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사이를 유유히 헤치고 들어가서 아직도 사모님의 팔을 잡고 흔들며 소리치는 세로스의 팔을 붙잡는다,
“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이거 놔!!!”
말 보다 먼저 반대쪽 손으로 내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날려온다.
“일단 진정해!”
붙잡아 가볍게 관절의 역 방향으로 뒤튼다.
“이익!!”
구동부의 역방향으로 뒤틀린 팔을 해소하기 위해서 세로스는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킨다, 그와 동시에 회전력이 실린 돌려차기로 내 관자놀이를 노린다.
유려하고 완벽한 연속 공격, 이전에 싸웠을 때 보다 훨씬 깔끔하고 높은 수준의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맞아줄’ 여유가 없다.
발차기가 맞기 전 허공에 뜬 세로스의 품으로 달라붙는다, 당연히 회전력은 죽고 자연스럽게 발차기도 불발로 돌아간다.
그렇게 허공에 뜬 채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세로스의 양팔을 잡고 서로 숨결이 닿을 정도의 거리로 끌어당긴다.
“진정해!!”
“하아…하아…”
잠시 호흡을 정리하던 세로스의 눈가에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맺혀서는 한 방울 흘러내렸다.
“일단 진정하고 말을……”
“…!!”
세로스는 내 두 손을 뿌리치고는 그대로 연회장을 뛰쳐나가버렸다, 뒤늦게 도착한 경비들에게 상황을 대충 지어내서 설명해 돌려보내고 나는 조쉬 부부에게로 다가갔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내가 이런 실례를……”
“아,아니에요, 분명 제가 말을 잘못한 걸 거예요, 옛날부터 둔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실수를 이런 대서도 하다니 너무 부끄러워요…”
“하하! 너무 그러지 말게! 그것보다는 자네랑 자네 아내 격투 실력이 대단하더군! 오랜만에 좋은 구경을 했어!”
나는 사과를 구한 뒤에 조심스레 사모님에게 세로스가 저렇게 화를 내기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글쎄요…그게…아마 제가 이름을 말 했을 때부터 였을 거예요…”
“홀리, 홀리 하르모니아 케니번 이예요, 케니번은 남편의 성이고 중간 성은 저희 친가의 성이죠~”
“……하르모니아? 설마 제가 아는 그 알트리우스 제국의 하르모니아 서방 변경백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머? 잘 아내, 우리 집안은 저기 변경의 지방 귀족이니까 에이던 같은 도시사람들은 모를 줄 알았는데~”
그에 세로스는 소스라치게 놀라서는 부정했다.
“그,그럴리가요! 하르모니아 서방 변경백이라 하면 알트리우스 제국을 지키는 서방의 철웅성으로 얼마나 많은 제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저도 기사 수련을 받으면서 몇 번이나 하르모니아의 용맹한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키워왔습니다!”
“어머~! 요즘 같은 시대가 되서는 그런 식의 칭찬을 들을 일은 이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칭찬해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하긴 우리 가문 기사들이 좀 용맹하기는 했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세로스는 이런 자신의 태도가 매우 실례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 저기 너무 배려를 하지 못한 언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응 갑자기 왜 그러나요 세로스씨?”
홀리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표정이 좋지 않은 세로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마음이 많이 좋지 않으실 텐데 함부로 말한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 아~제국이 멸망한 것 때문에 그러는 거야? 호호! 하지만 괜찮아요! 나만이 아니라 다른 제국 출신들도 다들 지금에 만족하고 있는 걸요~”
“네,네에?”
이전까지는 죄스러움으로 일그러져 있던 세로스의 얼굴이 이제는 다른 의미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야~제국 시대보다 지금이 더 살기 좋은 걸요~세금도 그렇고 갑자기 억지 부리거나 권력으로 찍어 누르는 것도 사라졌고 얼마나 좋은지~”
“하,하지만 역사 깊은 천년 제국의 가치는 그런 걸로 매길 수 있는 것이…”
“음,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세로스씨는 제국의 수도권 출신인가 봐? 하지만 변경 사람들을 언제나 힘들었다고? 수도권의 그 눈부신 발전과 시설은 전~부 지방의 고혈을 쥐어짜서 그런 거라고 그것 만이 아니라 수도권의 권력층들도 얼마나 잔인……”
“……거짓말”
“응? 세로스씨?”
“거,거짓말이야!!!!”
“어,어!? 세로스씨!?”
세로스는 그 때부터 홀리의 양팔을 잡고는 면전에 대고 거짓말이라 말하면서 소리쳤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쯧, 생각 이상으로 몰려 있었던 건가…”
어렴풋이 그녀가 몰려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원인이 현재의 세상, 그녀가 되살리려는 제국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평화롭고 당연하다는 듯이 돌아가는 세상에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역시…그런 사람들이 있긴 있구나…”
홀리씨는 슬픈 표정으로 세로스가 뛰쳐나간 연회장의 입구를 쳐다보았다.
“그야 그렇겠지…모든 사람이 현실을 보고, 앞을 보고, 정의를 보고 살아갈 수는 없을 테니까…”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명확했다.
“안사람은…아직도 제국의 망령에 붙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다 제가 부족한 탓이겠죠…”
그러자 조쉬씨가 내 등을 팡 하고 때려주었다.
“그럼 해야 할 일은 하나지 않나? 뭐 하고 있나? 어서 쫒아가야지!”
오늘 우연히 만난 아저씨 주제에 어째 이 부부 이상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양반들이다.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죠”
“하하하! 그런 말 말고 에이던에 있는 동안 어디 한 군데라도 조금 아프면 레드 스트리트의 인데아 종합병원으로 오게!”
“네,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렇게 부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나는 연회장을 뛰쳐나와 세로스의 뒤를 쫒았다.
“한 잔 더 줘……”
“손님 이미 충분히 취하셨습니다, 이만 일어나심이…”
“한 잔 더 달라고!!”
바텐더의 만류를 무시하고 세로스는 잔을 다시 채우고 브랜디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탄산수도 물도 섞지 않은 상표불명의 싸구려 브랜디를 들이키던 이의 정체는 세로스였다.
의도는 알 수 없으나 모처럼 데리고 가준 사교파티에서 그런 추태를 저지르고 도망쳐 버린 자신에 대한 환멸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그녀는 비즈니스 스트리트 뒷골목의 한 술집에서 주구장창 도수 높은 술들을 들이키고 있었다.
도수가 18~20도는 되는 브랜디를 그저 물 마시듯이 꿀꺽 꿀꺽 마셔 대던 세로스의 눈 앞에 황금빛이 인상적인 칵테일이 한 잔 놓여졌다.
“뭐지 이건?”
“저 쪽 손님분께서 보내신 겁니다.”
그러면서 바텐더가 가리킨 곳에는 양아치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3인조가 히죽대면서 그녀를 훓어보고 있었다.
우선 그녀는 술을 받아 들이키기 전에 술의 표면에 손끝을 살짝 담갔다.
그리고 운기술을 사용해 혹시라도 술에 타져 있을 지도 모를 독약이나 미약종류의 약물을 점검했고 다행히 술에는 그러한 약물이 타져 있지는 않았다.
기이한 행동을 하는 세로스를 바라보는 바텐더에게 세로스는 ‘주는 건 고맙게 먹겠지만 수작질 부릴 생각은 마’ 라고 전하게 시켰다.
그들이 보낸 칵테일은 확실히 그녀가 여태 먹고 있던 브랜디 보다는 도수가 센지 아까보다 훨씬 그녀를 얼큰하게 취하게 해주었다.
그들이 보낸 칵테일은 확실히 그녀가 여태 먹고 있던 브랜디 보다는 도수가 센지 아까보다 훨씬 그녀를 얼큰하게 취하게 해주었다.
취기가 가속되는 가운데 머리속에는 복잡하게 생각과 생각이 엉키고 있었다, 제국에 대한 것 아가씨에 대한 것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든 홀리에 대한 것, 그리고 조니 잭슨에 대한 것, 실타래 처럼 얽힌 생각의 틈바구니에 의식을 집중하고 있으려니 두 번째 칵테일이 보내져왔다.
“수작질 부릴 생각 말라고 전하지 않았나?”
“…수작질은 부리지 않을 테니 칵테일은 드시라고……”
“하!”
이 무슨 헛소리인지, 고양이가 생선을 먹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믿지…평소라면 바로 뒤집어 엎었을 상황이지만 지금은 그럴 힘도 여유도 없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보내져 온 칵테일을 다시 들이켰다.
그렇게 몇 잔의 칵테일을 들이켰을 즈음일까?
잭슨이 지금도 자신을 찾고 있을 거라는 당연한 사실이 떠올랐다.
“난 정말 바보야…”
자신의 이기적임에 탄식하고는 세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마쳤다.
그녀가 가게를 나감과 동시에 칵테일을 보낸 3인조의 양아치와 그들 이에도 두어명의 인물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를 쫒았다.
바텐더는 그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비척 비척
취기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상실감 때문일까, 걸음 걸음 마다 힘은 없었고 어깨는 무겁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비척대며 대로를 향해 나가려던 세로스는 이내 참지못하겠다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당장 나와!”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골목 골목에서 5명 정도의 남자들이 튀어나왔다.
“하하, 아가씨 술에 많이 취해 보이는데 이렇게 헤매는 건 위험해~우리랑 같이 가서 좀 쉬는 게 어때?”
“…미안하지만 남편이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야, 쉰다면 남편 품에서 쉬도록 하지”
남편의 존재를 들은 이들 사이에 작은 술렁임이 생겼다, 아마 남편이 찾고 있다면 그로 인해 어떤 돌발적인 트러블이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래? 그런 것 치고는 혼자 술 마시던데? 남편분이랑 싸웠나 봐? 우리한테 대하는 것만 봐도 기기 센 것은 훤하고 남편도 기가 질려서 벌써 집에 간 거 아니야?”
당황하는 무리와 달리 리더격인 오른팔에 문신을 한 사내는 태연하게 세로스의 말을 맞받아쳤다.
“그리고 말이야~그렇게나 퍼 마셨으면 이 쪽도 조금 즘은 재미를 보게 해주는 게 매너아니야?”
“난 그냥 공짜 술을 마다하지 않았을 뿐이야, 거기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 해서 들어줄 이유는 없지.”
세로스가 그렇게 반론했을 때 즘, 리더격인 남자가 순식간에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고 그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일단 한 숨 자다 깨면 다 끝나있을 거야!!”
물론 그런 큰 공격이 세로스에게 맞을리 만무했다, 술에 취해 꼬인 발걸음이었지만 세로스는 침착하게 스탭을 밟아 공격을 피하고 카운터를 리더격 남자의 얼굴에 때려 박았다.
카운터에 남자의 얼굴은 엉망이…되지 않았다.
“아가씨 본인이 생각보다 취한 건 몰랐나 봐?”
분명 피하는 것 까지는 제대로 되었으나 그 다음 카운터를 넣으려는 순간 발이 미끄러져서 세로스는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어,어라?”
비척대면서 몸을 일으키려는 세로스를 리더격인 남자가 걷어차버렸다.
“커억!”
“레이디 킬러 중에서도 도수가 40도는 넘는 물건인 어스퀘이크를 무슨 물 마시듯이 10잔 넘게 들이키니까 당연히 그 꼴이 나지, 꼴에 좀 싸울 줄 아는 모양이지만 싸우는 자로서의 마인드가 글렀구만!!”
레이디 킬러, 통상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어떻게 할 목적으로 먹이는 도수는 높지만 맛은 좋은 칵테일에 붙는 별명이다, 어스퀘이크? 아마도 그것이 세로스가 벌컥 벌컥 들이킨 레이디 킬러의 이름이겠지…그녀는 술의 독이나 최음제의 유무에는 신경 썼지만 술 자체의 도수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이런 사태를 만들어버렸다.
비척대며 억지로 일어선 세로스의 멱살을 잡고 리더격 남자는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 기세를 몰아 세로스의 상의 부분을 찢고서 리더격 남자는 흥분된 표정을 지어보였다.
“호~역시나 빵빵하구만? 꽁꽁 싸매고 있어도 내 눈은 못 속인다고!”
그리 말하며 반대쪽 손으로 옷을 마저 찢으려는 것을 몽롱한 정신속에서도 세로스는 쳐 내고 그 기세로 리더격 남자의 눈을 쑤셔버렸다.
“키야아아아아아아아악!”
여태까지의 흥분이 한 방에 가신 것인지 리더는 눈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주변에 똘마니들이 다가와 그를 살폈고 남은 몇 명은 세로스에게 달라붙어 발길질을 했다, 그리고 그녀의 양 퍌을 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운 순간.
리더격 남자도 한 쪽 눈에서 피를 흘리면서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공격이 빗맞은 탓인지 완전히 시력이 멀게 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이 더러운년이!”
그렇게 분노에 차서 리더격 남자가 세로스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그건 좀 봐주지, 저 녀석 저리 보여도 여기 온다고 꽤 열심히 꾸몄다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동시에 리더격 남자의 뒤 덜미를 잡더니 휙! 하고 마치 종이박스를 던져 버리듯이 사람을 집어 던져버렸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갑작스레 난입해 온 남자를 주목했다.
“재…잭슨?”
“미안 오늘 하루는 내가 에스코트 한다고 했는데 너무 늦었네”
그렇게 그가 사과를 함과 동시에 세로스를 잡고 있던 두 명을 제외하고 남은 두 명이 동시에 잭슨에게 덤벼들었다.
“너희들 몸놀림이 좋네? 전직 모험가냐?”
정곡을 찔린 것에 당황한 것인지 그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어졌지만 어떤 공격 하나조차 그를 스치지 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들을 농락한 잭슨은 그들의 뒤로 돌아가 목을 내리쳐 둘을 간단히 기절시켰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느낀 세로스를 잡고 있던 이인조는 당장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세로스의 목에 들이밀려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잭슨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순식간에 지근거기로 접근한 잭슨은 막 흉기를 꺼내려던 두 사람의 손을 강타해 흉기와 통째로 강타해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게 뭉게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악!!!”
고통의 울보짖는 모습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잭슨은 무릎을 꿇고 앉아 망연히 앉아있는 세로스와 눈을 맞췄다.
“내가 마저 해도 될까?”
그렇게 내민 팔을 세로스는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잡았다.
그렇게 잭슨과 세로스는 비즈니스 스트리트의 뒷골목의 어둠속에서 사라져갔다.
뭔가 달콤쌈싸름한 로맨스 에피소드입니다, 개인적으로 창작품속에서 연애하는 걸 보는 건데도
배알이 꼻리는 건 제가 현직 솔로여서 일까요?
네이버 챌린지 리그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관심있으시면 한 번 들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