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랭크 그리고-4-
파악!
나무로 이루어진 바닥, 동양풍의 부적과 장식물들이 붙어있는 낡은 도장안에서한 명의 소년이 창 끝이 없는 나무 창을 힘차게 휘두르고 있었다.
“끌끌끌, 고놈 참 손끝에왜 그리 힘이들어갔나?”
“스승님!”
초로의 노인은 자신을 스승이라 부르는 소년에게로 다가갔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푸른 눈에 갈색머리를 가진 소년과 달리 노인은 검은 머리에 검은 눈에 상대적으로 오밀조밀한이목구비를 하고 있어 이 둘의 인종이 다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맥스야 넌 언제나 힘이 과해, 어디오랜만에 나랑 한 판 붙어볼까?”
“네! 이번에는 꼭 제대로한 방은 맞출 거에요!”
“끌끌끌! 그려 어디 붙어보자!”
도장 한 켠에 걸려있는 끝이 없는 나무봉을 집어 든 노인과 소년이 대치하다 이내 격돌했다, 노인의 말대로 소년의 움직임은 강직하고 강력하며 또한 거침이 없었다, 반면노인의 움직임은 허공에 휘날린 꽃 잎 마냥 부드럽고 유연했으며 또한 예측할 수 없었다.
탁! 타악!
소년의 움직임은 속도를 더해갔고 그 움직임은 점점 더 예리해져 갔다, 하지만어찌된 일인 건지 그를 상대하는 노인의 움직임에는 어떤 변화가 없음에도 소년의 공격은 그의 옷깃 조차 스치지 못하고 있었다.
“헉, 헉!”
한 참을 나무창을 휘두른 소년은 이내 지쳐 쓰러져서는 투덜대기 시작했다.
“안되겠어요! 이번에도스치지도 못 했어요! 왜 언제나 제 공격은 닫지 않는거죠?”
“에잉, 쯧쯧쯧, 젊은 놈이 끊기도 없고 게다가 독사에게 송곳니가 하나 뿐이라니 볼품없구나 녀석아!”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잘 모르겠어요…독사는 송곳니가 2개일줄 모르겠지만 제 창은 하나밖에 없잖아요?”
소년의 말에 노인은 혀를 ‘쯧쯧’ 하고차고는 말했다.
“에잉 멍청한 놈아! 창끝은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네 마음의 끝도 하나뿐이더냐!!”
“아니 그게 도대체 뭔 말이에요!!저번에는 정신이 하나로 통일이 안 되어 있어서 기술이 예리하지 않다고 혼내더니 말이 왜 맨날 달라요!스승님 완전 바보에요!!”
“이이! 이눔아 그거랑이건 다른 이야기야! 마음은 하나로 모으라는 거지 허와 실을 하나로 모으라는 것이 아니여!!”
그 뒤로 노인과 소년은 한 참을 다투었지만 이내 하하 호호 웃으면 서 식사를 하기위해 도장을 나갔다…
“……하, 내가 이걸 왜잊고 있었지?”
그리고 도대체 저 놈은 이걸 왜 알고 있고?
고아인 자신을 거둬준 존경하는 스승님, 어린시절 그런 스승과 나눴던언제나와 같은 시시콜콜한 대화 중 스승이 건내 준 하나의 깨달음.
제자가 부족하여 놓쳐버린 깨달음을 도대체 왜 저 B랭크가 알고있냐는말이다…잠깐만 그러고 보니 저 녀석도……
슥-
몸 속에 침투한 사사의 교의 기를 흩어내고 일어나서 죠니 잭슨이라는 남자와 다시 한 번 마주했다.
“……스승님과는 무슨 관계냐?”
“전해줄 게 있어서 잠시 만났을 뿐이야, 그런데 그 분께서 혹시라도 갈색 머리에 머리가 비어 버리고 겉 멋에 찌든 자기 제자를 만나거든 전해달라고 하셔서말 좀 전달해준 것 뿐이야”
“……”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 녀석은 나보다 강한 녀석이니까.
저 녀석이 길드장이 말한 그 풀이란 도우미란 것을 알았을 때 난 어쩌면 나와 대등한 상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 어땠던가? 대등?
턱도 없는 소리였다.
이 녀석은 강하다, 힘도 속도도 기술도 그 무엇 하나 나는 미치지못한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의 일인가? 압도적인 강자를 상대로 도전하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 것인지 재 보기 위한 싸움을 하는 것이!
“방금 전 같이는 안 될 거다”
“거기까지 말 해줬는데 그러면 나가 뒤져야지”
반박할 말이 없었다, S랭크라는 이름에 취해, 대인전을 멀리 하다보니 이런 단순한 것도 눈치 채지 못 하다니 그러니까…!
“이제부터가 진짜다!!”
치열한 결투였다, 양자 모두 실력자,비할 대 없는 초강자 들이었다, 하지만 결투의 결과는 명명백백히 갈렸고 이 소식은 아논스트리트만이 아닌 던전거리, 이어서 에이던 전체에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으학…X발 이래도 씨알도안 먹히네…”
한 쪽 눈이 시퍼렇게 멍든 맥스가 어두운 조명 바의 한 켠에 앉아서 독한 위스키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한 쪽 눈의 멍과 타박상 정도였지만 실제 그가 입은 상처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왼쪽 대퇴부 근 파열, 오른쪽 늑골 3개 골절, 왼쪽 어깨 인대 손상에 왼쪽 손목 골절, 약지 소지 골절에 멍든 오른쪽 눈 쪽의 광대뼈 골절까지…말 그대로전신이 걸레짝이 되어있었다.
그런 중상환자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뒤에도 자신의 두 발로 공연장에서 퇴장하고 최소한의 처치만 받고 이렇게던전거리한 켠에 자리한 바 폴 던전러쉬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었다.
잭슨에게 패배하였다 해도 그가 모험가들의 정점이자 초인중의 초인인 S랭크모험가란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윽!”
통증에 완전히 무감각할 수는 없었다.
위스키 잔을 집어들다 순간 퍼진 통증에 그가 술잔을 놓쳤을 때.
척
어디선가 튀어나온 손이 떨어지는 술잔을 받아냈다.
“…너 여긴 뭐 하러 온 거냐?”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여긴 원래 내 단골 바야”
“……쳇 마음대로 해라”
떨어지는 위스키잔을 받아낸 손의 주인은 오늘의 일로 인해 연소자 일행에 의해 시달리다 도망쳐 나온 잭슨이었다.
“……”
“……”
두 명의 사내 사이에 침묵이 감도는 사이에 잭슨이 주문했던 칵테일을 던전러쉬의 바텐더 홀 레이커가 가져왔다.
화려하게 장식된 칵테일을 잭슨이 한 모금 마실 때쯤 맥스가 한 마디를 땠다.
“…여자도 아니가 사내놈이 그런 알록달록한 걸 마시고 싶냐? 나처럼 남자답게 위스키나 먹을 것이지…”
“아니 넌 첫 말부터……”
무언가 더 말하려 하다 잠시 생각한 잭슨은 칵테일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래 그럼 그 남자다운 위스키 맛 좀 보자 방금 원샷한 칵테일보다못 하면 널 오크통에 담가버릴 거니까 각오하고”
이미 눈치로 상황을 얼추 파악한 레이커는 이미 위스키잔 하나를 미리 잭슨의 자리에 세팅해주었다.
그렇게 잭슨과 맥스는 위스키를 연거푸 들이켰고 술의 힘인지 아니면 선명한 크림슨 레드 드레스를 입은 스탠드 가수가불러주는 부드러운 팝송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때문인지 둘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스승님은 잘 지내시나?”
“큭, 정정하시더군, 그 나잇대의 노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정정함이었어, 그리고 너보다훨씬 강했고”
“쳇 쓸대없는 말은 덧 붙이지 마”
그렇게 그들은 연거푸 술을 들이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오늘 있었던 일들과 진짜 리나와는 아무 사이도 아닌가에 대한 것부터 시작해서 으레 저 나이 대의 남자들이 술 취하면 그러 듯 직장이야기, 즉 던전거리와 모험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다 이내 별 상관도 없는 정치 이야기까지 넘어가게 되었다.
“세간에서는 S랭크가 한나라의 기사장과 동격이니 뭐시기 말해도 말이야~난!! 이맥스 올랜드는 말야!! 모르겠다고 그런 말들은!! 이 몸은천생 모험가에 기사직 쪽에는 발 한 번 담가본 적 없다고…쯧, 주변S랭크 놈들은 정치가 어떻네 이번에는 어떤 왕국의 의뢰쪽에 힘을 실어줘야 자신들과 모험가 길드의 입지가좋아지니 이런 쓰잘대기 없는 소리나 하고…그런 건 모험가가 할 말이 아니잖아!! 앙 안그러냐!?”
“…그렇게 물어봐도 난 모른다, 그런귀찮은게 싫어서 B랭크 모험가를 하고 있는데 내가 알 리가 있냐?”
잭슨의 말을 듣고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맥스는 ‘응,응! 옳은 말이구만! 암모르지!’ 라고 뭐가 좋은지 계속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고 보니 너 몇 살이냐?”
“엉? 나 나!! 나는 25살이지!!”
“…25살? 25살에 S랭크? 어마어마한 재능이군……”
“아니, 그런 날 개구리밟아 뭉개 듯 쓰러트린 네가 할 말은 아니지……으액 다시 말하니까 자존심 상하네…”
“아니 그래도 난 너보다는 연상이다”
“어……연상?”
“그래 연상, 반대로 난네가 나보다 어린거에 더 놀랐다고.”
“……혀,”
“뭐?”
“형님!!!!!”
“왁!?”
술취해 물렁거리던 맥스가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너 뭐하는 짓이야!?”
맥스의 그 기행에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이 이쪽으로 집중되었다, 재빨리후드를 뒤집어 쓴 덕분에 살았지만 시선\이 불편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형님!!! 여태까지의무례한 언행 용서해 주십쇼 형님!!!”
“아니 일어나라고!!!!”
“부족한 몸이지만 아우로 삼아주십쇼!!!!압도적으로 강함에도 불구하고 저의 무례함을 눈 감아 주시고 하물며 가르침 까지 전해주신 그 아량에 감탄했습니다!! 이 불초 맥스!! 교양이 없어도 도리도 없는 인간은 아닙니다!!! 부디 아우로 삼아주십쇼!!!”
“삼아줄게!!! 삼아줄테니까일어나라고!!!!!”
이 날 잭슨의 이세계 생활 최초로 아우(똘마니?)가 생기게 되었다.
술에 맛이 가 버린 맥스를 근처 여관에 방을 잡아 재우고 나는 한창 유흥으로 달아올라 있는 던전거리의 유흥가를걸어나갔다.
터벅 터벅 터벅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에 진창 취해서는 거리 한 켠에서 토악질을 하는 소리까지…
그 모든 것을 반주 삼아 발 걸음을 옮겨갔다
터벅 터벅 터벅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일까? 분명 왁자지껄한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걸음을옮기면 옮길수록 귓가에 들리는 소리들은 마치 볼륨키를 낮춘 듯이 작아져 갔다.
이 왁자지껄 함이 싫지는 않았기에 시침때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나와”
나의 말과 동시에 허공에서 푸른 잔불이 흣날렸다.
화려한 푸른 불이 흩날린 끝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안경을 낀 붉은 로브의 중년인이었다.
“……붉은 마탑의 장로[Sthavira]분께서이런 보 잘 것 없는 모험가에게는 무슨 볼 일 이신지?”
“후후후, 참 재밌는 농담이네내 생에 나의 은신결계 마법을 간파하는 자를 채 10명을 만나지를 못 했다네, 그런데 그런 자네가 평범하다니…이거 참 재밌는 농담이야…”
“여태까지 10명을 채만나지 못한 건 본인의 견문부족을 의심해 봄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방에 틀어박힌 마탑놈 들에게는 상당히 듣기 싫은 말이겠지 하물며 뒤 늦게라도 중앙과의 인프라를 뚫으려고 해도서방에서도 최서단에 위치한 붉은 마탑의 장로다 이 뼈 섞인 말은 상당히 심심기 상할 것 인데…
“허허, 이거 젊은이에게충고받으니 기분이 좋구만 아주 신선해!”
“기분이 좋으시다니 다행이군요.”
과연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마탑에서 장로의 자리까지 오를 정도의 사내라는 건가?이런 싸구려 도발에는 심적인 동요가 전혀 없군
“후후, 너무 날 선 반응하지말게 물론 동의없이 자네를 나의 굴절 결계 속으로 초대한 건 좀 무례하긴 했지만 이번에 자네를 만나러 온 것은 온전히 딸의 목숨을 구해준 것에대한 감사를 하기 위함이니 말이야”
“에인 테로조…”
“그래 내가 그 아이의 아버지 브란 테로조라네 후후, 역시 범상치 않은 사내구만…눈치가 빨라, 게다가 강하구만 음, 이거 싸우면 내가 지겠는데?”
“과찬의 말씀을…”
마탑의 고위 마법사들은 이게 귀찮다, 마법의 추구보다 정치실력만 키워서는배속에 구렁이가 몇 마리나 들어서 무슨 음모나 흉계를 꾸미는지 짐작할 수가 없다.
“자네도 제법 취한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딸의 간병을 위해 레드 스트리트에서 잠시 체류중이니 나중에 정식으로 감사표현을 위해 초대하도록 하겠네, 그럼 오늘은 이만”
브란 테로조는 그 말 만을 남기고 처음 등장했던 때와 같이 푸른 불꽃과 함께 사라졌다.
“……아무래도 또 귀찮은 일이 이어질 것 같은데…”
요즘은 일진이 안 좋다, 평온하던 내 슬로우 라이프에 이런저런 놈들이머리를 들이밀면서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아마도…그시작은 결코 저 남자와 무관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한 주 건너뛰어 버렸네요, 그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네이버 챌린지 리그에서도 연재중입니다, 시간있을 때 한 번 들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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