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칼날이 붉은 물기를 흩뿌렸다. 끈적한 소리가 그것들과 퍼졌다.
중갑의 여자였다. 칼의 주인인 그녀는 늘어진 시체들 사이를 휘청였다.
거친 숨이 목을 쥐어짯다. 시야가 흐려졌고 그만큼의 피로가 몸을 붙들어쥐었다.
툭-
조금 묵직한 소리, 돌맹이가 떨어졌다.
투툭, 툭-
마시다 만 종이컵, 먹다 만 뼈다귀가 그 비슷한 자리에서부터 그녀의 근처까지 떨어졌다.
"야이 엉터리자식아!- 내가 너한테 얼마를 걸었는데!"
"죽고싶냐! 뭐가 무패신화냐!"
두어명으로 시작된 야유가 경기장 전체를 흔들었다.
시체였던 것들이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관중들의 야유가 심해진 탓이었다.
날아드는 욕설과 잡동사니들이 부쩍 들었다. 도망치듯 뛰쳐나간 검투사들이 외벽에 난 문으로 숨어들었다.
어느새 원형 경기장은 가짜 시체대신 늘어진 쓰레기들로 난장판이 되었다.
"감자튀김..먹고싶다."
천장에 달린 조명을 멍 하니 올려보던 그녀가 속삭였다.
그녀는 도박 검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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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벗어던진 갑주와 부츠가 방 구석에 굴러들었다. 땀내나는 것들, 언젠가는 빨아야하는데.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다.
터덜거리는 발걸음이 바로 주방을 향했다. 현관문과 가깝게 이어진 그곳은 달랑 싱크대와 프라이팬 뿐이었다.
치직- 파파팍-
"흠..."
얇게 썰린 감자막대들이 노릇노릇하게 튀겨져 탁탁, 살짝 털린 기름기를 머금고 접시에 놓여졌다. 감자튀김이었다.
어느때보다 진지한 눈빛이 이세계에 정말 어울리지도 않은 음식물을 유심히 관찰했다.
한조각, 한참을 바라보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감자튀김을 집어 맛을 음미했다.
파삭,
"..으음."
별로군, 조금 실의에 찬 표정이 노릇노릇한 실패작을 평가했다.
조리법은 완벽했지만, 기름의 질은 물론이고 감자 역시 좋지않았다. 질 좋은 야채는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쌋다.
접시는 생각보다 빨리 비워졌다. 생각하던 맛이 아니더라도 그녀에게 있어 이 요리는 특별했다.
'완벽한 감자튀김을 먹고싶다.' 그녀의 목표는 완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