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들이 탄 장갑차에서
겨우 두 정거장 정도 떨어진 교차로에서
빨간 신호가 떨어지자
착하게도
파란 신호로 바뀌기를 기다리던
탱크의
왼쪽 방향에서
캐터필러의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캐터필러의 울림이
탱크 안에까지 전해지자
괴도 키드의 4인조(?)들은
비좁은 좌석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고
"동료가 온 모양이구만."
빈정거릴 생각으로
코고로가 말하자
괴도 키드의 4인조(?)들에게 가담한 군인이
위험스럽게 웃었다.
"이렇게 되지 않으면 재미없지요.
여긴 전쟁터로는 아주 좋은 장소거든요."
'뭐 탱크에서 보면
11시 방향에 수상 관저가 있고,
4시 방향에 미국 대사관이 있으니까.
문자 그대로
도쿄의 중심지네.
설마 이 곳에서
탱크끼리 시가전을 벌일 생각은 아니겠지.
지금 이 곳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스탈린그라드가 아닌데. '
그런 두 사람의 만담(?)을 듣고 있던
코난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들을 뒤쫓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어쨌든 도쿄 항으로 전진!"
괴도 키드의 4인조(?)의 리더가
간단히 명령하자
탱크는
방금 파란 신호로 바뀐 교차로를
맹렬한 스피드로 통과하기 시작했고,
수상 관저를 둘러싸고 있던 경찰들은
넋을 잃고
그런 탱크의 행진(?)을 바라보기만 뿐이었다.
저지하라는 명령을 받긴 했지만,
어떻게 저지하란 말인가.
돌진하는 탱크 앞에 주저앉아 있기라도 하란 말인가.
90식 탱크가
시속 90킬로미터로 질주하자
그 무게와 압력을 견디지 못한 아스팔트가
쩍쩍 소리내며 갈라졌다.
물론
그 속도로는 장시간의 주행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전차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이론적으로
충분한 스피드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었고
지금 이 순간
그런 능력은
말 그대로 최고조로 발휘되고 있었다.
그렇게
탱크가
전속력으로 도쿄 거리를 주행하고 있을 때,
포탑 위에 걸터앉아 있던 신이치(?)의 눈앞으로
수상 관저의
칙칙한 그림자가 지나가는 동안,
탱크 안에서는
미즈치가 코고로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있었다.
"어때요, 선배님?
이왕 지나가는 김에
수상 관저에
120mm 포탄을 한 방 먹여 주는 게,
전쟁 전에 일어났던 쿠데타 ( 2.26 사건 ) 때도
수상 관저를 폭격하진 않았으니까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그런 미즈치 이등 육위의 제안에
코고로는
쯥 소리를 내면서 혀를 차더니
퉁명스러운 말투로,
"소용없어.
저런 것들을 없앤다 해도
비슷한 권력중독자들이
기쁘게 그 자리를 차지할 뿐인데.
포탄이 아까우니까
그런 쓰잘대기 없는 것들에게 낭비하지 마."
그렇다면
언젠가 포탄을 사용할 작정인 모양이라고
멋대로 추측하며
웃음짓는 미즈치 이등 육위였다.
무조건 소동을 좋아하는
그의 피가 들끓어 올라
스스로도 이상할 만큼 들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대화를 나눈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수상 관저 안에서는
'저런 쓰잘대기 없는 것' 으로 불린
초로의 정치가가
총리대신 집무실과 회의실 사이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도쿄 국립극장에서 발생한
3년 전
미국 백악관과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테러를 능가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테러와
그 부속적인 피해를 종합한
몇 개의 보고로
겁을 먹고 있던 그는
탱크가 다가온다는 보고를 받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또...또다른 테러인가 ....?
아...아니면.....
쿠, 쿠데타인가?"
"아니오, 단지..."
비서관은
뭐라 표현할지 막막했다.
대체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그렇게
이리저리 머리를 쥐어짜던 비서관은
몇 분 뒤
겨우 새로운 단어를 생각해 낸 뒤
간신히 대답했다.
"단순한 탱크 납치입니다.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지금
자위대가 총력을 기울여 포위하려 노력하고 있으니까
금방 해결될 겁니다."
"그, 그런가, 단순히..."
일단 말을 끊은
부총리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듯
비서관을 노려보면서,
"단순히라니.
단순히 끝날 일이 아니잖아!
한 대에,
아니
탱크는 한 량이라고 부르던가,
아무튼
한 량에 몇십억 엔이나 한단 말야.
자전거 도둑과는 차원이 달라!"
그런
부총리의 노기에 찬 대답에
비서관은
곧 고개를 숙이면서
"제가 경솔하게 실언을 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라고 말한 뒤
곧
부총리와 비서관은
창문을 내다보면서
만담 아닌 만담을 시작하고 있었으니......
"그런데.......
탱크를 훔친 자들은
뭘 노리는 걸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탱크라고 하면
군사 기밀 덩어리라고 할 수 있으니 만큼,
만약
적성 국가의 대사관으로 도망친다면 큰일입니다.
반드시 저지하겠습니다."
"벌써 큰일이 난 것 같은데."
또
갑자기 어두운 표정으로
부총리가 말했지만
곧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렸다.
"방위청 장관의 해임은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어쩔 수 없겠군.
후임은
역시 같은 파벌이어야 하겠지.
이런 때에
은혜를 베풀어 두어야겠지."
부총리는
다른 파벌이 쥐고 있는 군사 방면의 이권을
자기 파벌로 옮겨 놓고 싶어 안달이었으니...
게다가
이 소동이 끝나기 전에
코난 ( 올림푸스 ) 과
키리토 ( 콜로서스 ) 손에 급살
아니
원인불명의 변사체가 될 운명에 처해진
부총리였으니
진짜 코고로의 말대로
' 아무 쓰잘대기 없는 것 ' 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한편
수상 관저 밖에서는
동원된 경찰 부대가
무례한 (?) 탱크의 질주를
필사적으로 막아보려 애쓰고 있었으니...
20대의 경찰차를
수상 관저 앞 교차로에 늘어 놓고
특수 합금인
듀랄루민 방패로 도로를 봉쇄하고 있었지만,
사태는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봉쇄가 완전히 이루어지기도 전에
캐터필러의 소리가 급속히 접근해 오면서
곧
밤거리에 탱크가 모습을 드러낸 뒤
일직선으로
저지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경찰 스피커가 정지를 외쳤지만
강철 차체에 반사되어 올 뿐,
오히려
탱크는 스피드를 더욱더 높이고 있었고,
시속 80km로 육박해 오는 탱크를 본 경찰들은
용기와 책임감도
시속 80km로 날려 버렸다.
'아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순찰차에서 뛰쳐나온 뒤
듀랄루민 방패도 내다버린
다른 경찰들과 함께
단거리 육상 선수의 스피드로 흩어져 도망치고
그 직후,
탱크가
사람 없는 경찰차의 행렬 안으로
똑바로 파고들면서,
무섭고도 비음악적인 소리를 내며
탱크는
경찰차를 날려버리고, 밀쳐버리고, 깔아뭉개면서
전진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렇게 탱크가 깔아뭉갠 순찰차의 잔해를
멍하니 구경하고 있는 경찰들의 등뒤에서
상관의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왜 목숨을 던져 막지 않았으냐고
호통을 쳐대자,
그러자
그 말에 반발하는 부하들이
상관을 둘러싸고 흥분된 어조로 따졌다.
"시펄!
그럼,
경시님 당신이 직접 하면 될 거 아닙니까.
왜 우리만 목숨을 버려야 합니까? "
"맞아.
그것보다도
차라리 부총감이 직접 하라고 해!"
"말단들만 위험한 지경에 처넣고
자기는
안전한 장소에 숨어 있는 주제에
이런 말도 안되는 명령이나 지껄이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현장으로 직접 나와 보라구!"
"그래!
부총감 나와!"
얘기가 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요 며칠 동안
훗카이도와 오사카에서 일어난
상상을 초월한 사건들도 모자라서
그 고기능성 인공지능 발표회장 임시 경비 활동으로
경찰은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초과근무로 지칠대로 지치고
불만이 쌓이고 쌓인 상태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상관의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화근이 된 셈이다.
그렇게
경찰이
때아닌 내부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사이에
한 대의 탱크를 뒤쫓아
열 대의 탱크가 쇄도히면서,
그 탱크들은
부서진 경찰차의 잔해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짓밟고 지나간 뒤에
그리고
그 탱크들은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코난 일당들이 잠시 빌린 (?) 탱크를 향해
스피커로 위협을 하고 있었으니,
정지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위협에
마이크를 잡은
미즈치 이등 육위는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대답했다.
"할 테면 해 봐.
멍청아!"
그런 품위 있고 예의바른 대답에
탱크 부대는
울컥 치밀어올랐지만,
사실
도쿄 시내에서 전차포를 쏠 수는 없었다.
내심 한 방 먹여 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후환이 두려웠다.
적어도
상대가 먼저 쏴야만 하는 것이다.
사령부의 명령에 따르면
먼저 발포하는 것은 금지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명령이 덧붙여져 있었다.
"여러 대의 탱크로
강탈당한 탱크를 완전 포위해서
한곳으로 몰아넣어라.
이동을 봉쇄시켜 잡아들이는 거다.
매스컴에 알릴 필요는 없다.
저 미친 강탈자들은
전원 본부에 수감하고
사회와 접촉을 금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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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고, 웃기고, 기막히면서 동시에 기대되네요! 진짜 이 작품 보는 재미로 살아요. 내일 글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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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고, 웃기고, 기막히면서 동시에 기대되네요! 진짜 이 작품 보는 재미로 살아요. 내일 글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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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쫄깃한 내용이 나오니까 많이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 21.04.21 01:3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