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녀는 이세계에서 왔다던 용사와 함께 파티를 꾸렸다. 마왕의 토벌, 세계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가슴벅찬 순간이 있었고, 때로는 슬픔과 고통이 따랐다. 용사가 돌아간 뒤에도 그것은 추억으로 남았다.
용사가 권한 감자튀김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르드 엘븐, 북쪽의 엘프 출신인 그녀에게 그것은 혁명이었다.
"졸탄쨩. 한번 츄라이 해보라고."
"...나무를 잘게 썰은건가?"
"야레야레~ 마지카요! 설마 감자튀김을 모르는거야?"
"감자를..튀겨?"
말투부터 행동까지, 조금 경박했던 용사의 권유, 모험 중간중간 먹었던 그 고소하고 짭쪼름한 맛.
모닥불 앞에 앉아 그것을 고대하던 그 순간, 마왕보다 그게 중요한거냐며 놀리던 동료들의 웃음소리.
그 시간들은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모든것을 끝마쳤을때도, 웃으며 고향으로 돌아갓을때도, 용사와 헤어졌을때도.
어렴풋이 알고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감자튀김의 맛은, 그런것이었다.
"후우.."
추억을 깨트리는 현재, 그녀는 양변기에 앉았다. 썩어도 준치, 그녀가 살고있는 여관의 화장실은 수세식이었다.
더부룩한 속을 붙잡고 눈살을 찌푸린다. 단순히 나쁜 감자를 먹었기때문에 생긴 소화불량은 아니었다.
몇번의 기침과 트림, 방귀를 뀌고 나서야 그녀는 겨우 바깥공기를 맡을수 있었다.
벌러덩, 드러눕는다. 항상 보던 모르는 천장이 보였다. 싸구려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눈가를 간질였다.
슬슬 시간인가, 퀘퀘한 그녀에게도 취미생활 시간정도는 있었다.
"뭐야, 이번 퀘스트들 랭크가 왜이래?"
"요즘같은 평화의 시대에 뭘 바라는거야? 저랭크 퀘스트도 감지덕지 하라고."
"나참..초보자 육성이니 뭐니 해도, 우리같은 중상위권 모험가는 이거밖에 없단 말야!"
마을 중앙의 분수대 앞은 모험가들을 대상으로 한 퀘스트 게시판이 있었다.
마왕 토벌의 영향으로 몬스터나 변질자들의 수도 급격히 줄어든 현재, 이렇다할 일은 많이 없다.
중상위 모험가들은 불만이 많았다. 평화도 좋지만 이것밖에 없었던 이들은 그것이 탐탁치만은 않았다.
그녀는 칼 한자루에 가벼운 차림이었다. 투덜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유독 여유로운 표정.
적당히 보이는 의뢰용지를 게시판에서 뜯어낸다. 손때조차 뭍지 않은 종이, 인기없는 기피퀘스트였다.
'고블린 토벌'
보수 - 10,000젠
동쪽 숲의 물레방아터를 점거한 고블린 무리가 있음.
수는 약 다섯, 경무장 상태, 우두머리 없음.
20젠에 감자 하나, 900젠에 여관 1박이면 굉징히 짠 보수다. 아마 작은 농가에서 올린 의뢰였겠지.
이런 것 좋다. 그녀는 수수하지만 귀찮은, 기피대상의 의뢰를 좋아했다. 이유는 두가지, 굳은 몸을 달구는것과.
"저, 저기..."
"..?"
"그 퀘스트 말인데요..저희도 해보려고 하는데.."
"어휴 답답해!..있어봐, 내가 말할게! 거기 전사..님? 저희랑 같이 그 퀘스트 하실래요?"
그래, 이거지. 10년전 동료와 함께하며 느꼈던 사람의 온기, 그 따듯함을 이어가고 싶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