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4일.
합류 포스트 북서쪽 15km.
진도5 안성종 상사는
낮은 목소리로
그간의 경과보고를
이규철 대위에게 하고 있었다.
정찰지점에서 철로를 조사하고,
열차를 기다리다
전조등을 끈 열차를 포착했다는 것.
그리고
그 열차가 태양호로 강하게 의심되어
작전 계획보다 더 이른 시간에
합류 포스트로 이동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추려서 빠르게 보고했다.
합류 포스트에 도착하고
8시간 거리를 마중 나왔고,
그곳에서 발생한
첫 번째 접촉을 처리했고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동했다는 이야기가 다 끝날 때까지
이규철은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외부 경계를 하는 잇토키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 신경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꼈다.
한껏 낮춰진
안 상사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기에
안 상사가
그동안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미끼가 되어서
이규철 대위를 위험에서 보호하려고 했던
안 상사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잇토키의 걱정과는 달리
이규철 대위는
안 상사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안 상사 팀이
계획에 따라
철도 정찰 지점에서 40시간을 대기하다
합류 포스트로 이동하던 와중에
합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이규철은
안 상사의 짧은 보고를 듣고
상황을 전부 파악할 수 있었다.
안 상사가
왜 계획 시간보다
빠르게 정찰 지점을 떠났는지,
왜 마중을 나왔는지,
그리고
왜 몸을 피하는 대신
수색조를 처리하고 엉
뚱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는지,
안 상사의 의도를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짧지만
중요한 내용은 모두 들어 있는
보고가 끝나자,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안 상사는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진도0을 만난 이상
작전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다시 진도0이 담당한다.
진도5는
그저 진도0의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이제부터
모든 결정을 해야 하는
이규철은
생각을 정리하느라 말이 없었다.
그는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과 정보는 부족했다.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대로 계속 북으로 갑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이규철 대위였다.
안 상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북한은
수색 개시와 더불어
퇴로 차단을 동시에 진행했을 것이다.
동해 탈출 루트는 막혔다고 보는 것이 좋았다.
아니, 확실히 막혔다.
작전은 도박이 아니다.
에이스 두 장을 들었다고 해도
세 번째 에이스가 나오기 전까지
절대로 판돈을 올려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판돈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퇴각 방향이 결정되자
두 사람은
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그리고
최대한 멀리 움직일 시간이었다.
“이동한다. 작전 대형으로.”
이규철의 명령을 들은
진도 팀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작전 대형에 따라
안성종 상사가 선두에 섰다.
잇토키는
나쁜 생각을 지우기 위해
머리를 살짝 흔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진도 팀이 다 모였다.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잔뜩 얼어붙은 11월의 공기가
그의 폐 안을 가득 채웠다.
괜찮다.
어떤 상황이든 뚫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폐 속에서 데워진 숨을 내뱉는
그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눈.
그동안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안 내리던 눈이
막 시작한 것이었다.
잇토키는
손을 뻗어
내리는 눈을 손으로 받았다.
장갑 위에서
잠시 그 결정을 유지하던 눈은
금세 녹아 사라져 버렸다.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363)
2023.05.09 (00:1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