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과연 미국도 저력이 있음.-
반격에 들어간 미국은
중국과 같이 우회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단번에 중국으로 쳐들어가 각종 분탕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의 사이트인 바이두와 알리바바가 단숨에 먹통이 되었고,
순식간에 백본망의 대역폭이
쓰레기더미 패킷으로 가득 채워지면서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에 장애가 일어났다.
심지어 휴대전화 통신망도 예외가 아니었다.
단숨에 중국을 혼란으로 밀어 넣은 미국의 공격 목표는 제2 포병부대였다.
포병부대라고 해서,
견인포, 자주포, 다연장포와 같은 재래식 무기를 떠올릴 사람이 많겠지만,
제2 포병부대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동풍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는 부대였다.
최신 버전인 동풍-31A의 경우엔 러시아와 미국에서 빼돌린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디코이나 채프 같은 교란수단은 물론이고,
경로 변경식 재돌입 기술을 가진 다탄두 미사일이었다.
미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의 가장 큰 위협인 대륙간탄도탄의 시스템이나 설계도를 탈취할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격을 시작했다.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바로 US-984XN의 동원이었다.
초전도 CPU가 나오기 전까지 텐허 2는 가뿐하게 뛰어넘는
112페타플롭스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였다.
US-984XN도 텐허2와 마찬가지로 성능 개선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나라가 나라인지라
T1이 아닌 인텔의 제온-X와 AMD의 트라이던트 시스템을 반씩 채용해서 성능을 끌어 올렸다.
더군다나 1만 개만 돌리고 있는 텐허2와 다르게
US-984XN의 교체 비율은 25%나 되었다.
숫자로는 10만 개가 넘는 초전도 CPU를 장착하고 있다.
둘의 싸움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단순한 한 사람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기에,
중국 입장에서도 갑자기 미국에 공격당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것은 33389부대였다.
일명 해커부대로 통하는 중국사이버전쟁사령부로,
텐허2에 들어간 신유정수를 만든 곳이다.
설계된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을 공격하고 습득한 데이터는
33389부대의 컴퓨터로 속속 넘어오고 있는데,
FBI가 자국 정치인을 조사해두었던 비밀 기록은 기본이고
CIA의 에이전트 신상명세는 물론
중동과 러시아, 심지어 중국에 암약하고 있는 CIA 정보원의 기록까지 있었다.
심지어 메가론 연구소에서 최근 연구 중이었던
상온 핵융합 에너지 분열실험에 대한 자료까지 있었다.
정보가 갑자기 넘어오자 바로 긴급경보가 발령되었고
33389부대는 전력으로 사이버 전쟁에 뛰어들었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뭐라도 하나 더 건져보자는 심정이었다.
그야말로 해커부대 창립 이후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중이었다.
T1의 성능이 워낙 좋은 것도 이유였지만,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찔러진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스파이들이 빼돌렸던 암호와 보안 취약성이 결정적이었다.
다만 습득한 정보는 세상에 개발된 암호방식 중
최고 수준이라 하는
AES-256이란 방식으로 암호화 되어 있어서
당장 문서의 내용은 열람할 수 없었다.
당장 문서의 내용은 열람할 수 없었다.
이처럼 초반에는
선제공격을 날린 중국의 이득이 컸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국도 저력을 드러냈다.
공격에 사용된 암호와 취약성 등은
바로 미국의 정보조직에 의해 분석이 되었고,
이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사람 중에
중국과 사소한 연관이 있는 이들은
모두 다 FBI나 CIA 요원의 방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기껏 심어놨던 정보원들은 대부분 발각되었다.
체포 과정에서
중국 안전부의 미국 지부도 발견되기도 했고,
총격전이 일어나 사살되는 일도 있었다.
더군다나
미국이 작심하고 사이버전쟁을 일으키자,
중국도 홍역을 앓기 시작했다.
보안의식이 미국보다 떨어지는 중국은
해안가에 만들어 두었던 원자력 발전소의 제어권이 일부 넘어가며
대정전이 일어나기도 했고,
신호체계가 마비되어 교통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직은 낮이라서 큰 혼란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밤이 된다면 무슨 소요사태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가 없다.
-우리는 계속 지켜보고만 있음?
골든 에그의 물음에 키리토는 슬쩍 미소가 올랐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지만,
이 경우는 다르지.
흥정은 말리고 싸움은 붙인다."
키리토의 말에 골든 에그가 참전했다.
그렇지만,
골든 에그가 제멋대로 설치고 다니도록 풀어준 것은 아니다.
제대로 나대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가 없다.
아직은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안 된다.
일본의 역량은 아직 그대로다.
중국과 미국의 싸움은 그저 자잘한 상처만 주고받는 것으로 끝나는 게 최고다.
이 점을 고려한 키리토는
얼마 전에 있었던
미국 CIA와 NSA의 꼬임에 제대로 넘어간
그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의 어설픈 공격으로 인해
오션 터틀에서 겪었던 개고생에 대한
확실한 보복을 할 방법을 찾아냈다.
"일본에 잠입해 있는
중국의 블랙 요원 리스트를 풀어주면 어떻게 될까?
중국에도
미국의 요원 리스트를 넘겨주고 말이야.
그리고 일본에서
그 오션 터틀 습격작전에 연루된
방위성 사무차관과
그 사람의 계파들에 속해 있는 인간들을
전부 다 중국 쪽 블랙요원 리스트에 끼워넣고 말이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키리토는 뒷일을 애써 예상해볼 필요는 없다.
일단 질러보고 난 다음에 결과만 확인하면 된다.
아마도 사이버전쟁 때문에 악이 잔뜩 오른 이들은
서로 잡겠다고 설치지 않을까?
자신을 죽이려고 한 놈들에게 협력을 한
아니
그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의 꼬임에 제대로 넘어간
일본 방위성의 방위사무차관과 국회의원들을
자신의 손으로 밀어버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들 모두를
중국 쪽에 매수되어서
미국과 일본의 극비정보를 전한 이중 스파이로 보이도록 만들어서
독이 잔뜩 오른 미국이
싹 치워 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일어났다.
물론 미국이라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은 없다.
-OK! 바로 해독 들어감!-
골든 에그는
현존 최고 수준의 암호화 알고리즘인 AES-256으로 인코딩된
중국의 블랙 요원 리스트를 해독하기 시작했다.
-완료했음!-
키리토가 만들어낸
23세기에서도 최고로 쳐줄 수 있는 최신 양자컴퓨터답게
불과 3초 만에 답이 튀어나왔다.
바로 옆 나라라서 그런지 몰라도
잠입해 있는 중국의 블랙 요원 숫자는 100명 이상으로 상당한 숫자였다.
그중에 대다수는 도쿄에 있었고
갖가지 직업과 장소에 숨어 있었다.
가지고 있는 장비도 대단해서 권총은 기본이었고,
폭약이나 독극물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골든 에그는 미국이 열심히 돌리고 있는 해독 프로그램에 개입해서
자신이 찾아낸 정답으로 방향성을 맞춰 주었다.
거기에 덤으로 키리토가 지시를 한 내용까지 포함해서 말이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함이자,
자신의 개입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우발적 사이버 전쟁에
키리토와 골든 에그의 개입이 시작된 지 30분 정도 흘렀을 때,
CIA 극동지부에 해독된 정보와 지령이 떨어진 모양인지
호떡집에 불이 난 듯 바빠졌다.
주일 미군 중 엘리트 전투 요원 십수 명이 특별한 작전을 위해 부름을 받았고,
키리토의 움직을 감시해서 보고하는 임무를 띠고
비밀리에 움직였던
CIA 일본 지부 소속 블랙 요원인
토니 아카리와 이안 리씽도 상부의 긴급한 부름을 받았다.
딕시 카페에 들어온 키리토는
무슨 일이 터진건가 하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는 마스터 에길에게
적절하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한 뒤
가게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오면서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땀으로 얼룩진 교복 윗저고리를 벗어서 의자에 건 뒤
적당히 먹을 것을 챙겨 들고는
의자에 몸을 맡기고,
오그마로
“어디까지 진행됐지? ”
라고 묻자,
그러자
골든 에그가 기다렸다는 듯
증강현실 스크린을 최대로 개방하며
지금 상황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커다란 충돌이 3번이나 있었음.
총격전도 7번이
밖에도 CIA 소속 히트맨이 14번이나 움직였음.
사살된 인원은 23명이고 생포된 인원은 34명임.
다행히 일반인 피해는 없음.-
골든 에그는 설명과 함께 대략적인 위치도 표시해주었다.
역시나 도쿄에 제일 많은 점이 찍혀 있었고,
오사카와
자신의 마을 근처에도 분포되어 있었다.
또한,
지금 작전이 시작된 곳도 표시해주었는데
도쿄 현과 오사카 현,
그리고
뜬금없는 훗카이도가 있었다.
미국의 GCCS가 먹통이 아니었다면,
실시간으로 작전이 전개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중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지금은 중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1초에 한 장씩 나오는 화면과 구리 전화기와 같은 소리가 전부였다.
작전의 전개는 액션영화처럼 격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실제 상황이라는 조건은 긴장감을 확실하게 만들어주었다.
골든 에그의 개입 덕에
중국에서 빼돌린 자료를 제일 먼저 해독할 수 있었던 미국은
중국 측 블랙 요원 확보에 열을 올렸다.
현장 최일선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사람인 만큼,
이들 머릿속에 담고 있는 정보의 가치는 그야말로 최상급이었기 때문이다.
점조직처럼 운영되기에 한두 명 잡히는 것으로는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량으로 잡혀 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이 이처럼 자기 나라에 들어온 자들도 아니고
일본에 들어온 중국 요원들을 족치는 데 혈안이 된 것은
해킹에 대한 보복도 보복이었지만,
정치적 계산이 더 큰 요인을 차지했다.
일본은 대한민국에 이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는 확실한 카드였다.
요즘 한창 친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일본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경고의 신호를 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의 파격적 행보에
일본에 들어왔던 다른 나라의 정보원들도 긴장했다.
그리곤 각자 이해관계에 맞춰 움직였다.
중국을 경계하면서도 미국에 한해서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던 러시아는 중국 쪽으로,
일본은 미국 쪽으로 힘을 보탰다.
그러자
풍선효과가 일어나며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터져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갑작스럽게 불이 크게 나기도 했고,
멀쩡한 가정집에서 가스통이 터지는 일이 일어났다.
경시청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안정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미국에게 협조하라는 압력을 정부로부터 강하게 받았다.
아베 신조 총리대신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위험한 존재들이
자국 내에서 활개를 치고 있으니,
나라의 구분 없이
모조리 잡아다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전통의 동맹국이었고,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일본 최고의 무역국으로 부상했다.
더군다나
일본의 극우적 행보에 미국의 공화당이 중심이 된
군산복합체 매파 세력이 힘을 실어주는 식으로
중국에 대항하고 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이 방관 덕에 뜻밖에 좋은 효과가 일어났다.
싸움이 계속 커지면서
키리토의 의도대로
일본에 들어와 있던 세계 각국의 첩보원들이
서로 싸우다가 궤멸해버렸다.
특히
선제공격을 당한 중국이
제일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의 첩보원 신분이 노출돼버렸다.
숨겨놓은 한 방이 되어줄 도구가 만천하에 알려졌으니
그 가치는 상실된 것이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화재신고에
소방관들은 쉴 틈이 없었고
의심스러운 총소리,
싸우는 소리에
일본의 모든 지역의 경찰서도 난리였다.
일본에서 일어난 일과 비슷한 일이
중국에서 벌어졌다.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골든 에그는
중국이 얻은 리스트 중 하나를 풀어 주었고,
덕분에
미국이 심어놨던 중국 라인 중 상당수의 신분이 탄로 났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
말 그대로
자신들의 요원들이
토끼처럼 사냥당하는 것에 대해서
악이 잔뜩 오른 중국은
결국 초강경한 태세로 대응했다.
자기 집 안에선
똥개도 늑대소리를 내면서 힘을 쓰는 법,
일본에서 척살작전이 시작될 무렵
중국에선 요원들의 철수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완벽하진 못했다.
중국의 추적을 피하지 못한 미국의 전투 요원이 열 명이 넘게 죽었고,
쏠쏠하게 정보를 보내주거나 팔아 주었던 이들도
중국의 안보부에 의해 체포되었다.
다음날이 되자
사이버 전쟁과 암흑 속에서 벌어졌던 첩보전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그와 함께 두 나라의 대충 피해집계가 대충 견적이 나왔다.
누가 많이 받았느니,
누가 덜 받았으니 따질 필요가 없었다.
두 나라 공통으로
인적인 피해와 더불어
경제적 기술적 피해가 엄청났다.
극비로 취급받고 있던 레일건 기술과
저온 핵융합 에너지에 관한 기초 연구자료가 유출되었다.
그나마 암호화 처리가 되어 있었지만,
초전도 CPU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슈퍼컴퓨터의 무시무시한 성능을 고려한다면
이미 풀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미국에 넘어갔던 수많은 기밀 중에는
동풍 미사일의 설계도도 포함되어 있었고,
중국의 권력서열 중 100위권 안에 있는 이들의 비자금 목록도 있었다.
이처럼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이버 대전쟁은
결국 중국과 미국에 깊은 상처만 안겨주고 끝나갔다.
가뜩이나 서로 경계하던
두 나라의 관계는
이번 일로 급속히 악화함은 물론이다.
해커를 육성하는 불량국가라거나,
악의 축이라는
최고 수준의 비난이 오갔다.
말로 끝난 게 아니라
각종 실력행사도 들어갈 모양인지
두 나라의 정치권이 분주해졌다.
(IP보기클릭)223.38.***.***
(IP보기클릭)39.114.***.***
이제 전쟁은 화력전이 아닌 이런 종류의 사이버전 중심으로 돌아갈 겁니다. 세상은 아주 빨리 변하는 법이고 전쟁도 시간이 가면서 업그레이드 되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 20.09.14 15: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