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그러니까 저 망할 것들을 다 꺼버리라고!”
벼락이 치듯 터진 큰 소리의 주인공은
이번에도
야후 재팬 대주주이자 야후 재팬 경영이사회 의장 요시쿠라이다.
기계신이 다시금 등장해
야후 재팬의 서버를 장악당했다는 보고에
직접 데이터센터까지 찾아와서
소장을 붙잡고 하는 소리였다.
그의 목소리에
데이터센터의 서버와 세상을 이어주고 있던 고성능 네트워크 장비에
또다시 전원이 내려졌다.
야후 재팬의 모든 서비스가 단번에 정지되었다.
벌써 2번째나 당하는 굴욕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에는
높은 곳에서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권력의 중추인 총리관저다.
전과 같이 아무런 대응도 못 하면 각오하라는 전화는
인터넷 업계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야후 재팬의 의장을
누추하기 그지없는 이곳까지 행차하게 하였다.
요시쿠라가 더욱 열을 받는 이유는
총리관저의 전화뿐만이 아니다.
“젠장!
34억 엔이나 쓴 보안 시스템은 어디다 팔아먹었어?”
야후 재팬의 보안시스템 설치는
2차에 걸쳐 이루어졌다.
골든 에그에게 첫 번째 털린 이후,
키리토의 인피니티 워와
언더월드의 과학기술 공개로 인해서
전 세계 컴퓨터 업계에 혁명이 일어난 이후였다.
두 번에 걸쳐 투입된 예산이
무려 34억 엔이었다.
그런데도
속수무책으로 뚫려버렸다.
“원인!
원인이 도대체 뭐야?
어디서부터 뚫린 거야!”
인터넷 업체엔 굴욕적이라 할 수 있는 서버 내리기로
겨우 불을 끈 요시쿠라가
원인을 따져 물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데이터센터 소장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저,
그....그것이.....
국가공안위원회와 연결된 감시시스템을 타고 들어왔습니다.”
야후 재팬 같은 거대 인터넷 업체들은
여러 가지 권력기관과 밀월 관계였다.
그중에서도
국가공안위원회와는
거의 협력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공안이나 검찰, 경찰이 원하면
언제든지
서버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뒤져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상태였다.
말은 모니터링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완벽한 감청시스템이었다.
야후 재팬만 한정해서
1년에 요청되는 감청 요청문건만
수백만 건 단위였다.
경찰청, 경시청, 검찰청, 총리관저, 국가공안위원회 등등에서 쏟아지는 요청이다.
가볍게는 악성 댓글을 단 사용자의 신원확인부터,
깊게는 메신저를 통한 실시간 대화까지
하루에도 수십만 건의 요청을 처리해줘야 하다 보니 업무 부담이 상당했다.
그래서
차라리 별도의 시스템을 만들어두는 게 최선이라 여겼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감시 시스템이다.
실시간으로 타인의 데이터를 뒤져본다는 것은
관리자급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였고,
기존의 컴퓨터 운영체제의 일반적인 보안시스템을 뛰어넘는
예외처리 규칙도 설정해줘야 했다.
시스템의 법칙을 무시하는 예외처리는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고,
외부의 공격에도 취약했다.
골든 에그와 언더월드는
그것을 이용해
야후 재팬의 보안 시스템을 우회하며
단번에 최고관리자 권한을 획득해버렸다.
“의, 의장님 큰일입니다!”
요시쿠라의 비서가 호들갑을 떨면서
널찍한 화면을 가진 유니버스 노트 6을 보여주었다.
눈 뜨고 코 베인 지금보다
더 급한 일이 뭐가 있느냐며 소리치려던 요시쿠라는
유니버스 노트에서 재생되고 있는
한 동영상의 모습에
순식간에 꿀 먹은 벙어리마냥 말문이 닫혔다.
바로
조금 전
데이터센터 관리소장에게 퍼부었던 폭언이
고스란히 재생되고 있었던 탓이다.
관리소장을 다그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천장에 달린 CCTV로 찍힌 화면이었다.
-뭐 안 돼?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내각 전체가 불신임이다 뭐다 만만해 보여?
멍청한 국민들 따위야
시간 지나면
오늘 일은 새카맣게 잊어버릴 거야.
그러니까
저 망할 것들을 다 꺼버리라고!
순간
화면이 일시 정지되더니
굵직한 자막으로
야후 재팬 대주주이자
야후 재팬 경영이사회 의장 요시쿠라라는
친절한 자막이 턱 하니 붙어졌다.
이게 다가 아니라
악을 쓰느라
잔뜩 일그러진 요시쿠라의 주름진 얼굴 옆에
짤막한 글자가 따라 붙었다.
해외자원사업 관련 실시간 검색어 조작 대가 1건당 5백만 엔.
자원사업 부실 지적,
비판기사 메인 페이지 제외 대가 세무조사 면제 등등.
줄줄 올라오는 설명은 해외자원사업 관련해서
요시쿠라가 정부를 어떻게 도와줬는지,
그리고
그 대가로 무얼 받았는지 확실하게 밝혀주었다.
거기에
이게 다가 아니라
총리관저에서 온 전화까지 완전히 도청되었는지
음성파일까지 고스란히 올라와 있었다.
모두가
단 하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감당이 되지 않는다.
동시에
자신의 모든 일이 감시받고 있었다는 게 상기되자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러나
요시쿠라에게 일어난 일은
골든 에그와 언더월드의 폭로 중에
겨우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의 폭로를 무마하기 위해
관련자들은 벌떼처럼 일어났다.
총리관저를 비롯해
정치권의 거물들과
재무성과 문부과학성의 높은 양반들은 물론이고
검찰과 경찰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움직임은
이미 골든 에그와 언더월드에 다 포착되었고
곧바로
그들을 움직이게 했던,
그리고
그들이 내린 전화 통과나 문자 메시지, 메신저 등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환급 신청을 위해
골든 에그가 만든 사이트 주소를 막아버리자고 했다가
해외에 개설된 사이트라는 말에
그러면 접속을 할 수 없게 디도스 공격이라도 해버리자는
문부과학성의 말이 그대로 탔다.
CCTV 화면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의 문자 메시지나 카톡 메시지까지
그대로 캡처되었다.
당연하게도
일단 메인화면에 뜨면
이번 해외자원사업 비리에
얼마나 관여를 했는지 증거와 함께 개재되었다.
유령회사나
해외 차명계좌 등으로 딴 주머니를 차고 있던 이들은
깡통이 된 자신들의 계좌에 분개하며
이번 일을 처리하기 위해 모였다가
다들 그 정체가 드러났다.
동시에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던 사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완전히 멈춰버렸다.
작당 모의만 하면
실시간으로 만천하에 공개되니
모여서 무슨 말을 하기 자체가 힘들어졌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골든 에그와 언더월드가 지금 선보이고 있는 압도적인 감찰 능력은
일부러 만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백도어, 감청 장비, 감시 시스템과 같이
그저 기존에 정부나 정보기관이 만들어 놓았던 시스템을
말 그대로 강탈해서 쓰고 있는 것뿐이었다.
시민사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일부 과격한 단체는 작당 모의를 하다가 걸려서
공개되는 족족 검찰에 고소를 넣었다.
“뭐 이런 쓰레기가 다 있어?”
평소 정치엔 별 관심이 없었던 에길이
인터넷에 올라온 비리의 전모를 보고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 때문에
자신의 가게 수입도 줄고 있는 판국이었다.
그런데도
내야 되는 세금은 더욱 늘어나서
그것에 대해서 불만이었는데
그런데
이놈들은
앉은 자리에서 수십 수백억 엔씩을 빼먹었다니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치부가 터졌으면
철두철미하게 조사를 해야 하지,
기를 쓰고 막으려는 꼴이 너무도 우스웠다.
그것도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뽑아놓은 사람과
고위 공무원들이
믿을만한 이들은 아니라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구미를 당기는 것은
환급이라는 문구였다.
“얼마를 돌려준다는 거야?”
이들이 빼돌린 돈을 돌려준다는 데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더욱이
이 해커라는 존재도 믿을 수 있는 놈인지 아리송했다.
도통 믿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저 해커의 입장이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엄청난 해킹 실력으로 빼돌린 돈을 모두 찾아왔더라면,
그것을 혼자 꿀꺽하고 말 것이다.
귀찮게
사람들에게 돌려준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지.”
한 푼이라도 아쉬운 처지에 이것저것 따질 이유가 없으니
일단 응해보기로 했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거대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자마자
환급 신청을 위한 홈페이지 주소가 떡하니 떠올라 있었기에
클릭 한 번으로 간단히 접속할 수 있었다.
공개된 주소를 향해 디도스 공격뿐만이 아니라,
해외의 해커들이 총공격을 펼치고 있다.
이 일을 묻어버리고 싶어 사주한 이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빼돌린 기계신의 주머니를 털어보자거나,
기계신을 이겨서
명성을 얻고 싶어 한 해커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커들 말고도
각국의 정보단체는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기계신을 추적하기 위해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 자원을 쏟아 부었다.
그야말로
전 세계의 트래픽이 죄다 몰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골든 에그와 언더월드가 만든 환급용 사이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뭐야?
이렇게 허술해?
진짜 맞는 건가?”
환급용 페이지는
텍스트 몇 줄로 구성된
그야말로
인터넷 개발 초기의 웹페이지처럼 간단했다.
그림 하나 없는 홈페이지의 전체 용량이 10kb도 나가지 않으니
디도스 공격 따위가 의미가 없다.
신청하는 방법도
이름과 환급받을 주소를 써넣으면 끝이다.
게다가
인터넷 주소 역시나
야후 재팬이나
일본 정부 홈페이지의 것을 그대로 써서
어떻게 추적을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해외에서 접속해오는 수상한 IP들은 사전에 차단해버렸으니
누군가의 바람과는 달리
사이트가 다운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에길은
허술한 사이트를 보면서도 긴가민가하며
이름과 계좌주소를 넣었다.
약간의 긴장감,
그리고 기대감을 담아 입력을 마치고 엔터를 눌렀다.
“응?”
순간
짧은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창 안에는
짧은 영상을 보면 환급률에 보너스를 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미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인 에길이였기에
환급률이 제일 높은 5분짜릴 골랐다.
“뭐 광고라도 되나?”
아쉽게도 광고는 아니었고
해외자원사업 부실의 몸통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동영상이었다.
전직 총리부터 해서
알만한 사람들이
한 줄기에 줄줄이 달려서 딸려오는 고구마처럼 줄줄이 나왔다.
저 사람들이
해외로 빼돌린 돈을 빼돌려 주는 거라고 확인사살까지 했다.
뒷담화를 까는 식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진 동영상을 보고나니
환급 완료라는 짧은 글자가 떠올랐다.
“벌써!”
환급신청을 하고도
며칠은 지나야 줄 것 같았는데,
벌써 입금을 완료했다는 소리에
깜짝 놀란 에길이였다.
급히 스마트폰을 들어서
자신이 입력한 은행에 접속해 계좌의 잔액을 확인해 보았다.
“우악! 이게 얼마야!”
-입금 23만 5,469엔. 총잔액 26만 6,556엔
2십만 엔이 넘는 돈이었다.
가게를 일주일은 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 뚝 떨어졌다.
신기하게도
입금한 사람이나
어디서 입금이 되었는 보여주는 항목은 텅 비어 있었다.
멍하니 잔액을 보던 에길은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돈에 쪼달릴
클라인과 길드 풍림화산의 길드원들에게
이 일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실시간 입금은
국민들에게 망설임을 지워주었다.
너도나도 신청했고,
그와 비례해서
환급신청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결국,
더는 버틸 수 없는 비리의 몸통들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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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스를 이런 식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군요! 권력자가 국민들을 감시하는 방법을 역으로 이용해서 권력자들을 감시한다라......... 작가님의 창의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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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스를 이런 식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군요! 권력자가 국민들을 감시하는 방법을 역으로 이용해서 권력자들을 감시한다라......... 작가님의 창의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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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에 쓸 수 있는 최고의 명언이 있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표현이고 미국 만화책 원작인 '왓치맨' 의 주제이기도 한 말입니다.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 20.09.17 07:5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