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의 귀에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시지요."
그 말에
가브리엘 밀러의 몸이 들썩였다.
움직인다.
움직이고 있었다.
언더월드에서 강제적으로 로그 아웃을 하고 나서
키리토의 지시로
그의 몸에 투여된 근육신경 마비약의 효과가 풀리는 해독제를
관(?)에 누워있는 가브리엘 밀러 머리맡에 있던
하늘색 교복의 청년이
가브리엘 밀러의 목에 투여한 것과 동시에
마치 돌처럼 굳어 있던
그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가브리엘 밀러는 홀린 듯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어떤 기쁨이나
공포의 표현 하나 없이
그의 몸이 바로 서는 순간
전신이 비명을 질렀다.
그 짧은 시간 만에
그의 근육이 올올이 풀려 버린 느낌이 들고
풀려 버린 근육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비명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지만,
가브리엘 밀러는
그 고통마저 기쁘게 받아들였다.
일어선다.
하지만
가브리엘 밀러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그저
지금 몸을 바로 세우는 것만이
그의 지상명령이라는 듯이
최선을 다해 몸을 일으킬 뿐이었다.
알고 있다.
지금
그의 앞에 있는 키리토는
그에게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숨 쉬는 것을 멈추라 하면
멈춰야 한다.
살아 있는 것을 멈추라 하면
죽어야 한다.
한 줌의 영혼조차
그의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지금 이 순간
키리토는
가브리엘 밀러의 모든 것을,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브리엘 밀러가 덜덜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일어난 것을 본
키리토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럼
이제 저에게 할 말이 있을거에요."
키리토의 목소리가
넘실거리는 검은 불꽃처럼
가브리엘 밀러의 귀를 파고들자
가브리엘 밀러는
몸을 움찔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입이 헤, 벌어지면서
간헐적인 경련과
필사적인 몸짓을 하다가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뒤통수를 지그시 누르는
원통형 금속성의 물체를 느끼고는
필사적인 몸짓과 간헐적인 경련 그 자체를
완전히 멈추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마치 이 순간
앞으로 사용할 뇌를 다 사용해버리겠다는 듯이
가브리엘 밀러는
오로지 생각을 하는 것에 집중을 한 뒤,
고개를 들었다.
그가 해야 할 답변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만약
그 답변이 틀리는 순간
자신은
그 즉시
알리시아의 부모 집에
머리와 몸뚱이가 붙어있는 모습보다
더 끔찍하다고 할 수 있는
단백질 덩어리 물건이 되어서
바로
DHL로 택배 배송된 뒤
그녀의 부모의 손에
머리와 몸뚱이가 분리되던지
그들의 손에
진짜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될테니까
그나마
진실이라도 이야기를 한다면
그런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는 데
얼마 동안이나마 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가브리엘 밀러는
고개를 든 모습으로,
"무...엇이든......"
탁한 목소리.
갈라지고 또 갈라져 쇠를 긁는 듯 쉬어버린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새어 나온다.
"원하는...원하시는.....
모든 것을.....말씀드리겠습니다.
뭐든, 뭐든.......제가 알고 있는 것이든,
제가 모르는 것이든.
그게 무엇이라 해도......."
가브리엘 밀러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힘겹다는 듯
필사적으로 말했고
곧
밀려오는 해일 앞에 선,
달아날 곳 없는 어린아이처럼 신음을 하면서
"뭐......뭐든지 말씀드릴테니....
제....제발....
제...발 저를 죽여주세요.....
제발...저를 죽...죽여주세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모든...것을...말......"
거기가지 이야기한 가브리엘 밀러는
결국
울보 어린아이 저리 갈 정도로 펑펑 울기 시작하고
그 말을 들은 키리토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자
가브리엘 밀러는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하면서
동시에 머리 속에
자신이 처음으로 섬뜩함을 느낀 적이 생각났으니...
그는
사실 섬뜩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과거 한 번.
죽음이라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도,
자신의 손에 죽임을 당한 사람이
그의 눈앞에서 고통에 떨면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미동조차 없던
그의 심장이 공포에 질린 적이 단 한 번 있었다.
그 자신이 공포라는 감정을 알겠다는 정신나간 연구의 일환으로
생매장해 죽인 이의 시신을 꺼내기 위해
그 바시고 카잘스 (PoH) 와 함께 땅을 파헤쳤을 때.
자신의 연구(?)목적으로 석관 안에 사람을 밀어 넣고
단단히 봉한 채 묻어버린 관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다시 파헤쳤을 때.
굳게 닫혀 있던 관 뚜껑을 연 순간,
가브리엘 밀러는
생전 느낀 적 없는 공포와 찝찝함을 직면해야 했다.
그 광경은
처참이라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산 채로 땅에 묻힌 사람이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에 갇힌 것이다.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얼마나 발악을 했는지,
전신에 멀쩡한 부분이 없었다.
석관 여기저기에 부딪친 몸은
하나같이 터져 있고,
손톱은 모조리 부러져 나간 것도 모자라
손가락 중 몇 개는 그의 입안에 들어가 있었다.
너무도
거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미쳐서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
죽는 그 순간까지
얼마나
큰 공포에 시달렸는지,
사람의 것이 아닌 듯한 표정이
죽어서까지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스스로 담대함을 넘어서
감정이 거의 없다고 여겨지는
바사고 카잘스조차도
그 광경을 잊지 못해
며칠 동안 악몽을 꿀 정도였으니
그는 어떠했겠는가.
그것은
진짜로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그런데
가브리엘 밀러는
이 오션 터틀에 와서 키리토 앞에 서서야 알게 되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석관 안에서 죽어간 이는
적어도 몸이라도 움직일 수 있고,
발버둥이라도 칠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은 조건에서 몸조차 움직일 수 없는 이는 어쩌란 말인가?
몸이 움직이기만 한다면 빠져나갈 수 있는데,
그 몸이 움직이지 않아
어둠 속에 방치되어 죽어가는
그 갑갑한 두려움을
대체 어쩌란 말인가.
지금 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해방감 따위가 아니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에서 해방되었지만,
그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보다 더 큰 두려움이었다.
다시 그 꼴이 될 수 있으니까.
그가 지금 눈앞에 있는
악마 아니 마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그는
다시 육체의 자유를 잃은 채 어둠 속에서 방치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몸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인 지는 모르겠지만
키리토의 손에 망가졌다가 다시 고쳐지는 식의 장난감처럼 취급된 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알리시아 그녀의 부모 앞에 짐짝처럼 놓여진 뒤
그들의 손에
단숨에 죽임을 당하게 될 지
아니면 아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을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녀의 무덤 앞에서 영원히 고통속에서 살게 될지
결정지어지게 될 것이다.
그 상황만 피할 수 있다면,
가브리엘 밀러는
죽음이라는 결과를
격렬한 환희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죽음은 차라리 안식이었으니까.
"죽여 달라고요?"
목소리.
절대적 권한을 가진 이의 목소리가
그의 영혼을 떨게 만들었다.
"요구나 부탁을 할 수 있는 처지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시군요."
그런 키리토의 차가운 말투에
가브리엘 밀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면서
"아...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부디,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부디......"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죄를 빌어야 한다는 의식만 있을 뿐이었다.
엎드려 빌지도 못한다.
키리토가
그에게 일어나라고 했으니까.
자세를 흐트러드릴 자유조차 부여받지 못한 그는
몸을 꼿꼿이 세운 채
필사적으로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키리토가
자신의 건방질 수도 있는 행동에 노여움을 가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런 그를
키리토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너졌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마지막 선이 무너졌다.
지금
이대로 그를 풀어준다고 해도
그는
이제 암흑신 벡터는 커녕,
인간으로서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같은 일을 당해도
다른 사람은 이렇게까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브리엘 밀러는 키리토를 보았다.
악은 악을 알아보는 법.
자신보더
더 큰 거대한 악 그 자체를 본 이는
자신의 처지를 직감하기 마련이다.
스스로가 그런 존재이기에
자신이 어떤 꼴을 당할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가브리엘 밀러를 망가뜨린 것은 키리토가 아니다.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죄악들인 것이었다.
악당은 악당에게 맞는 방식이 있는 법이고,
키리토는
그런 방식을 적절하게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럼
이제는 굳이 다른 것은 필요가 없었다.
(IP보기클릭)42.82.***.***
생각해보니 이거 키리토가 황제 를르슈처럼 세상을 좌지우지 하다가 끝내는 어떤 결말을 맞을 지 알고 싶군요
(IP보기클릭)203.210.***.***
사실 제 소설에서의 키리토는 황제로서 군림하는 것이 아닌 이 지구의 인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는 그런 관찰자이자 일종의 '이해자'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 소설의 키리토는 일종의 현생인류와는 틀린 신인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보통 인간의 도덕적인 모습이나 현생 인류의 행동양식과는 완전히 틀린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런 존재를 2천년 전에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 존재에 대한 책까지 쓴 뒤에 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 책을 배포을 했으니까 말입니다. 제 소설에서의 키리토와 동급의 존재이자 어느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는 그런 존재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쓴다면 이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예수 그리스도) 과연 이 존재에 대해서 반론을 주장하던지 그 존재 자체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는 할 수 있을지,,,,,,,,,,
(IP보기클릭)203.210.***.***
그리고 궁금한 부분은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적으로 부정하고 깔아뭉갤 그런 세력이 공공연하게 힘을 과시할 수 있으맂 말입니다. 그것도 미국 본토 안에서 말입니다. 철저한 기독교 운영방식에 길들여진 그런 사람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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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이거 키리토가 황제 를르슈처럼 세상을 좌지우지 하다가 끝내는 어떤 결말을 맞을 지 알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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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 소설에서의 키리토는 황제로서 군림하는 것이 아닌 이 지구의 인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는 그런 관찰자이자 일종의 '이해자'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제 소설의 키리토는 일종의 현생인류와는 틀린 신인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보통 인간의 도덕적인 모습이나 현생 인류의 행동양식과는 완전히 틀린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런 존재를 2천년 전에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 존재에 대한 책까지 쓴 뒤에 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 책을 배포을 했으니까 말입니다. 제 소설에서의 키리토와 동급의 존재이자 어느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는 그런 존재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쓴다면 이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예수 그리스도) 과연 이 존재에 대해서 반론을 주장하던지 그 존재 자체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는 할 수 있을지,,,,,,,,,, | 20.08.24 00:32 | |
(IP보기클릭)203.210.***.***
그리고 궁금한 부분은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적으로 부정하고 깔아뭉갤 그런 세력이 공공연하게 힘을 과시할 수 있으맂 말입니다. 그것도 미국 본토 안에서 말입니다. 철저한 기독교 운영방식에 길들여진 그런 사람이 말입니다. | 20.08.24 00:36 | |
(IP보기클릭)182.212.***.***
말 그대로 키리토를 신으로 규정하신거네요. 그야말로 먼치킨물의 정석이군요. 자신이 쓰는 주인공을 신과 비교될 정도로 만드는 정도. 너무나 압도적이여서 압도적으로 적을 뭉게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작가를 우러러 보겠지만 그런 점에서 재미를 못 느끼는 인간은 그야말로 주인공 무쌍이라는 것에서 극도의 불편함을 느끼겠네요. 이게 원작과 다른게 뭐냐고. 오히려 안좋은 쪽으로 더 강화된게 아니냐고 말이죠. 솔직히 말하죠. 저도 후자쪽에 가깝습니다... 압도적인 인물이 소설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죠. 물론 그런 인물이 스토리를 주도하지 않거나 여러명이면 상관없지만요. 그런 소설은 소설이라긴 보다는 그냥 자기 생각을 글로 끼적인 거라는 생각도 문득 들때도 있지만 그래도 뭐... 나름 소설이라고 쓰는 노력을 하는 이들을 보면 존경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소설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인정 받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아, 주어는 없습니다. 그냥 제 생각을 쓴겁니다. 그렇게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 20.08.24 01:17 | |
(IP보기클릭)223.33.***.***
팬픽은 그냥 재미로 보는 건데 너무 엄격하신 것 같네요. 저는 애니와 비교해서 보니까 더 재미있던데. 1년동안 이 소설 보면서 좋았거든요. | 20.08.24 08:45 | |
(IP보기클릭)39.114.***.***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에필로그 부분에 나오는데 KaiKy 님이 생각하신 부분이 정확하게 맞습니다. 진짜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현실적인 부분과 실제하는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20.08.24 11:04 | |
(IP보기클릭)182.212.***.***
아, 그렇군요. 그쪽 생각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달라서요. 그냥 그렇다고 생각해주세요. 저도 이제 왠만해선 댓글 안달려고요. | 20.08.24 11:08 | |
(IP보기클릭)39.114.***.***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주신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의견도 많이 남겨주신 것도 말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진짜 세상이 힘들고 아픈 분들도 많이 나오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 20.08.24 11:18 | |
(IP보기클릭)2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