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레아 숲에서 발견된 로즈의 상태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밤새 비를 맞은 채 잠이 든데다,멀정한 외상과 달리 내상은 다소 심각한 상태였다.
안젤리카는 로즈를 업고 서둘러 말안장에 눕힌 뒤,가장 가까운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
잠깐 정신이 돌아온 로즈는 서둘러 화랑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안젤리카는 듣지 않았다.그런 바람둥이 때문에 더 이상 로즈가 상처 받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가능하면 로즈를 설득해 화랑을 잊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싶어 했다.
어느덧 12시가 되었다.
아리아가 옆에서 책을 읽어준 덕분에 시간이 의외로 너무 안갔다.
신님도 참 무심하다.언어를 주셨으면 글도 읽을 수 있게 해주셔야지.. 끝까지 사람 고생 시킨다.어쨌든 내가 집중하지 못할 때 마다 아리아는 내 볼을 꼬집으려 하거나 빤히 바라보는 둥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미안함은 들었지만 집중하기가 어려웠다.그건 아리아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점 때문에 신경이 산만해져 인지도 모르겠다.
점심시간까진 아직 멀었지만 배고프다며 아우성거리는 용병들이 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엔 레드 플라워 용병단이 있었다.
한스 브라이튼은 선동된 부하들을 다독여봤지만 테리의 생각에 편승한 부하와 동료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휴이는 결코 그 의견을 수용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위치는 매복병에게 기습당하기 너무나도 좋은 지형이었기 때문이다.
“2시간만 더 가면 마을이 나오니 조금만 인내해 주길 바란다”
테리가 곧 반응하며 소리쳤다.
“마차에 실린 음식은 관상용이 아니잖수!배 좀 채우고 갑시다!”
옭소!
배고파 죽겠다고!
우릴 노예 취급하지마라!
레드 플라워뿐만 아니라 배틀 엑스마져 원성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휴이는 이내 난처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하지만 절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곳은 너무나도 위험했으며 테리 보니가 일을 꾸몄다면 그 실행지는 바로 이곳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때 길 앞에 거대한 고목이 길 한가운데 쓰러진 것을 본 휴이는 아차 싶은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레드 플라워 용병단에 대열이 어느세 전진 배치되어 있었고 배틀 엑스 용병단은 아무 의심 없이 그들과 뒤섞여 있는 것을 보게 됐다.
“레드 플라워를 경계하라ㅡ!!!”
휴이가 고함침과 동시에 레드 플라워 전원은 배틀 엑스 용병단을 향해 칼을 뽑아 그들을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크악!”
쳐--억
“우아악”
테리 보니의 날카로운 칼날이 한스 브라이튼의 심장을 향해 날아왔지만 그는 몸을 비틀어 말에서 내림과 동시에 안장에 걸어둔 칼집에서 검을 뽑아 들고는 반격을 시도 할 때였다.
길을 중심으로 양쪽 숲에서 40여명이나 되는 무장 세력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루카스와 게일은 휴이가 경고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자 믿을 수 없는 얼굴로 검을 뽑아 들었다.
“기사들을 향해 활을 쏴라!!”
무장 괴한들은 루카스와 게일을 향해 일제히 화살을 발사했고 10여발이나 되는 화살은 루카스와 게일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그들도 재빠르게 말에서 내린 뒤,가속 기술을 사용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기사들이 마차에서 벗어났다!!어서 공녀의 신변을 구속해라!”
휴이는 재빠르게 마차를 버리고 아군 용병 대열에 합류했다.
테리는 한스를 따돌리고 아리아를 인질로 잡기 위해 서둘러 마차로 뛰었다.
그녀만 수중에 떨어지면 이곳에 모든 저항 세력쯤 손쉽게 제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환희에 찬 테리가 문을 열어 재끼자 그곳에는 무장한 남자들이 매섭게 테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이건..”
에텔에 치안 경비대가 마차 안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테리는 질겁하는 얼굴로 치안 경비대에 매서운 맹공을 받아내고 있었다.
칭!칭칭!!
“뭐야 뭐야 뭐야!!대체 저게 뭐야!!”
칭-!치치칭!
“변질자와 무장 괴한들을 모두 죽여라-!!”
놀랐지?
휴이가 말해주더라고.. 만약 기습이 발생하면 에텔에 치안 본부로 포탈을 열고 경비병들을 소환하라고..
마차가 멈춤과 동시에 밖에 상황을 보고 바로 포탈을 열어 오스칼 대장을 찾아 그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이것이 바로 이세계판 트로이 목마 작전이다.
“대체 마차에서 얼마나 튀어 나오는 거야!!!”
“다..달아나!!숫적으로 우리가 불리하다!!”
마차에서 뛰어나온 경비대 병력은 무려 20여명이 넘었고 배틀 엑스 용병단도 11명이나 건재했다.더욱이 공녀를 인질로 잡지 못한 시점에서 기사 두 명은 엄청난 부담요소임은 틀림 없었다.
난 여유롭게 기사들과 한스가 싸우는 것을 동영상에 촬영하여 지난번에 삭제한 기술을 카피해 나가고 있었다.
그중 벨터에 화려한 단검 기술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재빠르며 날카로웠다.
상대 소드를 단검으로 받아내고 파고 들어 심장을 향해 정확히 일격을 가했다.회피을 하기 위한 최소한에 깔끔한 스텝으로 적들을 유린해 나가는 모습이 가히 골드 등급에 용병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경우에 따라 바닥에 떨어진 소드로 공격을 받아내고 투척하여 적의 대형을 손쉽게 무너트려 나갔다.사신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몸 늘림과 살상 능력은 그 어떤 무기를 집어 들더라도 실수 없는 멋진 활약을 펼쳐 보였다.
49명에 적중에서 28명이 죽었고 7명이 치명상을 입었다.
그리고 13명과 테리 보니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달아났다.
아군 피해는 5명이 사망했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모두 배틀 엑스 용병단에서 발생한 것으로 레드 플라워 용병단이 기습을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7명에 부상자는 내가 큐어를 걸어 치유를 해 주었고 한스 브라이튼은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곳이 보해라 숲 인근이라고요?”
“신기하군요.. ”
포탈에 대한 존재가 세상 사람들에게 들어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다.
난 병사들에게 한 가지 당부를 하였다.
“들어주세요.. 이제 마법의 문을 열어 당신들을 에텔 치안 본부로 바래다 드릴 겁니다.단 이 마법에 대한 것은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이는 막시무스 랏테 에우르고 공작님에 뜻이기도 하며 어길시 어떤 처벌이 기다릴지 알 수 없습니다”
치안 경비대들은 기합을 다지며 내 앞에서 군례를 올렸다.
이러니깐 꼭 사단장이 된 느낌이다.
포탈을 열고 치안 경비대를 돌려보낼 무렵 휴이는 붙잡은 레드 플라워 용병단원 앤고를 추궁하고 있었다.
정중히 물어보는 휴이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할리 없는 앤고는 꽤나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한스는 죽은 부하들의 복수를 하겠다며 검을 뽑아들어 소란을 피웠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벨터 아스테가 걸어와 앤고를 바라보며 미소 짓자 그제 서야 상황 파악이 된 앤고의 얼굴에선 여유가 사라졌다.
“아는 게 있긴 해?”
앤고는 입가에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죽어도 말 못하지.. 내가 동료를 팔 것 같아?”
“흠~ ”
벨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자식 개뿔도 몰라.. 그냥 죽여버려”
“무슨 소리야!난 아지트가 어딘지 안다고!!”
“개소리.. 말단중에 말단이라 아지트 위치는 몰라 그렇잖아?”
“알아!!아지트는 웨스단 근방이라고!”
벨터는 앤고의 눈을 바라보며 입 꼬리를 올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흔들며 한스 어깨를 두드렸다.
“저 말도 거짓말이야.. 웨스단에 저 놈들 아지트는 존재하지 않아”
“그럼 뒤처리는 내가 하도록 하지”
험악한 인상에 한스 브라이튼이 단검을 뽑아 들었다.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선사해주마...”
“으악!!그만둬!!!난 명령에 복종한 것 뿐이...으아아아아악!!!!!”
휴이는 벨터를 바라보며 물었다.
단지 몇 마디 물어본 걸로 상대 의도를 단정 짓는 연유에 대해서였다.
벨터는 휴이로부터 한 가지 실험을 요구했다.
“딱히 당신한테 증명해 보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저놈이 거짓말쟁이라는 것은 증명해 보여야겠죠?자 휴이 로이드 남작님.. 우린 서로 질문을 하나씩 주고 받을 겁니다.그건 모두 당신에 대해서입니다.전 당신이 저에게 거짓말을 하는지 그것을 가려내도록 할 겁니다.그럼 제가 질문을 하죠.. 당신은 가족을 사랑 하십니까?”
“물론이지”
벨터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당신은 가족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
“뭐라?내가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다?어머니와 동생들을 말인가?”
“보아하니 지금 거론한 사람들은 미워하지 않는 것 같군요”
이것이 심리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인지 진실의 눈을 가진 것인지 명확히 알기위해 휴이는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하였다.
“난 엘베룩 왕국에 모든 지역을 머릿속에 넣고 있네.. 거기다 모든 가문들의 이름과 상징을 외우고 있지.. 과연 이건 사실일까?아니면 허풍일까?”
“진실이군요.. 놀랐습니다..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 놓고 계시다니.. 하지만 뒤쪽은 조금 아닌 것 같군요.. ”
벨터는 정확히 자신에 진실과 거짓말을 가려내었다.이러한 능력은 고전에서 내려오는 선구자의 눈이라는 것 밖에 없었다.실제로 이런 능력을 가진 인물을 처음 본 휴이는 놀라움을 들어냈다.만약 이러한 능력을 올바른 곳에 쓴다면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음을 떠올렸다.
한편 치안 본부로 몸을 피한 아리아는 무사히 마차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로즈와 안젤리카에 부재뿐만 아니라 레드 플라워 용병단의 배신으로 마차를 후송하는 호위 인력은 절반 이하로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한스 브라이튼은 죽은 부하들의 무덤을 보해라 숲에 만들어 줬으며 테리 보니를 죽여 복수를 할 것을 무덤 앞에서 다짐하였다.
마차 행렬은 다시 출발하였다.
현재 마차를 후송하는 인원은 배틀 엑스 용병단 11명과 케로베로스 용병 한명, 가르시아 가문에 사병 두 명 그리고 마부 2명, 하녀 둘 그리고 휴이와 화랑이었다.
가라앉은 분위기속에서 오후에 한차례 소나기가 내렸다.그 비를 피하고자 서둘러 마을로 이동한 일행은 그제 서야 휴식을 취 할 수 있었다.
아리아는 루비어 저택으로 이동했고 화랑과 휴이 그리고 벨터와 한스 네 사람은 잠시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주제는 증원 인력에 대한 부분이었다.그러나 그 전에 마차에서 치안 경비대가 튀어 나온 점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마차 안에서 에텔 도시 치안 경비대가 무려 20여명이나 튀어 나온 점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한스의 의문에 벨터 역시도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휴이와 난 한차례 시선을 교환했다.벨터 앞에선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더욱이 한스 브라이튼은 결코 입이 가벼운 그런 종류에 부류가 아닌 것을 감안해 이들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해 주기로 했다.
포탈에 대해 설명을 들은 두 사람은 놀라움을 비췄지만 대체적으로 받아드리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그 마법의 문에서 에텔 치안 경비대 인력이 튀어나온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봤기 때문에 의심에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리아 공녀님을 루비어 저택이나 고급 여관에 모셔두고 화랑 자네만 왕도 벨리타로 간다면 별 문제가 안되지 않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따지면 호위 인력도 필요가 없어진다.
죽은 부하들과 호위를 맡은 부하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려면 이 여정은 지속되어야만 했다.그렇기에 한스는 잠자코 휴이의 의견을 기다렸다.
“여러분들이 아셔야 할 점은 이겁니다.아리아 아가씨께선 점심이나 저녁 취침은 루비어 저택에서 가진다는 부분입니다.아리아 공녀님이 부재중일 땐 게일과 루카스경을 포함한 2명에 병사가 마차를 지킬 것입니다.그외 이동중엔 배틀 엑스와 케로베로스의 벨터에게 호위를 맡기겠지만 여정 도중에 또다시 오늘과 같은 일이 발생해,인원이 더욱더 줄어들게 되면 경우에 따라 레야님께 금화를 융통하여 아리아 공녀님을 고급 여관에 모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벨터가 그 말에 수긍하며 답했다.
“아뇨.. 차라리 지금이라도 그렇게 하시죠.. 현재 저희가 또다시 저런 습격을 받는다면 배틀 엑스 용병단에 피해가 누적 될 겁니다”
하지만 한스는 반대 입장이었다.
“아닐세... 한번 맡은 임무를 쉽게 포기 할 수 없네.. 이건 우리 자존심과 신용이 걸린 문제야”
한스 브라이튼의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휴이는 우선 이대로 여정을 강행하기로 결정을 내린다.그 결정에 나를 포함해 두 사람도 동의하였다.
그보다 대체 로즈는 언제쯤 합류할지 궁금했지만 벨터도 그 두 사람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다는 대답을 할 뿐이었다.
어째든 목적지는 벨리타로 그곳에서 만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해주었다.
“벨터?넌 날 믿지?난 로즈에게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
“믿어요, 형은 지금 진실만을 말하고 있으니깐”
“고마워..”
내 무죄는 벨터가 증명해 줄 것이다.
그러니 어서 로즈를 만났으면 한다.벨리타에서 만나게 되면 모든 오해를 풀릴 것이고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