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서
- 프롤로그
1.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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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3인 가족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
아버지는 무역업에 종사하고 계신다.
매달 몇 번씩이고 비행기를 타고서 해외에 출장을 가신다.
아버지는 무역업에 종사하고 몇 가지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뛰어난 사람이다.
어머니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알지만, 아버지가 회사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어떤 사람인 줄은 잘 모른다. 다른 주변 애들도 그럴 것이다. 그 들 각자의 아버지들이 자식을 아는 만큼이나 자식들은 아버지라는 사람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아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난 아버지를 싫어 하는게 아니다. 매번 아버지가 귀국 하시면서 어디선가 사오는 다양한 골동품과 어머니와 나에게 사다주는 여러가지 선물, 설령 그것이 함께 있는 시간을 대신하여 서로 간의 사이를 메꾸기 위한 사치품이라 하여도 나는 그런 행동 하나가 소중하기도 하고 매우 고맙게 여기고 있다.
우리 집안이 부유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가정보다도 여유로운 환경 속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고, 우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를 나는 입으로 내뱉은 적이 있지만 고맙고 감사한 존재라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지금 이 순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
내 앞의 TV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아버지에 대하여 다양한 생각들을...
해외 공항에서 착륙하는 비행기가 갑작스러운 난기류로 인하여 추락 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 뉴스 앵커가 그렇게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 귀가 양쪽에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30여명의 부상자와 150여명의 사망자가 써 있는 자막과 함께...
그 중 사상자 외국인 이름 속에서 우리 아버지의 이름이 써 있는 것이 유독 내 눈에 들어 왔다.
입에 힘들어가지 않는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손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뿐이 아니라 나의 온 신경은 마비되어 있는 것 같았다. 단지 나의 이 두 눈이 보는 것은 TV의 화면 뿐이었다.
마치 세상은 내 두 눈동자와 TV만이 존재하는 회색 배경의 세계 같다. 너무나 갑갑하다.
화면 액정에 흘러가는 사상자의 이름이 나오는 자막, 아버지의 이름이 흘러갈 때 그것을 발견한 순간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았다.
무언가 둔탁한 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던 걸까? 무심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책? 그리고 그 옆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무언가를 잡고 있던 것 같은 빈 손이 허공에서 힘 없이 멈춰 있었다.
아마도 어머니는 책을 읽고 계셨던 걸까? 어머니의 입 또한 닫혀 있지 않았다. 아마도 내 입도 저런 모양으로 열려 있었던 걸까?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머니의 눈이 TV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계셨다. 순간 내 눈에 비친 어머니의 눈동자에는 이 세상의 모든 빛이 차단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나오지 못 할 블랙홀 같이 느껴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어머니는 앉아 있던 소파에서 스르륵 몸을 기대며 쓰러지셨다.
나는 엄마라고 외친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귀에는 내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았다. 몇 번이고 외쳤다.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그 순간 순간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내 왼손에 핸드폰이 들려 있었던 것 같다. 내 귀에서 처음 듣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무언가를 다급히 외쳤던 것 같다. 귀 속에 들려오는 여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뭐라 대답 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건 뭐지? 나는 정신병에 걸린 건가? 기억상실증 인가? 현관문 벨 소리가 들렸다. 몇 번이고 들렸다. 그 후 난 몇 명의 남자들을 보았다. 나는 의식을 잃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정신을 차린 곳은 한 병원의 진찰 실이었다.
내 눈앞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흰 가운과 하늘색 티셔츠가 인상적이다.
그 남자의 얼굴은 뚜렷하 보이지는 않지만 청진기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여보세요? 괜찮나요?"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나는 순간적 기억상실이었던 것 같다.
정확한 용어는 잘 모르겠지만 해리성? 기억상실 이었던 것 같다.
사람은 외상이나 스트레스로 기억 상실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 해 주었다. 그런 것 보다 도 어머니는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어머니는 같은 병원에 병실에 입원해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어머니는 정신을 잃었지만 나는 두 눈을 뜬 채로 좀비 같은 반응을 보여서 이리로 데려 온 것이라 하였다. 아마도 큰 충격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런 것 같다.
나는 아무래도 구급 요원을 집으로 불렀고 그 들은 어머니와 나를 병원으로 운송을 한 것 같다.
6일 전,
아버지가 또 다시 출국하신다고 하시면서
"아들, 이번에 돌아 올 때는 무엇이 필요해?"
저녁 식사 중 아버지는 내게 물어 보셨다.
"곧 네 생일이니 이번에는 좀 비싼 것도 괜찮지 않을까?"
"여보, 너무 애 버릇 나빠지게!"
아 그렇지 곧 내 생일이었지. 나는 그때 무엇이 필요하다고 말 했을까? 아마 지금 이 순간을 미리 알았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아빠’
어머니는 정신을 잃고 중환자 실에 입원 하셨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어머니는 혼수 상태라고 하였다. 1인실 이었기 때문에 나는 어머니의 간호를 위해서 어머니가 있는 병실에서 간병 생활을 시작했다.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있었다. 나에겐 그리 친구가 많지 않아서 연락이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 하였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다들 걱정을 해 주었다.
나 또한 심리적으로 약해져 있다고 의사로부터 학교에 연락 된 것 인지 학교 측에서는 결석을 용인해 주었다고 했다.
어머니가 입원하고 몇 일이 지나서 보험 설계사가 병원으로 찾아 왔다. 아버지와 어머니 앞으로 보험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사망이 공식적으로 확인이 되어서 사망 보험금이 나온다고 한다. 원래는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것인데 어머니가 중환자 실에 입원 하셔서 나에게 이야기가 전해져 온 것이다.
그 후 몇 일 뒤, 고모와 삼촌이 병원에 찾아 왔다. 이제껏 연락 한번 한 적도 없는데...
쉽게 짐작 할 수 있었다. 돈 문제라는 것을...
아마도 어머니를 대신하여 보험사 측에서 연락이 간 것 같다. 내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보호자 없이는 보험금 수령이 되지 않는다는 것 같다. 이 일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사람은 안 좋은 기억이 오래 남는다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아마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는 장남이었다. 아버지에겐 여동생과 남동생이 한 명씩 있다.
그래, 그들은 나의 고모와 작은 아버지이다. 아버지의 형제이다.
그들과는 나는 만난 적이 없었다.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얼굴을 보았을 것이다. 명절 때도 아버지와 통화 하는 목소리를 새어 나오는 것을 들었을 뿐이다.
그런 그들이 병원에 찾아 오게 됐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들이 아버지의 사망을 안타까워하고 어머니의 입원을 위로하려 하는 것이 아닌 단지 돈 때문이 라는 것을...
이 당시의 일은 두 번 다시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꺼내고 싶지도 않은 가정사이다. 보험사에서 친척에게 연락이 가고 결국 고모와 작은 아버지는 병원에 찾아오게 되었다. 그 둘은 누워 있는 어머니를 한순간도 바라보지 않았고, "오랫 만이네" 한마디와 서로 보험금을 자신이 갖겠다고 옥신각신 하고 있었다.
내 보호자가 되는 사람이 보험금을 수령하는 듯 했기 때문에, 서로 나를 데려 가겠다고 했으나, 승냥이가 노리는 햇병아리 처럼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영리하지는 않지만 바보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렇게 있을 수 만은 없었다.
협상 테이블을 만들었다. 고모와 작은 아버지를 불러 놓고 이야기를 했다.
보험금의 절반을 고모와 작은 아버지에게 나눌테니 연락하지 말 것을 이야기 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니? 이게 대체..."
고모는 놀란 듯이 말을 꺼냈다.
둘은 얼토당토 하지 않게 생각 했을 것이다. 고모와 작은 아버지는 아버지의 형제이고 내 친척이지만 나는 그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이번 기회에 새롭게 신뢰를 얻게 된 친구들의 힘을 빌리게 되었다.
그들이 그 돈을 그대로 가지고 모른 척 할 수도 있었지만 나의 신뢰를 져버리지 않고 그들은 나에게 믿음을 심어주었다.
나는 친구 부모님의 명의로 보험금을 수령 받고 그 돈을 그대로 내 통장으로 입금 받았다. 사례금으로 돈의 일부를 건네려 했으나, 친구의 부모님은 그것 또한 받으려 하지 않았다.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 뿐 이란다."
그것이 친구의 부모님이 나에게 건내는 말이었다.
반대로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은 고모와 작은 아버지는 오로지 돈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돈을 쥐어주고 그대로 그들과 만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어차피 그들이 부모님의 사망 보험금을 얻은 후에도 나를 그대로 데리고 있다는 보장을 없었기도 하고...
"말이 더 길어지면 드릴 수 있는 돈은 점점 줄어 듭니다. 40% 드리도록 하지요"
"야이 미친 녀석! 너 지금 대체 이 작은 애비에게 무슨 말을 하는거냐?!"
뜬금 없는 소리에 당황하는 고모와 얼굴이 새 빨게 져서 화가 난 작은 아버지를 보면서도 나는 굴하지 않았다.
"애당초 그 돈은 너 혼자 받아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란다."
"고모, 이미 돈은 수령 받았어요."
"...... 뭐?"
나는 대강 사정을 설명 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 하다고 생각했다.
"20% 드리겠습니다."
"이 자식이! 보자 보자 하니깐!"
"작은 아버지는 그것도 필요 없나 보군요"
"어머, 얘 잠깐만!"
고모가 다급히 작은 아버지를 말리면서 입을 다물게 했다. 결과적으로 고모가 이해 타산이 빨랐다는 말이겠지.
결국 고모에게 15%, 작은 아버지에게 5%의 보험금을 넘기기로 합의를 보았다. 나는 이번 기회에 우리 가족의 인간성의 되먹지 못함을 보았다. 나 역시 그들에게는 마찬가지 보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용의주도하게 계약서까지 사인을 시켰다. 나에게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고 나를 찾지 않도록...
작은 아버지가 나를 죽일 듯 욕했지만 내 생각에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후 어머니가 깨어나셨다. 돈 문제로 싸우던 고모와 작은 아버지는 어머니가 깨어나시자 마자 매일같이 이어지는 병원 출근길을 끊어 버렸다. 더 이상의 전화와 문자 연락조차 없어져 버렸다.
몰상식한 인간들. 과연 이것이 형제, 친척이란 말인가?
어찌 되었든 난 어머니가 깨어난 것 만으로도 만족 했지만 그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인해서 인지 정신은 차리셨지만 식사도 하지 못하고, 자력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머니는 쇠약사로 돌아가셨다.
"이피스... 미안하다..."
어머니의 마지막 남긴 말이 내 눈물을 터트렸다. 그 한마디는 마치 아버지의 한마디와도 같은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이 날부터 나는 고아가 되었다. 어머니의 미안하다는 마지막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2.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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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격려해준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학교에 가지 않게 되었다. 병실 퇴원 후 1주가 넘게 학교를 가지 않다가 문득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의 연락을 받게 되었고 결국은 선생님과 만나 면담을 받게 되었다.
"선생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아직은 방황 중이구나"
"... 생각을 조금 해보다가 떠오른 건데요..."
"뭐든 좋으니 말해 보렴"
나는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아버지가 생전에 무역업을 하셨어요. 그래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셨죠."
"......"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저도 해외에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 그렇구나"
선생님은 내 얘기를 듣고 한참을 생각하셨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구나, 아버지가 살아 생전에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활을 하셨는지 간접적으로 체험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선생님이 내 의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난 이렇게 쉽게 받아 들여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네 스스로 각지를 여행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원하는 나라에 가서 원하는 것을 보고 원하는 것을 먹어보고 그리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생님"
"하지만, 다른 나라에 가면 범죄에 말려들거나 물건을 도난 당할 수 있으니 그것도 조심하고!"
"네!"
나는 선생님의 의견을 솔직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모든 여행이 끝났으면 다시 학교로 돌아 왔으면 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것이 선생님과의 거래의 조건이라면 당연히 따라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학교를 다니면서 담임 선생님과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직 30대 중반인 남자 선생님이라 평소에는 좀 못 미더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 했는데, 그것은 나의 어림짐작이었던 것 같다. 보통은 좀 더 학교를 다니면서 생각을 해 본다 던가, 위험한 일이니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답변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 흔한 답변이 아니었다. 선생님은 의외로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면서 답변을 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교에 온 김에 친구들과 인사를 했다.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고 생각 했다. 허나 부모님을 잃고 나면서 친척보다 더 따스한 정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나를 믿어주는 친구들,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들, 별로 관심이 없는 아이들과, 생전 말 한번 나눠 보지 않은 여자아이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나는 당분간 학교를 쉬기로 했다. 나의 마지막 인사의 내 모습과 표정은 어떠했을까? 나는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 것 같지만 실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선택과 현재의 나의 상황은 보통, 그리고 일상과는 동 떨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마음 어딘가가 무거웠고, 어딘가가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나의 18살의 생일.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 대신, 친구들과 선생님의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 받으면서 학교를 등지고 나왔다. 훗날에도 이 날은 잊지 못할 생일의 추억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지금 떠나기 위해 준비를 했다.
우선 전세계를 돌아보기 위한 지식이 필요 했기에 서점에서 세계 지도와 여행 책자를 이것저것 샀다. 그 책들을 들고서 집으로 돌아 왔다. 새삼스럽지만 이 집에는 더 이상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다.
'의외로 넒은 집이구나'
아침과 저녁마다 분주히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요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허둥지둥 요리를 하셨지
그런데 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부엌은 생각보다 공간이 넓고 고요했다.
평상시 집에 계시지 않지만 외국에서 돌아오시면 항상 아버지가 앉아있던 1인용 소파 또한 더 이상 아버지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주인 없는 소파가 된 것이다.
항상 그 소파에 앉아서 TV나 핸드폰을 보거나, 책을 읽는 모습이 떠 올랐다. 아버지는 습관적으로 오른 다리를 꼬아서 앉아 몸을 오른쪽으로 기댔기 때문에 소파의 오른쪽 손 받침 안쪽 부분 가죽이 많이 닳아져 있었다.
나는 눈물이 났다.
주르륵 눈물이 쏟아졌다.
"으아아아아아..."
왠지 모르게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날 밤은 지금까지의 일들과 과거의 가족들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지금껏 잊고 있던 기억들도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 기억력이 좋았던건가?
왜 옛날에 내가 어릴 적 엄마 아빠와 함께 놀이 공원에 간 기억까지 떠오르는 걸까?
몇 일이 지나고 나의 여행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여행 계획이란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비행기 일정도 생각해야 하고, 호텔 예약도 해야하고, 여행 스케쥴도 생각해야 하고, 뭐 여러가지 복잡했다. 평상시 했던 학교 숙제보다 복잡하다.
왜 이런건 평상시 연습하는 숙제는 없었던 거지?
우선은 아시아 여행을 선택했다. 가까운 곳 부터 들려서 아시아를 약 1달 간 여행, 그리고 나서 유럽으로 이동해서 약 2달 간 여행, 그리고 아프리카로 이동하여 또 1달 간 여행, 그리고 나서 북과 남 아메리카를 약 2달 간 여행, 총 6개월의 스케쥴이다.
길고 긴 여행 스케쥴이었다. 정말 그리했다. 생전 처음 외국을 나갔다.
그리고 느꼈다. 우와 정말 외국이구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외국인이지만,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우선 다양한 건물들과 생전 처음보는 먹을 것들. 평상시 그 나라의 대표 요리라는 것이 있고 그런 것들은 알고 있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먹을 것들이 있었다.
이것 저것 먹어본 결과, 생각보다 내 입 맛에 안 맞는 음식이 많아서 먹는 도중 버렸던 음식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외국에서의 야경. 생각보다 외국은 위험했다. 밤 길에 돌아다니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에는 범죄자가 많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것들이 외국에 나와선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 보다 여행은 재미 있었다.
다만 트러블도 조금 있었다. 호텔 예약이 연락한 것과 다르게 예약 되었던 적도 있고, 중간에 배낭을 도둑 맞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번 여행 중에서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이번 여행의 메인 요리는 아직이었으니까...
3. 마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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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행을 끝내고 아프리카 비행기 수속을 하려던 중에 벌어진 일이다. 아프리카 한 지역에서 분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 지역으로 가는 비행기들이 속속 취소가 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트러블이 발생 했었다. 어쩔 수 없이 스케쥴을 바꿔서 유럽행 스케쥴을 먼저 행하게 되었다. 스케쥴 변경 때문에 식은 땀을 흘려가면서 비행기나 호텔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조정했다. 요즘 세상 인터넷이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옛날에 이런 것이 없던 시절은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를 했을까?
유럽 여행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음식은 예전부터 알아 왔던 것이 태반이었고, 새로운 음식들은 몇몇을 빼면 먹을 수 없는 것이 없었다. 단지 유럽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저분 했고, 도둑이 많았다는 것은 골치 아픈 점이었다.
그러던 중 여행 도중에 나는 한 가게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Antik üzlet이라 써있었는데 번역을 보니 골동품 점이었다.
이 곳을 보니 예전에 아버지가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시면서 무언가를 항상 사오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는 이런 가게에 들려서 골동품을 사왔던 것 일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는 흥미를 가지고 골동품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눈 앞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보였다. 오래되어 보이면서도 고풍이 있는 벽걸이 시계들, 군에서 썼던 것으로 보이는 나팔과 깃발, 누군지 모르지만 위엄 있는 초상화, 동서양의 각각의 형태를 가진 여러 모양의 찻잔과 주전자, 다양한 도기 장식, 화려한 금테를 씌운 거울, 선반에는 무엇인가 가루가 들어있는 투명한 유리병, 한편에 보이는 낡은 책들.
생각 보다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고, 이곳 저것을 두리번거려도 엄청나게 많은 장식품들이 있었다. 십자가가 달린 사과 모양의 향수 통이 눈에 들어 왔다.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이런 것들을 좋아할까?
...
기분 전환도 할 겸, 아버지의 흉내를 낼 겸 해서 몇 가지 사 가지고 가도록 해야지
생각 보다 다양한 종류의 골동품이 있었고 무엇을 고를지 정말 고민이 되었다.
그 중에서 눈 길을 끌던 것은 별자리가 그려진 지구본, 지구본인데 대륙이 그려진 것이 아니라 수 많은 성좌의 위치와 별자리의 선이 그려져 있었다. 크기는 탁구채 정도만 한 것이라 장식으로 두고 보기에는 제격이라 생각 된다.
다른 하나는 천칭이었다. 꽤 오래되어 보이는 천칭인데, 매달린 천칭 그릇은 밥 그릇의 넓이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 2개는 세트라고 볼 수 있지.
또 무엇을 살지 둘러보던 도중, 오래된 책들을 스윽 보게 되었다.
음, 뭔지는 모르지만 이런 것도 하나 사두면 좋지 않을까?
어차피 내용은 잘 모르니깐 표지가 좀 화려해 보이는 것을 고르면...
그러던 중 하나의 책에 눈이 쏠렸다.
대부분의 오래된 책들은 갈색 가죽이 바랜 상태였으며, 종이 색도 굉장히 누렇게 되어 딱 봐도 골동품의 오래된 책으로 보였는데, 눈에 쏠리던 책은 커버가 조금 달랐다. 테두리가 장식 되어 있는 책도 몇 권 있었지만, 이건... 표지 가운데 부분이 뭔가 판타지스러웠다.
그리고 이 하단부에 흐릿하게 써 있는 글자는 4? 라고 숫자가 써 있는 건가?
책 중에는 철 장식으로 잠금 장치가 되어 있던 것도 있었지만 이 책은 왠지 모르게 그런것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골동품 치고는 조금 덜 오래 된 것?
아니면 뭔가 이것만 책 장르가 달라 보인다고 해야하나?
나도 모르게 책 첫 장을 넘겨 봤다. 음... 처음 보는 글자? 였다.
여기는 유럽권 국가니깐 기본적으로 알파벳 비스무리한 글자 쓸 것이라 생각했는데, 옛날 글자라서 그런가? 생소하게 처음 보는 듯한 글자였다. 오래된 필기체라서 알아 볼 수가 없는건가?
어찌 되었든 그 책까지 해서 나는 이 골동품 점에서 3개의 상품을 구매했다.
실시간 번역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어서 굉장히 편리한 것은 바로 이럴 때지. 내 왼쪽 귀에 달린 단말기는 조금 큰 사이즈의 귀를 덮을 정도인 헤드셋 디자인이지만, 대부분의 음성을 번역해서 음성으로 들려주었고, 달려있는 마이크와 스피커로 내 말을 번역해 주었다.
골동품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싼 편이어서 난 조금 당황스러웠다. 오... 골동품이란게 이렇게 비싼거였나... 지금 쓰는 번역기보다 훨씬 비싼데...
아버지는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었어.
주인 할아버지가 하는 말 중 하나 문뜩 걸리는 것이
"음... 이런 책도 있었나? 뭔지 잘 모르는 책이니 이건 싸게 해주지"
번역기에 오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천칭과 별자리 지구본이 워낙 비싸야지.
어쨌든 산 물건을 가지고 곧장 호텔로 돌아왔다. 벌써 날이 저물어 가니 위험해서 더 이상 밖에 오래 있을 수도 없었지.
어디 보자. 산 물건을 꺼내보았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그 책이었기 때문에 난 다시 책 첫장을 펼쳐 보았다.
역시나 처음보는 글자야. 계속 바라봤지만 영어도, 유럽권의 언어도 아니야.
난생 처음보는 글자였다.
그 때 였다. 갑자기 그 글자가 읽히기 시작했던 것은.
이상하게도 글자는 변하지 않았는데, 마치 그 글자가 홀로그램이 되는 듯 집중을 하니 글자가 읽혀지게 된 것이다.
누가 골동품 책 처럼 만들어서 홀로그램 아트북을 만들었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누가 이렇게 엄청난 기술을 써서 책을 만들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첫 장 넘기면서 왼쪽에 마치 설명서와도 같이 적혀 있었다.
첫번째 글은 바로 제목이었다.
'마의 서'
그렇게 적혀 있었다. 마의서? 그게 뭐지
난 계속해서 읽어 나갔다.
1. [서]를 인식하고 펼치는 자는 서의 [임시 소유자]가 된다
음? 이게 무슨 말이지?
약간 고대어? 같은 느낌이었는데 일단은 내용을 알기 위해서 계속 읽어 나갔다
대충 항목을 보니 총 15까지 있었다.
2. [임시 소유자]는 서와 계약하여 [서의 주인]이 될 수 있으며, [서의 주인]은 [3가지 소원]을 계약하여 그 소원을 성취 할 수 있다
3. [임시 소유자]는 하룻 동안 [서]와 접촉하지 않은 경우 자격을 잃게 되며, 두 번 다시 자격을 얻을 수 없다
... 소원을... 계약해서 이룰 수 있다고?
누가 이런 장난질을... 이거 완전 아라비안 나이트 요술램프 짝퉁이잖아
그 순간이었다.
그것이 나타난 것은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정체 불명의 검은 그림자
흔히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서 이것을 알게되고, 이것을 이렇게 불렀다. [악마] 라고
악마가 눈 앞에 있었다.
아니 악마라고 해야 하나? 거대한 그림자, 정체 불명의 검은 오로라 같은 기운이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람의 얼굴 형태가 보였다. 어둠의 얼굴 전체가 호텔 방안 벽을 둘러 감싸고 있는 느낌이었다.
뭐지? 대체 이건? 식은 땀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흐르는 정도가 아니다.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저것이 두렵다. 뭐야? 뭐냐고? 아버지, 어머지가 죽고나서 나도 죽이려고 온 저승사자인가? 대체 저게 뭐야?
그 악마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당신이 [임시 소유자]로군'
악마가 말하는 듯 했다. 아니 그의 목소리가 내 머리 속으로 들어오는 듯 했다.
임시 소유자... 라고?
그 악마는 마치 내 머리 속을 읽는 것처럼 대답을 했다.
'그래, 당신은 새로운 [임시 소유자], [서]에 기술되어 있는 것처럼 당신은 [서의 주인]이 되어서 소원을 이룰 수 있다'
뭐?... 정말인가? 이게... 현실이야?... 꿈이 아닌가?
'꿈... 꿈이라고 불릴 수 있는 힘을 당신을 얻을 수가 있다'
마... 말도 안돼, 그럴리가... 그냥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이건 뭔가... 잘 못 되었어...
나의 의식이 현재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군... 우선 내 소개를 할 필요가 있겠어. 나는 [서]의 형상이지'
서의 형상?
'나는 이른바 너희들이 말하는 악마와도 같은 존재. [서]를 의식한 사람이 [서]를 펼치고 읽게 되면 비로서 나는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지. 즉, [서]의 대변자 이면서, [임시 소유자]가 [서의 주인]으로 계약하는 것을 돕지'
"그, 그러니깐 너는 이 [서]의 본체? 아니 의식 같은 것인가?"
나는 처음으로 이 악마에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 [서] 그 자체로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서]만으로는 [임시 소유자]와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이 필요로 하지. 나는 이 [서]의 존재로서 [임시 소유자]인 당신이 [마의 서]에 대한 튜토리얼을 진행 할 수 있게 해주는 도우미이기도 하다."
악마도 소리를 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인식하고, 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서]를 가지고 펼친 사람 뿐이지"
"과연 그렇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머리 속은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어려운 말들이 늘어지자 나도 모르게 빠르게 대화를 넘기려고 대답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서]를 가진 사람이 상상하는 이른바 악마 같은 존재. [서]의 대변자는 악마는 아니지만 그것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는 것이 인간들에게 이미지가 쉽게 와 닿겠지"
아, 그거로군... 소원을 이루어 주고 댓가를 가져가는 악마....
주로 생명을 댓가로 하지 않나?
"하지만 댓가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이 다른 점이지"
"댓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다고? 그렇다면 목적이 대체 무엇이지?"
"[서]의 규칙을 우선 읽어보도록. 우린 목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하길 원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지"
이게 대체... 무슨 개소리야...
나는 중간 중간 내 볼 살을 꼬집는 등의 행동으로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 만은 알았다.
그건 그렇고 이 악마의 모습은 거부감이 좀 심하다...
우선 이 이미지 만이라도 어떻게 했으면 하는데...
"호오... 내 모습은 [서]를 가진 당신이 생각하는 모습이 투영 되는 것이다"
"...뭐라고?"
"당신이 악마의 모습을 이럴 것이라 생각 했기 때문에, 난 이런 모습인 것이다."
"과연... 그렇군..."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숨을 가져간 저승사자... 그런 어두운 영적인 존재의 모습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저런 모습인가... 무의식적인 이미지 조차도 투영이 되는군.
그럼 내 생각하기에 따라서 모습을 바꿀 수 도 있다는 말이잖아.
"그렇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다시금 생각했다. 저런 어두운 모습이 아니고,
악마라고 해도, 어둡다고 해도, 그래도 밝은... 밝은... 어두운게 아닌...
그리고 고심 끝에 눈을 떴다.
그 곳에는 전신의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금발의 미소녀가 서 있었다.
아... 금색의 단발머리... 그리고 거유... 의상은 검은색에... 음, 이미지가 제대로 구현이 안된 듯 하다. 어쨌든 나의 이상형의 모습이 그대로 구현이 되다니...
"이런 정신머리 나간 녀석이!!"
금발의 미소녀는 화를 내면서 다짜고짜 내가 들고 있던 책을 뺏어 들고는 덮어서 그대로 내 머리에 내려 찍었다.
쿵
"커헉!!"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나는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고귀한 [마의 서]의 대변자의 모습을 이렇게 만들어 버리다니..."
"아니 귀여워서 보기 좋은데... 아까 같은 공포감이나 거부감도 전혀 없고..."
"... 어리석은 녀석. 장난스럽게 받아 들일 때가 아니다. 너는 선택을 받은 것이다."
"선택?"
이 소원을 이루어 주는 책에게 선택을 받았다는 것인가?
"[마의 서]의 운명은 원하는 자는 가질 수 없고, 거부하는 자도 가질 수 없다. 오로지 우연 속에서만 [마의 서]를 만날 수 있는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음... 하긴 소원을 이루어 주는 마법 같은 책이 있다고 치고, 그 존재를 이미 안다면 누가 이것을 가지고 싶어하지 않겠는가?
"허나 선택된 것은 당신 만이 아니다"
"? 그게 무슨 말이지?"
"지금 이 순간도 [마의 서]에 선택 받는 자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리고 모두 당신과 같이 [마의 서]와 계약을 하여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운명에 선택을 받았지"
4. 또 다른 우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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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도심지
빌딩들이 높게 서 있는 이 도심지는 누가 봐도 대도시라 부를 것이다.
끈임 없이 이어진 수 많은 건물들, 도로에선 하늘을 올려봐도 회색 빛이 감도는 하늘이 강 길 처럼 보일 뿐이다. 그런 건물 사이에 있는 거대한 초록 쓰레기통. 그것을 뒤지는 사람들은 바로 늙은 노숙자들이다.
2명의 노숙자들은 검은 쓰레기 봉투를 뒤척거리더니 서로 양손에 쓰레기 봉투를 들고 흥을 내며 이동한다. 근처에 있는 공원에 봉투를 들고 와, 건너편에 보이는 다른 노숙자에게 봉투를 든 손을 흔든다.
길 건너편에 노숙자는 2명의 노숙자를 보고 그 표정으로 먹을게 발견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덩달아 즐거워한다.
그리고는 셋은 한데 모여서 봉투를 찢고 바닥에 탈탈 털어서 쏟아 붇는다.
그 봉투에서 나는 쓰레기의 악취가 공원 주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의 눈 쌀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먹을 것을 찾으려고 뒤척이며 파헤치는 세 명의 노숙자. 이미 한 명은 보존 상태가 좋은 음식물을 발견하고 그것을 입에 넣고 있었다.
그 와중, 옆 벤치에 우두커니 땅을 보고 앉아 있는 또 한 명의 늙은 노숙자.
앉아 있는 노숙자는 마치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노숙자는 생기 없이 의자에 시체처럼 앉아 있었다.
3명의 노숙자들은 열심히 다른 쓰레기 봉투도 파헤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권의 책이 그 쓰레기 더미에서 나왔다.
그것은 [마의 서]라 불리는 책으로 하단부에 1이라는 숫자가 써 있었다.
하지만 노숙자 들은 책에 신경조차 쓰지 않고 책을 뒤로 던져버린다.
툭
그리고 그 운명은 세상 끝에 앉아 있는 노숙자를 선택하게 된다.
또 다른 도시, 그 곳에서는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흑인 청년은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컴퓨터에선 흥겨운 비트에 랩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잠시 후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초인종 소리에 청년은 밖으로 문을 열고 나간다.
그것은 청년이 기다리던 택배였다.
와우
이것은 그가 기다리던 새로운 헤드셋 택배였다.
이 것을 구매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가.
감동과 함께 흐느끼면서 흑인 청년은 포장지를 뜯기 시작한다.
가격도 비싼 편이었기 때문에 이 헤드셋을 구매하기 위해서 생활비를 아끼면서 저축을 하고 먹을 것도 아끼면서 드디어 구매를 하게 되었다.
같은 집에서 생활을 하는 룸메이트 절친 둘은 그가 이것을 사는 것에 대해 예전부터 맹렬히 반대 했었다. 지금 없는 형편에 이런 것을 사기보다는 차라리 그가 스스로 먹을 것에 좀 더 신경 쓰는 것을 두 친구들은 바랬다.
그런 상황에서 마침 두 친구가 집을 비운 정말 좋은 타이밍에 택배가 도착했으니 자신을 막을 자는 없었다. 이 포장지를 뜯는 순간은 그 만의 세상인 것이다.
그리고 포장지를 뜯고 보니 그것은 자기가 원하던 헤드셋 박스가 아니라 낯선 책이었다.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오른 그는 당장에 주문했던 택배 회사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약 10분 넘게 그는 욕을 쏟아 부어내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겨우 진정하고 나서 한숨을 크게 내쉬며 그는 친구들의 만류에 불구하고 구매 강행을 해서 이런 안 좋은 일이 벌어진 것인가 생각 했다.
하지만 좋은 일인지, 안 좋은 일인지 그것은 다른 운명의 선택이었다. 책은 [마의 서] 2권 이었다.
한 대학의 도서실에서 책을 찾고 있는 백인 청년이 있었다.
브라운 계열의 헤어, 초록 빛의 눈동자, 코가 오뚝한 편이었고, 키도 장신이었다.
누가 봐도 그는 여자들이 쉽게 홀릴 것만 같은 스타일의 남자였다.
그런 그에게 커다란 단점이 하나 있다면, 그는 시스터 콤플렉스.
자신의 친 여동생을 매우 사랑하는 남자이다.
그의 병적인 시스터 콤플렉스는 그의 주변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이 그의 사소한 단점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가 너무나도 뛰어난 인간이기었기에
신이 공평하지 않다.
재능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때, 무언가 착오가 있었는지 그가 분배 받은 재능이 한쪽으로 불공평하게 쏠렸다고 말 하는게 빠르다.
어려서부터 그는 운동이나 공부를 잘하는 것을 이미 넘어서, 인간 관계를 파악하고, 돈의 사용법과 흐름, 흔히 세상을 살면서 어른들이 나이 먹고 익히는 처세술까지 빠르게 익히는 습득력을 가지고 있었고, 약 10개에 가까운 외국어 실력과 빠른 계산 속도로 인하여, 자신의 주변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이른바 만능적 인간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그는 자신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자랑하거나 거만하게 행동하지 않았으며,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조율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흔히 우리는 이런 사람을 이미 한번 살다 죽고 다시 태어나서 세상을 알고서 다시 사는 사람이라고, 2회차 인생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뛰어난 그는 항시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간의 관계를 읽을 줄 알았기 때문에, 단독적으로 이끌어야 할 때와 양보할 때를 알았고 행동하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고 존경했다. 그리고 뛰어난 용모 덕에 그는 세간에서 존중 받는 인간이었고, 그의 주변에서는 그런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 조차 적었다.
생물은 태어나서 자신의 피붙이, 즉 부모 외의 자신의 형제들을 생존의 라이벌로 생각하는 것이 동물의 본능적인 모습이다. 형제들은 동일한 양의 먹을 것을 서로 먹기 위해서 싸우고, 서로 좋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 다투며 자라는 것이 생존을 위한 이기적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서로의 나이가 가까우면 더더욱 심해지기 마련이고.
그에겐 바로 1살 밑의 연년이 여동생이 있는데, 그의 시스터 콤플렉스는 어려서부터 대단했던 지라, 그의 여동생은 어려서부터 생존의 라이벌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었다.
여동생 또한 그런 오빠에게 애지중지 당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그의 오빠와 싸운 적이 없을 정도이다. 다만 사춘기가 지나면서 자신의 오빠가 시스터 콤플렉스라는 것에 눈치를 채고는 조금씩 그를 기피하기 시작했지만...
그런 그의 오빠는 자신의 여동생을 위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찾고 있었다.
여동생은 현재 사립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는 풋내기 탐정. 그런 여동생을 위해서 참고할 수 있는 책을 전부 다 추천해 주기 위해서 도서관을 파헤치던 도중 그는 한 권의 책을 찾게 된다.
그것이 바로 [마의 서] 3권이었다.
7명의 젊은이 들은 옹기 종기 모여서 흙 바닥에 빗 질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회색의 자켓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흔히 탐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탐험가 용 의상이다.
그렇게 차려 입고서 이들이 하는 행동은 매우 명료했다. 바로 유물 발견.
이미 옛 유물들은 과거에 대부분 발견이 되거나 도난이 당했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 유물이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젊은이 들은 어느 유적에서 계속해서 탐사를 하고 있었다. 대체 그들은 이 곳에서 어떤 유물을 찾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이곳에 들어와서 이곳 저곳 파헤치면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몇차례 유물이라 생각하고 파헤친 것은 다름 아닌 돌멩이나, 깨진 도자기 파편이었다.
도자기 파편의 경우 대단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지만 너무 조각나 있었기 때문에 파편을 모아서 어느정도 복원이 되지 않다면 가치 있는 유물이라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던 중 유물 탐험 팀이 또 한 차례 물건을 파내고 있었다. 어느 정도 파내 보다가 사각형의 모서리 부분이 보이고 원형이 남아있을 꺼라 생각하여 전부 한 곳에 모여서 그 곳에서 빗 질을 하면서 흙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파내어 들고 보니 유물이 아닌 책이었다.
몇 몇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대의 양피지나, 석판이면 모를까, 책은 고대의 유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고고학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책이 라는 문명적 아이템은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표지에 희한한 장식이 되어 있고, 아라비아 숫자가 써있는 책이라면 더욱이 그러했다.
하지만 그 책은 [마의서] 5권이었고, 그들은 이 책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 [마의서]는 한 명의 운명이 아닌 여러 명의 운명을 속에서 누군가를 선택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마의 서]는 과거에서부터 존재했다.
그리고 [마의 서]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소원은 각자 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다. 사람 수만큼 소원의 숫자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동일하게 자신의 사욕을 위해서 소원을 빈다.
몇 몇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서 소원을 비는 경우도 있고, 공(公)을 위해서 소원을 비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다양하게 소원을 비는 방식이 존재했다. 그리고 여기 한 가문에서도 독특한 소원이 존재했다.
이 가문의 기원은 알 수 없다. 농민인지, 어부인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확인조차 불가능 하다. 하지만 대단한 가문으로서 일으킨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있다. 세간에서는 모르지만 이 가문을 일으킨 당주는 [마의 서]의 힘으로 이 가문을 번창하게 만들었다. 소원을 이루어서 재산을 늘리거나, 가문을 번창하게 만드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리 특별한 것도 없지만 이 가문의 당주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후손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가문의 장남, 장녀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주가 [마의서]로 가문을 일으킨 것을
곧 세상을 마감할 것을 알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이 가문을 이끄는 현재 당주이다.
그의 가문이 가진 수 많은 기업과 재산들.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현재의 기업에 종사하는 인재들로 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는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자신의 가문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껴졌다. 그의 슬하의 8명의 아들 딸이 있었지만 노인의 생각으로 어느 하나 멀쩡한 인간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노인에게 다행인 것은 자신의 장남의 딸, 즉 첫 번째 손녀딸이 영특하고 이해 타산이 빠르다는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가문의 비밀인 [마의서]의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장남과 장녀에게 해야 하지만, 노인은 그러지 않았다. 품행이 올바르지 못하고 온갖 부패를 저질러, 내다 놓은 자식과 다름 없는 자식들을 믿을 수 없던 것이었다. 그런 자식들 밑에서 이런 손녀가 나오다니 며느리에게는 항상 감사의 말을 건네는 것이 노인의 습관이었다.
실직적으로 그 영향이 있었기 때문인지, 이미 집안에서의 권력과 실무의 권한은 이미 손녀에게 대부분 넘어가 있는 상태이다. 노인의 아들, 딸 들은 불만이 많았지만 손녀는 그들에게 이미 몇 개의 기업과 일부의 재산을 건네 주었으며, 경영권을 맡기고 계약을 했기 때문에 그 들은 손녀딸에게 불만을 낼 수 없었다.
반대로 그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자신의 딸에게 재산의 문제로 불만을 가졌지만, 재벌의 경영과 그룹의 관리를 딸이 운영하고 아버지는 용돈을 타다 쓰는 것으로 그 불만을 잠재웠다. 아버지라는 사람은 단순히 가문의 안녕 보다는 현재 즐길 수 있는 재산이 필요 했던 것이다. 그것을 전부 지켜본 노인은 곧 이승을 떠나는 마당에 손녀 딸이 알아서 잘 해나가는 모습을 보고서 기특히 여겼다.
하지만 노인에게 남은 불안은 단 하나였다. 바로 그런 손녀 딸에게 장가를 올 남편이었다.
훌륭한 손녀딸이니 만큼,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남자가 필요했다. 손녀딸의 사위를 보기 전까지는 눈을 감을 수 없다는 것이 노인의 마지막 오기였다.
그리고 노인은 자신의 침실에 손녀 딸을 부른다.
노인은 이미 체력이 다해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었고, 침대에서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방에 들어온 손녀에게 빨리 사윗감을 데려오라고 떼를 쓰면서 자신의 아들 딸에게 못했던 말, 가문의 비밀을 이야기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금고의 비밀 번호를 알려주게 되고, 손녀는 그 금고를 열게 되는데, 그 금고 안에는 오로지 단 하나의 책만이 존재 했다.
[마의 서] 6권
과거, 이 가문을 일으킨 당주는 자신의 후손이 스스로 운명을 선택하도록 만들어 냈다.
"당신은 즉, 다른 몇몇의 선택 받은 사람들과 같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 할 수 있지. 바로 [마의서]를 통해서"
그렇다. 내 앞에 놓여진 것은 [마의서]
이 4라는 숫자는 4권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일상이...
- 프롤로그 끝