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관저도 난리가 났다.
박수 소리가 나는 것은
두 손이 서로 마주쳤을 때였다.
방위성 사무차관이
오션 터틀 점거 프로젝트를
여기까지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내에서도
그에게 동조하는 자들
그 중에서도
일본회의 소속의 정치가들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든지
미국과의 비밀 합의로 묻어버릴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진행되던 일이
키리토와 골든 에그의 개입으로 순간 다 망해버렸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설명이 필요했고,
뿔난 국민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책임질 사람도 필요했다.
방위성의 고위직들
특히
그 방위성 사무차관과
그와 연관이 있는 자들 중
그 방송을 보고
곧바로 종적을 감춰버린
방위성 사무차관을 제외한
다른 관련자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총리 관저로 소환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국가 반역죄로 체포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동시에
지금 일을 벌이는 해커를 추적하기 위해
국가공안위원회와 검찰청은 물론이고
경시청의 사이버범죄수사대까지 사력을 다해 움직였다.
야당에서도 급하게 움직이며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이 상상을 초월하는 재난(?)을 이용해서
정부 여당에 대한
내각 불신임을 처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잘 탄다!”
앉은 자리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키리토가
시원스레 내뱉은 한 마디였다.
그야말로
인터넷은 불이 났다.
보통 이슈라면
인터넷에서 반짝하고 끝났을 테지만,
이것은 파급력이 달랐다.
오프라인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는 듯
일본과 미국이 들썩거렸다.
이 지경이라면
현직 총리과 미국 대통령의 성격상
일을 망친 방위성과 CIA, NSA는 물론
이번 일에 관련된
미국과 일본의 모든 관련자들은 모두 옷을 벗어야 할 것이다.
아쉬운 것은 하나다.
그들은
옷을 벗으면서도
무슨 영문이지 모른다는 점이다.
자신을 건드려서 그렇게 됐다고 알아야
다른 놈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할 텐데
알릴 수 없으니 말이다.
“골든 에그,
네가 상황 변화를 잘 살피면서 파장의 수위를 적당히 유지해줘.
너무 막 나가진 말고.”
키리토의 말은
일단 들어보면 적당히 하고 끝내라고 들리지만,
그게 아니다.
꺼질 것 같으면
뗄감에 휘발유
그것도 모자라서
니트로 글리세린에 TNT까지 더 던져 넣으라는 해석도 할 수 있다.
골든 에그는
당연히 후자로 알아 들었다.
-OK! 맡겨만 주삼!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 위에
소금에 식초까지 잔뜩 뿌리라는 식의 지시를 내린 키리토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난 뒤,
“자,
그럼 내 일이나 해볼까?”
키리토는
일단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서
오그마를 통해
아인크라드 성이 추락한
유니탈 링 지역 중 옛 알브헤임 쪽으로 풀다이브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과 미국에 빅 엿을 먹이려면
언더월드와의 협력은 꼭 필요했으니
바로
언더월드에 있는 네 개의 인계정부에
성왕 키리토로서 협력요청을 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키리토가
그렇게 유니탈 링으로 풀다이브 한 그 시간.
일본에서는 난데없는 공성전이 벌어졌다.
뚫으려는 세력과 막으려는 세력 간의 한판 대결!
대의민주주의의 상장인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막으려는 세력은 당연히 여당이다.
그동안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막강한 방어막으로
거대 여당의 횡포를 막을 수 있었다.
사실 야당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선진화법은
지난 총선 전에 여당이 만든 법이었다.
여당에 온갖 악재가 쏟아져 총선의 참패가 예상되었기에,
거대 야당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고삐를 채운 것이다.
하지만
총선은 수많은 조력자의 노력으로
참패는커녕
오히려 승리를 거뒀다.
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오히려 제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국회의원 표 대결에 들어가면
막을 수단이 없다.
그러니
아예 국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입구를 봉쇄하는 게
마지막 방법이었다.
그러나
공성전에서도 그 수가 모자랐다.
공성전도
의원 딱지가 붙은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었다.
질서유지권이 발동되면
불체포특권을 가진 국회의원 말고는
국회 경위에게 죄다 끌려나가기 때문이다.
쪽수에서도 야당이 크게 밀린 상태였으니,
오랜만에 열린 공성전은 허무하리만치 일찍 끝나버렸다.
문이 열리자
여당 의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아프리카의 들소무리처럼 우르르 입장했다.
그리고
여당 의원들 사이에
이번 일에 관련된 야당 의원들이 철통 호위를 받으며 움직이고 있다.
야당 사람들은
그 둘에게 온갖 창의적인 욕을 쏟아냈다.
보통 때라면
그런 욕에도 듣지 못한 척 태연할 테지만,
그들은 그렇지 못했다.
골든 에그가
그들이 왜 그런 짓을 하게 되었는지
꼼꼼하게 정리해 인터넷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터넷이며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 케이블 방송,
심지어 공중파에서도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들 중 하나는
일본 최고의 애국지사로 알려졌던 조부가
사실은
미국의 뒷배경과 뒷돈으로 매수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다른 배신자는
일본 버블경제가 터져 전 국민이 고난에 빠진 시기,
그것을 이겨보고자
금 모으기 운동이 벌어졌을 때,
금을 내놓는 게 아니라 투기를 했다.
심지어
금 모금을 빙자하며 헐값에 사들이고 입을 닦은 적도 있었다.
그 규모가 무려 수백억 엔 규모였고,
꼼꼼하게도 노숙자들의 차명을 이용해서
지금껏 눈에 띄지 않은 것이다.
이 밖에도 뇌물을 받은 것도 많았는데,
입법활동이나 예산을 정할 때,
돈을 찔러준 사람들에게 이익을 보는 쪽으로 힘을 써준 대가였다.
그러나
이런 것은 그저 사소한 것으로 취급될 만큼
밝혀진 치부는 너무도 컸다.
이처럼
자신들의 치부가 전 국민에게 드러난 상태였기에,
맨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저
새로운 동료가 된 여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떠밀리듯 제 자리에 앉았다.
공성전이 이젠 반대가 됐다.
야당 의원들이 국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고리에 쇠사슬을 엮어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동시에
의장에 의해 야당이 내놓은 내각불신임 취소건이 상정되었고,
순식간에 표결에 들어갔다.
워낙 급한 탓에 공개 표결이었기에,
결과는 순식간에 나왔다.
부결(否決).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있는 법률은 2/3 이상의 표결이 필요했다.
그러나
거기서 딱 한 표가 모자랐다.
배신자 둘 중 하나가
또 배신한 것이다.
아니
자신의 비밀이 이미 폭로된 마당에
더는 배신할 이유가 없었던 사람이 반대를 눌러버린 것이다.
표결에 들어간 여당 의원도,
수상 관저의 높으신 분들도,
국회 방송을 통해 텔레비전으로 표결을 지켜보고 있던 여당 큰 어르신 등등,
모두에게 멘탈이 붕괴할 것만 같은 충격을 받았다.
저게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불신임 취소 처리만 하면 끝나는 거였다.
지금은
국민들이 폭발할 듯 펄펄 끓어 오르고 있지만,
일본의 국민성은
이탈리아처럼 순식간에 끓어 오르고, 식기도 빨리 식었다.
게다가
이런 일을 대비해서 충격완화용 기삿거리도 충분히 준비해두었다.
그러니
통과만 시키면 끝났을 게임이다.
그런데 부결이라니!
한 번 실패했으면,
다시 또 상정해서 통과시키면 되지 않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같은 법률이나 비슷한 법률이 부결되면
한 회기 중에 다시 상정할 수 없다는 게 국회법이었다.
평소 같으면
다음 기회를 노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방위성 사무차관부터 해서
이번 법안 개정안에 얽힌 검은 거래가 완전히 폭로된 마당에,
도쿄지검 특수부 조사는 기본 예약이 된 상태다.
돈을 받은 명확한 증거가 남아 있는 자들만 수십 명이고,
여기엔
여당의 중진 국회의원도 상당한 수였으니 말이다.
물론
검찰에 방위성과 얽힌 다른 대기업들이 힘을 합쳐 압력을 행사하면
큰집에 가게 될 사람은 깃털만 한정될 테지만,
이제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내각이 레임덕인 상황에서
야당 대표와 총선 공천을 놓고 한 재상정할 수 있는
추진력이 완전히 상실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완전히 망한 것이다.
무더운 늦여름날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때
일본을 들었다 놨던 국회에서의 한바탕 소동은
큰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큰 충격은
검은 거래가 이야기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 존재한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렸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사학 비리 사건 때처럼
이번 사건과 연관을 극구 부인했다.
현재
일본 국민의 대다수 정치 성향이 보수 우익적이라고 하지만,
일본인을
말 그대로 대놓고 냄새나는 노랑 원숭이라고 말하는 미국의 군산복합체 매파들과
그런 미국 군산복합체 매파의 딸랑이 노릇을 하는
일본을 움직이는
일본회의 소속의
정치권 실세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폭락했다.
게다가
내각 불신임 취소건까지 부결된 마당
언제라도
내각 총 사퇴는 기정사실이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난관을 돌파하는 것은 한 가지 방법뿐이다.
선 긋기.
아랫것들이 일으킨 일이라며,
아베 신조 총리는
관련자들을 무관용의 법과 원칙로 처벌하겠다고 난리를 피웠다.
키리토가 바라는 데로
방위성부터 시작해 내각의 고위직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고,
검찰에 소환되었다.
돈을 받은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깨어있는 국민들은
질질 끌다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그것도 깃털들만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법이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지만,
일본 역사상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힘이 세고, 가진 게 많은 이들에겐
이제껏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임을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이미 그럴 기미가 보이는 것이
이번 일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총리의 명령으로 해고된
전 방위성 사무차관은
비밀리에 외국으로 출국해버렸다.
그렇지만
그는
얼마 뒤
태평양 상공의 비행기 안에서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이 일에 관련된 핵심인물인 데다가
키리토의 음모(?)로 인해
중국에 매수된 이중 스파이로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아무래도 드러나면 골치아파질 것 같은
CIA와 NSA가 손을 쓴 것이다.
그것도
2만 4천피트 상공의 여객기 화물칸에서
낙하산도 없이 태평양 한 가운데로 던져 버리는
참흑한 방법으로
시체도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증발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그는 행복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키리토의 손에 걸렸다면
그 뿐만 아니라
그의 일가, 친척, 사돈에 팔촌까지
그의 집안은 완전히 씨가 말라버렸을 테니까.
사무차관의 제거는
바로 미국이
그들도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키리토 아니
콜로서스에게 사죄의 의미로 바치는 공물이있던 것이다!
동시에
일본과 미국 인터넷을 해킹해 사건의 전말을 폭로했던 해커를 추적하는 일에
인원과 예산이 듬뿍 배정되었다.
야후 재팬의 데이터센터 서버와
국가기간통신망 네트워크 장비도 압류되었고
탈탈 털릴 정도로 조사가 이뤄졌지만,
그 누구도
골든 에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미국 군산복합체 매파와
일본 보수우익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회의의
이 가공할 음모를 막아낸 해커를 칭송했다.
해커들 사이엔
인터넷과 기계를 기가 막히게 다룬다는 의미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말 그대로
기계 장치의 신이라는 의미였으니
키리토와 골든 에그의 콧대가 하늘 높이 치솟았음은 당연했다.
한편,
미국의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이
전 세계 방위산업을 지배하기 위한 공작을 펼쳤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단지 일본에 한정된 특종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특종이었다.
아무래도
2026년 세계 블랙 기업 어워드에서 1등은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 확정이 틀림없다.
게다가
이번 일에 관련된
미국 방위산업체 연합 그룹이자
미국 군산복합체 매파들과
글로젠 DS 총 그룹에서도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을
철저한 희생양이자
콜로서스에게 바치는 공물로 확정한 이상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외신들은
골든 에그가 퍼트린 영상과 자료를 열성적으로 띄우면서
북한은 공산주의체제가 뭐가 잘못되었는지 보여주고,
일본과 미국은 자본주의체제가 뭐가 잘못되어있는지 보여준다는 평가를 했다.
동시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칭호가 모자라지 않을 만큼
엄청난 능력을 선보인 해커에 대한 이야기도
세계의 해커들과 권력자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일본과 미국에 벌어진 일이
자신들의 나라에도 터질 가능성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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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20.09.15 10:5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