관으로서 능수능란하게 생존자 소개를 지휘해 다수의 인명을 성공적으로 구출하여 미 의회가 군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인 명예훈장을 수여받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몇 가지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세컨드임팩트의 원흉이 분명한 그 정체불명의 물체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나름의 조사 끝에 제레의 존재를 상세히 파악하고 그들이 수많은 재앙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기에 이르렀다. 그런 그를 제레는 매수하려고 했지만 그는 저항했고, 제레는 여러 수단으로 그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롤랜드 준장은 그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잡아내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제레의 음모를 사전에 봉쇄하려고 애썼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를 설득해 사도, 제레가 앞세울지 모를 양산형 에바에 맞서기 위한 자체적인 기동병기 부대 창설을 성사시킴과 더불어 해당 부대의 초대사령관을 지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머물러야 할 곳은 야전 부대임을 깨달은 그는 우수한 자질을 갖춘 특수부대원들을 선발해 폭스하운드를 창설시키고 기존 테러집단, 제레의 앞잡이들을 상대로 싸워왔다.
3.스튜어트 캠벨
출생 - 1970년 5월 9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가족 - 부모, 아내, 아들 셋
소속 - 국방성 직할 미 육군 특수부대 폭스하운드
계급 - 대령, 폭스하운드의 부사령관
스튜어트 캠벨은 뛰어난 지휘관이다. 롤란드 준장의 명성이 워낙 큰 관계로 눈에 잘 띄지 않았을 뿐 그는 여러 전장에서 놀라운 전과를 거뒀었고 그런 그를 미국을 위시한 1세계 국가들의 군 관계자들은 기적을 부르는 명장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런 그를 롤란드 준장이 폭스하운드의 창설에 있어 여러 중요한 일들과 부사령관직을 맡긴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준장과 마찬가지로 그도 제레에 대해 뿌리깊은 반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제레의 정체가 밝혀진 후 세계 각국 군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숙군 작업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폭스하운드에 속해 있지 않던 시절 델타포스의 현장 지휘관 중 한 명으로서 NERV 미국 지부의 기지 경비 임무를 지원한 적은 있었지만 본인으로선 그다지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부재중일 때가 많은 롤랜드 준장을 대신해 폭스하운드를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4.프랭크 헌터 - 호출명 그레이 폭스
출생 - 1989년 8월 2일. 나이지리아 그 외는 불명
가족 - 없음
소속 - 국방성 직할 미 육군 특수부대 폭스하운드 1대대. 1중대
계급 - 대위, 폭스하운드 1중대장
프랭크 헌터는 기구한 이력의 소유자다. 유전 개발 기술자로서 나이지리아를 찾은 백인 아버지와 이슬람교도인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인 그는 아버지가 정식으로 혼인식을 하기 전에 폭탄테러로 사망하고 백인 이교도 남성과의 결혼 자체를 트집 잡은 현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샤리아를 들먹여 어머니를 돌로 쳐 죽이는 것을 목격했다. 이후 그는 중노동에 시달리며 한쪽 귀가 잘리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모를 당하지만 우연히 그 현장을 목격한 당시 중령이던 롤랜드가 구해줌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롤랜드의 은혜에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는 혹독한 훈련을 거친 끝에 한 명의 전사가 되었고, 자동적으로 폭스하운드의 일원이 됨과 동시에 여러 주요 작전에서 뛰어난 지략과 용맹함을 발휘해 최고의 폭스 대원임을 의미하는 그레이폭스 칭호를 선사받았다. 지금은 불행하게도 아마존 유역의 아우터 헤븐에 대한 강행침투 작전 도중 행방이 묘연해졌다. 솔리드 스네이크가 선배로서 가장 존경하고 따르던 이들 중 한 명이기도 하다.
1.잠입
솔리드 스네이크, 아니 데이비드 콜비 준위는 특수합금으로 제조된 장거리 침투용 잠수복에 의존한 채 아마존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첫 출발지에서 통보받은 정보에 따라 최대한 조심하면서 이동 중인 그의 머리 위로는 아우터 헤븐의 하천 기동부대 소속으로 짐작되는 피버 보트와 모니터(하천 포함)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아직 그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 듯 했다. 공기 잔량이 거의 아슬아슬한 가운데 목적지에 도착한 준위는 잠수복을 벗은 후 거기에 부착된 컨테이너에서 자신의 장비들을 꺼내어 소지한 후 잠수복을 소각시켰다. 이렇다 할 외부노출 요인을 드러내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융해된 잠수복을 신중하게 은닉한 그는 무전기와 연결된 성대 마이크로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여기는 솔리드 스네이크, 본부 응답하라.”
-잘 들린다. 스네이크, 무사히 침투했는가?
“예. 사령관님, 무사히 침투했습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DIA가 입수한 정보에 따라 이동하되 상황변화에 융통성 있게 대처하라. 행운을 빌겠다. 현 시점에선 당장 지원하기가 어렵지만 현지 레지스탕스의 도움을 받는다면 휴식과 보급에 관해선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귀관의 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라. 행운을 빌겠다.
사령관인 롤란드 장군과의 무전교신을 끝낸 준위는 곧 자신을 도와줄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은거하고 있는 마을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대장, 이번에도 그들을 도와야할까요?”
“폭스마저 당한 판국입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에요.”
“차라리 그들에게 항복하는 편이…….”
“닥쳐. 다들 우리 가족들이 어떻게 희생당했는지 잊었어? 우리가 항복한들 그들은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야. 우리에게 남은 건 죽느냐 사느냐 뿐이야.”
마음 약한 태도를 취하는 부하들에게 그렇게 일갈하면서 일어선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는 예전 일을 떠올렸다. 그들이 출현했던 때는 제레의 음모가 저지됨과 더불어 모든 진실이 밝혀져 국제사회가 충격에 휩싸임과 더불어 항구적인 평화가 도래할 거라 믿었던 시기였다. 처음엔 개발회사의 형태로 나타난 그들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는 등 여러 기간시설 공사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입게 해줬고 주민들은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하지만 그들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을 중심으로 저항이 시작되자 그들은 즉시 초호기형 양산형 에바와 무장병력을 앞세워 대량살육전을 벌였고, 이는 많은 젊은이들을 분노케 해 저항의 강도는 점차 강해지는 것 같았지만 그들의 잔인하면서도 효과적인 대게릴라전에 의해 저항세력은 그 존재의의가 약해져버린 지 오래였다.
‘알아. 우리가 얼마나 불리한지는. 하지만 가족들의 원수를 어떻게든 갚아야만 해. 어떻게든…….’
콜비 준위는 곤란함이 깃든 표정으로 강 위에 놓인 철교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비가 무척 삼엄했다. 공중엔 AH-1Z 바이퍼 공격헬기가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었고, 다리 양쪽에선 중무중한 보병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M-1A2 전차도 있었다.
‘대체 저들의 자금과 무기는 어디서 조달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변을 살피던 그는 포장도로를 따라 달리던 고기동 트럭 한 대가 별안간 멈추자 예의주시했다. 곧 차 문이 열리더니 거기서 내린 병사가 허둥지둥 거리며 길가에 소변을 눕는 것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상황을 파악해 그에게 달려들었다.
“누, 누구?”
“나쁘게 생각마라.”
그 병사는 순식간에 준위의 억센 팔에 목이 꺾여서 즉사했고, 준위는 재빠르게 병사의 옷을 훔쳐서 갈아입고는 그 시체를 은닉한 후 트럭에 올랐다. 철교 앞까지 이동하면서 그는 몇 가지 작업을 했는데 먼저 그 병사가 소지했던 신분증 등을 조작하는 것이었다. 소지하고 있는 디지털 위조기로 지문, 얼굴 등을 순식간에 바꿔치기하는데 성공한 준위는 철교 앞 검문소에 이르자 차분한 표정으로 경비병을 바라보았다.
“신분증 좀 줘.”
“여기.”
“이상 없군. 지나가도 좋아. 어이 차단기 올려.”
“알았어.”
곧 차단기가 올려 졌고 경비병에게서 신분증을 돌려받은 준위는 차를 계속 몰았다.
마을에 이른 준위는 트럭에서 내린 후 주위를 경계하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라는 남자를 찾기 시작하였다. 아우터 헤븐 병사의 옷을 입고 있는 까닭인지 사람들은 그를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어선 그를 찾을 수 없어. 어떡하지?’
잠시 후 으슥한 곳으로 이동한 그는 무전기의 위성통신기능으로 자신의 작전을 지원하는 DIA의 도널드 버튼 대위를 호출하였다.
“여기는 솔리드 스네이크. 버튼 대위님 응답하십시오.”
-버튼 대위다. 스네이크, 접선예정지인 마을엔 도착했는가?
“예. 대위님. 현재 카를로스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워낙 조심성이 강한 자라 보통 방법으론 접선할 수 없어. 그와 우리가 약속한 신호는 아이들에 대한 친절이다. 기회를 포착해서 잘 활용하도록.
“알겠습니다.”
곧 스네이크는 다시 거리로 나서서 사람들이 불쾌함을 느끼지 않게 관찰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던 중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였다. 뛰놀던 아이 한 명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심하게 다친 것이었다.
“엄마, 엄마!”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목격한 준위는 재빨리 달려가 그 아이에게 응급처치를 해주면서 아이가 고통에 덜 신경 쓰게 하려고 말을 걸었다.
“걱정 말거라. 내가 치료해주마.”
“아, 아저씨?”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이 잠시 웅성거리는 가운데 아이를 부모에게 인계하려던 준위는 뒤에서 둔탁한 충격을 느끼곤 정신을 잃고 말았다.
“엄마…….”
상황은 흑백영화처럼 진행되고 있었다. 아비규환이 되어버린 리틀 아메리카 기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아담이 지닌 모종의 힘으로 발생한 1차 피해로 인해 대부분의 인원과 시설물이 소실된 가운데 간신히 화를 면한 한랭지형 C-130H-30 한 대가 막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어떻게든 거기에 타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체면이고 뭐고 없었다. 지금은 목숨을 건지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레이라 콜비 박사는 피투성이인 채로 정신이 혼미한 아들을 안은 채 뛰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억지로 타려는 놈들은 총으로 쏴라!”
젊은 날의 롤랜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동체 후부에 매달리려는 몇몇을 사살해버렸다. 처음엔 머뭇거리던 그의 부하들도 방아쇠를 당겼다. 그렇게 해서 귀찮은 짐을 다 처리한 롤랜드는 동체 후부를 닫으려다가 누군가가 수송기를 따라오는 것을 보고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이라?’
“존, 부탁이에요! 이 아이만이라도 태워주세요!”
“레이라…….”
“당신들이 그 아이에게 한 짓은 용서할게요. 그러니까 이 아이만이라도…….”
“대장님?”
잠시 머뭇거리는 롤랜드의 모습에 부하들이 당황하는 가운데 그는 어려운 결심을 한 듯 필사적으로 수송기를 쫓아오는 그녀에게서 아이를 넘겨받았다. 곧 레이라 콜비는 안도한 표정을 지으면서 바닥에 주저앉은 후 눈물을 흘렸다.
“데이비드…….”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그녀의 뒤편에선 엄청난 충격파 등이 몰려왔고, 살아남은 이들의 목숨을 마저 삼켜버렸다.
“으…….”
콜비 준위가 정신을 차린 순간 그의 앞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창살 너머로 흘러들어오는 햇빛을 등지고 있는 차분한 어조로 말하였다.
“방법이 거칠어서 미안했소. 자네 행동을 처음 보았을 땐 확신할 수가 없었거든. 이해해주시오.”
“당신은?”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저는 솔리드 스네이크입니다.”
곧 카를로스는 그의 팔을 구속하고 있는 밧줄을 풀어준 후 말하였다.
“실망이 클 거요. 우리 레지스탕스는 이젠 명맥만 유지하는 상태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어떻게든 그들의 기지에 침투할 수만 있다면…….”
“그 문제가 간단하지가 않아요. 당신 장비를 챙기고 따라오십시오.”
카를로스가 앞장선 가운데 그 뒤를 따르는 준위는 싸울 의지를 크게 잃어버린 것 같은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모습에 기분이 편치 않았다. 저들은 이번에도 기대하고 있지 않으리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카를로스를 포함 일단의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아우터 헤븐의 기지로 잠입할 수 있는 모종의 통로에 다가가던 준위는 하늘에서 뭔가 날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자 고개를 들어 올렸고, 이내 할 말을 잃었다.
“저건…….”
“당신도 알고 계실 겁니다. 양산형 에반게리온이에요. 정기적으로 공중에서 순찰을 돌고 있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화력으론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요. 그건 당신네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카를로스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 준위는 이윽고 폭포가 떨어지고 있는 곳 부근에 이르렀고 카를로스는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폭포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쇠창살이 붙은 큰 콘크리트 배관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쪽은 보안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데다 이전에 왔던 그레이 폭스와 그의 부하들도 침투로로 사용하지 않아서 경계가 덜할 겁니다.”
“제가 탈취한 트럭은?”
“적당한 곳에서 요란하게 터뜨렸습니다. 한바탕 피바람이 휘몰아치겠지만…….”
그 말에 준위는 가슴이 찢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희생을 감내하면서 자신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당신들의 희생 헛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그리고 저희와 연락할 땐 이 무전기를 사용하세요. 그 편이 안전할 겁니다.”
준위는 그에게서 무전기를 건네받아 방수가방에 넣은 후 곧 폭포에 뛰어내리더니 물살에 몸을 맡긴 채 하류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바로 저긴가?”
카를로스가 언급했던 콘크리트 배관을 발견한 준위는 물 밖으로 나온 후 주위를 경계하면서 다가가 쇠창살을 소형 히트 커터로 떼어내기 시작하였다. 곧 자신이 지나다닐만한 공간이 생기자 그 안으로 들어간 후 떼어낸 쇠창살을 도로 붙여서 눈치 채기 힘들게 만들었다.
‘자, 갈까?’
곧 발걸음을 재촉한 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 없는 통로의 연속이기 때문이었다.
‘낭패다. 이렇게 길이 복잡할 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눈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던 그는 무언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재빨리 벽에 등을 기댄 채 발소리의 주인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몇 명일까? 대강 셋? 무기는? 원거리 사격을 할 필요가 없는 하수도이니 아마도 기관단총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짝 긴장하던 그는 발소리의 주인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일순 황당해지고 말았다.
“난 총으로 우릴 겁주는 어른들이 싫어.”
“옆방 아이들은 그저께 그 어른들한테 끌려가고는 아직도 소식이 없대.”
“우리도 언젠가 부르지 않을까?”
아우터 헤븐의 아이들. 아마 그 표현이 적절하리라. 눈에 띄지 않게 아이들의 면면을 관찰하던 준위는 뜻밖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머리카락은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색깔이 아닌 경우가 많았고, 한 가지 더 이상한 것은 아이들의 눈동자가 모두 붉다는 점이었다. 그러자 예전 기억이 하나 떠오른 듯 준위는 잠깐 서글픈 표정을 지었지만 다시 자신의 일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복잡한 곳은 아니었군.’
어느 정도 이곳에 대한 경험이 쌓이자 그는 거침없이 길을 따라 이동했는데 그 와중에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였다. 철망바닥이 설치된 난간을 따라 걷던 여자아이가 실수로 들고 있던 인형을 놓쳤던 것이다. 인형은 고리 같은 것에 걸렸는데 아이는 머뭇거리다가 자신의 손을 뻗어 인형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만 흐르는 물에 추락하였다.
“꺄악!”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준위는 순간적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소리를 듣고 적병들이 몰려오겠지만 그들의 도움을 받기 전에 소녀는 그대로 익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구해주기엔 위험부담이 컸다. 결국 그는 어려운 선택을 하였다.
‘에라 모르겠다!’
그대로 물에 뛰어든 그는 허우적대던 소녀를 그녀의 인형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고, 그 즉시 함께 몸을 숨겼다. 그의 예상대로 아우터 헤븐의 병사들이 현장에 들이닥쳤다.
“다들, 잘 살펴봐. 꼬마아이가 하나라도 죽기라도 하면 그 양반이 엄청 화내니까.”
“그런데 꼬맹이들을 여기다 노출시켜도 되는 건가?”
“그 편이 관리하기 편하대.”
“이봐. 뭐 보이는 거 있어?”
“아무래도 아래쪽으로 더 내려가 봐야겠어.”
“알았어. 그러자고.”
경비병들이 저 멀리 사라진 후 안도한 준위는 자신의 품에 안긴 채 덜덜 떨고 있던 소녀에게 시선을 돌린 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고, 고맙습니다.”
“자, 일단 이 핫팩으로 손과 발이라도 따뜻하게 해. 좀 버틸 만 할 거다.”
“저, 아저씨…….”
“왜?”
“혹시 그 언니를 구하러 온 거예요?”
“그 언니라니?”
“레이 언니요.”
아이의 입에서 이번 작전의 목적인 아야나미 레이의 이름이 나오자 그는 두 눈이 번뜩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 있는지 아니?”
“예. 하지만 언니가 지금도 거기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어째서?”
“처음 언니가 잡혀왔을 때 우린 거의 함께 지낼 때가 많았어요. 난폭한 어른들보단 언니 품이 따뜻했거든요. 하지만 어른들이 언니를 끌고 갖다가 돌아올 때마다 언니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돌아왔어요. 그땐 몰랐는데 우연히 어느 방 앞을 지나다가 총 든 어른들이 언니가 자기들 말을 안 듣는다고 언니를…….”
거기까지 말하고는 여자아이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고, 준위는 아이를 위로해줬다.
“울지 말거라. 내가 어떻게든 해보마.”
“정말 언니를 구해주실 거예요.”
“그럼. 그게 내 일이니까.”
“아저씨, 그러면 언니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드릴게요.”
그저 아무 대가 없이 한 선행에 일이 풀릴 기미가 보이자. 한편으론 안도하면서도 불안감도 같이 느꼈다.
“아저씨, 저 방이에요.”
여자아이가 가리킨 방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던 그는 뭔가 낌새를 눈치 채고는 다시 몸을 숨겼다.
“저, 정말 언니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거죠?”
“그래 네가 협조만 해주면.”
“약속대로 해주셔야 해요.”
다른 여자아이가 경비병과 같이 방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그는 행동에 나서려는 찰나 오른쪽 귀에 꽂아둔 이어폰에서 호출음이 울리자 즉시 무전기를 켰다.
“솔리드 스네이크입니다.”
-스네이크, 나 캠벨이다.
“부사령관님. 무슨 일입니까?”
-현재 상황을 알려주게.
“천만 중 다행으로 아야나미 레이를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행이군. 빨리 행동에 나서게.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큰 재앙이 초래될 걸세. 써드 임팩트가 말이네.
“알겠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들려주겠네. 즉시 아야나미양을 구하게.
곧 교신을 끝낸 스네이크는 그녀가 갇혀 있는 것이 확실한 방에 접근하였다.
“으윽…….”
“이봐. 인형. 그만 까불고. 이제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해. 너도 이놈의 세상 더 이상 살기 싫을 거 아냐?”
“날 당신들 같은 인간으로 보지 마…….”
“또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곧 병사는 레이의 머리채를 잡더니 그대로 욕조 안에 머리를 처박았고 그녀는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이거 안 될 것 같은데.”
“하는 수 없지.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곧 병사 한 명이 아까 데리고 들어온 여자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그 아이를 끌고 왔다. 눈앞에서 레이가 육체적 고통을 당하는 걸 지켜보던 여자아이는 덜덜 떨며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하였다.
“그만해요. 언니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마세요.”
“걱정 마. 금방 끝날 거야. 네가 협조해주면.”
그렇게 말한 후 그 병사는 활활 타오르는 불에 자신의 대검을 달구었고 다른 한 명이 아이를 꼼짝 못하게 했다. 곧 칼이 자신의 오른쪽 안구에 다가오자 여자아이는 몸부림을 쳤다.
“시, 싫어. 싫어!”
“그러지 마요. 그 아이한테는…….”
겨우 고개를 든 레이가 그렇게 말하자 병사는 피식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러면 협조할 건가?”
“그, 그건…….”
“확답을 주지 않으면 이 년의 붉은 눈에 피가 흐를 거다. 따지고 보면 이 년도 네 동족이지 않나?”
지금껏 버텨왔던 레이는 이내 고개를 숙이면서 말하였다.
“알았어요. 저를 그 사람 앞으로 데려가주세요.”
“이제야 말을 듣는군. 이젠 안심해. 앞으로 그 분께서 그 날이 올 때까지 좋은 대우를 해줄 것이다.”
거기까지 말한 후 레이를 일으키려는 순간 방문 손잡이가 터지더니 누군가가 난입하였다. 반사적으로 총을 겨눈 병사들은 순식간에 침입자가 쏘아댄 소음기관단총에 맞아 쓰러져버렸다.
“아야나미 레이?”
“다, 당신은?”
“얘기는 나중에. 일단 여길 벗어나는 게 급하다.”
“언니 안심해요. 이 아저씨가 언니를 구하러 왔대요.”
“아저씨, 저희가 일단 숨을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드릴게요.”
급한 대로 시체를 은닉한 후 당장 움직일 힘이 없는 레이를 들고 밖으로 나온 준위는 아이들이 알고 있는 모종의 장소로 가 거기에 몸을 숨겼다.
“몸은 괜찮나?”
“그렇게 심하진 않아요. 상처가 많아서 문제지만…….”
“너에겐 뭔가 걸칠 거라도 있어야겠군.”
“이곳 남자들이 입는 옷 중에 맞는 건 없을 것 같네요.”
“일단 흉터에라도 약을 발라둬.”
“그러자면 슈트를 벗어야 해요.”
“약과 붕대는 여기 있다. 피해 있을게.”
레이가 슈트를 벗고서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동안 주변을 경계하던 그는 호출음이 울리자 다시 무전기를 켰다.
“여기는 솔리드 스네이크.”
-스네이크, 캠벨이다.
“부사령관님. 그녀를 구출하고 모처에 피신했습니다.”
-잘했다. 실은 자네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작전에 조금이나마 조언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소개하지.
-만나서 반가워요. 솔리드. 제 이름은 미사토 카츠라기에요.
“네르프 일본 지부의 실질적인 수뇌 중 한 명이라는 그 카츠라기 중령?”
-그래요. 하지만 뜻밖이군요. 제가 그렇게 유명할 줄은…….
“당신을 알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내 입장에선.”
-당신이 나에 관해 알고 있는 것만큼 나도 당신을 알아요. 남극소년…….
“그 표현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좋아요. 본론으로 들어가죠. 일단 레이를 구출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 아인 그들의 협박에 굴복해서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말았을 거예요.
“써드 임팩트? 초호기가 제레의 양산형 에바들과의 싸움 끝에 승리를 거두고 스스로 소멸한 마당에?”
-초호기만이 써드 임팩트, 그러니까 인류보완계획의 방아쇠라고 볼 수 없어요. 레이는 리리스의 일부인 만큼 준비하는 쪽에서 상당히 공을 들이면 충분히 일을 벌일 수 있어요.
“그녀가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으로도 기적이로군요.”
-레이는 겉보기와 달리 의지가 강한 아이에요. 어떻게든 무사히 데려와주세요.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스네이크, 행운을 빌겠다. 그럼 이만…….
“부사령관님.”
-뭔가?
“사령관님은 부재중이십니까?”
-모종의 일로 대서양을 건너고 있다. 아마도 브뤼셀로 가고 있겠지…….(브뤼셀엔 NATO의 본부가 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만.”
곧 캠벨 대령과의 교신을 끝낸 스네이크는 카를로스가 준 무전기로 레지스탕스와의 교신을 시도하였다.
-카를로스요.
“카를로스, 스네이크요. 부탁이 있소.”
-말하시오.
“내 임무 중 하나인 소녀를 구했소. 나는 다른 임무들 때문에 동행해줄 수가 없으니 콘크리트 배관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회수해주시오.”
-그렇게 하겠소.
“고맙소.”
곧 무전 교신을 끝낸 후 준위는 여분으로 가져온 권총과 적병에게서 노획한 소총을 레이에게 건넨 후 말하였다.
“혼자 힘으로 배관 입구까지 갈 수 있겠나?”
“아이들이 안전한 루트를 알아요. 도망치는 데엔 문제없어요.”
“여기 아이들은 널 무척 따르는 것 같군…….”
“이곳 어른들이 너무 매정했기 때문이에요.”
“결국 그랬던 건가? 행운을 빌지. 이 히트 커터를 가져가라. 도움이 될 거야. 꼭 무사히 탈출해라.”
“저 당신을 뭐라고 부르죠?”
“솔리드, 솔리드 스네이크. 본명은 알려고 하지 마.”
“저. 부탁이 있어요.”
“뭐지?”
“여긴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잡혀와 있어요. 그 사람들을 구해주세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노력은 해보지.”
곧 콜비 준위는 그녀를 뒤로 한 채 길을 재촉하였고, 레이는 그의 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자신이 가야할 길로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