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유성의 7일 2부 2화 괴집단
동굴 밖에는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방금 동굴로 들어왔을 때랑 별반 다르지 않은 시간인 것 같다. 시차에 적응할 필요는 없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햇살이 담아내는 풍경 역시 원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군데군데 보이는 돌기둥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하나 있다. 바위산에 오르는 등산가들도 몇 명 있다.
올 때 제대로 보지는 않았지만, 여기로 올 때 봤던 것 같은 얼굴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다른 세계로 온 거 맞아요?”
“어, 마, 맞다니까요!”
무언가 증거를 찾으려는 듯 치아나는 주위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그, 그러니까, 이건 아니고. 저거도 똑같네.......”
치아나는 수 분간 원래 세계와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다 결국 지친 듯 포기했다.
“할머님께 듣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똑같을 줄은 몰랐네요.”
나도 같이 둘러보긴 했지만, 별다른 차이점은 찾을 수 없었다.
치아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흐음, 무언가 다른 점이라도 있으면, 그거부터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아!”
갑자기 치아나가 손뼉을 쳤다.
“좋은 생각이 났어요!”
“뭔데요?”
“공중날기요! 공중날기! 트로피우스를 타고 높이 날아서 무언가 다른 점이 있나 살펴보는 거죠! 어때요?”
기대감 넘치게 말하는 치아나였지만.
“안 돼요.”
단호하게 끊었다.
“에에, 왜요~. 어차피 다른 세계잖아요.”
“다른 세계여도, 괜히 눈에 띄는 일은 가능한 하지 말기로 하죠.”
공중날기를 하는 것 자체는 쉬운 일이지만, 괜히 걸렸다간 무면허 비행으로 잡혀간다.
“게다가 이 세계엔 또 다른 저도 있을 거 아니에요.”
또 다른 내가 영문도 모른 채 잡혀가는 건 역시 위험하다.
“안 들키면 되잖아요. 그리고 혹시 모르잖아요? 이쪽 세계는 자유롭게 공중날기를 해도 되는 세계일지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데요.”
“아니면, 이 세계의 관장님은 극악무도한 범죄자라서 공중날기 같은 경범죄는 괜찮다든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하는 말마다 부정당한 치아나는 금세 삐졌다.
“피- 공중날기도 못하고, 이 정도면 트로피우스를 데리고 다니는 이유가 없는 거 아니에요?”
확실히 트로피우스가 강한 포켓몬이 아닌 건 사실이지만, 더 이상 내 포켓몬이 불명예를 받게 할 수는 없었다.
“트로피우스가 무슨 셔틀인 줄 아시나. 그거 말고도 트로피우스는 쓸모가 있다고요. 트로피우스, 나와 봐”
트로-!
“한 번 먹어봐요. 공중날기는 생각도 안 날걸요?”
트로피우스의 목 아래 열린 열매를 따서 치아나에게 주었다.
“어디, 오오, 진짜 달다!”
한동안 오물오물 하면서 트로피우스의 열매를 먹었다.
“아무튼, 별다른 이유가 없는 이상, 함부로 공중날기를 쓸 순 없어요.”
“운석을 막아야 하는 건 별다른 이유가 아닌가요?”
“운석을 막아야 하는데 여경에게 잡혀 있을 순 없잖아요.”
“으으, 그건 그렇지만.......”
침울해진 치아나를 보는 건 썩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별다른 실마리가 없는 것도 사실.
“무언가 이거다! 싶은 실마리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오오! 알겠어요!”
치아나가 소리쳤다.
“그 말씀은 뭔가 확실하게 다른 점이 있으면 공중날기를 써도 된다는 거죠? 어디어디.......”
치아나는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으음? 무언가 순서가 바뀌지 않았나?
다른 점을 찾기 위해 공중날기를 하려는 거였는데, 지금은 공중날기를 하기 위해 다른 점을 찾는, 으, 어지럽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치아나가 갑자기 소리쳤다.
“아, 저 사람들! 원래 세계에선 확실히 없었어요. 그렇죠?”
“네? 어디.......”
치아나의 손가락 끝에는 확실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검은 뿔이 달린 붉은 후드에 붉은 바지, 붉은 신발, 심지어 안에도 붉은 옷. 가슴께엔, M자가 새겨져 있는, 이상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었다. 일단 등산가는 아닌 것 같았다.저렇게 눈에 띄게 붉게 입은 사람을 못 봤을 리 없다.
“척 보기에도 수상한 사람들인데요? 복장도 좀 이상하고. 어때요, 관장님?”
“복장으로 보면 치아나씨가 제일 수상하거든요?”
“으으, 되게 실례되는 말씀을....... 어라? 저 사람들, 여기로 올라오고 있지 않아요?”
“어?”
수상한 사람들은 우리 쪽을 보고는 웅성웅성대며 올라오고 있었다. 동굴 쪽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동굴 안에서도 비슷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잔뜩 튀어나왔다.
얼마 안가, 수상한 사람들은 우리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었다. 그러더니 간부처럼 보이는 사람이 이어폰에 대고 무언가 중얼거렸다.
“목표 확인했습니다. 이대로 확보에 들어갑니다.”
수상한 사람들은 말하는 것도 수상했다.
“누구-읍!”
말하려는 치아나의 입을 막았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섣불리 대화하는 건 위험하다. 이미 늦은 것 같긴 하지만.
"저희와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붉은 집단이 서서히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목적은 당연히 알 수 없었다.
말하는 걸로 보면 납치인가?
“무슨 일 인지부터 알려주면 좋겠는데요. 그렇지? 트로피우스?”
살짝 뒤로 물러서며 트로피우스를 잡았다.
“바람일으키기!”
“뭐!? 크읏, 이 녀석이!”
수상한 녀석들이 바람에 비틀거리는 동안 치아나씨를 번쩍 안았다. 바람일으키기로 벌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꺄악!”
트로피우스에 치아나씨를 앉힌 뒤 소리쳤다.
“트로피우스! 날아!”
트로-!
“놓치면 안돼! 둔타! 불꽃튀기기!” “또가스! 오물 공격!”
“매지컬리프!”
상성으로는 최악이지만, 레벨의 차이가 있었는지 제법 효과가 있어 보였다. 덕분에 트로피우스는 충분히 높이 날아오를 수 있었다.
땅에 있는 사람들이 점처럼 보일 때까지 올라간 후에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뭐, 뭐였던 거죠, 방금 그 사람들?! 혹시 관장님 누구에게 원한 산 일 있어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저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쫒아올 정도로 나쁜 일을 한 적은 없었는.......”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가 있었다.
“극악무도한 범죄자......?”
“일지도 모르죠. 이쪽의 관장님은.”
설마, 싶지만, 아까 그 사람들은
분명히 나를 노렸다.
***
트로피우스를 타고 호연의 하늘을 날고 있다. 제법 높이 올라와서 호연 지방의 넓은 바다가 훤히 보였다.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누가 쫓아오질 않나.”
“정말로요. 그래도, 관장님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정말.”
트로피우스 등 앞쪽에 탄 치아나가 뒤를 돌아봤다.
“저 혼자였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고마워요. 관장님. 모시고 오길 잘했네요.”
“혼자 오셨으면, 쫓길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느낌이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거 같은데?”
“그래도요. 누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인 걸요?”
감사인사는 고맙지만, 솔직히 상황이 급박한 건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아나씨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공중날기라니! 파도타기도 좋았지만 역시 하늘을 나는 건 굉장해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요.”
이렇게 좋아하니 왠지 잘된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안 된다. 지금 절찬 도망중이다.
“그래서 저 분들은 대체 뭐였을까요? 이러다 계속 도망만 다니는 거 아니에요, 관장님?”
“으음, 그렇게 말해도. 하나도 짐작 가는 게 없는데.”
확실히. 지금 가진 정보만으로는 저들의 정체를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럼, 일단 무언가 실마리가 될 거라도 찾아보죠. 본의는 아니었지만, 지금 제법 높이 올라와 있으니까.”
저 괴집단도 신경쓰이지만,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운석이다.
지금은 피아나양을 찾는 게 먼저다.
“어, 그렇게 말하셔도. 어, 어라......?”
“뭔가 찾았어요?”
“저, 저기 보라시티가 있던 데죠?”
치아나가 가리킨 쪽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잠시 눈을 의심했다.
호연지방의 중심에 위치한, 있는 건 풀과 꽃, 사람과 건물 몇 개뿐인 보라시티는 어디에도 없었다.
보라시티는 도시 자체가 3층짜리 최신복합주상시설이 되어있었다.
p.s.
1) 3세대 원작의 보라시티와 달리 리메이크의 보라시티는 주상복합시설로 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