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유성의 7일 8화 관장전
“그럼, 저는 잠시 갔다 올게요.”
바로 옆의 잔디마을이 있다고 하니, 그걸 들은 치아나씨는 조금만 산책하고 온다고 했다.
멀어지는 치아나를 뒤로 한 채, 광장에서 보라시티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
“변함없이 개조하는 걸 좋아하신다니까.”
좀, 아니 과하게 좋아하시는 게 문제지만. 언젠가 마을 전체를 개조하고 싶다고까지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아니, 되겠냐고 그게.
보라시티 체육관에 들어가면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와 안 맞게, 전류가 흐르는 기둥이 잔뜩 설치되어 있다. 도전자는 체육관 곳곳에 있는 전원 버튼을 조작해 관장에게까지 도달해야 한다.
이런 것까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체육관은 트레이너의 자질을 시험하는 곳이다.
포켓몬 배틀을 통해 포켓몬을 강하게 길러냈는지를 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이런 장치를 이용해 트레이너의 지혜를 시험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런 장치가 없는 곳은 원규가 담당하는 금탄도시와 내가 담당하는 등화도시 뿐이다. 금탄체육관은 어린아이들도 드나들어서 일부러 그런 거지만, 나는....... 트레이너의 실력에 집중하고 있다.
“볼 때마다 대단하긴 해.”
혼잣말로 넋두리를 하고 있으니, 옆에서 체육관 관리인께서 말을 걸어오셨다.
“아, 레인 관장님 아니십니까. 여긴 어쩐 일로?”
“암페어 관장님을 좀 뵈러 왔는데요. 지금 체육관에 계신가요?”
“관장님이라면 지금 외출중이십니다만. 아마 곧 돌아오실 것 같은데.”
그때, 체육관 문이 벌컥 열렸다.
“와하하, 나 없는 동안 체육관 잘 지키고 있었나? 고작 해야 10분이지만. 하하하!”
특유의 호탕한 웃음소리로 등장한 사람은 아니나 다를까 암페어였다.
“오랜만이네요. 관장님.”
“응? 오오, 이거 레인군이 아닌가. 정말 오랜만이로군. 자네가 관장이 된 후로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말일세.”
“이래 저래 바빠서요. 죄송합니다. 더 일찍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아니, 괜찮네. 이해하네. 그나저나 여기까진 웬일인가. 등화에서 보라까지는 제법 먼데. 돌산터널이 완공되면 좀 편하겠지만.”
“돌산터널 그거, 제가 죽기 전에 볼 수는 있긴 할까 싶은데요.”
“흐으음, 그래 아무튼 무슨 일인가.”
“별 건 아니고. 잠시 유성의 폭포에 좀 다녀오려고요.”
유성의 폭포라는 말에 암페어의 표정이 굳은 걸 포착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 혹시, 너희 어머니께 들은 겐가...?”
어머니? 갑자기 우리 어머니가 왜 나온 거지? 하는 생각에 잠겨 있는데,
“....... 참으로 네 아버지다운 마지막이었지.”
생각지도 못한 말이 들렸다.
“무슨 말씀이시죠? 아버지라니? 그리고 마지막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암페어씨는 아차 하는 표정이었다.
“아... 이런. 아직 모르고 있었나. 내가 말이 헛나왔군.”
“모른다니, 아까부터 대체 뭐예요?”
“미안하네. 이미 알고 있다면 모를까. 내 입으로 차마 말할 수는 없어.”
암페어씨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이런 분위기의 암페어씨는 익숙하지 않다. 이 이상 물어보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암페어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결국 말해야하는 일이겠지. 그래, 오랜만에 포켓몬 배틀 한 판 어떤가.”
“배틀?”
암페어씨는 허리춤에 몬스터를 만지작거렸다.
“1대1 단판을 하는 거지. 만약 내가 이긴다면 내가 한 말은 잊어 주게. 반대로 자네가 이긴다면 내가 알고 있는 건 모두 말해 주지.”
“모두라는 건...?”
“유성의 폭포와 네 아버지의 사고에 대해서.”
아버지의 사고. 아직도 알지 못하는, 어머니도 가르쳐 주시지 않았던 죽음. 게다가 유성의 폭포라니.
내 표정을 본 암페어씨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정해진 것 같군. 심판. 부탁하네.”
“아...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따라오지 못했던 관리인 아저씨가 깜짝 놀라 대답했다.
“1대1 시합이죠? 두 분은 절 따라와 주십시오.”
아저씨를 따라 체육관 안쪽으로 들어갔다.
***
“저 분은 등화도시의 관장님? 왜 암페어씨와 배틀을?”
“이유가 뭐든, 보면 공부가 될 것 같아”
“관장급의 배틀이라니. 나 처음 봐.”
“두 분 포켓몬의 타입 상성이면 레인 관장님이 살짝 유리하긴 한데. 어떻게 되려나.”
체육관의 트레이너들의 시선이 여기로 집중되고 있다. 등화 체육관에는 트레이너가 많이 없어서 이런 상황이 좀 낯설다.
관례에 맞게 배틀 전, 그라운드 가운데 서서 악수를 하는데 암페어가 말했다.
“하하, 미안하네. 원래는 조용히 끝내려고 했는데.”
그러더니 암페어는 나만 들릴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이야기는 따로 우리 집에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허리춤에 달린 볼을 만지작거리며 그라운드 끝으로 걸어간다. 곧, 나와 암페어씨는 그라운드의 양 끝에 마주보고 섰다.
“확실히 이렇게 겨루는 건 처음이네요 그것도 1대1이라니. 가끔 암페어씨 시합을 보긴 하지만요.”
“하하하, 그런가? 이거 부끄럽군.”
유쾌한 계기는 아니지만, 그게 배틀을 즐기지 말아야 할 이유는 못된다.
“자, 그럼. 등화도시 관장, 레인님 대 보라시티 관장 암페어님의 배틀을 시작하겠습니다. 룰은 1대1 단판. 각자 한 마리의 포켓몬만을 사용하는 인스턴트 룰입니다.”
시합이 시작되었다.
“나와, 나무킹!”
“가라, 썬더볼트.”
이럴 땐, 역시 에이스 배틀이다.
“나무킹, 리프블레이드!”
썬더볼트도 확실히 빠르지만 나무킹만큼은 아니다. 상성의 의미가 적은 만큼 최대한 속공으로 끝내야 한다.
나무킹은 몸을 낮추고 썬더볼트를 향해 달려갔다.
“썬더볼트, 피하지 말고 그대로 물어!”
썬더볼트는 이빨로 잎날을 받아내었다.
“그대로 베어내!”
물었다고는 해도 입 안이면 피해가 상당할 것이다. 나무킹이 팔을 밀어넣는 순간이었다.
“전기자석파!”
썬더엇-
공격을 막는 게 목적이 아니었나. 엄청난 턱힘으로 나무킹의 팔을 문 썬더볼트는 그대로 나무킹을 마비시켰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계산했다.
“나무킹, 지진!”
나무웃!!!
“뭐?! 자, 잠깐...!”
나무킹은 팔에 달린 썬더볼트를 바닥에 쳐박았다. 동시에 그라운드가 크게 울리며 먼지가 자욱해졌다. 내팽개쳐진 썬더볼트는 뒤로 몇 번 굴러갔다.
“자네, 나무킹에게 지진을 가르쳤나.”
“풀타입은 견제폭이 좁아서 말이죠.”
“크흠, 이거 한 방 먹었구만.”
지진은 확실히 강력한 기술이고, 전기 타입에게는 효과도 좋다.
그래도 특수공격이 높은 풀 포켓몬인 나무킹이 사용하기엔 썩 좋은 기술은 아니다.
썬더......!
아니나 다를까, 썬더볼트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데미지를 입히긴 했지만 이쪽도 더 이상의 속공은 무리다. 이제는 나무킹 쪽이 더 느리니까. 그렇다면.
“전광석화!”
느리더라도 먼저 공격할 방법은 있다. 시간을 끌었다가 나무킹이 저리는 타이밍이 오면 위험하다.
나무킹은 기세좋게 썬더볼트에게 부딪혔다.
“썬더볼트, 물기!”
튕겨져나간 썬더볼트는 밀려나간 직후, 뒷발에 크게 튀어올라 나무킹의 목덜미를 물었다.
나무웃-
이 정도는 괜찮다. 그리고 나무킹과 썬더볼트의 거리가 제법 좁혀져 있다.
“이걸로 끝입니다. 나무킹-”
이대로 지진을 한 번 더 맞히면 그대로 끝일 것이다. 하지만.
“썬더볼트, 방어!”
썬더볼트는 뒤로 물러나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켰다.
암페어씨의 썬더볼트는 방어를 기억하고 있다. 알고 있다. 암페어씨의 시합이라면 자주 봤으니까. 그러니.
나무킹은 빛을 흡수했다.
“뭣...?!”
“솔라빔!!” “썬더볼트! 번개!!”
풀타입 최강의 기술과 전기타입 최강의 기술이 서로 맞붙었다. 그 충격에 온 그라운드는 빛으로 뒤덮혔다. 빛이 경기장 창문으로 모두 빠져나가고, 순간 자욱했던 먼지 속에 포켓몬 한 마리만이 서 있는 것이 얼핏 보였다. 수 초 후 심판의 외침이 들렸다.
“썬더볼트, 시합불가능. 레인 승리!”
p.s.
1) 풀 타입과 전기 타입의 상성은 풀->전기 공격 시 1배, 전기->풀 공격 시 0.5배입니다.
2) 나무킹과 썬더볼트의 스피드는 각각 120, 105입니다.
3) 마비에 걸리면 스피드가 1/4가 되고,(6세대 이전까지), 1/3 확률로 몸이 저려 행동을 못하게 됩니다.
4)기술 설명
전기자석파: 전기 타입, 대상을 마비 상태로 만듭니다.
지진: 땅 타입, 위력 100
전광석화: 노말 타입. 위력 40, 상대방보다 먼저 공격합니다.
물기: 악 타입, 위력 60, 상대방을 풀죽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방어: 노말 타입. 상대의 공격을 받지 않습니다. 연속으로 사용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솔라빔: 풀 타입, 위력 120, 사용 턴에 빛을 모아 다음 턴에 발사합니다.
번개: 전기 타입, 위력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