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남자는 적신 손으로얼굴을 거칠게 비볐다.거울을 보자 번들거리던 이마의 기름기까지 씻겨져있었다. 아침에 연락을받고 곧장 이곳으로 온 터라 씻을 겨를이 없었다.사실 씻을 생각도 없었다.지금 화장실에서 이러는 것도 최소한의 예의인것이다.
그는 불만스럽게꺼끌꺼끌한 턱수염을 훑었다.갑작스러운 연락에 불려나간 것도 억울한데 수염때문에 잔소리까지 들었다.그의 어머니는 항상 그가 못 믿어왔고 못마땅했다.그래도 못 본지 반년이 됐는데 보자마자 하는소리가 잔소리라니.
이번에 연락한 것도마지못해 했을 것이다.그래도 못난 아들이니까 부르긴 한 거겠지.장례식 예약도 가족,친척들을 부르는 것도 어제 다 끝났다.그런데 자신만 오늘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어제 다른 가족들도소식을 듣고 자신에게 연락을 했을 수도 있었지만 굳이그러진 않았다.
빌어먹을.
스트레스가 만든습관이 주머니를 더듬거리게 만들었다.생각해보니 화장실 들어가기 전에 담배를 맡겼었다.굳이 맡긴 것이다.
화장실을 나오자단발머리가 보였다. 그냥지나가려 하자 불러 세웠다.
“네,선생님."
사람다운 목소리다.하지만 그래서 더 거북했다.남자는 젖은 손을 그녀의 옷에 닦았다.일부러 얼굴을 슬쩍 봤지만 무표정이다.적어도 표정 만큼은 로봇 같다.아니, 사이보그던가.
적어도 이게 생겨난뒤로 되는 일이 없었다.남자는 짜증을 냈다.
“부르면 바로바로오라고."
“네,알겠습니다."
다시 돌아가려 하자붙잡았다. 용건이남아있다.
“담배."
“네?"
“담배 주라고,담배."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남자를 바라봤다. 이러니조금 사람 같았다.
멀리서 그의 어머니가자신을 불렀다. 그는짜증 내며 재촉했다.
“아까 너한테 맡겼잖아.무슨 우리 가게에 있는 고철보다 더 말귀를 못알아 듣니? 아저씨바쁘니까 내놔, 어서."
“선생님,죄송하지만 저에게 맡기신 물건이 없습니다."
“뭐?"
남자는 그녀의 멱살을잡았다. 생각보다가볍다. 저항하지 않은것도 있지만 그 이상의 가벼움이 손에서 느껴졌다.
어깨에 손길을 느껴멱살을 놓았다. 어머니가말리는 거라 생각해 순순히 놓아준 것이었다.하지만 그의 어깨 너머에서 젊은 여자가 보였다.
그가 방금 멱살을잡았던 그 여자였다. 아니,그저 똑같이 생긴 바이오로이드였다.그래, 바이오로이드.그제야 이것들의 명칭이 떠올랐다.
그녀는 공손하게 두손을 내밀었다. 그손에 담배가 들려있었다.
“아까 맡겨주신담배입니다. 지시가있어서 잠깐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녀의 죄송하다는말이 끝나기 전에 낚아 챘다.화가 주체가 안돼서 당장 자리를 뜨기로 했다.행여나이것들을 망가트리기라도 한다면 물어줘야 한다.
그녀의 발치에 침을뱉고 윽박질렀다.
“청소나 제대로 해이것들아."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갔다. 해피의 영정사진을 보고 웃을 뻔했다.삼베옷을 입힌 그 개를 보고 있자니 입꼬리가씰룩거렸다. 애써웃음을 죽이고 어머니에게 할 위로의 말을 찾았다.
바이오로이드 두 대는조용히 그를 바라봤다.그녀들이 사람이었다면 응시했다는 말이 맞는표현일 수도 있었다.
01
더치걸 로비어는 자기체구만 한 드릴을 옆에 세웠다.오늘은 원래 일과보다 두 시간이나 연장되었다.항상 익숙한 일인데도 팔이 덜덜 떨린다.
검은 팔찌가 노란색으로빛났다. 일이 끝났다는신호였다. 그녀는 잠시마스크를 벗었다. 바이오로이드와각종 신형 컴퓨터, 슈퍼인공지능로봇들이 넘쳐나는 시대인데도 마스크는 구식이다.마스크 안 쪽에도 검댕이로 물들어있었다.마스크는 한 달에 한 번 새로 지급되는데 그때마다기분이 좋지 않다. 하얗던마스크가 불과 세 시간 만에 까매지는 걸 보면 그게아쉬웠다.
“가자."
그녀의 숙소 룸메이트가말했다. 방 하나에 세명이 들어가는데 그 중 다른 한 명도 옆에 서있었다.그녀들의 팔찌들이 어두운 광산 안에서 밝게빛났다. 그 빛이조금이나마 숨이 붙어있는 그녀들의 행복이었다.누군들 퇴근 시간이 싫겠는가.
“그 얘기 들었어?"
로비어와 똑같이 생긴소녀가 말했다. 그녀의호칭은 화이트 풋이었다.화이트 풋은 미간을 모으고 진지하게 속삭였다.
“또 한 명이 탈주했대."
“또?"
다른 한 명인 새메터리가말했다.
그녀들이 이곳에 온뒤로 세 번째 탈주 소동이었다.원래라면 사회적으로 난리가 났을 법한 사건들이지만이 광산에서는 묻어두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은미등록 바이오로이드들이니까.심지어 불량품이다.다른 이들처럼 꽁쳐 두려고 등록을 피한 바이오로이드가아니다. 이 더치걸들은뇌에 심은 칩에 문제가 있다.그것 때문에 명령을 거부할 수도 있는 위험대상이되었다.
그것을 기업의 눈을피해 암시장에 풀었고 여기 사장이 다 사들였다.안 사기에는 그녀들이 말이 안 될 정도로 쌌다.
“어차피 또 그 녀석에게잡혔겠지 뭐."
로비어는 말했다.
나머지 둘의 표정이어두워졌다. 탈주 하면무조건 처분 된다. 그나마말을 순하게 해서 처분이지 사실상 살해된다.
“양반은 못되고호랑이 정도는 되시는 군."
로비어의 말이 금속음에거의 묻혔다. 그녀들이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가장 눈에 보인 것은방패였다. 방패의 위를향하는 모서리에 피가 묻혀있었다.그 주위로 빨간 점들도 보였다.
방패를 끌던 손이멈췄다. 다른 쪽 손에도무언가 끌고 있었다. 로비어는그게 자신의 형제라는 것에 하루치 식사를 걸 수 있었다.시체에서 나오는 피 때문에 가방에 들어있는상태였지만 지퍼가 머리를 드러낼 정도는 열려있었다.그 열린 지퍼로 손을 넣어 머리카락을 움켜쥔상태였다. 방패를 든바이오로이드는 항상 그렇게 시체를 운반했다.마치 그녀들에게 경고하듯이.
시체가 된 더치걸이반항을 심하게 했던 모양인지 하치코의 손도 상처투성이었다.로비어의 팔처럼 그녀의 손과 팔도 덜덜 떨렸다.그녀는 굳이 총을 가졌는데도 방패로 처리한다.그 때문에 무거운 방패를 실컷 휘두른 팔들이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다.
로비어 일행을 알아챈하치코는 내내 숙이던 고개를 들었다.
“안녕.밥 먹으러 가니?"
그녀가 애써 입꼬리를올렸다. 하지만 그녀얼굴에 퍼진 피곤함이 그것을 억지로 내렸다.하치코는 도저히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냄새나면 식당에못 들어가잖아. 씻고갈 거야."
“그렇구나.맛있게 먹어."
하치코는 다시 가방과방패를 끌기 시작했다. 뭐가못마땅했던 건지 로비어는 불러세웠다.
“하치코."
“어,왜?
“어떻게 맛있게먹냐? 오늘 똥국이던데."
나머지 둘이 말렸지만로비어는 꿋꿋이 말했다.
하치코는 잠시 멍하게있다가 애써 웃었다.
“그러게."
그녀는 영혼 없는 그두 개를 끌고 유유히 사라졌다.
참고 있던 화이트풋이 성을 냈다.
“넌 쟤가 무섭지도않아? 괜히 잘못건드리다가 덤벼들면 어쩌려고 그래?"
“쟤가 그럴 것 같지는않는데. 탈주하는애들만 죽이라고 명령 받은 거잖아."
“이 조그마한 토끼같은 게."
화이트 풋이 로비어의머리를 쥐어 박았다. 새메터리는옆에서 쿡쿡 웃었다.
그녀들은 서둘러 씻고난 뒤에 식당으로 들어갔다.먼저 식사했던 인간 인부들이 남아있었다.그들은 기업에서 감찰 올 때 보여주기 식으로고용한 인부들이다. 평소엔일을 안 하다가 감찰할 때만 일하기 때문에 사실상노는 인원들이다. 하지만그런 그들도 내일 더치걸들을 대신해 일을 하게 된다.내일이 바로 그 감찰 기간이다.
로비어가 자리에앉는데 한 인부가 다가왔다.다짜고짜 그녀의 국에 사탕을 뱉었다.
기대하고 있던 주변인부들이 웃는다. 마음에도없으면서 괜히 질책하는 사람도 있었다.그 사람 역시 웃고 있다.
“그렇게 괴롭히다가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이게 왜 어때서?우리 애기는 자주 아프니까 비타민을 먹어둬야돼. 오늘도 빠지지말고 간호실 다녀오라고."
사탕남은 그렇게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저 자식은 너에게만그러더라. 그거 버리고나랑 같이 먹자."
화이트 풋이 식판을내밀었지만 로비어는 거절했다.대신 젓가락으로 소시지 하나를 찍었다.더치걸들은 젓가락질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포크 대용으로만 쓴다.사전지식이 칩에 있다고 한들 몸에게 기억이없으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굳이 젓가락질을 훈련할 더치걸은 없다.빨리 먹지 않으면 식당이 닫고 남은 음식은 버려야한다.
로비어는 한 술 더떠서 국을 마셨다. 가장깔끔 떨기로 조금 유명한 새메터리는 인상을 썼다.
“우리가 언제 비타민을섭취하겠어. 너희도마셔볼래?"
얌전하기로도 조금유명한 새매터리가 한대 치려고 했다.그걸 화이트 풋은 말리고 대신 자기가 한 대때렸다.
“그래서 오늘도간호실 다녀올 거야?"
새메터리가 물었다.
“의사 선생님이 매일오라고 하시니까."
“사실 아픈데도없잖아."
새매터리는 누가들을까 봐 조용히 말했다.그녀는 걱정의 눈길로 로비어를 봤다.
“혹시 이상한 짓이라도당하는 거 아니야? 다른더치걸들은 인부들한테 몇 번씩 당했다고 하던데.그런 일 있으면 언니한테 꼭 말해."
“그런 거 아니라니까."
로비어는 수저를놓았다. 시래기 국이라하는 이 국은 정말 맛이 없었다.하지만 분명 바깥 세상의 시래기국은 맛있을것이다. 여기 식당만유독 맛 없을 것이다. 여기는소시지도 맛이 없으니까.
“그리고 누가 내언니야?"
“정신연령은 확실히네가 제일 낮으니까. 조금모자라 보여."
화이트 풋도 한 술떴다. 세 명의 소녀들이조금은 웃었다.
그녀들은 식사를끝내고 간호실 문 앞으로 왔다.
“새메터리,너무 걱정 하지 마.나도 예전에 간호실 들락거렸잖아.그냥 심리 상담 같은 걸 하는 거라고."
화이트 풋이 말했다.
“믿어도 되지?"
로비어도 괜찮다고안심 시켰다. 마지못해숙소로 돌아가는 새메터리와 화이트풋이 멀어져 갔다.그녀는 역시 상냥하다.
그녀들은 모를 것이다.어쩌면 먼저 간호실을 다녔던 화이트 풋은 알지도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로비어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지금부터 자기가 할 일을 생각하면 그녀들에게미안하다. 하지만그녀는 욕심에 굴복해야 했다.자기만 누리는 권리.그걸 포기할 수는 없었다.
로비어는 간호실 문을열고 들어갔다.
“몇 번을 말했지만선생님은 로비어가 노크를 했으면 좋겠어요."
코를 풀던 의사가민망하다는 얼굴로 휴지를 버렸다.어두운 방안, 그의테이블 위에 모니터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종종 눈이 나빠질 걸 알면서도 어두운 방에 컴퓨터를키는 사람이 있다. 불을킬 수 있음에도 그들은 그렇게 했다.의사도 그쪽 사람이었다.
로비어는 의사 옆에앉았다. 의사는 익숙한손 놀림으로 마우스를 만졌다.몇 번 딸칵 거리자 영상이 틀어졌다.
천원돌파 그렌라간.이제 마지막 화의 전 편이었다.
의사는 그녀에게조금이라도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해 만화를 보여준다고했다. 로비어는 이유가어떻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이대로 방으로 돌아가면 천장을 보고 눕거나룸메이트들과 힘들었던 얘기나 할 테니까.그것이 이 시간을 갖게 된 뒤로는 조금 견딜 수없게 됐다. 여기만오면 조금 딴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석이 사탕을 가져갔지 뭐니?참나, 요즘 애들이란예의가 없어요. 우리더치걸들은 이리도 착한데."
로비어는 만화 보느라흘려들을 뻔했지만 똑똑히 들었다.사탕남 얘기다. 그는걸핏하면 그녀를 괴롭힌다.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던 것 같은데.
딴생각에 빠지다가다시 정신을 차렸다. 로비어는만화에 집중하고 싶었다.
“참고로 이 만화의다음 편은 나에게 없단다.너무 옛날 거기도 하고 사실 이것들도 구하기힘들었어."
로비어는 마우스를건드려 영상을 멈췄다.의사의 눈썹이 꿈틀했다.바이오로이드는 뇌에 심은 칩을 시작으로 몸의구성이 명령에 복종하도록 설계되어있다.그렇게 때문에 일하는데 지장이 없는 한 그녀들은항상 수동적이다.
하지만 여기 땃쥐걸들은그렇지 않다. 그 사실을눈으로 확인할 때마다 의사는 남몰래 흥분했다.희열일지도 모르겠다.
“정말요?"
로비어는 물끄러미의사를 쳐다봤다. 한쌍의 큼지막한 눈이 그녀의 팔찌보다도 빛났다.하기야 지금은 그 팔찌가 안 빛나고 있으니까당연하다.
“보고 싶으면 네가바깥으로 나가서 직접 찾아야 할 거야.옛날 DVD 같은 걸파는 데도 있으니까. 하지만그럴 일은 없겠지."
그녀에게는 마지막인그렌라간 한 편을 다 보고 컴퓨터를 껐다.의사는 항상 처방하는 약을 그녀에게 줬다.로비어는 유독 오늘 받은 약 봉지가 묵직한 걸느꼈다.
“내일부터는 감찰기간이구나."
코를 풀고 바로 말해서그런지 코맹맹한 소리가 났다.의사는 개의치 않고 계속 얘기했다.
“그럼 며칠 간 방에숨어 지내겠네."
“기업 사람들에게들키면 저흰 전부 죽으니까요."
현재 외계인 침공 후기업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갑작스러운 상황이지만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노릇이었다. 그래서가장 먼저 한 게 각국의 바이오로이드들을 전부 몰수하는일이었다.
이미 정부군과의전쟁에서 승리한 기업들은 그럴 힘을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기업들은 등록된 바이오로이드들을 모조리모으고 군사력을 만들었다.그뿐 아니라 사람들이 숨겨둔 미등록 바이오로이드까지모조리 찾아내 그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미등록바이오로이드들이 있었고 그걸 그들은 알고 있었다.그래서 사람들로만 운영되는 공장들을 감찰해서숨겨둔 바이오로이드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도불량품에 있어서는 가차 없었다.그 가능성에 대해 지지하는 기업도 있었지만찬반투표에서 이미 불량품 제거에 과반수가 몰렸다.그렇기 때문에 여기 있는 더치걸들을 들키게 되면바로 처분 당하는 것이다.
“사장님은 철저한사람이야. 그래서외부인이 모르는 지하 공간에 너희들 숙소를 지은 거아니겠니. 이곳만발각되지 않으면 아무리 수상해도 그들이 물고 늘어지지못할 거야. 이미 강압적인몰수로 민간인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으니까."
의사는 그렇게 말하고방 문을 열었다.
“이제 가보렴.본의 아닌 휴가가 됐지만 좋은 게 좋은 거잖니."
마음 같아서는 여기에계속 있고 싶었다. 방에들어가도 로비어는 할 게 없었다.완전히 밤이 되면 그녀는 방에 들어가 갇히게 될것이다. 그러면 방의문은 잠기고 감찰 기간 동안은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간호실을 나온 로비어는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래도 자신은 혼자가아니니까 괜찮다. 004호실의그 아이처럼 혼자만 아니게 되면 된다.
오늘 탈주가 있기먼저 두 명의 탈주자가 있었다.그 두 명 다 004호실에서나왔다. 한 명이 먼저탈주하고 잡혀서 죽었다.그리고 또 한 명이 탈주를 했고 잡혀서 죽었다.그렇게 혼자 남은 004호실의그 아이는 목을 매달았다.신발끈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사장은 신발끈이 없는 신발을 보급했다.
하지만 많은 더치걸들이빼돌린 신발끈으로 실뜨기를 하는 건 사장도 몰랐다.
“어이,하얀 생쥐 아가씨."
방에 들어가려고하는데 사탕남이 불러 세웠다.오늘은 운수가 좋지 않다.로비어는 아쉬운 얼굴로 문을 쳐다봤다.
“왜 여깄어요?"
“말하는 본새는.나는 여기 있으면 안되냐?"
로비어는 고개를흔들었다.
“너희 감찰기간 동안먹을 식량 옮기라고 하잖아.배분은 내가 안 하는데 그놈들이 잘 할지 모르겠네."
“착한 척은."
“뭐라고?"
사탕남은 그녀의머리를 쥐어 박았다. 로비어가아파할 동안 그는 그녀를 끌고 매점으로 갔다.그는테이블 앞에 앉아 과자 봉지들을 뜯었다.봉지 과자, 박스과자, 빵,음료수로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저 이 시간에 여기있으면 안 되는데요?"
“네 친구들은 되고?"
사탕남은 손으로화장실을 가리켰다. 로비어가듣기 거북할 소리가 울렸다.인부들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소리도 섞여있었다.
“어차피 그런 규정은설렁설렁 하잖아. 너희팔찌랑 테리어만 잘 작동해주면 된다고."
“테리어?"
“그래,그 하치코. 테리어유전자랑 섞었다던데."
로비어는 오늘 본하치코의 얼굴을 떠올렸다.마지막으로 식당에 들어온 그녀는 결국 다 먹지못하고 토했다. 로비어는그런 그녀가 불쌍하다고 느끼는 자신이 이상했다.
그녀들의 팔찌는 특정구역을 벗어나면 벨이 울리게 되어있다.그 뿐만 아니라 하치코가 찬 팔찌에도 신호가가서 곧바로 쫓으러 간다.그 사이에 인부들도 신호를 받고 안전하게 피신한다.
“그 테리어 녀석이면팔찌가 없어도 너희들 싹 다 잡을 걸?그 녀석은 사냥 개 그 자체니까.그러니 경비 서는 머저리들도 카드 게임 하거나퍼 자기나 하지."
그의 말투에서 조롱보단부러움이 느껴졌다. 그역시 감찰 기간에 막 노동을 해야 한다.그동안 놀았으면서도 막상 일하려니 스트레스와부담이 밀려왔다.
“꿀알바라고 해서왔는데. 그런데 손에들린 건 뭐냐?"
로비어는 무의식적으로손에 쥔 걸 숨겼다. 당연히지금 숨긴다 해도 사탕남은 안다.아직 내용물을 확인 안 했지만 묵직했던 게 신경쓰였다.
“뭔데.내놔봐."
사탕남은 억지로 낚아챘다. 그리고 약 봉지를열더니 한참을 들여다봤다.
뭐지.정말 이상한 게 들었나?오늘 의사의 분위기가 수상하긴 했다.들키면 안 될 걸 넣은 게 아닐까?
하지만 사탕남은그대로 로비어에게 줬다.이미 흥미를 잃은 눈치였다.
“너,너무 약을 많이 먹는 거 아니냐?오히려 그러면 면역력이 약해져서 금방 죽는다고."
긴장이 풀린 로비어가빨대에 입을 댔다. 시원한탄산 음료수에 정신이 확 깨었다.
“내 걸 왜 마시냐?죽을래?"
그렇게 말하면서도사탕남은 가만히 있었다.테이블 위에 뜯은 과자도 거의 손을 안 댔다.
“아무튼 밥이나 많이먹으라고. 너희가 건강챙길 방법은 그런 것 밖에 없으니까."
“제 국에 사탕뱉었잖아요."
“불만이냐?"
로비어는 대답 안했다.
“진짜로 네 영양생각해서 뱉어준 거라니까.그런 똥국 같은 거 마시면 오히려 몸에 안 좋아.그런 건 버리는 게 상책이지."
사탕남은 일어서서가버렸다. 남은 과자는로비어에게 치우라고 말했다.그녀는 짜증 내면서 비닐봉지에 과자들을 담았다.그래도 가져가면 두 룸메이트가 좋아할 것이다.
그녀는 서둘러 인부들을피해 방으로 갔다.
약 봉지를 열고 내용물을꺼낸 뒤 침묵이 돌았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건 로비어가 아니라 화이트 풋이었다.
“그거 의사 선생님이준 거지?"
로비어는 말을 못하고고개만 끄덕였다. 그걸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의사가 아니라 사탕남이었다.고자질을 하면 어떡하지.
약 봉지엔 약들과키카드 하나, 버튼이달린 직육면체의 기묘한 기계가 들어있었다.아마 약 봉지가 묵직했던 건 이 기계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로비어에겐카드만이 눈에 들어왔다.이 카드는 여기 지하 숙소 뿐만 아니라 바깥건물문에서까지 쓸 수 있는 마스터 카드다.사실상 여기 광산의 어떤 문이든 열 수 있다.원래라면 사장이랑 중요 간부들만 들고 다니는카드였다.
그런데 화이트 풋은그것보다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보는데 그치지 않고 두 손으로 들었다.
그걸 보고 새메터리가말했다.
“그거 본 적 있어.하치코가 죽은 형제들 팔찌 풀 때 쓰던 거야.버튼을 누르면 팔찌가 자동으로 풀렸어."
화이트 풋은 긍정의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수상했던 로비어가물었다.
“너,이게 왜 들었는지 알고 있지?"
이번에도 끄덕였다.
답답해서 설명을 요구하려던 찰나 화이트풋이 순순히 얘기했다.
“애들아,우리 탈출하자."
그녀는 그녀가 말해놓고도 자신이 가장 놀랐다.그 말은 더치걸들에게,특히 이 불량품들에겐 마법의 단어라 한번 뱉어버리면주워 담을 수 없다. 그녀들의어딘가 있는 스위치가 켜지는 것이다.
웃기게도 로비어는그렌라간 마지막 편을 생각했다.그리고 어쩌면 정말 맛있을지 모르는 시래기 국도상상했다.
하지만 사탕남의얼굴이 떠오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 작은 토끼에게는 감당 못할 무거운 마음이었다.이 둘에게 그 사실을 말해야 한다.
하지만 신이 난 그둘에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그녀들은 벌써 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의사선생님이우리들 조력자인 거지?"
“새메터리,너는 어려운 말을 쓰더라.맞아, 조력자야.내가 간호실 다닐 때도 구체적으로 우릴 어떻게구해줄 지 설명해줬어."
“우리?"
로비어가 힘들게얘기에 끼어들었다. 화이트풋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셋.그 이상은 힘든 거 다들 알 거야.너무 많은 인원이 탈출 시도하면 잡히게 되겠지."
로비어는 형제들을떠올렸다. 그리고004호의 그 아이가생각났다. 혼자 쓸쓸히죽은 아이. 로비어는그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 싫었다.자신의 두 친구도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했다.
“우리 세 명 다 탈출하는 거지? 혹시 싫은사람 있어?"
세메터리가 가장 먼저고개를 흔들었다. 당연히화이트 풋도 마찬가지였다.
로비어는 알았다는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셋이서 서로 한 번씩 눈빛을 주고받았다.하치코 앞에 두려움을 비추던 눈빛은 어디에도없었다.
“그러면 의사선생님께들었던 얘기를 해줄게. 물론그전에 숨겨왔던 건 미안해.하지만 너희 둘 다 비밀이 있으면 얼굴에 다드러나잖아?"
새메터리는 동의했다.그녀는 확실히 새가슴이었다.
로비어도 오늘 사탕남에게약 봉지를 잠깐 뺏겼을 때를 떠올렸다.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기업감찰기간에두 기업에서 사람 한 명씩 보낼 거야.너희도 알다시피 이 두 사람이 하는 건 이 광산에서정말 바이오로이드가 없는지 확인하는 일이야.표면상으론 말이지."
“표면상?"
“그래.하지만 그중 하나,A기업에선 본 목적이 따로 있어.그건 우리 불량품을 몰래 빼오는 거야."
“우리가 존재한다는걸 그들이 안다고?"
“애초에 의사 선생님도A기업 사람이야.이미 그들은 우리 불량품 샘플을 얻으려고 공들여놨어. 내일 감찰이끝나면 밤에 작은 파티를 할 거야.인부들의 경우 그날 일을 했으니 술까지 마시면곯아 떨어지겠지. 다른이유를 대서라도 우리의 도주로에서 치워 놓을 거야."
“그렇게 순조롭게될까?"
새메터리가 불안하게속삭였다. 방안인데도그녀는 조심스러웠다.
“인부들은 자기들숙소에서, 사장 포함간부들과 기업에서 온 감찰관들은 여기 건물 3층에서파티를 해. 우리 쪽감찰관이 간부들과 하치코까지 붙들고 있을 거야.천하의 하치코라도 술을 마시면 제정신이 아니겠지."
“사장은 철저한사람이잖아. 적어도하치코는 술을 못 마시게 할 텐데?"
로비어는 의사가 했던말을 따라했다.
“그렇다고 해도자리는 못 비우겠지. 등록된바이오로이드는 그 아이 한 명이니까 분명 시중을 들게할 거야. 사장이 아무리머리 굴려도 그건 어떻게 안 될 거야.우리들의 사냥개 역할을 한다는 걸 절대 말할 수없을 테니까."
“그런데 왜 우리샘플을 얻으려고 하는 거야?대부분 기업들은 우릴 없애려고만 하잖아."
새메터리가 말했다.그녀는 예리한 면이 있었다.
“그것도 듣긴 했는데.나도 조금 긴가민가 해."
“또다시 불량품에대한 처분에 대해 얘기가 나돌고 있군요.이미 그 얘긴 저번 투표로 끝난 얘기인줄 압니다만."
거구의 남자가 누가봐도 불편한 자세로 앉은 채 말했다.그의 자세는 너무 똑바르다 못해 굳어있었다.오히려 그 자세가 주변의 거물들에게 위압감을풍겼다. 하지만 그것에휘말리는 이들은 이곳에 없었다.그들 역시 거물들이었다.
“당신네 나라에서해피사건이 있었죠. 그쪽기업의 물건은 아닌 줄 알지만 같은 나라라고 하니노파심이 드는군요."
거구의 남자 맞은편에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말했다.
거구의 남자는 정중하지만무겁게 받아쳤다.
“그런 일이 있었기때문에 저희도 찬성표를 던진 겁니다.불량품은 통제가 안 돼요.그 외계의 세력들을 상대하는데 장해가 될 겁니다."
“해피 사건이 뭡니까?"
최근에 기업연합에자리를 잡은 모 기업의 남자가 물었다.물론 그 역시 그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거구의 남자를 견제하기 위해 묻는것이다. 어쨌든 겉으로모른 척을 하면 이 자리의 누군가 대답해줘야 한다.
“두 달 전 개 장례식에서한 바이오로이드가 남자 한 명을 살해를 저지르는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연히당국에서 사람을 보내 처분했습니다.그 당시 저희의 분석 결과로 불량품 판정을받았습니다."
“불량품이 있다는것 자체가 놀랍네요."
모 기업의 남자가다리를 꼬았다.
거구의 남자는 속으로욕을 하며 말을 이었다.
“언젠가 일어날일이었습니다. 어떤물건이든 불량품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말입니다.아마 다른 곳에서도 불량품이 나오고 바로 처분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주변에 잠시소란이 생겼다. 콧수염의남자가 큰소리로 소란을 잠재웠다.
“이렇게 서로 질책하는자리가 아닙니다. 다들똑똑한 사람들 아닙니까?우리는 영리하게 외계인 문제에 대해 강구할책임이 있어요."
뻔뻔하긴.이 화제를 꺼낸 게 바로 콧수염이었다.
하지만 맞는 말이었다.그들에겐 시간이 없었고,그럼에도 지고 가야 할 책임은 산더미였다.많은 사람들이 닥쳐온 책임 앞에 시간이 없다고하소연 하지만 그들은 차원이 달렸다.다들 멀쩡하게 차려 입고 팔에 찬 비싼 시계를빛내지만 알맹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그들은 시간에 허덕여 망신창이가 되었다.누가 한 명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신 상태였다.적어도 그자가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행복할것이다.
그들은 정말 온갖수단을 강구했다. 그러다못해 불량품 얘기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반대여론이 우세하다. 미등록바이오로이드들은 닥치는 대로 쓸어 모으면서 불량품은즉각 처분한다. 해결의수단이 아니라 아예 적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달랐다. 온갖 수단이라하면 불량품도 포함해야 한다.
거구의 남자는 자세를풀고 의자에 축 늘어졌다.편두통으로 새빨갛게 달궈진 두 눈덩이를 거대한손으로 비볐다.
명령 복종만 아니면바이오로이드는 그야말로 월등한 존재다.그런 그들을 꼭 우리의 꼭두각시로 세워야 하지?지금 당장 외계인들이 그들을 싸잡아 죽여도이상하지 않은 판국이다.그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바이오로이드에게 왕좌를양보하는 게 맞지 않을까?그들의 신체능력을 고려한 전투력과 지능 역시외계인에 대항할 수 있다.빌어먹을 뇌파만 아니라면.
외계인 놈들은 다알고 있다는 듯이 인간을 무력화 시켰다.벌레 새끼들이 로봇을 감염시키고,외계 병기로 인간들을 쓸어버렸다.그나마 싸울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 군단은 의미불명의 뇌파에 전투 능력 상실 상태가 되었다.그저 방어만 하는 것이 한계다.
불량품이 그들의열쇠다. 칩의 결함으로인간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은 하지 않는 물건들.
하지만 앞에 있는자들은 그걸 고려 하지 않는다.그들은 왕이어야 하고 바이오로이드는 노예가되어야 한다. 죽는한이 있더라도. 자신을포함한 이 모두가 어리석게 느껴졌다.이제 정말 남은 방법은 하나만 있는데.그들은 그걸 천으로 덮어버리고 아웅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투표에서불량품 처분에 찬성을 던진 것이다.어차피 그들을 반대할 자들이니 혼자 일을 도모할것이다. 이제 그 멍청한광산에서 황금 열쇠를 캐내야 한다.인간을 구원한 자.리디머. 구세주가그곳에 있다.
A기업회장은 거대한 몸을 이끌고 그곳을 나왔다.멍청한 자들 사이에 있으니 조금은 자신이 똑똑해진기분이었다. 그게 썩나쁘지 않았다.
02
사탕남은 자신의얼굴을 둘러싼 플라스틱 반투명 고글과 마스크를던져버리고 싶었다. 마스크를써도 목이 아팠다. 고글만없었으면 따가워서 죽을 것 같은 눈 주위를 비볐을지도 모른다. 이곳을막장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다.정말 옛날 인부들은 매일 이런 곳에서 일을 했을까?더치걸들을 떠올리고 금방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멀리서 감찰관들과여기 간부 한 명이 지켜보고 있다.그 간부는 마스크를 썼음에도 현란하게 이 현장을포장해서 얘기하고 있다.
반장이 소리쳤다.쉬는 시간이라고 알리는 소리였다.드릴 소리에 파묻혔을 그 소리가 그들에겐 너무나선명하게 들렸다. 사탕남은고글을 벗어던지고 주머니에 있던 천을 꺼내 눈을비볐다. 이미 그 천도새까맣게 변했다. 눈이급격하게 피로를 느끼고 눈물을 흘렸다.눈물이 지나간 자국이 용암이 훑고 가듯 따가웠다.
“어이,청년 담배 할까?"
인부 중 한 명이사탕남에게 말했다. 그인부는 일하는 시늉 만큼은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도열심히 했다.
“안 가요.담배 많이 피면 폐암 걸려요."
“하늘에서 내려온괴물한테 죽을 판이구만.알았어, 딴 놈이랑가지."
사실 쉬는 시간 동안광산에서 벗어나 담배를 피고 돌아올 시간은 충분하지않았다. 하지만 그렇게라도농땡이 피우는 것이 재주였기에 퍽 존경스러웠다.
“청년,그 얘기 들었어?"
“다들 나보고 청년이래.제 이름 아직도 못 외우셨습니까?"
나이 많은 인부가 쓴웃음을 지었다.
“별 수 있나.우리가 이렇게 같이 일하는 것도 자주 없는데."
사탕남은 주변을살폈다. 감찰관들은이미 딴 데 가고 없었다.
“괜찮아.한 번 둘러봤으니 다시 안 올 걸?누가 여길 또 오고 싶겠어?이제 시간 될 때 까지 노가리나 까다가 들어가면되는 거라고."
“좋아 죽겠네요,아주. 그래서무슨 얘기래요?"
“파티 말이야.내가 감찰관 근처에서 일을 했잖나?거기서 간부가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파티를한데."
파티라.그에게 있어서 굳이 나쁠 건 없었다.생일 파티 마냥 신이 나지는 않겠지만 오늘의노고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어서 가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싶었다.
“우리 인부들은숙소에서 하고 간부 놈들은 건물에서 파티 한다나 봐.자기들끼리 더 좋은 와인이며 고급 고기며 맛있게먹는 거겠지, 썩을놈들."
인부는 입을 다셨다.그 소리가 사탕남에겐 불쾌했지만 내색하지않았다.
“그런데 건물인데괜찮을까요? 밑에 그녀석들 있잖아요."
“그 주황 꼬맹이들?어차피 지하에 갇혀있잖아.감찰관들이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낼 리없고. 우리는 그냥거기 근처에서 얼씬거리지만 않으면 돼.자네도 괜히 물건 좀 휘두르겠다고 내려가지말라고."
사탕남이 무슨 표정을지었는지 인부가 웃음을 터트렸다.그리고 다 안다는 듯이 어깨를 토닥 거렸다.
“그런데 인부들아무도 안 가면 누가 밥을 준 답니까?식량은 제가 지하에 갖다 두긴 했는데 그 녀석들은방에 갇혀있잖아요."
“사람이 착해서탈이야. 그걸 누가신경 쓰나? 어차피독한 년들이라 하루 정도 굶겨도 돼.어려운 판국인데 그런 좋은 마음은 아껴 쓰는거야."
자신의 말이 마음에들었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사탕남은 적당히맞장구 쳤다. 하지만정신은 딴 데 있었다.
“그냥 지금 탈출하면안 될까?"
로비어가 말했다.그녀는 어제 받은 과자들을 아껴 먹지 않은 걸후회하는 중이었다. 어제사탕남의 식량 얘기를 철썩 같이 믿었지만 저녁이 될때까지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보채지마.기업에서 보내주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오려면한참 남았어. 의사선생님도 꼭 시간에 맞춰 1층다목적실로 오라고 하셨으니까."
화이트 풋이 말했다.그녀 역시 배고파서 짜증이 난 얼굴이었다.
새메터리만이 평온을유지했다. 적어도배고픔 앞에서만 그랬다.그녀에겐 앞으로 있을 도주 때문에 설령 먹을게있다고 해도 먹을 자신이 없었다.그러기엔 속이 울렁거렸다.
“이렇게 있을 바엔계획이나 되짚어 보자고."
“이미 열 번이나했잖아."
로비어의 말에도화이트 풋은 고집을 부렸다.결국 그녀의 말대로 했다.
“식량을 배분하러올 수도 있으니까 팔찌는 밤 10시까지풀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밤10시에 식량을 배분하러온 다면? 그리고 가끔덮치려고 방에 들어오는 인부들도 있잖아."
“전자는 돌아갈때까지 기다리면 돼. 그정도 여유 시간은 줬으니까.하지만 후자면 때려잡아야지."
화이트 풋이 주먹을슥 들었다. 하지만새메터리가 그 주먹에 손을 올렸다.
“애초에 우린 병약트리오잖아. 적어도우리 셋을 건드릴 자식은 없어."
“그렇긴 하지."
로비어는 동의했다.
화이트 풋에 이어로비어가 간호실을 들락날락하자 인부들 사이에 소문이났다. 그녀들이 몹쓸병에 걸렸고, 성관계를할 시 그들도 걸릴 수 있다는 식의 소문이었다.새메터리는 간호실에 다니지 않았지만 그녀까지그 소문에 엮였다. 덕분에여태까지 그녀들을 건드리는 변태들은 없었다.
“그러면 식량이배분될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네.우리가 가장 계단이랑 가까우니까 가장 먼저 받고먹으면 되겠다."
로비어는 행복한얼굴로 말했다.
화이트 풋은 언짢아하면서도 그 말에 동의했다.
“배고프면 힘을 못쓰니까."
“그런 경우가 아니면10시에 팔찌를 풀고키 카드로 나오면 되는 거지.그런데 다른 형제랑 작별 인사를 할 거야?"
새메터리의 말에침묵이 돌았다. 사실그 화제는 애써 피하고 있었다.이럴 땐 과감한 그녀만이 용기 있게 꺼낸 것이다.
“안 하는 게 좋다고생각해. 녀석들 입장엔자기들 두고 가는데 좋을 리 없잖아?"
화이트 풋이 말했다.
“하지만 걔들은우리가 당연히 잡힐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그렇다면 작별 인사 정도는 해도 되잖아."
마음 약한 새메터리가말했다.
로비어는 두 명의 말전부 동의했다. 하지만현실적으로 화이트 풋의 의견에 따라야 했다.
“우리가 만약 우리쪽이 아닌 다른 편 감찰관에게 들키면 끝장이야.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까지 모조리.그걸 우리 형제들도 생각 못할 리가 없고,결국엔 우릴 말리게 될 거야."
“하지만."
새메터리는 양심의가책을 느끼면서도 조금 안심했다.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녀를 안심 시킨 것이다.하지만 그녀의 가슴 어딘가 불편하게도 변명일뿐이라고 지껄이고 있었다.그녀는 애써 무시했다.
“애초에 작별 인사는우리에게 사치야. 아쉽지만우리는 도망치는데 급해."
로비어는 두 마디로상황을 정리했다.
두 룸메이트도 수긍했다.
“그래도 이번 도주는성공 확률이 높아. 의사선생님과 A기업이도와주니까. 무엇보다하치코가 건물 3층에묶여 있고."
“그냥 선생님이간호실에 있다가 우릴 데리고 가면 되지 않나?"
“거기엔 두 가지이유가 있어. 첫 번째는A기업 바이오로이드와중간 중간 통신해야 되는데 지하에선 안되잖아.그리고 다른 하나는 알리바이야.지하실 쪽은 감시 카메라가 있어서 나중에 사장이확인하면 들킨다고. 우리야도망친 후겠지만 의사 선생님은 남아 있어야 하니까."
“어째서?"
“의사선생님이 갑자기없어지면 다른 편 감찰관이 의심할 거 아니야.그걸 빌미로 인원을 동원해서 조사하기라도 한다면큰일이라고. 말이 좋아비밀 지하 공간이지 전문 인력이 동원하면 금방 이곳도들킬걸?"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형제는 죽게 된다. 로비어와새메터리는 이해했다.
“그런데 우리가A기업을 믿어도 되는걸까?"
로비어가 말했다.어제부터 든 생각이었다.사실 사탕남 생각 때문에 그 생각을 말로 못했지만이제 알 바 아니다. 지금까지아무도 안 왔으면 사탕남이 약 봉지에 있던 걸 알아보지못했거나 말하지 않기로 한 거다.
“이 작전은 그 기업없이 성공할 수 없어. 믿을수밖에."
화이트 풋이 말했고새메터리가 동의했다.
설령 자신들의 힘으로건물 밖으로 나온다 해도 그 이후는 보장되지 않는다.도주를 마음 먹은 것부터 그녀들 앞엔 벽이 쭉늘어서 있는 것이다. 애써벽 하나를 부숴도 그 뒤의 벽이 있다.그 벽을 힘을 다해 부순다 해도 그 뒤의 벽들까지없어지지 않는다.
도박이지만 그녀들의생명을 A기업에게맡겨야 한다. 만약그들이 생각보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으로 대하면 성공한것이다. 기업이 그녀들을지켜준다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듬직한 지원군을얻는다는 소리다.
로비어는 굳이 동의한다는얘길 하지 않았다. 적어도세 명 중에 한 명은 의심해야 한다.상황을 봐서 A기업으로부터도도망쳐야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10시가되었다.
서로 마음을 굳게다짐했다. 그리고 방문이 열렸다.
변태가 방 안으로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 파티라니.여기만 다른 세상 같지 않습니까?바깥 세상은 외계인 때문에 다들 겁에 질려있는데."
상대 쪽 감찰관이그렇게 말했다.
A기업감찰관은 적당히 대답했다.
“다들 겁에 질렸는데내색하지 않은 거겠죠.하지만 감찰 첫째 날부터 이렇게 파티를 하는 건좋지 않은 생각 같습니다."
자기가 생각해도뻔뻔한 소리다. 이파티는 자기가 제안한 것이다.사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까봐 걱정했지만 순순히받아들였다. 사장도숨기는 입장이니 최대한 그들 입장을 맞춰주었다.
작전은 수월하게진행되고 있다. 닥터의말에 따르면 이번 불량품은 진짜다.검사 결과 외계인 놈들의 뇌파에 내성이 있다.정신적으로도 다른 바이오로이드보다 능동적이고사고방식이 깨어있다. 이번작전만 잘 수행되면 그들이야말로 인류의 구원자가되는 것이다.
“다들 어찌 편안하십니까?"
사장이 발코니로나왔다. 와인 잔 두개가 손에 들려있다. 시중을들던 그 바이오로이드는 사장실 구석으로 치워져 있다.일부러 술을 먹이고 간부들과 함께 그 녀석을즐겼다. 한바탕 즐기고기운이 빠진 간부들 대다수가 자러 갔다.조루 새끼들. 그래도여럿이서 상대하다 보니 바이오로이드는 반쯤 기절한것 같다.
“덕분에 편안합니다.여흥 거리도 있었고요."
상대편 감찰관이바이오로이드를 가리켰다.그게 웃긴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가 힘차게 웃었다.저질스러운 성적 농담이 오가다 발코니에서 나와사장실로 들어왔다.
A기업감찰관은 의자에 앉자 바로 쓰러질 뻔했다.술이 과했다. 하지만이놈들의 분위기에 맞춰줘야 한다.이 녀석들을 이곳에 묶어 놓는 게 그의 일이다.
“외람된 말이지만요새 그 괴물들은 어떻습니까?그래도 우리 인간이 전쟁에서 승리하겠지요?"
사장이 와인 잔에술을 따르며 능청을 떨었다.적어도 그 질문의 대답을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찾을 수 없다는 건 그도 안다.하지만 그는 분위기를 띄운다고 그런 말을 했다.
“현재로서는 확정을지을 수 없습니다. 그게저희 기업에서 슬로건처럼 달고 하는 말이고요."
A기업감찰관은 솔직하게 말했다.
거짓말을 한 쪽은상대편이었다.
“그래도 오랜 역사동안 생존해온 인류 아닙니까?외계인 따위도 금방 해치울 수 있을 겁니다.저희 기업도 눈에 띄는 신기술 몇 개를 개발했고요."
“역시 믿음직스럽습니다.저도 이제 발 뻗고 자도 되겠어요!"
사장은 정말로 발뻗고 자는 시늉을 했다.이제 웃을 기운도 없지만 그래도 A기업감찰관은 웃었다. 정말발 뻗고 잔다면 가시 위에서 자는 기분일 거다.사장은 아직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지하에 자기가 숨겨 놓은 걸 들키면 끝장이니까.
그런 사장의 노력덕분에 불량품을 살려둘 수 있었다.이제는 그들 기업이 수확할 때다.
“왜들 그렇게 놀래?그 각목은 뭐고?"
사탕남은 의아해 하며방 안으로 들어왔다. 새메터리가서둘러 각목을 내려놓았다.허둥대는 화이트 풋 대신 로비어가 설명했다.
“보통은 식량 배급할때 문 열고 들어오지 않잖아요.저 작은 문을 열고 떨어트리지."
로비어는 문에 달린손바닥 크기의 작은 문을 가리켰다.그 문은 이런 감찰 기간 때 식량을 배분할 때 쓰는용도다.
“그래서 불만이냐?"
“네."
사탕남은 한대 쥐어박았다.
“내가 미쳤다고너희를 덮치겠냐. 너희들호강하라고 얼굴 좀 보여주려고 왔어.그렇게 질색하는 얼굴들 하지 마라고."
새메터리만이 애써웃었다. 그것도 나름용 쓴 것이다.
“넌는 팥빵.너는 단팥빵. 우리토끼는 레드빈 브레드."
“전부 팥빵이잖아요."
“그래도 먹을 때기분이라도 좋으라고."
사탕남은 그대로빵이든 상자를 들고 나가려 했다.새메터리와 화이트 풋은 안심했다.
그런데 로비어는안심하지 못했다. 그는눈치가 빨랐다. 지금그녀들이 팔찌를 차지 않았다는 사실도 눈치챘을 수도있다. 그런데도 모른척을 한 거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일까?
그렇게 생각하는데사탕남이 돌아섰다.
“야."
로비어와 화이트 풋은새메터리를 바라봤다.사탕남은 로비어를 쥐어 박았다.
“너 말이야."
“으으."
연속으로 머리를맞아서 울상을 짖는 로비어가 눈을 흘겼다.사탕남은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봤다.
“낯선 사람이 말걸어도 따라 가지마."
“네?"
로비어는 그게 무슨뚱딴지 소리냐며 되물었다.
사탕남은 조금 우울한눈으로 말했다.
“너희들은 기껏해야한 살이니까 말이다. 이런교육을 해줄 사람이 없잖아."
그렇게 말하고는나갔다. 문을 잠그는것도 까먹은 그는 다른 더치걸들의 식량을 전부 배분하고가버렸다.
“이제 작전 개시인가."
화이트 풋이 그렇게말하고 나머지 둘을 번갈아 봤다.두 명 다 끄덕였다.
“그럼 가자."
세 명의 더치걸들은조용히 지하 숙소에서 빠져나왔다.형제 생각에 울먹이는 새메터리를 진정 시키느라둘은 고생했다. 이윽고다시 마음을 다잡은 세 명의 소녀가 1층의다목적실에 도착했다. 오늘의일과와 파티의 여파로 기운이 빠진 인부들이 곯아떨어진것이 행운이었다. 그행운마저 계획된 것이었지만.덕분에 유일한 변수였던 인부와 마주치는 일이없었다.
다목적실로 들어가자의사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그의 뒤에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이렇다 할 특징이 없었다.이곳 벽만 방음이라는 점만 특별할 뿐이었다.그리고 어딘가 닳아서 완전히 다 들어가 지 않은책상 서랍도 보였다.
다목적실이라고는하나 사실상 사장의 취미로 쓰였던 방이었다.방음 처리가 되어 있는 것도 사장이 남몰래 노래연습을 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하지만 그 당시 꼬시던 여자는 딴 남자에게로갔고 상처 받은 사장은 이 방의 존재를 잊었다.
그 당시 몰래 엿들은 사장의 노래가 고약하다는것부터 상사병을 질질 짰다는 것까지 한때의 재미를달구었던 이슈였다. 하지만이제 이 방에 남은 것은 침묵이었다.
“축하한다,애들아. 용감한세 명의 소녀가 기지를 발휘해서 지옥을 빠져나왔구나."
새메터리가 웃었다.하지만 나머지 둘은 웃을 수 없었다.
그중 특히 로비어가웃을 수 없었다.
로비어는 의사가 그저착해서 자신을 돌봐준 거라고 생각했다.그것은 그녀가 느껴보지 못한 순수한 선의였다.하지만 어제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의사마저도 의도가 있었다.만약 그런 의도가 없었다면 간호실에 자신을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화이트 풋은왜 웃지 않을까? 그녀와같은 심정인 걸까?
“생각보다 표정들이좋지 않구나. 무슨문제라도 있니?"
“선생님을 믿어야할지 모르겠어서요."
화이트 풋이 말했다.로비어가 아니라.화이트 풋 역시 내내 생각했다.정말 도주가 성공하면 기업의 보호를 받고 편안하게살 수 있는가?
그들은 샘플을 원한다고한다. 대체 샘플이란뭐지? 그녀들을 데려가서뭘 할 생각인 걸까? 그녀들의존재가 그들에게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의사는 그런 것들에대해서는 한 마디도 얘기 안 됐다.그저 세상을 구하는데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게 무슨 얘기지?"
“이상하잖아요.무슨 기업이 인권보호단체도 아니고.그냥 우릴 구할 리가 없어요."
“그래,우리는 너희가 필요해서 이러는 거야."
“우리가 왜 필요한데요?정확히 우리를 데려가서 뭘 할 건데요?그걸 알려주지 않으면 저희는 당장 이곳을떠나겠어요."
화이트 풋은 그녀자신도 놀랄 만큼 논리적으로 얘기했다.어쩌면 그녀가 몰랐던 그녀만의 재능일지도모른다.
의사는 잠시 침묵하다가손으로 눈을 비볐다.
“대단하구나.어떻게 지하공주님들이 그런 생각을 다했지?"
그는 조롱이 아니라순순히 호기심으로 그렇게 물었다.
로비어는 생각했다.어떻게 저렇게 침착하지?일이 틀어지고 있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그녀가 생각했던 그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냉정하고 민첩했다.
다 들어가지 못했던서랍이 거칠게 열렸다. 그안에서 의사가 꺼낸 것은 총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총소리도방음이 될까? 소음기가달린 걸지도 모르겠다. 요즘최첨단이라는 소리를 귀가 닳도록 사는 세상이니 아예총 소리가 안 나는 총일 지도 모르겠다.아니면 여기 벽이 최첨단 방음이던가.
로비어는 총을 보고현기증이 확 몰려와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느껴졌다.이윽고 큰 소리가 났다.드릴 소리보다 작지만 그럼에도 세상에서 제일큰 소리처럼 느껴졌다. 처음들어보는 소리.
이윽고 짧은 비명소리와함께 새메터리가 쓰러졌다.
“선생님은 기본적으로의사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일들을 한단다."
의사는 천천히 총구를로비어에게로 돌렸다. 그녀는새메터리의 상태를 확인하다가,그 총구를 보고 얼어붙었다.지옥 같은 데서 일상을 보내왔는데.그런데도 지금처럼 끔찍할 수 없었다.
마치 테이프로 입을봉한 것처럼 목소리가 막혔다.
“요즘 기업에 고용된사람들이 그렇지 뭐. 요즘은사격도 필수 과목이란다.최근에 전쟁도 났고 이젠 하다 못해 외계인도침략 했잖니. 정말성가신 시대야."
그나마 총으로부터자유로운 화이트 풋이 새메터리에게로 갔다.하지만 그녀도 어쩔 줄 몰랐다.
그녀가 할 수 있는건 겨우 목소리를 내어 따지는 것이었다.
“대체 왜?"
“왜 쌌냐고?간다며, 너희들이.물론 총 가지고 위협만 할 수 있었겠지.하지만 진짜 쏘기 전까진 너희가 내가 쏠 거라는걸 믿을 수 있을까? 너희들은소중한 샘플이잖아. 그러니못 쏠거라고 생각하고 날 덮칠 수도 있어.너희가 움직이고 나서 쏜다면 나머지 한 명이라도날 제압할지 모르지. 하지만내가 한 놈을 확실하게 쏴버린다면?너희는 얼어붙게 되어있어.해봤자 나이 한 살 먹은 애기거든."
의사는 천천히로비어에게로 다가왔다.곧 그녀의 이마에 뜨거운 총구가 닿았다.로비어는 반응했지만 의사가 제지했다.
“뜨거워도 그대로있어. 계속 얘기하자면나머지 두 명 다 죽이진 않아.확실히 중요한 샘플이니까.하지만 한 명 정도는 더 죽일 수 있지.사실상 한 명만 있으면 되거든.바로 화이트 풋, 너말이야. 물론 네가무시하고 도망치려고 하면 난 얘를 죽이지 못할 거야.네가 도망치면 남은 샘플이 얘 하나니까.하지만 이 녀석은 도망 못 치게 다리 정도는쏘겠지. 그걸 원하나?아니면 그냥 얘를 쏘고 네 다리도 쏘면 되겠지.너희는 생각보다 튼튼해서 다리 쏜다고 죽거나하지 않 거든."
어느새 울고 있는화이트 풋이 두 선을 들었다.저항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래,너희는 똑똑하지 않아도 순수한 아이들이잖아.친구를 희생할 수 없지.그러니”
문이 열리고,하얀 연기가 의사를 덮쳐왔다.콜록거리는 소리와 함께 몸과 몸이 부딪히는소리가 들렸다. 로비어가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제압한 것이다.시야가 가려지고 문이 열려 총 소리를 낼 수 없었던의사는 너무나도 쉽게 제압 당했다.
연기가 걷히고 남자는문을 닫았다. 사탕남이었다.그의 손에는 소화기가 들려있었다.
“너,괜찮냐?"
사탕남은 새메터리에게로몸을 굽혔다. 그로서는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방에 있는 모두가각자의 생각에 빠져 침묵이 흐르고 결국 사탕남이말했다.
“너희는 어서 도망가."
“새메터리는."
“이 녀석은 내가지하실로 데리고 가서 치료할 거야.다 잠들어 있는 지금이라면 정리할 시간이 충분해.그러니까 너희 둘이라도 어서 가.이대로 너희를 들켜버리면 다른 더치걸들까지다 죽어."
로비어는 화이트 풋을일으켜 세웠다. 그의말이 맞았다. 이미 둘다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앞을 똑바로볼 수 있었다.
두 명의 소녀는 그가총으로 의사를 겨누는 동안 밖으로 나왔다.일을 망친 의사는 조용히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봤다.거짓말쟁이의 얼굴이다.그에겐 새메터리를 치료할 능력이 없다.애초에 그녀는 이미 죽었다.그걸 민간인이 사탕남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어쩌면 두 더치걸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이런 거짓말쟁이들.
이제 그들은 어떻게해야 할까? 사탕남에겐다른 더치걸들을 구할 의도가 있다.그리고 의사도 어떻게든 이 일을 수습해야 한다.망치긴 했어도 완전히는 아니다.시체를 지하실로 치우고 피를 하치코의 청소도구를 빌려 처리하면 아무도 이곳에서의 일을 모를것이다. 소화기는잠깐의 트러블이라고 둘러대면 된다.사장에겐 사라진 더치걸들에 대해 아무것도모른다고 함구하면 된다.그도 사장 앞에서 술을 마셨기 때문에 알리바이가있다. 그러니 상대편기업의 감찰관만 이 일을 모르면 어떻게든 수습할 수있다.
“청년,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야?다른 더치걸들 살리겠데매?그럼 나를 도와. 어차피도망친 더치걸들은 내가 못 쫓아가."
어차피 오기로 한바이오로이드 녀석들도 아직 안 왔다.사실 아까부터 연락이 안 된다.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굳이 여기 일이 아니라도 사실 성공할 수 없는일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데몸이 굳어버렸다.
하치코가 열린 문사이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엔 방패가들려있었다. 애써 그가세운 수습 계획이 무너졌다.더치 걸들은 죽을 것이다.두 명이 아니라 전부 다.마음 같아선 그녀에게 그 두 명을 죽이고 감찰기간 동안 발견 안 되게 숨기라고 하고 싶었다.사실 그렇게 해준다면 이 광산은 평화로울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그녀의 눈빛을 보고 의사는 알아버렸다.
자신의 명령에도하치코는 하던 대로 일을 할 것이다.더치걸을 죽이고 그 시체를 이곳으로 데려와서그녀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그리고 토하고 그녀들을 항상 묻어둔 곳에 묻어둘것이다. 주위의 시선은상관 없다. 그녀는제정신이 아니니까. 솔직히지금 그녀를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그저 그녀는 정말 기계처럼 서있었다.
그녀가 그 모든 일을해내는데 시간이 걸리고 결국 감찰관이 그 모습을 볼것이다.
물론 그러기 전에순조롭게 일이 끝날 수도 있다.하지만 사람은 본래 최악의 경우를 무시할 수없는 습성이 있다. 벌써속이 안 좋아졌다.
사탕남이 서둘러말했다.
“우리가 도망치려던녀석 한 명을 해치웠어.다른 녀석은 없는 것 같아.어쨌든 감찰관이 보기 전에 숨겨야 하니까 너도도와."
그 짧은 시간에 사탕남은머리를 굴렸다. 하지만그 방안은 의사도 생각했다.그런데도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하치코의 손에방패가 들려 있기 때문이었다.그녀가 봐버린 것이다.도망치는 두 소녀를.준비를 마치고 여기를 지나다가 멈춘 것 뿐이다.
하치코는 깜직한말투로 말했다.
“거짓말.하치코는 봤는 걸?"
“어디서 인간님에게반말이야?"
사탕남은 최대한시간을 끌려고 했다.
하지만 하치코는나갔다. 그녀에겐사장의 명령이 최우선이다.그리고 그 명령은 하치가 항상 하던 대로 하면되는 것이었다. 사장을억지로 깨워 명령을 바꾸지 않는 한 그녀는 듣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너무 늦었다.
그녀가 나가자 사탕남은서둘러 총을 들고 쫓았다.하지만 그가 방 밖으로 나오자마자 문 근처 벽에붙어있던 하치코가 기습했다.방패로 그를 쳤다.날아간 사탕남은 그대로 기절했다.의사의 예상대로 그녀는 통제불능 상태다.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찌들은 그녀가 술을 억지로마시고 그런 일도 당했다.정신이 붕괴한 그녀를 움직이는 건 몸에 베인기억밖에 없다.
닥터는 머리를 싸매고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가이제 할 수 있는 건 들키는 일 밖에 없었다.
“죽었겠지?"
“응."
소녀 둘은 달리면서도계속 같은 화제로 말을 주고받았다.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충격이 가실 것처럼.하지만 마치 무서운 병에 걸린 것처럼 가슴이너무 아팠다. 오랫동안달렸을 때 폐가 아픈 것보다도 훨씬 더 아팠다.차라리 쓰러지고 싶었다.실컷 울고 기운이 다해 잠들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도죽는 게 무서웠다. 그리고달렸다.
그녀들은 슬픈 마음을계속 유지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그러기엔 그녀도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만들어진 생명체지만 인간을 본뜬 존재라 어쩔수 없었다. 그래서세상에 눈을 뜨고 처음 보는 바깥 풍경이 신기했다.너무 새롭고 광활해서 받아들이기 무서웠다.그렇지만 소녀들은 용감하게 작은 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저 별들은뭐지?"
화이트 풋이 말했다.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향하니하늘에 빛나는 점 몇 개가 움직이고 있었다.그쪽에서 희미한 굉음도 들려왔다.
“인부들이 하는 얘기중에서 들은 적 있는 것 같아.비행기 같은 게 움직일 때 저런 빛이 보인다는데."
“그걸 우리가 두눈으로 보게 될 줄 몰랐어."
그 빛을 포함한 모든밤 하늘의 빛이 아름다웠다.로비어는 처음으로 먹어본 케이크 다음으로 이하늘을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 쉬자."
화이트 풋이 말했다.
로비어는 그런 그녀가의아했다. 분명 그녀보다화이트 풋이 훨씬 체력이 좋았다.아무리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진 그녀들이라도개개인의 능력 차가 있었다.화이트 풋은 광산에서 가장 체력이 좋기로 유명했다.
어쩌면 힘을 아끼려는의도일 수도 있었다. 확실히그녀들은 많이 달렸다.그리고 적어도 이 밤엔 쫓아올 사람이 없었다.조금만 더 가면 마을이다.인부들은 가끔 그곳의 술집을 찾아서 스트레스를푼다고 했다. 생활필수품도 대부분 거기서 샀다.
“이제 어떻게 할지생각해봐야 돼. 이대로마을에 가도 경찰에 잡힐 거야."
화이트 풋은 숨을고르며 말했다. 그녀는오늘 맞는 말만 했다. 항상농담이나 할 줄 알았던 그녀의 모습과는 달랐다.밖에 나오고 위험에 노출되어서 그런지 그녀의진짜 모습이 깨어난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고머리도 모자 같은 걸로 가리면 되지 않을까?"
로비어가 아이디어를냈다. 화이트 풋도동의했다.
“사실 그 방법 밖에없겠어. 우리는 옷가게를 털어야 해."
“피도 닦아야 하고."
그녀의 말에 화이트풋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녀들의 옷에 묻은 피는 전부 한 사람의 피다.하지만 계속 슬퍼할 수는 없었다.그녀들이 치룬 희생을 생각해서 완벽하게 도주해야했다.
“그런데 말이야."
“응."
“그 자식이 말한바이오로이드들은 어떻게 된 거지?"
화이트 풋이 말한 그자식이란 의사를 뜻했다.이미 그는 경멸의 대상이었다.그동안 말도 조심해서 해야 하던 더치걸인지라시원하게 욕할 수 있다는 게 후련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게아닐까? 네가 들었던계획에 따르면 사실 다목적실에 이미 와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그 자식밖에없었어. 네 말대로일이 틀어진 것 같아."
그녀들이 얘기하는동안 마을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아까 움직이던 별들은 점점 커졌고 마을 곳곳에서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다.두 소녀 중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가슴이 쿵쾅거렸다.그녀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벽들이 기다리고있었다.
그녀들은 멈춰 서서최대한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려고했다.
하지만 너무나 명확했다.세상 물정 모르고 아는 것만 아는 그녀들이기에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 마을은 침략 당하고있었다. 요즘 같은때에 다른 나라에서 침략할 리가 없다.즉 외계인이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너무 멀리 있어 소리가 잘 안 들리지만 사람들의비명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움직이던 빛은 비행기가 아니라 외계 병기였다.
“어쩌면."
화이트 풋은 말을끊었지만 로비어는 그 뒤의 말을 맞출 수 있었다.자신이 맞춘다는데 이틀 치 식사를 걸 수 있었다.그런데 사실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냥 그 지하 숙소에서갇혀있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일 지도 모른다.
그게 그녀들이 누릴수 있었던 아주 작은 행복이란 걸 믿을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그녀들이 절망에 무너지기 직전 그녀들을 일으켜 세운건 하치코였다.
저 멀리 자신들을향해 달려오는 미친 짐승의 그것이 그녀들을 추적하고있었다. 적어도 잔인하게죽고 싶지 않았다. 로비어와화이트 풋은 마을을 향해 달려갔다.그녀들이 그 짧은 순간에 상황을 판단 한 건아니었다. 단지 하치코에게죽기 싫었다.
그렇지만 그게 실제로효과가 있을 것이다. 외계인이보내는 뇌파는 하치코를 무력화 시킬 것이다.그걸 그녀들은 깨닫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달렸다.
하치코는 모든 스트레스가풀리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그동안 당하고 저지른 것들로부터 해방되었다.그저 명령대로 토끼들을 사냥해서 주인에게 칭찬받는 것. 그녀는 그것만기억하면 된다. 그이상을 기억하거나 탐을 내니까 괴로운 것이었다.그녀는 그것을 사장실에서 깨달았다.
마신 술과 다른 타액들을모조리 토해냈는데도 개운했다.오히려 정신이 맑아져서 시야가 넓어졌다.그것이 그녀를 흥분하게 만들었다.그리고 도망친 녀석들이 보이자 그것이 그녀를미친 개로 만들었다. 그녀의키만 한 방패를 들고 뛰는데도 그녀들을 따라잡고있었다.
로비어는 아까부터의아했다. 화이트 풋이아까 전에 쉬자고 했을 때부터 지금 그녀가 자신보다뒤쳐지는 이 상황까지.그녀는 충분히 하치코를 따돌릴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대신 자기보다 느린 로비어의 등을 떠밀었다.
“도망쳐!"
로비어는 그러고 싶지않았다. 화이트 풋처럼멈추고 싶었다. 그녀를혼자 두기에는 너무 불쌍했다.이젠 004호의 혼자남은 그 아이보다도 불쌍하게 느껴졌다.그렇지만 로비어는 감히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제 죽는다는 공포도잠시 동안은 별 게 아니었다.이제 로비어가 진정 무서운 건 자신이 잡혀서 이일이 작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다.정말 별 것 아닌 일이 되어 버릴까봐 그게 무서웠다.새메터리가 죽은 게 헛죽음이 되어서는 안 된다.아직 숨이 붙어있을 화이트 풋의 희생이 짓밟혀서는안된다.
로비어가 희생해야했던 모든 것이 멍청하게 느껴지면 안 된다.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스스로라도믿게 만들어야 했다.
“로비어!"
그 미친 개는 이미로비어와 10미터도 안되는 거리까지 왔다. 그녀의친구를 그 짧은 사이에 죽인 걸까?아니면 기절만 시킨 걸 수도 있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로비어를 쫓는다는사실이었다.
로비어는 금새 덜미를잡혔다. 두 소녀 다달려오는 속력이 있었던 지라 그대로 나자빠졌다.둘 다 정신을 차렸을 때 서로 싸울 준비를 마쳤다.로비어는 가능하면 도망치고 싶었다.하지만 이미 속도로는 하치코를 따돌릴 수가없었다. 이 불쌍한녀석은 자신을 따라 잡기 위해 방패도 두고 왔다.사실 총을 가지고 있었으면 쉽게 죽일 수 있었다.하지만 하치코는 마치 덜렁대는 것처럼 총을 두고다녔다.
로비어는 항상 알고있었다. 하치코는 그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았다.특히 자기보다 작고 귀여운 더치걸들을.심지어 사랑하기까지 했다.첫 번째 더치걸을 죽이기 전까진 다들 그렇게알았다. 하지만 그뒤로는 하치코와 로비어만이 그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방패로 싸웠다. 일부러방패를 엉성하게 쥐고 휘둘러서 팔을 다치게 했다.쉽게 넘어졌고 그렇게 상처를 늘려갔다.그럼에도 이 불량품들을 놓칠 수 없었다.명령은 결국 그녀가 더치걸들을 죽이게 만들었다.자해보다도 더치걸들을 다치게 하고 죽이는 게더 괴로웠다.
“로비어는 내 마음알지?"
하치코는 울지 않았다.대신에 주먹을 들었다.방패를 두고 온 건 그녀의 시스템에 치명적인결함이 왔다는 뜻이다.적어도 방패가 있으면 타깃을 죽일 수 있는 확률이높다. 그것을 알기에굳이 두고 와도 명령 복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맨 주먹은얘기가 다르다. 아무리신체 능력이 더치걸보다 좋아도 변수 때문에 쉽게뒤집어질 수도 있다. 그녀는이미 어제 다른 더치걸을 잡느라 손을 많이 다쳤다.그리고 간부들에게 심한 짓을 당했다.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그녀는 엉망이었다.화이트 풋을 따라잡아 쓰러트린 것도 사실기적이었다.
하치코는 로비어에게죽고 싶었다. 그걸로비어도 알아들었다.
그때 그녀들의 뒤에서큰 폭발이 일어났다. 그도그럴 것이 외계인들이 마을을 습격하는 중이었다.마을에 있던 치안용 바이오로이드들은 죄다죽었다. 이제 남은것은 외계인들의 일방적인 학살이었다.그런 와중에 자동차 한대가 폭발했고 땅이 울렸다.
고꾸라진 하치코는반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됐다.죽지는 않았지만 의식을 잃었다.당연한 결과였다.그녀의 의식은 이미 오래전에 잠들어도 이상하지않았다.
불행하게도 로비어는그러지 못했다. 금방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살폈다.멀리서 자신들을 향해 몰려오는 철충들이 보였다.
도망쳐야 했다.살아남고 친구의 죽음을 충분히 슬퍼하고 싶었다.그리고 시래기 국을 밖에서도 먹어보고 그렌라간마지막 편도 보고 싶었다.
분명 그 만화에선주인공 일행들이 역경을 해치고 해쳐도 끊임없이 적들이나타났다. 그것을자신들의 신념을 드릴에 담아 깨부수곤 했다.
마지막 화는 못 봤지만주인공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의사가 어떤 의도로그 만화를 보여줬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좋게 작용한건 사실이었다.
그녀는 철충들로부터달아났다. 그리고 다시나타났다. 드릴은없었지만 방패가 있었다.
이제 벽을 뚫는 건지쳤다. 이제 자신이누군가에게 벽이 되어 성가시게 해도 되지 않을까?저놈들에게 그런 벽이 되어주고 싶다.하치코의 방패는 로비어가 들고 일했던 드릴 보다훨씬 가벼웠다.
사실 이 이야기는 만화로 그릴 예정입니다.
굳이 소설로 쓴 것은
콘티짜는데 어려움을 느껴 소설로 써보자 하는 취지였습니다.
12시간동안 정신없이 써내렸네요.
여건이 되는 대로 이걸 토대로 콘티를 짜고
만화로 그리고자 합니다.
혹시나 이 긴 글을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먼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여러편으로 올린 게 아니라 한꺼번에 올린 터라
정말 있다면 믿기지 않을 만큼 놀랄 것 같습니다.
읽으라고 올렸으면서 이런말을 한다는 게 제 스스로도 재미 없는 농담 같네요.
아무튼 긴글, 긴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